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옷을 벗었어요.  그래서 대상화 되거나 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난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좋게만 생각한다면 언제나 찬성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4. 22:51

“뎁은 정말 많이 피웁니다. 한번은 좀 줄여야 할 것 같다고 그에게 말라자 “잘 하는 일을 왜 그만둡니까.” 라고 대답하더군요.”
by kinolife 2006. 7. 14. 22:49

“난 정말 그냥 단순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런 삶은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난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은 채 누드로 정원을 거닐어 보고도 싶습니다.”
by kinolife 2006. 7. 14. 22:48

2002년, 한국, 96분
감독: 윤제균
출연: 임창정
     하지원
     최성국
     유채영

<두사부일체>를 보면서 내내 찜찜함과 우울함을 금할 수 없었던 나는 그 이상한 정체불명의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던 그 감독의 두 번째 영화를 주변의 엄청난 이슈와 찬사 이후에 철 지난 외투를 벗지 못하는 이상한 찜짐함을 느끼며보았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건지, 아니면 영화제작의 열정이 넘치는 건지 연이어 바로 다음 영화를 내 놓은 이 충무로 행운아 흥행감독의 두 번째 작품은 역시 첫번 째 보다는 진 일보. 나쁘진 않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즐거움은 코미디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적당히 희화화된 캐릭터들. 그리도 그 다음은 역시 조금은 모자란 듯한 그래서 혹시 나빠질 지 몰랐던 함정을 피해간 에피소드의 적절한 양이다. 영화 <색즉시공>은 미국의 <어메리칸 파이>나 독일의 <팬티 속의 개미> 류의 영화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빠지지 않을 섹스 코미디를 보면서, 우리도 이제 우리만의 섹스 코미디를 가진다는 기대감에 적당히 부응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어색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아 보이는 에피소드가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힘은 역시 감독 스스로가 밝힌데로 에피소드의 대부분들이 주변, 혹은 자신의 경험담이었다는 사실성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이기 때문일테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웃음은 실제 이런류의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에겐 신선함으로, 실제 경험이 있던 이들에겐 경악스러운 유머로 다가왔을 터, 역시 정열 아니 정력이 넘치는 청춘은 그 때만의 정말이지 성(性)스러운 묘약과 웃음이 담겨져 있는가 보다.

'성적 괴담'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자 요리법이나, 자위행위의 정열은 가히 남성들의 성적 치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 장면들, 그런가 하면 영화 속의 여성들이 성에 대해 당당한 일면을 보여주는 부분은 놀라운 부분이기도 하다. 침대를 놓고 본다면, 여성 상위 형식의 체위도 그렇거니와 숫총각을 "머리가 뽀개지겠다"는 문장으로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는 것이나, 혹은 섹스를 하지 않은 대신 손으로 봉사(?)를 하는 여성까지 기존의 영화 속 침실 위에서의 여성 캐릭터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바람난 남차 친구에게 "그만 놀고 네 자리로 돌아오라"고 말하는 당당함이나,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며 연인의 머리에 크레디트 카드"를 날려버릴 수 있는 모습까지...현실적이면서도 톡톡튀는 여성 캐릭터들은 흔히 남성들만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성 이야기의 성의 균등을 이뤄내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이런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가능한 것은 에피소드들의 자연스러운 연결 때문이겠지만, 우리의 불쌍한 청춘 은식은 물론이거니와 조연들의 주인공 못지 않은 연기를 빼 놓고는 이 영화의 성공을 야기 할 수 없을 듯 싶다. 특히 은식 역을 맡았던 임창정은 적어도 자신있게 제 2의 연기과정의 발판 마련이라고 해도 무관할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역할상 순수하지만 고집스럽고, 어눌하지만 자기 의지가 있는 이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 청년 은식은 여드름 투성이에 진지하려 해도 얼빵해 보이는 임창정의 얼굴이 있었기에 더욱 더 돋보이는 것이다. 거기다가 시트콤에서 발군을 실력을 발휘한 최성국, 가수에서 연기자로의 변신이라고 해도 무관할 유채영의 연기는 의외의 발견. 물론 전문 조연 연기자들의 연기를 말할 나위 없겠다.

