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케이지 The Birdcage

감독 :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주연 : 로빈 윌리암스 Robin Williams
        진 해크만 Gene Hackman
        나단 레인 Nathan Lane
음악 : 마크 머더스부르흐 Mark Mothersbaugh
        조나단 튜닉 Jonathan Tunick 외
1996년 Edel America Records 국내 발매

한동안 색다른 애정을 가지고 들러 보았던 '영화 속의 클럽', 그 마지막으로 들릴 곳은 이제까지 들렸던 곳과는 또 다른 조금은 독특한 곳입니다. 그건 그 동안 찾아가보았던 그 곳의 화려한 불빛, 댄서, 술과 함께 '게이가족'이라는 또 다른 단어가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의 클럽, 그 중에서도 '게이바', 혹은 '게이클럽'이라는 곳을 영화 속에서 한번 찾아보도록 하죠. 오늘의 클럽, 호스트들은 로빈 윌리암스와 나단 레인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플입니다. 이 게이커플이 운영하는 게이바를 찾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영화 <버드케이지> 속의 클럽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영화 <버드케이지>의 제목 '버드케이지'는 로빈 윌리암스가 운영하고 나단 레인이 춤추는 게이바의 이름입니다. '버드케이지'라는 단어가 '새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약간의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게이바'라는 공간이 일부 특수한 부류의 사람들(게이)의 공간이라고 전제한다면,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 일반의 사람들과는 다른 형태를 띄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리된 계층이라면 스스로 문을 부수거나 타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서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생각이 미치면 말입니다. '새장'과 '게이바'의 그 적절한 매치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더군다나 겉으로 공개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새장'이라는 함의와 우리들이 흔히 느끼고 있는 '게이'들의 정서와 잘 매치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화려한 조명과 환호 소리 속에서 독특한 의상의 댄서들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장면에서 영화를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 끼리는 즐거운 이 공간에 한명이 등장하면서 무언가 모를 균형이 꺠어지지요. 아들의 결혼, 그리고 사돈이 될 사람은 보수주의적인 성향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단란한 게이 패밀리에 혼동이 일게 합니다. 남자 엄마를 소개해야 하는지… 20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 엄마를 급조(?)해야 하는지 어린 아들과 게이 부부는 보이지 않는 실랑이와 의견차이로 인해 일대 소동이 벌어지지요. 약간을 편법을 동원, 남자 엄마는 삼촌으로 둔갑하고, 게이 취향의 화려한 집안 분위기는 그리스 문화대사관 집처럼 품위있고 적막하기까지 한 공간으로 둔갑합니다. 그리고 클럽 '버드케이지'의 쇼는 이 사건 때문에 잠시 휴지기에 들어가지요.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던가요?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게이 엄마는 고지식한 사돈에게도 고상하게(?) 어필하고 이들이 한 가족이 되는데 문제될 건 없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합니다.

아주 특이한 클럽, 그리고 그 클럽보다 더 특이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이 패밀리'의 새로운 둥지 찾기는 이렇게 소란스럽고도 번잡하지만,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틀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우리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대한 반문을 던지는 듯 당당하고 유쾌해 보입니다. 우린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하고 밤새 이상해 보일수도 있는 춤을 추고 노래하지만 그것이 뭐 어떠냐고 말이죠. 그리고 사실 로빈 윌리암스와 나단 레인은 그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커플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더군다나 클럽 '버드케이지'는 장사도 잘되니 이들에게 걱정꺼리는 없었지요. 아들이 결혼 소식을 들고 오기 전에는 말이죠. 하지만 이 소식도 사돈을 위기에서 구하는 변장 헤프닝으로 잘 마무리되죠.

이렇게 위기에 처한 사돈을 구해 내던 클럽 뉴저지의 어느 게이바 '버드케이지'는 그들만의 공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들만의 기쁨을 선사하며 운영되고 있겠지요. 그리고 이 영화 속의 클럽에서 들어볼 수 있는 노래는 - The Goldman Girls가 불러주는 노래 "We Are Family" 입니다. 영화 초입 '버드케이지'를 소개할 때와 마지막에 사돈과 버드케이지의 호스트들, 그리고 그들의 아들 부부가 기자들을 피해 유유히 버드케이지를 떠날 때 보여주는 쇼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였지요. 노래 제목도 이들의 영화 속 이야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니, 그들은 가족이라는 말 말이죠. 독특한 클럽의 경험을 기억하게 하는 3분 52초가 되시길 빕니다.

