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정우
출판사: 문학동네
2011.05 초판
가격: 13.800원
하정우가 연기를 잘 한다는 걸 알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림도 잘 그리는 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금 호기심이 생기기도 해서 올해 초에 있었던 삐에로 전시회를 찾아 먼 인사동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물론 마지막날이었고, 현수막에 내가 간날까지였지만, 문제는 그 전시회는 하지 않았고..그걸 알려주어야 할 데스크의 여직원은 정말 안하무인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궁금했지만, 그의 전시회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고 있고 있었는데, 올해 도서전시회에서 문학동네 부스에서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아직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역시 그의 그림은 독특하다. 꽤 운도 좋고 괜찮은 남자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다. 더운 여름날, 책장은 잘 넘어갔고, 그의 그림은 호기심 이상의 궁즘증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영화 중엔 안 본건 <두번 쨰 사랑>..이 작품도 좀 찾아서 보아야 겠다. 그의 이름과 겹쳐지지만, 그의 최고작은 <황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필도 바껴지길 바라면서....기분 좋게 책장을 덮었다.
- 책 속의 글 -
"무엇보다 내게 배우와 화가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이다. 배우가 쌀로 밥을 짓는 일이라면 화가는 그 찌거기로 술을 담그는 일 같다고 설명하면 어떨까. 같은 재료로 만드
는 것이지만 그 방법에 따라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나온다. 운동선수처럼 독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밥과 같은 연기가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몸과 마음에는 잔여물이 생긴다.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술과 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연기에 정진하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게 연기란 넘치는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롤 하는 일이다. 연기란 감정의 몰입이 아니라 감정의 배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어느 감정에 몰두하는 것보다 그 감정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재현하는 것, 그것은 엄격한 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배우는 지금의 감정 상태와 무관하게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상황에 충실한감정을 표현해내야만 한다. 그래서 배우는 '감정 노동자'이다. 얼굴에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도 점점 근육이 생긴다."
"사실 '연기력'이라는 말은 우스운 단어 중 하나다. 이 말을 할 때 '연기력'을 '기술'의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력이란 기술이나 재능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어떤 상황과 관계를 얼마나 잘 통찰해내고, 얼마나 충실하게 움직이느냐에 연기의 사실성이 달려 있다. 내가 알고 움직이는 것과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이는 것을 관객들은 구별해낸다. 못하는 것은 아닌데 웬지 모르게 설득력이 부족한 연기, 관객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연기는 바로 이런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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