영화 <색즉시공>을 보고 누군가는 연인들끼리 보기엔 좀 민망하다고도 했고, 또 누구는 꼭 연인들에게 권해주고, 혹은 주어야 할 영화라고 극찬하며 침을 튀키며 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개봉 당시 극장가를 흥행의 폭풍으로 몰고, 코미디의 전성기라는 고뿔을 늦추지 않게 했던 이 영화 <색즉시공>의 힘은 역시 끼 넘치는 엽기적 상상력과 폭발하는 웃음의 힘이 뒷받침이 되어서였겠지만, 어리한 청년의 짝사랑과 그것의 표현이 없었다면 정말이지 색이 넘치는 공허한 영화로 남았을 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눈물의 차력'이 보여준 임창정의 차력쇼는 하지원의 상황과 눈물로 교차되면서 이 시대의 성과 이 시대를 비켜가는 사랑법에 대한 만감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웃음과 눈물의 적절한 조화는 쉼 없이 허무한 웃음으로만 치달았던 전작 <두사부일체>와 이 영화를 구분짓게 하는 경계선 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윤제균 감독의 이번 영화 <색즉시공>은 덜 부담스럽고 덜 싸구려 같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상업영화로서의 이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by kinolife 2006. 7. 14. 22:43
2002년, 미국/영국, 89분
감독: 가이 리치 (Guy Ritchie)  
출연: 마돈나(Madonna)
       아드리노 지아니니(Adriano Giannini)
        진 트리플혼(Jeanne Tripplehorn)

영국의 활력넘치는 영화 감독 가이 리치와 활력 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미국의 마돈나와의 만남! 이들이 만남이 이루어낸 또 다른 결과물인 영화 <스웹트 어웨이>는 이들 각가의 명성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 쳐저 보이는 안타까운 작품이다. 1974년에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는 리나 베르트뮐러 감독의 이태리 영화 <귀부인과 승무원>을 가이 리치 부부식으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제목  'Swepy Away'는 휩쓸리다. 혹은 조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즉 귀부인이 승부원 아니 어부(이 영화에서는 어부라는 점에 많이 강조된다.)가 조난을 당해 사랑에 휩쓸리기 까지 한다는 이야기일테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귀부인과 가난한 어부의 사랑이 아니라 마돈나의 탄탄한(아지까지도) 몸매와 미국의 거부들이 놀고 먹는 휴양지가 안겨다 주는 시각적인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에 있어 쏟아지는 외부적인 혹평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돈이 많다보니 시간까지 넘쳐 흐르는 미국의 갑부 커플 세 쌍은 지중해로 색다른 여행을 위해 배에서 내린다. 명품으로 둘러싸인 패션은 화려함을 더하고 거만하기 이를때 없는 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돈 쓰로 오신 마나님과 서방님의 정형이 아닐 수 없다. 이 중에서도 유독 한 귀부인은 입이 닭나발 처럼 튀어 나와 모든 것에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다. 배가 후지다고 한마디, 체력단련실이 없다고 한마디, 금방 잡은 물고기를 썩었다고 한마디, 커피를 새로 뽑지 않고 데워 왔다고 한마디, 티 셔츠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마디, 이 단계에 이르면 시중을 들고 있는 승무원이자 어부인 페페 말고도 영화를 보던 모든 이가 이 귀부인 마돈나에게 재수없다는 평가를 한마디 내릴 만하다.