-수록곡 리스트-

1. We Are Family - The Goldman Girls
2. William Tell Overture
3. She Works Hard For The Money - Donna Summer
4. Can That Boy Fox Trot - Nathan Lane
5. Mi Gaujira - Cachao
6. Little Dream - Nathan Lane
7. No Pain For Cakes - The Lounge Lizards
8. Love Is In The Air - Christine Baranski/ Robin Williams
9.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 Hank Azaria/Gene Hackman/Nathan ane/Dianne Wiest/Robin Williams)
10. We Are Family (Reprise) - The Goldman Girls
11. Family Salsa
12. Conga - Gloria Estefan & Miami Sound Machine
by kinolife 2006. 10. 6. 23:21
쇼걸 Showgirls

감독 : 폴 버호벤 Paul Verhoeven  
주연 : 엘리자베스 버클리 Elizabeth Berkley
        카일 멕라클렌 Kyle MacLachlan
        지나 거손 Gina Gershon
음악 : 데이비드 스튜어트 David A. Stewart
1996년 국내 발매

한동안 아주 길게 쉬었다가 다시 '영화 속의 클럽'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혹시 그 동안 들리던 그 곳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면 다시 한번 그 흔들리는 사이키의 불빛을 다시 기억해 보도록 하지요. <폴 몬티> 속의 여성 나이트바, <스트립티즈> 속의 스트립쇼, <플래쉬 댄스> 속의 역동적인 댄스, <펄프 픽션> 속의 타란티노식 코믹 댄스에 이어 오늘은 폴 버호벤이 만들어낸 가공할 만한 춤의 세계로, 영화 <쇼걸> 속의 댄스홀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화려한 쇼무대에서 춤을 추는 최고의 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라스베가스로 향한 노미 멀론(엘리자베스 버클리)이라는 한 아가씨의 라스베가스 체험기쯤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이 좋은 이 아가씨는 의외의 장소에서 자신을 쇼걸로 만들어 줄 크리스탈(지나 거손)과 한 남자, 잭(카일 멕라클렌)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넘치는 노력과 아주 중대한 불법행위를 거쳐 그녀가 그토록 꿈꾸는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라스베가스 최고의 스타, 헐리우드의 스타보다 더한 화려함과 명성이 함께 하는 그 곳에 선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 이전에 위력적인 한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 줍니다. 진정한 화려함의 승리(?) 라고 할까요? 아님 수단을 가리지 않고 조금 비겁하고 얹은 너무 큰 영광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크리스탈을 뒤로 제치고 화려한 무대에 선 노미, 하지만 그녀가 정말 꿈꾸던 것은 사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지요. 바로 그곳, 그 꼭대기가 전해주는 의미란 곧 내려갈테니 준비를 해야한다는 조급함이 항상 존재하는 외로운 자리였음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이 간단한 이야기를 상당히 쇼킹한 장면들로 채워 많은 영화적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라스베가스, 그 화려한 곳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옷, 사람들, 차 그리고 번쩍이는 네온 간판들은 이 곳에서는 시간이 정지되어 반복되어 간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바로 그 곳은 '그 곳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그 곳 자체'가 더 의미 있는 곳임을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노미도 아마 그걸 알게 된 거겠지요.

폴 버호벤이 보여주는 화려한 영화장면은 그만의 화려한 공간임에는 확실하죠. 적어도 눈이 휘둥그래졌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때까지 보여주었던 그의 영화속의 놀라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전의 영화와 비교했을 때 허전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 곳이 라스베가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스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노미를 역을 맡았던 엘리자베스의 모습도 모습이었지만, 사실, 크리스탈 역을 맡았던 지나 거손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지나 거손은 여러분들이 보았던 영화 <바운드>에서 중성미 가득한 매력을 보여준 그 배우이기도 했지요.)

크고 화려한 무대, 밝고 번쩍이는 볼거리, 라스베가스의 밤은 깊어가고 오늘도 그 곳의 환락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겠지요. 화려한 댄스곡으로 포진한 사운드트랙에서 시원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곡을 찾아 그 곳의 환락을 연상해보고자 합니다. 사운드트랙에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인기 있었던 몇몇의 가수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중성미 넘치는 여성보컬의 힘이 느껴지는 노래, 사운드트랙 7번에 위치한 노 다웃(No Doubt)의 "You Can Do It"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려한 그 곳에 있었던 앙칼진 요정 노미를 생각하면서 그 곳을 떠올려 보는 4분 14초가 되었음 합니다.  

-수록곡-

1. Animal - Prich
2. I'm Afraid Of Americans - David Bowie
3. Kissing The Sun - The Young Gods
4. New Skin - Siouxie G The Banshees
5. Wasted Time - My Life With Thrill Hill Hult
6. Emergency's About To End - Possum Dixon
7. You Can Do It - No Doubt
8. Purely Sexuel - Xavier
9. Hollywood Babylon - Killing Joke
10. Beast Inside - Freahs fo Desire
11. Helen's Face - Scylla
12. Somebody New - My Life with the Thrill Kill Kultl
13. Goodness - David A. Stewart
14. Walk Into the Wind - Anderw Carver
by kinolife 2006. 10. 6. 23:20

펄프픽션 Pulp Fiction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주연 : 브루스 윌리스 Bruce Willis
        존 트라볼타 John Travolta
        우마 써먼 Uma Thurman
         사무엘 L 잭슨 Samuel L. Jackson
음악 :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1994년 MCA Records 국내발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영화음악계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담은 사운드트랙 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담긴 컴플레이션 음반들이 많이 발매되어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그 수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했었는데요. 그런 컴플레이션 음반들의 앨범 중에 눈에 띄는 이름 하나를 찾을 수 있는데, 그는 영화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였습니다. 그는 90년대 미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영화음악에서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영화의 음악을 자신의 색깔대로 짜집기 하는 독특한 사람이기도 했었습니다. 그건 바로 사운드트랙에서 자신의 애창곡들을 들려주고 그 사이 사이에 영화 속 배우들의 대사들을 삽입하는 형식이었지요.

