"음악이 시작되면 그걸 느끼기 시작하죠. 그럼 자연적으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해요."-알렉스(Jennifer Beals 분)
by kinolife 2006. 7. 13. 22:24
2002년, 미국, 125분
감 독: 알렉산더 페인 (Alexander Payne) 
각 본 :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짐 테일러(Jim Taylor)   
원 작 : 루이스 베글리(Louis Begley)

출연: 잭 니콜슨(Jack Nicholson)
        호프 데이비스(Hope Davis)
        더몬트 멀로니(Dermot Mulroney)
        렌 카리오우(Len Cariou)
        하워드 헤스먼(Howard Hesseman)
        케시 베이츠(Kathy Bates)
        준 스큅(June Squibb)
        매트 윈스톤(Matt Winston)
        해리 그로너(Harry Groener)
        코니 레이(Connie Ray)
        필 리브스(Phil Reeves)   
        제임스 M. 코너(James M. Connor)   
        스티브 헬러(Steve Heller)   
        안젤라 랜스베리(Angela Lansbury)   

음 악 : 롤페 켄트(Rolfe Kent)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전후하는 시간동안 근속 근무를 한다는 건 요즘같은 직장 분위기, 근무 환경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힘든 일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애도 많고,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 쯤으로 치부되기도 쉽고, 요즘에도 그런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니 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한 직장에 뿌리를 박고 일을 한다는 것은 언제부턴가는 능력이 없다는 것의 한 증거가 되기도 했고, 고지식하다는 말과 연관되어 그 사람의 경직성을 표출하는 다른 표현이 되기도 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개봉한 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그 수상자의 이름이 잭 니콜슨이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연기를 기대하며 영화에 다가가게 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순간엔 그가 아니면 안되는, 아니 그를 진짜 연기자로 만들어준 영화구나 라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된다. 이 바보같고 꽉 막힌것 같은 슈미트는 말 그대로 잭 슈미트여만 가능헐 것 같아 보인다.

평생친구였던 직장과의 영원한 이별, 그리고 그것이 사회로부터의 격리라는 걸 알게 된 슈미트, 정확한 시간에 몸은 움직일 준비를 하지만, 슈미트에겐 그의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음을 알게 된다. 자신만의 시간이 많아질거라 기대를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 버렸고 세상의 어느 곳도 그의 새출발에 무관심하다. 여유로와 곤혹스러운 낮 시간은 그의 허전함을 더욱 배가 시키는 증거가 될 뿐이다. 그 낮 시간에 우연히 보게 된 TV속의 운두구는  그의 허전함에 속에서 유일하게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미지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런 그에게 지저분하고 너무 싫어하는 습관으로 학을 떼게 하는 지겨운 아내의 죽음,  죽음 이후 밝혀지게 되는 친구와 아내와의 불륜은 이제 그가 믿었던 가족은 가짜였으며, 그를 일하게 해준 사회는 단순히 그를 이용한 장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는 슈미트를 버렸고, 슈미트 혼자에게  남겨진 가정은 모든 의미상실이 벽에 부닥트리며 힘을 잃고 만다. 말 그대로 팔 떨어지고 다리 부러진 연은 이제 곧 어느 이름없는 촌동네의 나뭇가지에 걸려 떨어지고, 부서져 날아가 없어져야 할 판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성에 차지 않는 사위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 지지 않은 사돈은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에 대한 도전 바로 그것이다. 이런 그에게 있어 자신의 딸의 결혼식이 있는 도시로 가기까지의 혼자만의 여행(물론 딸의 홀대로 시작된 여행)은 진정 열린 시간을 다시 자기식으로 재배열할 수 있는 계기인지도 모른다.

영화 <어바웃 슈미트>는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잭 니콜슨의 말대로 드디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된, 어느 명배우에게 제 2의 인생에 대해 쏘아 올려진 화려한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다. 잘생겼지만 엽기적인 더몬트 멀로니의 망가짐, 케시 베이츠의 화끈함은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임을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 하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웃음이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뜻하지 않은 복병처럼 쉽고 편한 웃음이 아니며 채 웃음이 다 터지기 전에 인생은 황혼을 향해 달려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웃음이 주는 여운은 쓸쓸하다. 그 인생의 진실을 슈미트는 아내의 고집스런 버스 위에서 촛불을 밝히며 혼자 잠들고 혼자 깨면서 알 수 있으며, 거짓스런 인생 속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딸아이의 결혼식과 무지한 웃음 속에서 한숨 쉬며 어렵게 깨닫게 된다.

지나온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남아 있는 시간이 훤히 보이는 이 나약한 늙은이 슈미트는 모든 사람들이 늙어갈 모습에 대한 한 전형을 보여 주늗 것 일지도 모른다. 영화 말미,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계좌와 일치하는 먼 곳의 가난한 나라의 소년 운두구는 그나마 슈미트에게 남겨진 선행과 봉사라는 이름의 마지막 의무인 셈이다. 혼자 남은 무력한 노인에게 의무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행복하게 할 이 슈미트의 숙제 운두구는 고마움을 담은 편지 속의 욕심없는 그림을 통해 그에게 가장 인간적이며 시원스러운 통곡까지 선사한다.  써늘한 자신의 작은 집은 그의 울음을 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며 그가 죽어가야 할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장소이다. 이 장면에서의 잭 니콜슨은 이 세상 모두의 늙어버린 슈미트의 모델 같아 보인다. 이 영화의 원안이 되었다는 1996년에 발표된 루이스 베이글의 동명 소설이 그의 통곡 때문에 더욱 더 궁금해 진다. 인생의 씁쓸함을 담고 있는 휴먼 코미디의 정수 <어바웃 슈미트>에게 <늙어감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붙여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듯 싶다.
by kinolife 2006. 7. 13. 22:17
1956년 10월 29일
* 출 신 : 도쿄도(東京都) 메구로(目黑區)
* 데 뷔 : 1984년 핑크영화로 데뷔
* 학 력 : 릿교(立敎)대학 문학부 불문과 졸업
* 가족관계: 1996년 발레리나 쿠사가리 다미요(草刈民代)(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과 결혼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영화제에서 97년 소개된 영화 <쉘 위 댄스? Shall we ダン>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는 일본의 싸구려 애로영화를 지칭하는 핑크무비를 만들던 감독이었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자면 '유호'로 대표되는 애로영화 감독 출신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영화사에 빠지지 않는 명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를 영화 스승으로 동경하면서도 핑크 무비를 찍으면서 자신의 영화 생활을 시작한 수오 마사유키의 이 이력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핑크무비와 야스지로 참으로 어울리지 이름들이다.