그러나 모든 헤프닝은 앙숙관계에서 부터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도 좀 어색하다. 그냥 웃기는 사랑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라 칭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이겠지만.)처럼 이 재수없는 귀부인과 돈은 없지만 자존심이 살아 꿈틀거리는 어부는 휴양지 근처의 많은 어느 무인도에 정박하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싹 띄운다. 명령하던 귀부인은 얻어 받거나 무릎을 꿇고 애걸해야 했으며, 온갖 조롱을 받아내던 어부는 어느새 마스터가 되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고기를 잡아올리시는 당신 진정한 어부이십니다." 싸이의 노래처럼 무인도에서는 어부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넓은 땅에 둘 밖에 없다는 한계와 자연의 개척과 생존이라는 공동의 과제앞에서 서로에게 싹드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밤낮을 함께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남녀에게 정이 안 싹틀수가 없으니 이미 사건을 인태된 셈이다. 특히 낡은 무인도의 집을 헤집다가 발견한 술을 마시고 쇼를 감행하는 마돈다는 여지 없이 자신의 본업이 댄스가수였음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솔직이 이 영화 속에서의 마돈나의 연기는 말 그대로 볼품이 없었으므로 그러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덕분인지 마돈나의 상대역을 맡았던 아드리노 지아니니의 연기가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것 처럼 보인다. 그의 이력을 찾아 보니 1974년 작품 ,<귀부인과 승무원>에서 승무원 역할을 맡았던 지안카를로 지아니니의 아들이란다. 어찌 되었건 이들 커플의 어색한 앙상블은 이 영화의 스토리까지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후미로 가면서부터는 맥이 빠지면서 바람빠진 고무풍선 처럼 변해 버리고 시들해진다. 특히 이들이 구조되고 그들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부부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는 지경. 어느 무명의 감독 데뷔작보다 못한 이 영화의 연출력은 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에서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감독의 영화라고 보기 힘들게 한다. 말 그대로 가이리치의 대표적인 실패작인 셈이다.

하지만 팝콘이랑 함께 하면 좋을 영화에 그리 큰 작품성을 논하지 말고 마돈나의 패션과 아름다운 휴양지에 시선을 맞춰보자.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단지 가이 리치의 영화에 연출력에 대한 적당한 실망감과 이제 서서히 늙어간다는 것의 징후를 마돈나의 얼굴에서 찾는 씁쓸함이 조금 불편하게 할 뿐이다. 거기다가 과거의 영화를 리메이크 할 때 범하기 쉬운 우려들을 그대로 표출하는 점과 영화 시작 오프닝에서 마돈나의 노래와 함께 느낄 수 있었던 007 같은 매력적인 분위기가 오래되지 않는 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수 많은 헛점 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점이다. 이 모든 것 역시 관객들이 새겨 본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흥행성적 저조는 당연한 귀결이리라. 이런 평가와 결과에 대해 마돈나가 팬들에게 "제발 봐주세요"라고 했다는 외신은 어느 당당한 팝 스타가 남편을 잘못 만나 그렇게 된건지, 또 그도 아니면 어느 창창한 신예영화감독이 부인을 잘못 만나 당하는 혹독한 형벌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사랑에만 충실하고 일에는 나태한 것에 대한 결과인지 아리쏭하다. 웬지 영화는 세 번째 이유가 아닐까 하는 힌트를 주는 것 같이 보인다.
by kinolife 2006. 7. 14. 22:40
동화                                                              영화
글,그림:윌리엄 스타이크                                   감독: Andrew Adamson
          (William Steig)                                             (앤드류 아담슨)
번역:조은수                                                            비키 젠슨(Vicky Jenson)
국내 출판: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스코트 마샬(Scott Marshall)
출판년도:1990년(미국), 2001년(한국)                  제작년도:2001년