'깐느 입성'이라는 화두와 함께 우리에게 소개된 영화 <펄프 픽션>의 음악 역시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독특한 사운드트랙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는 네 번째 시간에는 그의 영화공간 속의 클럽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음악과 함께 찾아가 볼 영화의 장면은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라 설명을 한다거나 소개를 한다는 것이 무색하기까지 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존 트라볼타(빈센트)와 우마 써만(미아)이 그들만의 색깔이 담긴 디스코를 추는 장면인데요. 마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커다란 구조물이 완벽한 미국색을 자랑하는 이 클럽은 이들의 춤으로 인해 더 색다른 영화속 공간으로 탈바꿈 합니다.

자! 손가락을 벌리고 얼굴 가까이에 댑니다. 머리를 흔들어 대는 이들의 춤사위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은 바로 척 배리(Chuck Berry)의 곡이었지요.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에 자신이 좋아해 왔던 가수의 노래를 담는 게 무척 행복하다"고 피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이듯, 자신의 영화 속의 음악 역시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 여러모로 타란티노 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영화 속의 음악들은 또 다른 그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물론 이 영화 속의 클럽 역시도 마약과 술,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관계가 어우러진 진정한 환락의 공간이었던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란티노의 색깔 때문인지 이 공간은 타락을 연상하기 이전에 새로운, 아니 잊혀졌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하게 한 공간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코믹하게 느껴져 더욱 잊혀지지 않게 하지요.

<토요일 밤의 열기>이후로 다시 춤으로 제기한 존 트라볼타의 몸은 예전과 다르지만 춤은 예전과 비교해 전혀 빠질게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건 아마 타란티노에게 있어 기억에 남았던 음악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전의 스타를 현재의 스타로 다시 가공하는 그의 힘을 느끼게 했었지요.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거 이야기 했더니 남들도 좋아하더라고....'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거지요.

검은 바지, 흰 셔츠의 우마 써먼과 진한 슈트 한 벌의 존 트라볼타가 보여주는 댄스의 현장으로 다시 가서 '타란티노식 환락'을 경험하는 독특한 3분 11초가 되시길 빕니다. 아! 사운드 트렉 에서는 넘버 9번에 자리잡고 있는 곡이군요.  

-수록곡 리스트-
1. Pumpkin And Honey Bunny - (dialogue) / Miserlou - Dick Dale & His Deltones
2. Royale With Cheese - (dialogue)
3. Jungle Boogie - Kool & The Gang
4. Let's Stay Together - Al Green
5. Bustin' Surfboards - The Tornadoes
6. Lonesome Town - Ricky Nelson
7. Son Of A Preacher Man - Dusty Springfield
8. Zed's Dead, Baby - (dialogue) / Bullwinkle Part II - The Centurians
9. Jack Rabbit Slim's Twist Contest - (dialogue) / You Never Can Tell - Chuck Berry
10. Girl, You'll Be A Woman Soon - Urge Overkill
11. If Love Is A Red Dress (Hang Me In Rags) - Maria McKee
12. Bring Out The Gimp - (dialogue) / Comanche - The Revels
13. Flowers On The Wall - The Statler Brothers
14. Personality Goes A Long Way - (dialogue)
15. Surf Rider - The Lively Ones
16. Ezekiel 25:17 - (dialogue)

by kinolife 2006. 10. 6. 23:18

플래쉬 댄스 Flash Dance

감독: 에드리안 라인 Adrian Lyne
주연 : 제니퍼 빌즈 Jennifer Beals
        마이클 누리 Michael Nouri
음악 : 데니스 멧코스키 Dennis Matkosky
        조르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
        마이클 샘벨로 Michael Sembello

1992년 3월 11일 Hanyang Records(한양 레코드) 국내 발매  

80년대 영화계를 설명할 수 있는 몇명의 이름들 중에서 제니퍼 빌즈를 빼 놓는다면 조금은 서운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단 한편의 영화로 화려하게, 아니 조금은 시끄럽게 영화계를 노크한 이 여배우는 80년대가 지나가면서 이제 뭘 하면서 지내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지내왔으니까요. 즉 80년대는 그녀의 데뷔와 전성기 그리고 그 끝까지 같이 있었으니까요.