1956년 도쿄 태생으로 중학교 때는 야구부에서 주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팔꿈치를 다쳐 문과 계열로 전향, 그가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은 2년 동안 재수생활을 할 때였다고 한다. 처음엔 재미로 영화를 보다 점차 예술 영화 전용관을 전전하며 일본영화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시절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꿈을 품고 있던 마사유키는 본격적으로 영화에 몰입,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 <변태 가족·형님의 신부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의 극본과 감독을 모두 맡아 영화작가로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그의 이 감독 데뷔작은 일본 평론가들로부터 핑크영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시코 밟아 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의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게 되는데, 이는 수오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극적 순간에 최종적으로 집약되는 뛰어난 내러티브 구조 속에서 눈물과 웃음이 한데 뒤엉킨 인생의 묘미를 여러 인간의 군상을 통해 표현한 이 작품은 키네마 준보(キネマ旬報)의 베스트 원,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거의 모든 영화상을 독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영화사로부터는 "이것이 바로 상업영화다"라는 극찬을 받아 흥행감독으로 그 이름을 높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우리에겐 <쉘 위 댄스? Shell we ダンス?>를 크게 기억한다. 가족주의적 댄스영화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이 영화는 핑크무비의 감독을 헐리우드에 까지 이름을 드높히게 하고 있다. 사교댄스를 음지의 문화에서 양지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등 일반대중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쉘 위 댄스?>는 일본 아카데미상을 13개 전부문을 석권했으며 1997년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영되기도 했었다. 이 영화는 선댄스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급기야는 헐리우드에 당당히 개봉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소문이 퍼져 개봉,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보다 활발하고 명랑한 마사유키 식의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본색이 강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지 않는 주인공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적인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인 셈이다. 수오 마사유키는 핑크라는 달리기의 출발점에서 헐리우드라는 현재 그의 모습에서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재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이다.

Filmography

<동경맑음 東京日和> (1997)
<쉘 위 댄스?Shall we ダンス?> (1996)
<大災難> OVA (1995)
<119> (1994)
<무덤과 이혼 お墓と離婚> (1993)
<異常の人? ??の虹の三兄弟> OVA (1993)
<시꼬 밟아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 (1992)
<팬시 댄스 ファンシダンス> (1989)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2> OVA(1988)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 OVA(1987)
<변태가족, 아버지와 형수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 (1984)
<짧은 속옷의 여인, 막 벗은 향내 スキャンティド ル 脫ぎたての香り> (1984)
<神田川淫??? > (1983)
<늑대 狼> (1982)
by kinolife 2006. 7. 13. 22:06
 

이 상에는 비슷한 것, 이른바 닮은꼴이 참 많다. 음악에서도 비슷비슷한 음률이나 분위기를 느낀다거나 비슷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수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비슷한 음악, 비슷한 가수 이러한 음악세계에서 시와 노래의 만남은 조금 다른 영역에서의 비슷한 감성을 만나게 한다. 시가 아주 원시적인 시대에서는 그들이 부르던 가사였음을 상기한다면 시의 노래화는 '보는 시'에서 '듣는 시'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음악과 문학이라는 점에서 다른 것 같지만 시에 마음을 담으면 노래가 되었고, 노래를 깊게 들으면 시가 되듯이 이 둘의 관계는 마치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온 형제처럼 그 모양새나 느낌이 닮아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선보이는 BOOK-CD는 이 둘의 친밀함과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시와 독자와의 사이를 조금 더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진행중인 여러 동인, 개인의 시노래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이런 일련의 BOOK-CD 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팀이 있다면 시인과 가수, 그리고 시인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동인 ‘나팔꽃’의 활동이 아닐까 한다.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과 작곡가이자 시인인 유종화 그리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 김원중, 배경희, 김현성, 홍순관, 류형선, 이지상, 안치환, 이수진 등이 모여 만든 시 노래 모임인 나팔꽃은 한달에 한번씩 작은 장소를 빌려 콘서트를 개최하고, 현재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주 현대문학북스, 1999)과 [제비꽃 편지](현대문학북스, 2001)라는 제목의 BOOK-CD를 두 권 만들어 냈다. 이 동호회에 소속된 시인의 시와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과 이들의 시에 노래를 붙힌 곡들을 위의 가수들이 부른 시디를 함께 읽고 들을 수 있다. 이들만의 독특한 서정성은 자신들의 홈페이지 입구에 씌어있는 -작게. 낮게, 느리게-라는 문구를 통해서 그 색깔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현재의 도시인들에게 더 없이 따뜻하고 윤택함이 될 수 있는 이들의 음악과 시는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스스로를 작게 보는 넉넉한 마음과 자기를 낮출 수 있는 솔직함 그리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는 이 동인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이 나팔꽃 동호회에 속해있는 멤버 중에서는 나팔꽃을 통한 BOOK-CD 이외에 따로 출간한 개인적인 성격의 BOOK-CD들을 발간한 경우도 있다. 먼저 ‘노래마을’ 등으로 오랜 동안 노래패 활동해 온 백창우의 소탈한 노래 운동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동요집을 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시인 이원수씨의 시에 자신이 음률을 붙힌 동요집 [이원수의 시에 붙힌 노래들 1,2](보림, 1999)는 자신이 직접 결성한 어린이 노래패 ‘꼬마 굴렁쇠’들과 함께 해 포크 팬들은 물론 순수함을 원하는 맑은 노래들을 들려준다. 이 앨범 속에서는 ‘나팔꽃’ 동호회의 일원인 홍순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토속적인 맛에다 풋풋함까지 서려 있는 이 앨범은 함께 부는 노래가 어떤 것인지 조용히 알려주는 독특한 앨범이다. 음악인으로서의 백창우 못지 않게 문학적인 감수성도 높은 백창우는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1,2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가을편지] 등의 시집을 냈다. 단순히 음악인이라고만 하기에는 그의 문학적인 활동이 무척 왕성한 모습이다.

백창우와 함께 BOOK-CD [바람 부는 날](당그레, 2001)을 낸 시인이자 국어교사인 유종화는 시를 통한 노래운동,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참다운 삶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바람 부는 날] 역시 그의 활동을 볼 수 있는 좋은 보기가 되는데 유종화가 선택한 우리의 시들에 자신이 직접 곡을 붙혀 만든 이 노래들은 그 음색에 맞게 재야 가수들이 색깔있게 불러냈다. 이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시에 대한 의미들은 담은 책은 CD만큼이나 돋보인다. 여느 시 해설서에서 볼 수 없는 개인적이면서 솔직한 글들은 우리의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아주 쉽게 보여준다. 시가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그 과정을 알려주는 듯한 그의 글, 그리고 우리의 노래들 중에서 여느 시 못지 않는 감성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노래 가사까지 꼼꼼하게 적은 그의 글들은 맑은 노래만큼이나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전해준다.