애니메이션 <슈렉>을 본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그러다 우연히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화책들 중에서 이 만화영화의 원안이 된 동화책을 발견하고, 신기하게 책장을 열어서 거짓말 없이 10분만에 다 읽어버리고, 다시 슈렉 DVD를 꺼내 본다. 10분짜리 책과 90분에 해당되는 영화와의 차이는 크게 말하자면, 간단한 줄거리 책과 보다 풍부해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선보인 만화영화 정도다. 책장을 덮고, 그리고 DVD의 전원마저도 꺼진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간단한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한 헐리우드 놈들! 그저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거기다가 겨우 1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어린이 그림책을 애들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변화시켰다니 그저 그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팔아낼 수 있는 진정한 슈퍼 마케터로서의 헐리우드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런 못생긴 놈! 슈렉! 슈렉의 원안이 된 윌리엄 스타이크의 동화책 속 이야기는 달랑 하나다. 진짜 못생긴 슈렉이 지만큼이나 못생긴 저만의 공주를 만나 결혼한다는 게 사실상 다다. 동화책 첫 장, 슈렉의 엄마는 못생겼어, 슈렉의 아빠도 못생겼지.하지만 슈렉은 그 두사람을 합친 것보다도 더 못생겼어...라는 확고한 반복으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이 못생긴 슈렉은 엄마 아빠한테 엉덩이를 차이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세상으로 나온 여행에서 만난 마녀로부터 아주 못생긴 공주와 결혼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은 그 공주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당나귀도 만나고(정말 어리버리하게 생긴 당나귀다). 굉장히 쉽게 성에서 공주를 만나서 결혼한다. 재미있는 것은 동화 중간에 슈렉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공주가 있는 성안의 어느 거울로 가득찬 방에서 괴물들을 보고 도망가는 부분,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줄 알고는 "모두 나잖아!"라고 외치면서 공포감에서 벗어나는 슈렉의 모습은 철학적이라기 보단 유머러스하다. 역시 이 동화책의 주제는 못생긴 슈렉이 저만큼 못생긴 공주를 좋아한다는 당연한 자기인식이 주는 미덕을 강조한 단순한 동화같아 보인다. 궂이 하나를 더 붙이자면, 제 눈에 안경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에 비해 영화가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역시 살아있는 캐릭터. 수다스러운 당나귀나, 자기 얼굴을 보지 않고 탐욕스러운 군주 파쿼드, 명랑하면서도 자조적인 피오나 공주 같은 리얼한 인물들이 주는 즐거움은 역시 동화보다는 한 수 위로 보인다. 중간 중간에 현실 감각을 잃고 잊지 않은 대사나 상황들도 역시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동화의 간단한 이야기와 슈렉의 캐릭터에 보다 기존의 다른 동화 주인공들을 이용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이 애니메이션 슈렉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저 못생긴 슈렉이 공주를 만나는 이야기에서 욕심 많은 영주와 그 영주 아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동화, 만화 속의 캐릭터들을 통해 슈렉을 공주도 위험에서 구해 자신의 짝을 찾는 용감한 남자이면서도 압제자의 권력에서 만화 속의 인민 캐릭터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슈렉은 적지 않은 영웅으로 사랑받을 수 있게 한다. 비록 발단이야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깨는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여행에서 친구도 만나고 연인도 만나고 다른 동화 속 캐릭터들도 구해내는 슈렉은 자신의 원래 목적을 찾는 것 이상의 일을 해 낸 슈렉은 정말 못생겼지만 운 좋은 놈이며, 그래서 그 별날 것 없는 못생긴 놈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놈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야기나 원안의 캐릭터는 단순하나, 저아무리 못생기고 기괴한 사람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발현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화의 간단한 이야기가 90분이라는 장대해 보이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사랑스럽고 참으로 대단한 인물의 스팩터클한 여행담으로 보여진다. 물론 영화를 통해 먼저 접한 이야기 이후 동화를 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의 인물이 주는 매력은 슈렉에서 국한 되지 않는다는 점이 동화 속의 슈렉과는 또 다른 증폭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물론 단순한 그림 속의 슈렉이 살아 움직인다는 매체의 특성 역시 무시 못하겠지만, 살아 숨쉬는 느낌을 주는 애니메이션 속의 슈렉은 동화보다 인간적이며, 동화 속 슈렉 보다 사랑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작품 '슈렉'은 원안보다 훌륭한 청출어람 작품의 좋은 모델로 보여진다. 이것이 바로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by kinolife 2006. 7. 14. 22:35
2002년, 102M, Color
감독: 사부(SABU)
주연: 츠츠미 신이치(堤眞一)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
       안도 마사노부(安藤政信)
       오오스기 렌(大杉漣),
       테라지마 스스무(寺島進)