바로 그 영화 제니퍼 빌즈를 스타로 만들어 주었던 영화 <플래쉬 댄스>가 이번 주 '영화속의 클럽'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칙, 칙.... 철공소에서 철을 다루는 한 여성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인 텅빈 건물에서는 그녀가 철공소에서와는 조금은 다른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춤을 추면서 흘리는 땀, 아주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의 춤은 너무나 건강해 보여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요.  땀방울, 거친 숨소리 등은 그녀의 삶의 더욱 활기차게 보이게 하는 것들이구요. 아마 진정한 열정이란 이렇게 자신의 삶에 애정이 넘칠때 정말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진짜 열중하는 모습 말이죠.

어느새 십 여년이 지나서 그녀의 춤을 다시 생각해 보면 요즘 유행하는 춤들과 어떻게 다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요즘 젊은이들에세 있으서 춤이란 곧 생활인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죠. 방안에서 하는 DDR까지 생각한다면, 춤의 인기는 문화의 작은 혁명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도 요즘 사람들도 그렇게 춤이란 참 매력적인 것인가 봅니다. 아니,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데 내용은 다르더라도 스스로 춤에 심취한 사람들이야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니퍼 빌즈의 이름과 함께 이야기되는 영화 <플래쉬 댄스>는 '댄스 영화'라는 성격상,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도 그 이름이 헛되지 않는 많은 춤곡들이 사운드트랙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더군다나 말 그대로 80년대의 향수를 만끽하게 하는 곡들이 말이죠. 아이린 카라(Irene Cara), 킴 칸스(Kim Carnes), 도나 써머 (Donna Summer)같은 여자 가수들은 80년대를 설명하는 가수들이니까요. 요즘 생각하면 참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볍지만 그들만의 매력이 녹아있던 그 시대를 기억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음악은 무척 좋습니다.

자 그럼 80년대의 향수가 묻어나는 '영화속의 클럽'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많은 노동자들이 피로를 푸는 곳으로 보이는 술집이 하나 보입니다. 그리고 아주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우리의 주인공이 보이고요. 그리고 이때 흘러나오는 곡이자 사운드트랙 11번에 위치하고 있는 "Maniac"이 오늘 감상하실 곡입니다. 건강한 젊은 날과 그래서 보기 좋은 춤이 있는 기분 좋은 4분 04초가 되시길 빕니다. 80년대로의 시간여행이라 생각해도 좋은 시간일것도 같습니다.

-수록곡 리스트-

1. Flashdance...What A Feeling - Irene Cara
2. He's A Dream - Shandi
3. Love Theme From Flashdance - Helen St. John
4. Romeo - Donna Summer
5. Lady, Lady, Lady - Joe Esposito
6. Maniac - Michael Sembello
7. Imagination - Laura Branigan
8. Manhunt - Karen Kamon
9. Seduce Me Tonight - Cycle V
10. I'll Be Here Where The Heart Is - Kim Carnes
11. Maniac - Michael Sembello
12. Falshdance:What A Feeling - Irene Cara
by kinolife 2006. 10. 6. 23:17
스트립티즈 Striptease

감독 : 앤드류 버그만 Andrew Bergman
주연 : 데미 무어 Demi Moore
        버트 레이놀즈 Burt Reynolds
음악 : 하워드 쇼어 Howard Shore    
1996년 Emd / Capitol 국내 발매

지난주 테마로 듣는 O.S.T에서는 스트립에 열중인 아저씨들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스트립으로 생활하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에 만난 아저씨들과 비슷하게 오늘 만나게 될 이 여성 역시 생존을 위해 옷을 벗게 됩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에린(데미 무어)입니다. 에린은 능력없고, 책임감마저 없는 남편을 만난 덕에 이혼 후에 자식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옷을 벗게 되지요. 참 운도 없는 여자입니다.

바로 영화 <스트립티즈>는 '꽤 괜찮은 여자인 에린이 불행과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스트립을 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이야기한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영화인데요. 일단 이야기가 간단한 만큼, 제목에서 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그림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느냐 하는 문제를 남겼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몸만들기를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약간의 성형수술까지 받았다는 데미 무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영화는 조금 비참할 정도로 '아닌' 영화였지요. 아마 그해 최악의 영화 1위에 당당히 랭크된 이력 또한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니까 말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데미 무어의 개인적인 취향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데미 무어가 "모든 여성은 스트립을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직접 자신의 몸을 매스컴에 노출시키는 과감한 개인적인 취향을 보여준 그녀의 실제 사생활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서의 그녀가 새로울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죠. 영화관의 스크린이라는 가상보다 신문 속의 데미 무어 이야기가 더 재미있으니 이를 어쩌나 싶습니다.

