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4분
감 독 : 김현석
각 본 : 김현석
촬 영 : 최진웅
출 연 : 임창정, 엄지원, 박철민, 이대연, 백일섭
양희경, 이건주, 김희원, 윤찬식
음 악 : 이병훈
광주 출신의 괴물 투수 선동열에 관한 야구 영화...평상시에 야구에 미쳐서 산다고 하는 감독 김현석의 또 다른 야구영화다. 이로서 그가 야구와 기타 이야기를 엮은 작품으로 3번째가 되는 건가....솔직히 대박이나 흥행영화라고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일관되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감독의 고집이 그져 부럽게 느껴진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게 괴물 투수를 영입하기 위한 대학 야구부의 스카우터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점을 광주 항쟁이 일어나기 10일 전으로 해서 정치적으로 풀어 낸 감독의 재기 발랄함에 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
다. 그저 웃기거나 단순한 야구 영화가 아니라..정치가 우리 삶과 따로 있는것이 아니듯이 야구도 우리 삶 안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이 뜬금 없는 두 이야기가 엮인 영화가 그저 생경하게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았다.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의 5.18에 대한 직설화법 보다는 일상 속에 5.18의 피페함을 그려낸 이 영화가 더 깊게 머리에 남을 것 같다. 여기엔 두 명의 실제 인물이 영화에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영화의 주 이야기거리가 된 괴물 고교 투수 선동열과..5.18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이름 전두환이 바로 그들이다.
광주에서 벌어지는 이 짧은 이야기에는 정치와는 상관 없었던 광주 사람들과 역시 더더욱 상관이 없었던 야구선수들...그리고 이들에게 그 상관없는 삶에 피를 흘리게 만든 대구의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주 지능적으로 버무려져 있다.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뭐가 멋있어요?"라고 말하는 실제 대구 아가씨 엄지원...아니 "남자(연애상대)로서가 아니라..남자(정치인, 군인)으로서 말이지"라고 말하는 대구와 광주 밖의 남자 임창정..영화는 80년을 지나오면서 지역색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한국사를 유쾌하게 비틀어 준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영화의 설정은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선동열 역은 순돌이로 알려진 이건주가 맡았는데, 나오는 분량은 작았지만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 속에 아주 잘 녹아 있다. 선동열의 가족...이건주, 백일섭, 양희경 모두...영화는 자연스러운 캐스팅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어 사진을 비교해봐도..음 이미지가 비슷한거 같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을 모델로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특히 그걸 연기로 한다는 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인데..소재로 쓰였기에 그 부담감 없이 영화가 진행 될 수 있었나 보다.
2000년대를 살아가지만, 호남과 경남의 정서적인 괴리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풀어 낼 수 없는건 역시 5.18과 전두환이 가로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역사적인 결과를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야구 영화에도 광주일고의 선동열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광주,,,5.18,,,전두환이라는 실제 인물이 오버랩이 되고..현대사가 묶이게 되고 픽션으로 그려져도 아픔이 남는 건 그런 부분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입에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픽션이라고 못 박는 감독의 강조 역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바로 그런 면이다.
아픈 역사와 야구 신동..그 사이에 연애 이야기까지 엮은 영화 속에서 사랑을 하는 두 남녀..그리고 그들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개인의 역사적인 위치까지 영화는 복잡한 여러 이야기를 아주 잘 버무려낸다. 역시 사랑을 감내하기에는 버거운 당시의 역사가 더 깊게 영화 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안의 주인공들의 눈물과 이별.."미안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사람들과 영화 속의 총성처럼..선동열을 놓친 스카우트 처럼...아쉬움 투성이의 역사를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이 아프고 광주라는 역사가 부끄럽고 삶이 한없이 허전해 지는 건 그런 역사를 거쳐온 모든 이들의 작은 양심이 쿰틀거리기 때문일테다. 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얄팍하게 그린것 처럼 보여도 지능적으로 그려낸 감독의 소양과 끊임 없는 관심도 좋다. 영화의 한 중간..역사의 일면에 서 있었던 선동열과 이종범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왜 이리 궁금한지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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