이들 앨범과 그 멤버나 성격이 비슷한 또 하나의 BOOK-CD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명예의 전당, 2002)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BOOK-CD이다. 시인 이정하 씨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에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이 곡을 붙힌 이 BOOK-CD는 기존의 김현성의 음악세계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앨범이다. 보통의 사랑노래와는 다른 김현성 식의 사랑노래를 담백한 음색으로 들을 수 있는 이 앨범은 그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행동 ‘혜화동 푸른 섬’이 노래해 부담없는 사랑 노래를 전해준다. 단순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사랑노래와는 다르게 시적인 언어로 정화된 사랑은 단순한 고백이나 맹목적인 사랑으로 일관하는 메인스트림의 사랑노래와는 다른 정서를 전해준다. 이것이 이른바 김현성 스타일의 포크에 담긴 사랑일 것이다.

위에 소개된 노래들을 듣다 보면 역시 시와 음악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란 시가 음악에부터 가사부분을 담당하는 형태라는 당연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문학성이기도 하며 음악이 문학에 기댄 부분이기도 할 테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노래 가사는 문학에 자극을 주기도 하면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 테다.

이제까지 열거된 앨범과 책들이 포크 가수들과 시인의 시 그리고 편곡자들이 만들어낸 앨범이다. 이러한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여타의 앨범들 속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앨범들이 있다. 그건 바로 시인들이 직접 노랫말을 만들고 자신들이 직접 앨범의 노래를 부른 경우다.
시인이자 노래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보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꽃 한송이 주지 못했네](당그레, 2001) 라는 제목의 BOOK-CD를 발표했다. 우리 정서가 충분히 담겨있는 노래가사와 자신의 음성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목소리는 일면 너무 평범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숨김없음이 가지는 담백함이 전해주는 그의 색깔은 색다른 사랑노래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 언더 중에서도 언더로 불릴 수 있는 그의 시와 음악은 마치 청학동 동자들의 노래처럼 세상과 유리되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안에 있는 개인적인 감수성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데 있어 편안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요란스러운 가요계의 여러 풍토들을 생각한다면 그의 이런 활동이나 노력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한보리가 음악이나 문학적인 활동에서 시작하는 단계라고 한다면 또 한명의 이 문학인 이제하는 문학적인 경륜이나 여러가지로 상당히 놀라움을 전해준다.
소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쓴 소설가로 그리고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이제하가 1990년 말에 발표한 시집 [빈들판](나무생각, 1998) 과 음악은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선사한다. CD에 담긴 총 12곡 중에 10곡을 자신이 직접 만들었으며 예전 여러 기수들에 의해 애창되어온 “세노야”를 자기식으로 불러준다. 워낙 내공이 깊은 문학인이었으니 그가 노랫말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놀랄 일이 아니겠으나 그가 직접 노랫가락을 만들고 불렀다는 것은 센세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한다. 이제하의 목소리는 구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한데, 마치 오랫동안 잘 숙성시킨 된장이 전해주는 편안함과 구수한 맛이 넉넉한 삶의 성찰로 빠져들게 한다. 황혼으로 달려가는 한 나이든 사나이이자 문학인인 그의 삶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독백의 성격이라 볼 수도 있는 이러한 성찰의 내음은 노랫말 곳곳에 나타나는 우리 자연과의 호흡과 내면을 다듬는 개인의 자숙이 섞인 우리 포크의 진수같이 보인다. 마치 최근까지 잠자고 있는 우리 포크에 정신을 깨우치는 돌팔매 같은 이 음반은 90년대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포크의 수작이라고 보기에 전혀 아까움이 없이 앨범이다.

시를 쓰는 사람, 노래를 만드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 어쩌면 이들은 같은 나무에 달린 나뭇가지처럼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태고적에는 같은 것이었다. 꽃이 필 때면 열매가 숨을 죽이고 있고, 꽃이 다 지고 나면 비로소 열매가 열리는 것과 같이 서로를 드러내지 않고 잘 보듬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이 문학적인 음악들은 장르로 말하자면 수수한 포크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특별한 장르 구분 없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듣는 이들에게 부담없이 전해진다. 삶 속에서 노랫말을 찾고 그 안에서 성찰을 담아 노랫가락을 붙히고……노래를 단순한 노래에 한정하지 않고 노랫말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고, 마치 따분함이나 너무 어려움의 진수로 볼 수 있는 시를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이 시를 노래하고, 노래를 읽게 하는 BOOK-CD들은 갖가지 개성과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름을 향해가는 봄의 끄트머리에 시와 노래가 함께 담긴 이 종합선물 세트는 명절 이외에 과자 꾸러미를 지고 집에 오신 삼촌마냥 푸짐하고 행복한 순간을 전해준다.

이 글은 제가 2002년 5월에 www.kpopdb.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18:38
국내 음반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판로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인 루트를 통하는 음악이란 역시 시장성 없음, 혹은 독특한 자기 고집의 과다 쯤으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이러한 루트 중에서도 출판사를 통한 음반의 발매가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이어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 가장 흔한 포멧이 시집과 묶어나오는 시 낭송집과 작사가 곧 시라는 점에서 시집과 노래CD가 묶여나오는 것 등이다. 이러한 부류의 앨범 중에서도 출판사 바오로딸에서 출시한 "사랑의 이삭줍기" 시리즈가 주는 신선함은 종교적인 색채만이 아닌 독특한 색깔로 새로움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사람과 사람과의 교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흔하고, 또 인정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 사랑보다 더 가치있는 교통의 방법이 있다면 '배려'일런지도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그 가치보다 폄하되는 배려는 계산없이 타인에게 자신을 아낌없이 줄 수 있기에 오랜동안 조용한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숨어있는 작은 등불이 나즈막하지만 진심어린 힘을 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천주교의 교리 안에서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일생의 자화상으로 삼은 수녀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래서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

"사랑의 이삭줍기"는 1997년 1집이 발매된 이후 2001년에 2집이 발매되었다. 사랑을 근간으로 해서 '노래'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 앨범은 수녀들의 맑은 목소리를 실력을 갖춘 가요계의 순수함이 담아낸다는 데 있어 그 행보 자체만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종교적인 색깔을 바탕에 두긴 하되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반 대중들의 정서를 받아들이는 노력은 이 앨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과 배려를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아름다운 사람",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백구"의 경우 김민기 작사, 작곡으로 국민 대다수가 익히 알고 있는 서정성 깊은 대중가요의 기본 코드, 하지만 순박한 수녀들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노래는 익숙한 음률을 신선한 목소리고 새롭게 다가오게 한다. 이렇게 눈에 띄는 몇몇 곡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대중가요를 다시 부른다는 일반적인 변주에 한정되지만은 않는다. 익숙한 가요를 다시 부르는 친근한 접근 사이사이에 녹아있는 이들만의 맑은 노래, 순박한 음성이 주는 독특한 안식 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척박하고 답답한 세상에 그들만의 새로운 신호를 담은 곡들은 노래를 듣는 동안은 세상의 고통과 고민에서 벗어난 착각을 가지게 한다.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도종환 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인 "꽃씨를 거두며"나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행복한 과일가게" 같은 노래들은 우리 삶 속의 일상사가 주는 행복이야 말로 삶의 활력소임을 아낌없이 전해준다. 또한 1집에 수록된 "꼬마 천사와 꼬마 거지" 는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녀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훌륭한 동요로써 모자람이 없다.