인생이란 수 많은 비유법으로 칭송되고, 의미화 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길"이란 단어에 의해 규정 지어진 삶이란 언제나 끝이 없고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어떤 꽉 짜여진 길이 가지고 있는 묘한 의미처럼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운명같고, 또 그래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길과 같은 인생, 우리는 그 위를 걸어가면서 살아가고, 뛰어가면서 넘어가고, 때론 쉬면서 나름의 형태를 취하며 길을 지나간다. 물론 그 길이란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잖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길로 치환된 삶에 대해 그리고 그 길을 지배하는 인생의 속도에 관한 의미를 생각케 하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드라이브 Drive> 말 그대로 인생, 길, 속도에 관한 왁짝지컬한 인생역전 코미디이다.

영화를 만든 이는 국내에 <포스트맨 블루스>로 어느 정도 알려진 사부 감독,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재미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별 욕심없이 작게 잘 그려내는 감독이다.

모든 차들은 다 떠나고, 홀로 정지선에 서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그리고 그 차를 허겁지겁 얻어타는 세 명의 남자, 셋 다 복면을 쓰고 있고, 하나는 칼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직업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차에 오르자마자 셋은 흥분한 상태에서 앞 차를 따라가라고 칼을 움직이며 외쳐 보지만, 이 차의 주인은 그저 '규정속도 40'을 지키는 바른생활맨이자 답답이.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하던 셋은 어느새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복면도 벗어던진 채 이 답답이를 향해 외치다가 안 통하는 걸 알고 한숨을 짓는다. 차례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 세명의 강도는 아 아, 할 정도로 얼굴이 낯이 익은 일본의 배우들이라 반갑다. 이 황당한 사건으로 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이 작은 차에 타고 있는 4명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생을 통해 삶의 일면과 그 삶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속도를 보여준다. 같은 길을 같은 차를 타고 가지만 각각 다른 인생은 그들만의 가속도(각각 다른 과거와 현재로 연결되는 속도)를 통해 다르게 보여진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지만....그 인생은 차에서 하나씩 각자만의 이유를 가지고 '하차'하는 형식으로 결론지어지며, 그것은 각자 캐릭터들의 과거와 관련되어 현재의 삶을 보여주며 현재의 선택이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한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취하는 삶은 각자의 속도가 보여진 드라이브처럼 길 위에서 보여지고 계속된다.

제일 먼저 차에서 하차하는 청년과 중년의 중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 아저씨는 음울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을 전해주는 독특한 캐릭터. 마치 스님같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 이 현학자는 우연히 마약에 심취해 있는 하드락 밴드(장르는 불확실하다. 펑크인지도 모르겠다)의 멤버를 질책하다가 마약에 뿅이 가 버린 놈 대신 무대에 오르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된다. 이른바 밴드의 간주 중간 중간에 랩 형식으로 중얼거리던 현학자의 말이 무대 아래에서 조명과 음악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 대중스타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번의 오디션도 없이 그는 어느 락 밴드의 리드싱어이자 랩퍼가 된 것이다. 로또보다 심한 인생의 우연, 여기서 크게 아니 웃을 수가 없다. 마치 어느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에서 본 듯한 이 우연의 컨셉은 스님이나 어느 철학자가 세상을 단죄하는 것과 젊음이 넘치는 음악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사부 식의 세상보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어정쩡한 나이의 아저씨는 차에서 제일 먼저 내린다.