자, 그럼 영화 <스트립티즈> 속의 환락의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 다리가 무척 길고 가슴이 엄청 큰 여자들이 자신의 순서에 맞추어 춤을 추는군요. 그리고는 웃도리에서부터 차츰 옷을 벗어던집니다. 말그대로 스트립이군요. 그녀들의 다리에 돈을 끼워 주는 남성들은 전체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봐 주기 힘든 외모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남성을 표본화라도 하는 것처럼 좀 뚱뚱한 사람도 많구요.(아 뚱뚱한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스트립을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별 무리 없이 전개되는 영화 <스트립티즈>는 말그대로 '영상으로 보는 스트립바 탐험' 그 자체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는 너무 빤하고 더군다나 "난 스트립걸이 아니고 댄서야" 라고 말하는 지경에는 이 영화가 마치 코메디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옷을 벗어던지면서 지극히 진지해지려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생각보다 데미 무어의 몸에 관심인 남성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흥행이나 평가나 모두가 바닥을 헤메었던 영화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보여 줄게 없다는, 아니 볼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데미 무어의 엉성한 연기를 혹평하거나 버트 레이놀즈의 기이한 연기를 보면서 속된 말로 마음 편하게 씹을 수 있지요. 사실 그런 영화들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도 놓치기 싫은 하나의 미덕은 있습니다. 바로 사운드트랙이 그것인데요. 주로 여자 주인공의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춤곡 중에 꽤 괜찮은 음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른바 <스트립티즈>식의 짜집기 댄스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80년대를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한 몇몇의 가수들이 부르는 다 아는 노래들이 사운드트랙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죠. 블론디(Blondie), 빌리 오션(Billy Ocean), 빌리 아이돌(Billy Idol), 프린스(Prince), 유리스믹스(Eurythmics) 등이 그들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 중에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들이 들어 있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사실, 영화의 완성도에 비한다면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하워드 쇼어라는 이름이 더더욱 사운드트랙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합니다.

자! 엉터리 댄싱영화 속에 볼 수 있는 나른한 조명의 스트립바와 함께 데미 무어와 버트 레이놀즈의 기이한 만남을 기억하면서 한 곡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의 만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곡으로 사운드트랙 12번에 위치한 유리스믹스( Eurythmics)의 "Sweet Dreams"이 이번 주, 테마가 있는 O.S.T에서 만날 수 있는 곡입니다. 흔히 나이트 클럽이나 스트립바 장면에서 흔히 쓰이는 곡이기도 하며, 국내에 유리스믹스의 곡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 곡을 들으시면서 조금한 나른하면서도 즐거운 4분 53초가 되시길 빕니다.  

-수록곡 리스트-

1. Gimme Some Lovin' - Spencer Davis Group
2. Get Outta My Dreams, Get Into My Car - Billy Ocean
3. Tide Is High, The - Blondie
4. Expressway To Your Heart - Soul Survivors
5. Green Onions - Booker T & The MG's
6. Love Child (Halaila) - Laladin
7. I Live For You - Chynna Phillips
8.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 - Smokey Robinson & The Miracles
9. Mony Mony - Billy Idol
10. If I Was Your Girlfriend - Prince
11. I Hate Myself For Loving You - Joan Jett And The Blackhearts
12. SweetDreams (Are Made Of This) - Eurythmics
13. Return To Me - Dean Martin
by kinolife 2006. 10. 6. 23:15

테마로 듣는 영화음악, 지난 두달 동안 '영화 속의 가상 밴드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은 영화 속의 클럽으로 다시 찾아가 그 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귀를 쫑긋 세우세요. 아니 궂이 그러지 않으셔도 그곳에서의 음악은 다른 곳에서의 음악보다는 쉽게 들릴 것 같다는 짖궂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영화에 간간히 등장하는 클럽은 많은 우리의 스타들이 종종 들르는 곳이지요.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과 혹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때론 영화의 무대가 대기 위해서도 많이 등장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한 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이트 클럽에서 무용수의 댄스를 볼 수 있는 스테이지를 갖춘 스티립 바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의 클럽을 들여다보면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 어떤 일탈을 꿈꾸는지 알 수 있게 하지요.

우리가 실제 어쩌다 술에 취해 기분에 이끌려 가듯이 영화 속에서도 나이트 클럽은 많은 우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나이트클럽 종사자나 스트립댄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도 꽤 있어, 이 장소를 손님처럼 들르는 곳 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도 꽤 있답니다.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우연이나 단발성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나이트 클럽을 위시한 클럽들을 들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속의 나이트 클럽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들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자서 있는 방에서는 남몰래 음악에 몸을 맡겨 보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자! 그럼 영화 속의 환락, 그 속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볼까요?


Side A Track # 1 영화 <풀몬티> 中  "Hot Stuff"  

Side A Track # 2 영화 <스트립티즈> 中  "Sweet Dreams"  

Side A Track # 3 영화 <플래쉬 댄스> 中  "Maniac"  

Side B Track # 4 영화 <펄프 픽션> 中  "You Never Can Tell"  

Side B Track # 5 영화 <쇼걸> 中  "You Can Do It"  

Side B Track # 6 영화 <버드케이지> 中  "We are Family"  
by kinolife 2006. 8. 4. 04:21
질 주

감독 : 이상인
주연 : 남상아
        이민우
        김승현
        송남호
        김태욱
음악 : 박안나
1999년 8월  WEA 국내 발매

가요방, 비디오방, 나이트 클럽, 홍대앞이라는 말 앞에 뒤따르는 카페, 이런 곳들이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질주>를 생각한다면 그런 곳에 대한 생각이 틀린 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젊은이들이 동의한다면 말이죠.