앨범에 담긴 하나하나의 노래만큼이나 눈여겨 볼 것은 두 앨범의 전체적인 성격.
두 앨범에 쓰인 작사는 뜻깊은 이들의 '시'와 '마음'라는 데 있어 충분히 감성적이며 교육적이다. 또한 이런 시적 감성을 욕심없는 마음으로 부른 수녀들 사이에는 훌륭한 가교로서의 한 음악인이 있어 음반이 더욱 더 빛을 발하게 한다. 독특한 행보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중인 김현성씨가 선보이는 음반 프로듀싱은 현재 가요계에서 상쾌한 기분을 가지게 하는 최고의 청량제로써 다가오게 한다. 음반 전체의 분위기를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기계음보다는 수녀님들의 목소리를 더욱 더 강조하는 그의 의도는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임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김현성씨의 프로듀싱은 함께 하면서도 수녀님들을 배려하는듯한 인상에서 전체 음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조력자로서의 프로듀싱의 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인상은 남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만의 신호로 세상의 자기 아닌 것들에게 자기의 의지를 전달한다. 말과 몸짓, 그리고 글과 행동, 또한 그 많은 방법들 중에 '노래' 역시도 힘있는 자기 메세지 전달법이다. 몸으로 행동하되 조용히 노래하는 수녀님들의 행보는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나즈막하게 이 작은 노래를 통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한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이 욕심없이 맑은 사람들이 전하는 세상의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랑의 이삭줍기"는 앨범의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에 버려진 아주 작은 하나의 이삭을 줍는 마음처럼 세상의 작은 미물에 대한 넓은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더더욱 풋풋한 마음 그대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하나의 붕어빵 기계로 앙코의 양만 차이가 있게 만들어지는 최근의 국내 음반들에 비하면 이들 수녀님의 도전은 가요계는 물론 문화계 전반에 신선함으로 다가오며 가요계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하나의 자극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부르는 욕심없고 맑디 맑은 노래는 반복되고 더 복잡해지는 '요즈음의 노래' 사이에 좋은 쉼터가 되며 일생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말이 된다. 성서 속에서 누가로부터 전해지는 전언, 물고기 두마리와 보리떡 다섯개로 오천명을 배부르게 한 것처럼 두 장의 "사랑의 이삭줍기"는 오천명이 넘는 이들의 가슴에 생물학적 배부름에 결코 못하지 않는 정신적인 편안함과 마음속의 사랑을 다시 새겨 줄 것이다.
p.s. 녹음 뒷이야기를 정리해주신 음반기획부 황젬마 수녀님 감사드립니다.

Tip 이 글은 제가 2002년 4월에 www.kpopdb.com의 미니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00:00



제 작 : 후지TV
방 영 : 1999년 1월-3월
감 독 : 다케우치 히데로키(武內英樹)  
          나가야마 코조(永山耕三)
          하스미 에이이치로(羽住英一郎)
각 본 : 키타가와 에리코(北川悅吏子)  
음 악 : 타케베 사토시(武部聡志)

출 연 : 소리마치 타카시 (反町隆史),
          에스미 마키코(江角マキコ)
          키무라 요시노(木村佳乃
          카토 하루히코(加藤晴彦)
          이토 히아키(伊藤英明)
          니시다 나오미(西田尙美)
          이시다 유리코(石田ゆり子)  
          시이나 킷페이(椎名桔平)
                                                              
 주제곡: そのスピ-ドで (소노 스피도데) - The Brilliant Green  

부모님이 안 계신 집에 누나의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사진작가 소이치로, 그리고 그 누나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어찌보면 이 드라마의 틀은 진부하기 그지 없다. 물론 끝도 없이 쏟아내는 연애에 대한 담론들은 결코 신선하지 않은..하지만 그냥 또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 내 기억이 정확이 맞다면 SBS에서 채림, 최윤영, 이의정에다 최근에 크게 뜬 권상우를 엮어 만들어 냈던 드라마 <지금은 연애중>은 이 드라마들 배낀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 물론 1회, 2회를 보면 딱 떠오르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각 캐릭터들의 조금은 다른 듯 보이지만 같은 포지션이나 조금 변화됐지만 다를 것 없는 극중 인물들의 성격이나 직업 등이 그런 의혹을 버릴 수 없게 한다. 각 드라마가 방영된 시기(각각 1999년, 2000년)를 보아도 작가가 보고서 배끼기(참고가 아니가 배낀다는 과격한 단어를 쓴데는 그 만큼 차용한 정도고 심하기 때문이다.)에 적당한 딱 좋은 텀이 있으니 더더욱 심증을 확실케 한다.


이 드라마는 내가 수 많이 모아온 일본 드라마 중에서 솔직히 처음으로 본 일본 드라마이다. 구한지가 3년이 넘어서야, 그리고 보다 끊다를 5=6번을 반복하며 2년만에 다 본...남들이 들으면 그렇게 볼려면 보지 마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한꺼번에 혹은 단 시간에 다 보아내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다 보고 난 지금은 오랫동안 미뤄온 숙제를 끝낸 듯, 가뿐하고 기분도 좋다. 궂이 그 이유가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것 보단, 20대 후반의 여자들의 연애담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예전에 들아왔던 못난이 공주 이갸기로 풀어온 것도 좋고, 욕심없고 솔직히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의 연애의 자세(?)에도 꽤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나츠키와 소이치로는 친구의 동생, 누나의 친구이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각별한 사이이다. 특히 그들의 관계가 가장 빛날 때는 서로의 연애담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시간, 서로가 남녀로 보지 않는다는 상호전제 아래에서 이들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면 솔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더욱 더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드는 것은 느닷없이 들리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상황을 함께 인지해주는 사람이라면 이 둘에게서 사건이 생기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별 뉘앙스를 남기지 않는 시시콜콜한 연애담에 머물지도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자뭇 소소한 재미를 던져주는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주는 유쾌함으로 단순한 이야기의 지루함을 깨고, 이러한 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그 빤한 오점을 털어낸다. 그 외에도 고민 썪인 대화와 역시 사랑의 몫을 보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영리함을 보여주면서 긴 여운까지 남겨 준다.