그 다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4명의 강도 중 가장 잘 생긴 청년, 우연히 신호 대기에 선 자동차 옆으로 묘령의 아가씨가 뒷 자석에 벌러덩 누운 청년을 보고 외친다. "지금 머하고 있는 거야?" 그냥 머....같이 은행을 털던 동료를 잡으려다 얻어탄 차가 추격은 커녕은 개인사를 뒤지는 로드 무비 형식의 운행이 되면서 동행하던 중이었다는 정도가 정답이 될 만하겠지만, 이 아가씨의 등장으로 이 청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차는 잠시 야구 연습장에 쉬게 되고, 실력을 발휘하던 청년은 프로야구단의 스카우터의 눈에 띄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맞는다. 어찌 그가 야구 실력이 있으며, 그의 그런 야구 실력을 딱 봐줄 스카우트가 거기 있었을까? 역시 사부식의 이 황당한 설정이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청년은 야구장으로,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도 기꺼이 그의 옆에 있으리라. 이로써 두 번째 하차다.

이제 남은 두 사람 중에서 이야기의 축이 되는 것은 주인공, 역시 이 뜻하지 않았던 동행은 소심하다 못해 짜증발전소를 방불케 하는 주인공의 소심증을 낳게 하고, 눈여겨 보던 은행 아가씨와의 새로운 동행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주인잃은 돈에게 제 갈길을 안내 해주며, 교정속도가 안겨 줬던 생활에 또 다른 드라이브의 속도를 선사한다.


젊은 감독 사부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엿보이는 이 영화는 차 한 대와 그 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우연적이면서도 상상적이며, 또한 엽기적인 상황을 통해 인생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인생이 길로 치환되는 영화 속에서 드라이브란 그 과정이며, 그 안에 있는 속도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차를 운전하는 속도=방식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이 사부식의 은유와 그 속에 담긴 유머가 비슷한 그의 영화들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 표현의 방식이 주는 묘미가 아니라 정론을 비켜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정론을 표현하는 사부만의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싶다.
by kinolife 2006. 7. 14. 20:32
오월의 마지막 주말, 조금씩 시작되는 더위는 아주 조금씩 저녁을 빨리 기다리게 하고,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은 황사가 지나간 이후라 조금은 반갑기도 한 때,,,,,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바람이 아닌 또 다른 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노랫가락과 넘치는 박수소리, 그리고 뜻을 같이 하고, 같은 소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기 속에서 시작된 열린 콘서트 <바람이 분다> ….

정태춘, 박은옥을 위시한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한 공연 <바람이 분다>는 많은 대학교의 축제들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대학의 열정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를 비롯한 재야 단체의 주최로 정태춘과 박은옥을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윤도현 밴드, 이정열 등의 가수들이 함께 했다. 대중가요가 노래를 통해 시민정치와의 조우를 꿈꾼다는 점에서 이 공연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났다. 관객들 각자의 관람이유야 각양각색이겠지만,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향수는 독특하게 현재의 정치와 사회상과 유리되어 생각할 수는 없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정태춘과 박은옥이라는 메인 타이틀과 함께 참여한 젊은 가수들은 노 개런티로 함께 노래함으로써 새로운 정치가 만들어내는 새 나라에 대한 작은 염원에 대한 열의에 동참했다. <바람이 분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영화배우 문성근의 사회로 1부와 3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 박은옥의 무대, 2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함께 하는 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과거 히트곡들과 다른 가수들의 포크, 락 음악을 통해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사해 대학교 노천강당에서 우렁찬 함성이 함께한 열기의 무대를 선보인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행, 그리고 공연장 입구에 “아직도 조선일보를 읽으십니까? ”라고 쓰인 샌드위치 걸개를 목에 건 청년들과 배우 명계남 씨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이날 공연장의 풍경들이 사뭇 묵직하거나 딱딱하게도 보일 수 있겠으나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것은 공연의 진행이나 게스트들의 다양함에도 있겠지만, 노찾사의 초기 멤버들이 함께 다시 모였다는 동창회적 분위기와 유머 섞인 정태춘의 노래들, 그리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지닌 굳은 결심이 담긴 웃음처럼 당당한 자의 여유들이 대학가 노천강당에서 옛추억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40, 50대의 젊어 보이는 부부와 386 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양복에 사각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 그리고 이 강당의 주인같이 편안한 젊은 학생들과 아이들을 무등에 태워 함께 온 부부까지, 들뜨고, 추억에 잠긴 관객들은 조악한 음향 시설과 울리는 하울링에도 굴하지 않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손뼉치고 하늘과 시멘트 바닥 사이에서 이들은 다 하나가 되어 작은 손을 모은다.