영화 <질주>는 왕가위의 색깔이 느껴지는 빠른 도시의 모습에서 시작해서 비틀거리는 청춘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합니다. 각각 4명의 개성있는 청춘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르바이트에 피곤한 몸을 쉴 곳을 필요로 하는 상진이(이민우 분)와 언더밴드의 보컬을 하면서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는 바람(남상아 분), 진정한 오렌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린 영혼을 가지고 있는 승현(김승현 분), 엘리트지만 조금은 비겁하면서 나약한 모습의 선우(송남호 분). 이렇게 네 명은 갖가지 다른 이유로 한 건물 내의 상점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곳곳에서 얽히고 만나게 되죠.

영화 속에서 이들 4명은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스크린이하는 일기장에 끊임없는 자기고백을 털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조금은 쑥스러울수도 있는 독백도 영화 속에서는 허전한 기운 속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가 혹시, 배우들이 독백으로 처리하는 단순한 독백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삶과 마음을 음악이나 그림이라는 예술적인 수단으로 표현하기에 더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이야기의 중심점에 있기도 한 남상아의 목소리에 퍼져오는 무거우면서도 허탈한 목소리는 이 영화의 기본 색깔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에는 명실공히 스스로 작곡하고 스스로 부르는 기타 속의 독백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한 젊은이들의 표상인 카페 속의 라이브 밴드들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흔히들 홍대 앞 까페로 대표되는 이들의 라이브 노래는 실제 이 영화처럼 그렇게 노래하고 이야기 해왔으며, 여전히 자신들만의 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언더밴드 중에서 그래도 유명한 '언니네 이발관', '미선이', '옐로우 키친' 등의 노래를 덤으로 들을 수 있지요. 특히 이 영화에서 직접 노래를 해 주는 남상아는 실제 '허클베리 핀'이라는 그룹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는 실제 언더밴드 가수로 이 영화에선 기존의 자신의 색깔보다는 좀 순화된 "아이스 큐브"라는 곡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방황을 보여주는 영화 <질주>에서 실제 한국의 또 다른 음악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들 4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른바 '아르바이트생들의 단합대회' 내에 잔잔히 깔리는 그룹 '미선이'의 "시간"이나 영국의 5인조 밴드인 '레벨레스'의 "What A Beautiful Day" 는 경쾌함 속에서 청춘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곡으로 아주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며, 미국에서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노래하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The Promise"는 보너스 같은 노래이기도 합니다. 영화 <질주>를 통해 듣는 한국의 인디 음악의 세계는 영화의 색깔과 더 없이 맞게 떨어지면서 색다른 시간을 선사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실제 상당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 그룹 중 하나인 '언니네 이발관'이 부르는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사운드트랙 11번, "어제 만난 슈팅스타로" 로 즐겁고 경쾌한 5분 11초가 되시길 빕니다.

-곡 리스트-

1. 죽이다 - 남상아
2. 항상 넌 TV속의 그를 보며 - 남상아
3. 입맞춤
4. 불을 지르는 아이 - 남상아
5. 즐거운 미행
6. TECHNO NIGHT
7. 보도블럭 - 남상아
8. 시간 - 미선이
9. WHAT A BEAUTIFUL DAY - LEAVELLERS
10. PACK LAND - SPOON
11. 어제 만난 슈팅스타 - 언니네 이발관
12. SWEET - YELLOW KITCHEN
13. 결혼 - 강아지
by kinolife 2006. 7. 21. 12:50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감독 : 토드 헤인즈 Todd Haynes
주연 : 이완 맥그리거 Ewan McGregor
        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Jonathan Rhys-Meyers
        크리스티안 베일 Christian Bale
        토니 콜레트 Toni Collette
음악 : 카터 브루웰 Carter Burwell, 라디오헤드 Radiohead
1999년 Universal Record 국내발매

언제부터인가 이 영화를의 제목을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헛갈리던 때, 이 영화에서 '루 리드'를 생각해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지요. 아마도 그 헛갈림은 억측에 가까운 이야기겠지만 루 리드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인생 그것 자체가 주는 쓸쓸함'에 대한 기억은 사실이었고, 이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그 중에서도 노래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삶에 대해 절실히 알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루 리드와 <벨벳 골드마인>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던가 봅니다.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의 느낌까지 발산하는 영화 속의 인물들은 한마디로 미국에서 바라보는 영국의 과거 음악에 대한 진한 애정과 향수 그 자체였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이들을 영국인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일부 팬들에게도 스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사람들이니 말이죠. 주제로 듣는 OST '영화 속 밴드' 그 일곱번째 영화, 일곱번째 그룹이야기는 화려한 의상과 동성연애, 그리고 마약으로 얼룩진 글렘 록의 음악세계로 들어갑니다.

영화 속에서 가상으로 활동하는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 분)와 브라이언 슬라이드(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분)은 70년대의 글렘의 모습을 90년대에 있었던 그대로 재현합니다. 콘서트와 쇼, 그리고 과장된 패션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무대매너는 그들의 성격을 알게하는데 더 없는 장치로 이해되지요.