그걸 이뤄내기 위한 방법이란 누구나 바라는 연애의 성공 짝대기를 보는 이들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론 내리며,  그 결론의 이유로 '뒷모습'이라는 화두와 연애의 성격은 연애를 하는 당사자들의 성격을 따라간다는 연애의 숨은 법칙을 깨지 않으면서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리함이다. 주인공 소이치로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과묵한 남자. 역시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서는 한 발짝 물러 서 있다. 이런 반면 나츠키는 솔직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당당함을 지니고 있지만, 역시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는 바라는 것 만큼의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다는 점에서 활달한 성격과는 달리 전형적인 여성의(연애라는 관점에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결코 여우가 될 수 없는 나약한 여자의 전형이라 볼 수 있겠다. 역시 연애라는 관점에서... 이들 사이에 아니 이들의 사이가 생기기 이전에 있었던 나츠키의 또 다른 남자 쿠가는 이혼을 한, 그래서 사랑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하면서도 너그러운 성격의 기대기 좋은 남자.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울리는 사랑의 짝대기는 소이치로와 나츠키겠지만, 현실적인 사랑의 짝대기는 쿠가와 나츠키, 우리 나라 드라마가 전자를 이뤄냈다면 이 드라마는 작가의 본 의도대로 후자의 사랑으로 매듭짓는다.

이유는 역시 상대방에 대한 마음, 그리고 드라마의 제목 "Over Time"을 보는 관점이리라. 사랑을 이루어진다 또는 이루어낸다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Over Time"이란 다 끝났음=상대방을 얻는다는 점에서의 성취를 의미하겠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Over Time"은 연장전이라는 또 다른 관계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 "똑같은 것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는 말처름 사랑 역시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고, 사랑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의 마음의 기준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 역시 사랑은 영원보다는 찰나에 가깝고, 변하기도 잘 변하고, 변덕스럽기 까지 하다.

연애의 대상이란 앞에서 손을 내어 끌어주는 사람과 뒤에서 항상 지켜봐 주는 사람..어쩌면 연애에는 이 두 사람이 꼭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의 나츠키 처럼 뒤에서 봐주는 사람과의 연애는 불안하면서도 끌리지만, 내가 또 언젠가 실연을 했을 때 티슈를 통째로가 아니라 뽑아다 줄 수 있는 배려깊은 사람을 잃기 싫기 때문이라고...사랑은 사랑대로 가지고 싶지만 그런 배려깊은 소중한 사람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붙들어 매놓고 싶은 마음 역시 어쩔 수 없다. 역시 사람에 대한 욕심은 사랑보다 앞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연장전-Over Time-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걸 버린 사람에게는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드라마 속 명대사-

"뭐랄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기적이야. 그런 기적이니까 하나님이 '연애'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준거잖아"

"한번 준 마음은 회수할 수 없는 것"

"난장판에 형편 없어도 혼자서 머리 싸매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잖아. 애교를 부리든 화를 내든 싸움을 해도 괜찮아. 아니면 뭐하러 이 세상에 이렇게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겠어.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있고, 동반자도 있고, 그러니까 하나님은 오직 혼자만 살라고 놓아 두진 않았잖아. 우리들을"

"똑같은 것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뒷모습이 좋은 건...봐 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 때문......"


by kinolife 2006. 7. 12. 23:53

저자: 우라사와 나오키(浦澤 直樹)
출판사: 학산출판사
총권: 1~23권 완결
1998. 02.25 초판1쇄 발행

어느 가난한 집에 착한 딸은 도박을 즐기는, 아니 도박에 발을 담그게 된 오빠 때문에 가장이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일년 놔두고 있지만 오빠가 진 빚(우리 돈으로 2억 5천)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학업이란 사치가 되버렸다. 꼭 이런 주인공 밑에는 그저 착하기만 한 디딤돌은 커녕 걸림돌이 형제가 위에 꼭 포진해 있다. 성별은 주인공이 여자일 경우엔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인공의 성이 바뀔땐 그 걸림돌의 성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무튼, 이 만화의 주인공 미유키는 가라오케, 터키탕과 같은 곳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필살기인 테니스에 승부를 걸어본다. 미유키가 테니스채를 잡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문제의 오빠와 빚 이외데도 키워야 되는 동생들이 셋이나 있으니까 그녀에겐 말 그대로 큰 돈을 마련해야만 하는 벼랑에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필살기를 쓸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만화같은 이유이지만, 이 이유는 미유키가 테니스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근거가 된다.  


가난한 이 주인공이 동생들에게 해 줄수 있는 것은 양파가 갈색이 될때까지 볶아서 만들어줄 수 있는 카레뿐, 동생들에겐 보다 맛있는 음식이, 미유키에겐 오빠의 빚을 갚아 다 같이 사는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 지고, 이들 가족 주위에 빚을 받아내기 위한 야쿠자들의 목적까지 가세하면서 그녀의 테니스 코트로의 복귀를 다그친다. 아마시절, 챔피언이기도 했지만, 미유키에게 있어 테니스는 복잡한 가족사 내에 얽힌 아픔임을, 그래서 미유키의 상황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부분은 이쩨까지 우라사와 나오키가 보여줬던 사건의 복선이 주는 묘미의 작은 발현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주인공의 성공에는 수많은 역경이 따르기 마련인데, 가난한 자에게 있어서의 스포츠가 주는 굴욕감이 타고난 재능을 가로막는 부분이나, 부정한 승리욕에 가득한 라이벌의 계책이 주는 강력하면서도 짜증나는 묘미,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작은 코미디와 순진한 사랑은 이 만화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꼬이고 꼬이는 인물들이 복잡한 구조로 엮어지는 듯 보이지만, 어느 인물하나 불필요한 (하다못해 협회 회장의 개 존 트라볼트까지도)인물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사건사건들은 만화를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미국 US오픈, 영국의 윔블던, 까지 이어지는 테니스 잔치의 향연으로 끌어 들인다. 물론 일본 테니스계의 부폐와 승리를 위해 철면피로 변하는 클럽회장이나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야쿠자들의 지리한 행보들이 타이트 한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역시 스포츠 만화의 묘미는 시합이 벌어지는 코트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들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만화는 몇번 본 적 있지만 정통 테니스만화는 처음이어서 생소한듯 했지만 책장을 남길수록 역시 하나의 스포츠에는 그만의 흥미거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테니스 코트가 가지고 있는 땅의 표면이나 잔디의 변화가 주는 특성이나 , 테니스화의 차이, 코칭스탭과 선수의 육체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들은 만화의 흥미를 끊임없이 유발시킨다.
이렇게 강인한 정신력들 지니고 있는 주인공 주면에는 역시나 나약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면서 주변을 맴도는 마마보이류의 샌님이나 겉으로는 불같아도 속이 여린 남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미유키 주변을 맴도는 이 두 남자 이외에도 술이나 알콜에 쩔어지내는 진정한 실력자 코치도 하나의 도구였던 선수를 자신의 여동생이나 딸같은 포지션의 친구로 삼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강인한 여성이 비탄에 빠진 남자들을 진정성이 통하는 한 인간으로 구해낸다.