제 1부, 아직도 채 해가 지지 않은 초저녁, 처음으로 소개를 받은 정태춘이 소개되고, 정태춘은 자신의 노래 “사람들”을 2002년 5월 버전으로 들려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그리고 생각하게 하며, 박은옥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신곡 “빈산”을 부른다. 그리고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찾사의 대표곡들이 불려지고 연이어 1부 게스트 강산에는 자신의 히트곡 “라구요”의 통일버전을 자신의 개인사에 엮어 들려준다. 근래에 보기 드문 강산에의 열창은 그가 얼마나 팬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싶어했는지 짐작하게 하고, 무대는 그의 그리움만큼 뜨거워진다. 2부에 들어서는 “사계 ”를 비롯한 노찾사의 대표곡과 정태춘, 박은옥의 “정동진 2 ”가 계속되고 2부 게스트 이정열과 윤도현 밴드의 노래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열기로 더더욱 불을 뿜는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열광한 이 무대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수들의 열창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관객들의 함께하고픈, 여기 모인 이들이 힘을 모으고픈 열망이 함성이 되고 그 함성이 가수들에게 힘으로 전달되듯 인기나 선택한 곡들과는 상관없이 열기는 충천, 희망이 만발한다.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져 4부에 다다라서는 이 곳에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고 있음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호와 합창이 관객과 가수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원 멤버들이 다시 다 모이는 계기가 마련된 장이었지만 이들이 공연의 모토로 이야기 하는 새로운 정치시대 10년의 개막과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의미를 일깨우는 새 정치를 위한 축제의 성격 역시 지울 수 없다. 조금 규모가 큰 대학의 축제 같은 공연일지 몰라도 공연장 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은 이 무대를 더욱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이렇듯 실로 오래간만에 현실 정치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대학 내에서 노래와 함께 울린 것이다. 지난날, 혹은 과거 그 때 사회를 알게 되어 고민하던 이들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꾸미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공연의 색깔은 빨간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색도 세월의 힘에 의해 분홍빛으로 옅어지고 부드러워진 분홍색은 유별난 몇 명의 사회 변화기가 아닌 일반 시민과 학생 대중들이 음악을 즐기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

오래간만에 노래하는 많은 가수들과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여 소리 지르고 함께 부른 노래공연 “바람이 분다”는 6.13 지방선거, 이후에 이어질 대통령 선거까지 정치가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는 모토아래 열린 무대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데 있어, 단순히 일부 어떠한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성격이 보인다 하더라도 혹은 선거의 스케쥴에 의도적으로 계획되어 보인다 할지라도, 대중문화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팬들도 노래와 함께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데 있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노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에 충분하다. 또 어떤가 화려한 락 카페에서 머리를 흔드는 이가 있다면 넓은 운동장에서 손을 흔드는 이도 있지 않겠는가?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이가 있다면 노래를 들으며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공연의 주최자들의 의도와 기대만틈 이 노래공연이 낡은 정치를 바꾸는데 아주 작은 청량 바람이어도 좋지 않겠는가!

Tip 이 글은 제자가 2002년 5월에 www.kpopdb.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23:09



"모든 역사를 통하여 진리와 사랑의 길이 항상 승리하였음을 기억하노라"

by kinolife 2006. 7. 13. 22:26


"음악이 시작되면 그걸 느끼기 시작하죠. 그럼 자연적으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해요."-알렉스(Jennifer Beals 분)
by kinolife 2006. 7. 13.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