사운드트랙 안에서도 '티 렉스(T-Rax)'나 '루 리드(Lou Reed)'나 '이기 팝(Iggy Pop)'은 친숙하게 들립니다. 영화의 내용이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이 없다면 이 영화의 존재가 힘들었을 정도로 이들의 음악이 바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됩니다.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상의 밴드들 중에서 <벨벳 골드마인>의 커트 와일드와 브라이언 슬라이드처럼 현실 속에서 그 존재를 쉽게 인식시키게 하는 가수나 밴드도 없을 듯 싶으니 말이죠. 세월을 다시 거슬러 브라이언 슬라이드를 찾아가는 기자 스튜어트는 예전에 우리가 사랑했던 가수들을 다시 정리해보고자 하는 우리들과 다름이 없지요.

영화는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자신의 우상이었던 뮤직스타를 다시 만나고 그 시절을 다시금 반추하게끔 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나 친절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잊어버리고 있던 일기장과 함께 발견되는 박스 속의 LP판이 말해주는 스타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다시 그것들을 찾던 시대로 나를 데리고 가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벨벳 골드마인>은 충실한 자기 고백 그 자체입니다.

자! 그럼 영화 속의 가상밴드,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글렘 록의 한 중심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만끽하도록 해 봅시다. 제가 글렘 록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은 음악에 나를 던져 본 적이 있는 짧은 시간 속으로 그런 추억을 주기에 영화 <벨벳 골드마인>은 더 없이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작업에 참여했던 라디오헤드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는 때론 존경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화려하지만 쓸쓸했던 영화 속의 무대가 아닌 각자의 작은 방에서 이 영화의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면 어떨까요? 사운드트랙의 여러 곡 중에서 열두번째 트랙에 위치한 곡, '루 리드'가 부르는 "Satellite Of Love"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음악으로 인해 열정적이었던, 그래서 언제나 반가운 3분 39초가 되시길 바라며...

-수록곡 리스트-

1. Needle In The Camel's Eye - Brian Eno
2. Hot One - Shudder To Think
3. 20th Century Boy - Placebo
4. 2HB - The Venus In Furs
5. T.V. Eye - Wylde Rattz
6. Ballad of Maxwell Demon - Shudder To Think
7. The Whole Shebang - Grant Lee Buffalo
8. Ladytron - The Venus In Furs
9. We Are The Boys - Pulp
10. Virginia Plain - Roxy Music
11. Personality Crisis - Teenage Fanclub & Donna Matthews
12. Satelite Of Love - Lou Reed
13. Diamond Meadows - T. Rex
14. Bitter's End - Paul Kimble & Andy Mackay
15. Baby's On Fire - The Venus In Furs
16. Bitter-Sweet - The Venus In Furs
17. Velvet Spacetime - Carter Burwell
18. Tumbling Down - The Venus In Furs
19. Make Me Smile (Come Up And See Me) - Steve Harley
by kinolife 2006. 7. 21. 12:49
커미트먼트 The Commitments

감독 : 알란 파커 Alan Parker
주연 : 로버트 애킨스(Robert Arkins)
        마이클 알렌(Michael Aherne)
음악 : 폴 부쉬넬 Paul Bushnell
1991년 MCA Records. 국내발매

영화에 있어 음악의 중요성은 또 다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영화에 음악을 입힌다는 것에 상당한 재능한 가진 몇 안되는 감독 중에 알란 파커를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만든 영화들 중 <페임 Fame>은 아주 중요한 뮤지컬 영화이며, 영화 <The Wall>에서 듣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은 영화음악의 정수 중 하나지요. 그리고 1991년에 만든 작품 커미트먼트 (THE COMMITMENTS)는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주제로 듣는 OST '영화 속 밴드' 그 여섯번째 영화, 여섯번째 그룹이야기는 알란 파커와 음악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허름한 옷차림과 구성원조차 모자라는 하급 그룹 '앤드 앤드 앤드'의 음악은 한마디로 삶에 지친 이들이 들려주는 불협화음 그 자체입니다. 지칠대로 지친 이들은 가난한 아일랜드 더블린의 노동자이지만 팝의 선두가 되고 싶은 공통된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팝의 선두가 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할리우드 행을 결심하는 청년들, 당연히 그들의 고생은 말이 아니지요.(갑자기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에 나오는 멤버들의 생활상이 떠 오릅니다.) 진로마저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된 이들, 이때 앞으로 그들의 매니저가 될 밀가루 투성이의 지미 래빗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스스로가 흑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제임스 브라운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제임스 브라운의 이야기는 이들에게 노동자이고 아일랜드인이라는 것 그리고 분명한 고향 더블린 시민임을 긍지로 갖게 했지요. 마치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자신의 음악인 탱고를 버리려 했다가 다시 새로운 탱고를 찾아내듯이 ....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들린 자각의 소리는 자신들의 음악을 위한 통과의례임을 보여주고 이름 모를 한 그룹은 그들 스스로의 음악의 재건과 붕괴에 이르기까지 긴 인생역정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나갑니다. 영혼을 노래하는 작은 영화의 이야기는 현실의 벽은 예술보다 높은 것임을 보여주지만, 젊음과 열정은 현실을 넘어선 예술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되지요." 당신은 소울(영혼)이 있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고되게 일하는 그룹 '커미트먼트'는 그것을 찾아나선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합니다.