가난한 천재 테니스 천재와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의 테니스 귀재와의 양대 구도는 그것이 꼭 테니스가 아니라 무엇이라 해도 어쩌면 너무 뻔한 만화의 뼈대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속에 꼬여있는 모든 갈등들의 해결 속에는 언제나 인간의 깊은 정이 흐러고 있어 만화책을 보는 순간순간에는 무서울 수도 있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 마치 꼭 읽었어야 되는 책을 읽어낸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마치 부무모님은 했음 하고, 나는 하기 싫어했던 숙제를 끝냈을 때의 푸듯함을 주는 것은 역시 그의 탄탄한 구성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극적인 요소를 풀어내는 작가의 힘이 결국은 미유키가 테니스의 본 고장이자 가장 권위 있는 윔블던에서 우승을 할거라는 것을, 그리고 말도 안되는 라이벌 쵸코는 그 전에 낙방, 결국 여왕과의 게임에서 승리할거라는 것, 결국 공이 빵처럼 크게 보이는 테니스의 시간 속으로 빠져버려 우승하고 말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흥분해서 보게되는 이유기기도 하다. 그래서 만화 속의 함성을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몇년 전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라이벌>은 스포츠의 무대를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포츠 골프로 옮기는 잔머리를 쓰면서 적당히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다 본 건 아니지만, 이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나 구조가 많이 단순화 되어서 웰 메이든 드라마라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만화 속의 큰 이야기 하나를 토대로 필요한 에피소드들을 찾아서 조각을 맞춰놓은 듯한 느낌이었으니 원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낸 느낌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독창성이 있을리 없고, 주변의 인물들의 캐릭터 역시도 기존의 드라마에 필요한 사람들만 배치해 평이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쉽게 드라마를 찍어냈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미유키의 막내 동생은 "그건 아니야"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by kinolife 2006. 7. 12. 23:36

제 작 : 후지TV
방 영 : 2002년 1월-3월
감 독 : 와카마츠 세츠로(若松節朗)
         무라카미 마사노리(村上正典)
각 본 : 아이자와 토모코(相澤友子)
음 악 : 스미토모 노리히토(住友紀人)
출 연 : 후카츠 에리(深津繪里), 츠츠미 신이치(堤眞一)
          야다 아키코(矢田亞希子),사카구치 켄지(坂口憲二)
          니시무라 마사히코(西村雅彦),네코제 츠바키(猫背椿)
          쿠가 요코(久我陽子),스가와라 토시미(菅原禄弥)
          시가 코타로(志賀廣太郎),코다마 키요시(児玉清)
          오오사와 케이스케(大沢恵介), 사노 타카시(佐野崇) 
시미즈 유코(清水優子), 히로사와 미키(広沢味希)  
타니하라 쇼스케(谷原章介), 토네사쿠 토시히데(東根作寿英)
한카이 카즈아키(半海一晃), 나미키 시로(並樹史朗)  
 타카스기 코다이(高杉航大), 오오바야시 타케시(大林丈史)  
하세가와 하츠노리([長谷川初範), 노구치 마사히로(野口雅弘)  
시다 마사유키(信太昌之),후루고리 마사히로(古郡雅浩)  
시마오 야스시(嶋尾康史),나카고메 사치코([中込佐知子)  
카네코 타카토시([金子貴俊),타케이 히데노리(武井秀哲)  
키카와다 마사야(黄川田将也),오시키리 모에(押切もえ)  
오오츠카 마에(大塚麻恵),나스 마사에(那須正江)  
카와구치 노리코(川口典子),아키모토 마유미(秋元真由美)    

주제곡: キラキラ(반짝 반짝) -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

"이 세상에 태어나 30년하고 6개월 19일...
더이상 사랑 따윈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사랑은 다시 찾아왔다..."

어느 평범한 여자의 일기에서 읽을 수 있을 듯한 이 독백에서 시작되는 드라마 [사랑의 힘]은 여자에게 있어 인생에 있어서 일이나 남자라는 문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까 하는 문제를 아주 담담하면서도 소박하게 풀어낸 수작 드라마다. 더군다나 주인공을 맡은 후까츠 에리의 극중 나이가 30이니까 말 그대로 일본판 브리짓 존스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브리짓 보다는 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는 캐릭터다. 일본의 특수적인 상황인 듯 보이는 몇몇 장면이 부담스럽지도 하지만, 그녀의 기본적인 캐릭터는 정말이지 평범하면서 소박해서 생각하면 할 수록 그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기 쉽다.

주인공 코모미야 토코는 아주 큰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스무살 때 자신이 꿈꿔왔던 광고일과는 거리가 멀다. 사무실에서는 뮤료하게 졸음을 쫓기에 바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핀잔을 듣는 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말그대로 할일 없는 노처녀의 평범한 일상이 직장이라고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일한 인생의 위로라면 회사 동료인 스다와 금요일이 오면 즐겨가는 와인바에서 각각 한병씩의 와인 앞에서 자신의 주량을 확인하는 일 뿐이다. 홀로인 노처녀들에게 잘 익은 와인과 맛있는 치즈케익은 그야말로 입만이라도 즐거울 수 있는 친구가 아닐 수 없다. 게으름과 무료함 그리고 와인과 치즈....이 별 일 없는 일상은 반복의 되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그 기회가 일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지만,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그것이 두가지 모두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행방식이 자연스러워 결코 식상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 변화의 시작은 누구나 처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혹은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과 만날 때와 같은데, 코모미야는 예전 자신의 그 꿈과 만나게 되는 광고계의 이단아 누쿠이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면서 다시 인생의 열기와 대면하게 된다. 물론 함께 일하는 소고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코모미야는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의 무료한 삶에다 안녕을 하고 난 다음이니 말이다. 실수를 인정하듯 누쿠이 기획은 이제 코모미야에게 일과 밥을 주어야 한다. 그녀가 눌러앉아버렸으니....

