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White Jungle
개봉 : 2011.12.01
2011년, 82분, 한국
감 독 : 송윤희
나레이션 : 송윤희
근래 경남 도자시이신 홍준표 옹의 옹고집이 연일 기사화 되고 있는데, 이런 정치인들을 보면, TV나 뉴스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무슨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나사 빠진 짓을 즐겁게 할 수 있으려나 생각을 하게 된다. 공공의료는 사람의 목숨에 걸린 일이고 적자나 강성노조 같은 눈에 띄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처단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즈음 보게 된 본 영화 <하얀 정글>을 꼭 홍준표 지사에게 보여주고 싶다. 뭐 본다고 그 기본 철학이 바뀌겠냐 만은...
국가는 이른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보자. 단, 보통의 기업은 수익에 천착하지만, 국가는 수익보다는 수혜 대상자들의 서비스 질이 수익보다는 우선한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의 가장 큰 근본은 공존이고, 그걸 위해 치러지는 희생에 대해서도 역시 공론에 의해 토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도지사나 대통령은 그것을 독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것이 협의되도록 이끌어가는 관제탑이다. 그런데 그 최고 수신자가 자의적으로 발신 신호를 보내니..아랫사람들, 더 나아가서 그 신호는 받는 이들은 괴롭다. 자신의 돈으로 마치 지역민을 구제하는 것처럼 오인하는 지도자들의 오판도 큰 문제다. 정치는 가장 아래에서부터라는 구호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랫사람들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만, 하는게 정치인 것 같다.
영화는 이런 현실에 비추어서 가장 낮고 우울하고 서글픈 현장을 비추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의 남편이 사회 복지사 일을 하면서 그가 겪은 일을 한마디호 표현한.."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으면 그냥 죽는구나!!"라는 자조 섞인 자괴감은 이 영화의 출발점이자.. 주된 핵심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난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고, 직장 보험이 있고, 다른 보험들도 들어놓았으니 안심?
글쎄다. 그건 일반적으로 그 사회적인 보장 테두리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고 안심이 되는 보장장치이며, 그 테두리 밖의 병에 걸리거나 그 안에서 미쳐 보호되지 못하는 꽤 다수의 사람은 정말..자신의 운명을 원망하며, 자신의 무능을 스스로 힐난하며 외롭게 죽어가야 할 뿐이다.
우리 나라가 이른바, 잘 사는 아시아의 용이 될수 있을지는 몰라도 저 북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직장을 잃어도, 아파도 내가 죽겠구나! 라는 기겁할 만한 상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사회기제가 아닌 이상..그냥 정글일 뿐이다. 화려한 옷으로 잘 꾸며진 정글의 포식자..혹은 희생자 그 둘 중 하나를 선택 강요 받는다. 그곳에서 공존은 무가치하고,다른 생각은 무의미하다. 영화는 병원에 관한 이야기 이기에 이 곳을 의사나 약사들의 하얀 가운에 의미를 두고 하얀 정글이라고 제목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살지만, 인정머리는 없고, 부유하지만 이기적이어야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기제..그리고 그 터널은 점점 좁아지고...많은 사람들은 그 터널 밖에서 신음할 뿐이다. 그 터널 통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고 자조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그러나, 그런 시스템 안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일, 인간에게 처해지는 고통을 제거하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조금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경제개발이나 수익율 같은 경제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밟고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 정도 사는 우리나라에서 재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되는 이슈이다.
두 아이를 키울 때 예방 접종을 보면, 필수가 있고 선택이 있다. 예방접종이 무엇인가. 그 병에 대처할 예방책인데..돈 있는 사람은 예방하고 돈 없는 사람은 병 걸려서 버티라는 것인지.. 병을 예방하는데 돈으로 그 지점을 갈라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수준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첫 아이가 그래서 폐구균을 예방하는데 든 예방 접종비가 총 4회, 40만원 이었는데... "그때 남편은 와 주사 한방이 비싸네..CD가 열장인데..." 그래도 안 아픈게 낳잖아..시디는 안 사도 되지만, 아플 수 있는 걸 미리 막는데 쓰는건데..다른 욕망을 참아야지..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갖는 이런 마음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인 것이고 그 과정 안에 행복의 인자를 얼마나 많이 주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면, 그 첫발은 더 좋은 행복의 인자를 심는 것이 아니라, 불행할 수도 있는 인자를 제거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를 보다보면, "하는 일도 없이 나이만 먹어, 나라한테 약 타 먹는게 미안해!!~"라며 대뇌이는 할머니를 보면서, 왜 이런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아래에서만 넘쳐나는가..그 출발과 대척지점의 위치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 국민은 세금 낼 여력도 없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잘 보살펴 줄 수 있어야겠다... 미안함 마음 없이 행복하도록....해야겠다. 그런 의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때, 그것이 우리사회를 정글이 아닌, 적어도 목장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은 천천히...조금 덜 발전하더라도, 함께...
이런 것들이 구호가 되지 않고..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정글의 룰이 힘을 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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