더블린을 무대로 벌어지는 힘찬 노래소리를 담고 있는 영화 <커미트먼트>의 사운드트랙은 그들의 방황만큼이나 아슬아슬하지만 풋풋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오늘은 오리지날 사운드 트렉에 위치한 많은 곡 중에서 트랙 네번째에 위치한 곡, "The Dark End Of The Street"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자신의 내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젊음, 그래서 신나고 의미있는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2분 34초가 되시길 바라며...

-수로곡 리스트-

1. Mustang Sally
2. Take Me To The River
3. Chain Of Fools
4. The Dark End Of The Street
5. Destination Anywhere
6. I Can't Stand The Rain
7. Try A Little Tenderness
8. Treat Her Right
9. Do Right Woman, Do Right Man
10. Mr. Pitiful
11. I Never Loved A Man
12. In The Midnight Hour
13. Bye Baby Bye
14. Slip Away
by kinolife 2006. 7. 21. 12:47

그레이스 하트 Grace of My Heart

감독 : 앨리슨앤더스 Allison Anders
주연 : 일레나 더글라스 Illeana Douglas
        맷 딜런 Matt Dillon
        에릭 스톨츠 Eric Stoltz
        존 터투로 John Turturro
음악 : 카란 레이스트만 Karyn Rachtman
1996년 MCA Records 발매(수입)

조금은 붉은기가 도는 황색벽돌로 된 서점과 레코드점, 그리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나오는 빵집, 꽃집 등의 상가거리가 연상이 되는 미국의 여느 거리에서 울려펴져도 좋을 음악들로 가득한 사운드트랙 <그레이스 하트>는 이 글을 쓰는 내겐 행운처럼 다가온 앨범이었습니다. 테마가 있는 사운드트랙에서 두번째로 소개한 영화 <댓 씽 유두>처럼 이 영화속의 가상그룹의 음악은 뜻밖의 만남 만큼 상큼했었지요.

<댓 씽 유두>가 이십대 초입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영화 <그레이스 하트>는 그 초입에서 삼십을 넘어서면서 노래로 성숙해지는 한 여자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영화와 음악을 비교해 감상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 두 영화와 사운드트랙은 각각의 색깔을 다르게 가지면서도 '노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너무 아름답게 담고 있는 작품이어서 같이 생각하면서 듣는 음악은 더 깊은 맛을 내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수 지망생인 데니스는 자신의 재능과 노래에 대한 열정만을 믿고 남성 위주의 팝 음악 세계에 뛰어들게 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데니스에게 있어 노래는 삶의 행복 그것이었지요. 어느 날, 데니스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진정한 친구이자 매니저인이며, 음반 제작자인 조엘이었지요. 그를 만나면서 그녀는 진정 그녀가 꿈꾸던 음악인생을 살게 되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여자로서의 삶도 시작이 되고 그 사랑은 그녀에게 새롭게 성장하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음악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보니 영화 내내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곡들은 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두왑(doo-wop)'에서부터 70년대의 사이키델릭한 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컨츄리와 발라드 그리고 드라마틱한 많은 곡들은 주인공 대니스의 인생만큼이나 극적으로 들리지요. 한마디로 실제 인물 대니스의 인생을 음악으로 듣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이 영화의 음악은 값진 것입니다.

사운드트랙 내에 아주 좋은 곡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컨츄리 가수로 유명한 숀 콜빈이나 국내에도 유명한 포트레이트의 곡도 좋겠죠. 하지만 다른 곡 역시 마음이 갑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한곡을 선택하기가 무척 힘든 사운드트랙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의 음성을 들어보도록 하죠.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데니스의 절박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곡, 트랙 1번 "God Give Me Strength"를 들어보았음 합니다. 데니스의 간절함,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차분한 6분 8초가 되시길 빕니다.  

-수록곡 리스트-

1. God Give Me Strength - Burt Bacharach / Elvis Costello
2. Love Doesn't Ever Fail Us - The Williams Brothers
3. Take A Run At The Sun - J Mascis
4. I Do - For Real
5. Between Two Worlds - Shawn Colvin
6. My Secret Love - Miss Lily Banquette
7. Man From Mars - Kristen Vigard
8. Born To Love That Boy - For Real
9. Truth Is You Lied - Jill Sobule
10. Unwanted Number - For Real
11. Groovin' On You - Juned
12. In Another World - Portrait
13. Don't You Think It's Time - J Mascis
14. Absence Makes The Heart Grow Fonder - Tiffany Anders / Boyd Rice
15. Boat On The Sea, A - Kristen Vigard
by kinolife 2006. 7. 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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