비록 코모미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화를 받고, 줄광고 일을 맞는 일이지만, 이전에 자신의 꿈에 탄력을 받게 해준 누쿠이의 광고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는 것은 작은 월급이나 유명한 회사에 다니지 않은 불영예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은 가난한 마음에, 솔직한 가슴에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낮추어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혼자서 오랜동안 동경인지 연모인지를 모르고 키워온 마음은 자신의 예전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누쿠이가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어찌보면 동경이었음을 스스로 느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함께 일을 하면서 함께 얼굴 보고, 밥을 먹고, 술을 먹고 어려운 일을 헤쳐나간 이들에겐 스스로도 모르는 우정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코모미야의 마음이야 동경과 연모를 오간다지만, 함께 일하면서 옆에서 보는 코모미야는 연애의 상대라고는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캐릭터, 말 그대로, 생긴 것과는 상관없이 연애 감정 이전에 우정이 생겨버리는 만인의 연인이자 친구이다. 물론 드라마 속의 누쿠이는 그저 말썽장이로 보이겠지만, 드라마 후반부로 갈 수록 자신 스스로도 모르게 정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를 그대로 내 보인 자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란 있을 땐 몰라도 사라지만 가장 섭섭한 존재라는 것이다. 누쿠이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코모이야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코모미야는 자신의 옛애인의 청혼을 거절하게 되면서 자신이 누쿠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드라마는 역시 예상대로 누쿠이와 코모미야의 러브 스토리에 대한 종결점을 향해가는 이야기이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코모미야 역을 맡은 후카츠 에리의 캐릭터와 그녀의 연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사실적이면서도 소박한 묘사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연인이라면 흔히 운명적이며, 그 운명의 사랑 옆에 있는 그 누구의 노력도 헛된 것으로 비치면서 그 사랑을 견고하게 하지만, 이 드라마 속의 사랑은 생활 속에 묻어나 있으면서도 누구나 있을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전해줘서 더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정말 이 드라마 속의 연인들 처럼 11번의 커피 리필은 없었지만, 헤어지기가 힘들어 서로의 버스 정류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한 경험, 전화를 끊기 위해 끊어 안 끊어를 반복해 본 경험 등등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와 닿는 내용들이 운명이 아닌 생활속의 범인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 속의 여자친구와의 끊임없는 음주작태 역시 많이 해 보던 일 같고, 그것도 병채 나발의 보는 그녀들의 모습이란....웃습지도 않은 나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재미는 물론이지만 그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서른 초입의 나의 후배들에 권해주고 싶은 드라마인데, 사랑은 드닷없이 온다는 이야기... 그래서 신비하지만 그 안에 이상한 운명같은 것이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

-드라마 속 명대사-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여자에게 매력 못 느끼는 법이야
일이 힘들다고 해서 남자에게 먹여 살려달라고 하다니..
결혼으로 도망치면, 재미없지
그리고 결혼해도 마찬가지야 후회하는 녀석은
어떤 답을 고를지라도
결국 후회하기 마련이야


정말로 광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구나 라고..
만드는 것에 대한 마음만은
순수하구나 라고 느껴져서..조금 부러웠어요


8년 동안의 추억은 몇 년이 지나야 없어지는 걸까요?
순식간이야
잊고싶지 않아도 추억은 점점 없어져
그러니깐 기억하고 있는 동안 소중히 간직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야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야

30살 생일이 온 뒤에는 더 이상 사랑하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사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진심으로.. 괴로워질 정도로
괴로워질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도..행복했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해

가장 사랑할 때 더나고 싶은 유혹도 가장 큰 법이다. 그것은 자기만의 추억을 가지고 싶은 유혹과 욕심에 다름 아니다.

Tip :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글을 쓴 것이 2005년 1월...그러니까 1년 반이 훨씬 지나버렸다.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이 드마라를 각색한 드라마가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배우 유준상이 나오길래 무언가 해서 봤더니 첫회에서 바로 이 드라마글 배낀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드라마 끝 스크롤에 원작 표시가 되어 있길래 보니 리메이크였는데..후카츠 에리의 생활연기를 김민선이 따라가기엔 아주 많이 역부족...아무튼 매회 시청률에 연연하는 우리 드라마의 현실이 안타깝다.


by kinolife 2006. 7. 12. 23:12

저자: 오자와 마리(小沢真理 ,Ozawa Mari )
출판사: 서울문화사
총권: 1~16권 완결
1998. 01 1쇄 발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역시 너무나 개인적이고 변화 무쌍해서 무엇=유일한 것으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는 명제 인 것 같다. 처음 회사에서 회사내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치 세상의 모든 만화책을 가진 듯한 황홀경에 빠지고 그저 이거 다 볼 수 있구나~ 그러고 구경만 한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읽게 된 만화책이 어느 미혼모의 건강한 생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앙증맞은 그림이 편안함을 전해 주는 이 만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욕심이나 과장이 없이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을 보여주는 부담없는 드라마 트루기이다. 뭐라 할만한 특별한 주제나 이야깃 거리가 있는 것도 어떤 놀랄한 만한 쇼킹한 비밀 따위도 없이 그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게 하는 이 소박한 책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여자이면서 엄마가 될 사람이기 때문일까..아니 궂이 이야기를 덧댈 필요 없이 그저 쉽고 편한 이야기에 끌려서 일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수우는 나이 스물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새출발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낳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다. 말 그대로 뱃속의 아이와 함께 혼자 남아버린 젊은 여자에게 남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나 추억이란 것이 그 상태의 여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만화는 이 여자의 용기에 모든 이야기를 걸어버린다. 그리고 주인공 수우는 혼자서 자신의 사랑의 결실을 확인하게 위해 전혀 망설임이나 주저없이 자신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를 아기를 선택한다. 너무나 귀여운 아이 노조미는 그런 엄마의 용기와 고통에 의해 태어났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될 성장을 시작한다. 이렇게 만화 [새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야기의 주제를 초반에 박아두고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 속의 노조미 같은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일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비록 만화 속에서 픽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지만 노조미 같은 아이는 모든 엄마의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의 아이가 최고의 희망이겠지만 만화 속 수우에게는 위로나 친구 이상의 버팀목이 바로 자신의 딸 노조미 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만화의 주된 이야기는 혼자 남은 수우가 딸 노조미를 키우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된 줄거리로 삼으면서 이야기 중간 중간에 노조미의 성장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새로운 육아일기로서의 만화의 미덕을 보여주는데, 상당 부분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스물이 되기도 전에 엄마가 되어 버린 아이같은 여자에게 자신의 아이는 인생의 스승 이상의 의미 이겠지만, 아주 많은 부분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삶을 배우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어가니, 아이의 힘이란 과연 신비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만화는 단순이 미혼모와 아이가 나오는 귀여운 만화쯤으로 치부하기엔 좀 부족하다 싶은데, 그런 아쉬운 평가를 기어이 뒤집는 것은 수우와 노조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과 그드란의 관계을 그리는 데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인다는 데 있다. 이들 등장인물 역시도 특별한 과장이 없이 각각의 일상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쳐 만화보기의 즐거움을 주는데 마치 우리 일상 생활에서 없어도 될 듯 하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같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런 소소한 재미는 과장이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그려진다는 것...이런 편안한 이야기 구조는 특별한 임펙트 없이도 내내 작은 미소를 띄면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된다.

수우가 노조미를 키우면서 겪는 일, 노조미와 친 할아버지의 관계, 예전 남편의 가정교사와의 사랑, 이들을 보는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관계....로 연결되는 가족들과, 수우의 직장 동료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노조미가 자라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관계들이 실제로의 관계 구성을 그리면 모두 이어 그린다면 무척이나 복잡해 보이지만, 매권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해져서 띄엄띄엄 봐오던 가족들이나 친척들을 어쩌다 보는 것과 같이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권수를 더 할 수록 자연스럽게 이들의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더더욱 편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나 각자의 마음을 보게 될 때는 마치 그들의 일기장이나 고백서를 보는 것 같아 별 내용이 없는데로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의 숨어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힘든일이 있고, 그 힘든일이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도 하고 또 때론 운명까지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람은 살아남아 자신의 그릇만큼 꾸리고, 배풀고, 쌓아간다는 인생의 절대적인 법칙이나 논리를 그대로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말 그대로 소박하다. 누군가가 죽어서 나쁜 운명이 휩싸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죽이는 것도 아니며 피를 흘리거나 힘을 키워야 하는 것들과도 다르며, 이상한 짓거리를 헤대는 캐릭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대도 재미가 있어서 좋다. 삶이 지지부진하듯..이런 지지부진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서 쉬었다 보아도 이야기는 연결이 되고,,다음권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도 없고 빨리 다음권을 보고싶다는 열망도 없이 부담없이 넘어가버린 책장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홀가분하다. 우리 같이 어쩌다 시간이 나서 만화책을 찾게 되는 날엔 더더욱 좋은 책이다. 사족으로 세상에서 사장 아름다운 음악은....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역시 스스로가 행복할 때 듣는 음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 만화 속 좋은 글 -

역시 난 태어나길 잘했다.
죽도록 서로 사랑했던 엄마와 아빠가 연주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기에.....
분명 내 생명은 생겨났다.

엄마, 엄마
왜 모든 동화책엔 공주님이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장면에서 끝나버려?

그건 말야~
인생에서 결혼식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

때때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린 적이 있어요.
누군가가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누가 꼭 날 부른 느낌이 들어서
난 뒤를 돌아바 봐요
하지만 아무도 없고
모두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만 가요.
거기 있는 건 단지
투명하고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나뭇잎
아아, 당신이었군요


네 살때 나는
무척 씩씩하고 말괄량이어서

"지금까지"는 전부 "어제"고
"지금부터"는 전부 "내일"로
언제나 "오늘"밖에 머리 속엔 없었다.

"꿈 같은 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그건 절대 지금이 아니다."
by kinolife 2006. 7. 12. 22:38

취화선에 나오는 그림... 영화가 화가의 일생을 다루다 보니 장승업의 그림들이 장승업과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이다.영화를 본지 오래 되었거니와, 영화 속의 그림이 희미해 질 때 갑자기 오래된 엽서 속의 수묵화가 생각이 나서 영화 <취화선>의 홈페이지를 열어본다. 영화가 개봉된지도 오래 되었는데 여전히 홈페이지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갑다. 개봉 당시에도 상당히 잘 만든 홈페이지였다는 생각을 했는데, 단순한 홍보의 수단이 아니라 영화의 발자취로서 홈페이지가 항상 건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태지만 자연인이 다른 자연인인 화가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시점으로 그림들을 다시 열여다 본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림이 다 그만의 색깔을 담고 있겠지만, 기존에 수묵화 하면 보이던 매화나 십장도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닭이나 개 곤충들과 몇몇의 인물화들은 그의 그림에 대한 생각이 자연의 일부를 종이에 담는 것이 아니었나  혼자 생각해 본다.

취화선의 홈페이지에는 그의 그림에 대한 안내도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영화를 그림을 통해서 다시 기억하기 좋게 해 두었다. 혹시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홈페이지에 수록된 그림에 대한 팁을 달아 두었다. 개인적으로 난 메인에 올려둔 이 그림이 가장 좋으다. 홈페이지의 해설에는 "곽선비 방에 걸려 있던 그림 불과 몇 획으로 파초의 느낌을 생생하게 잡아 낸 승업의 붓놀림을 곽선비가 부러워 하는 그림"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 여렴풋이 영화 속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아래에 달아놓은 그림들도 영화를 기억하면서 다시 봐도 좋을 듯 싶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림을 보고 영화가 보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최민식의 연기만으로도 두 시간이 그러게 아깝지는 않은 영화다. 장승업의 그림은 물론이고...
첫사랑 소운에 대한 열정을 담아 그린 소운의 초상화

첫신에 등장한 그림으로 어느 양반집에서 술을 마시며 그린 그림과 계곡에서 술을 마시며 시화를 즐기는 장면에 승업이 그린 그림으로 칡가지를 뭇으로 채색은 간장과 김치로 그렸다.

장승업이 유랑길 중에 자연을 벗삼아 잠자리를 그린 그림

수령의 생일잔치에서 승업과 승업의 스승인 유숙 등 쟁쟁한 화가들이 함께 그림 합동그림

폐가가 된 김병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 승업이 남아있던 산수화에 채색을 한다

유숙선생에게 다시 그려 보내준 귀거래도

변원급의 집에서 장승업이 그린 그림

죽음을 앞둔 소운을 위해 승업이 그린 그림과 이응헌이 한번도 남에게 보이지 않았던 그림을 승업이 한번 훔쳐보고 그린 명나라 진가훈 그림의 모사본

김병문의 서당에서 장승업에게 처음 칭찬한 그림

영화 속 장승업의 전성기 때 그림 중 하나와 유숙의 소개로 최역관이 승업에게 부탁한 부채그림

화가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갈등한 끝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동한 그림을 완성해 낸다. 처음 낙관을 찍어 개똥에게 건내는 그림과 매향과 처음 만날 때 매향의 속치마에 그려준 매화
도자기에 그려넣은 승업의 마지막 그림

장승업이 소운을 닮은 기생을 만나기 위해 기방에 그려준 그림

장승업이 이별을 앞두고 천으로 그려준 그림






by kinolife 2006. 7. 12.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