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18을 처음 경험한 것은 십대 때 대구에서 열렸던 광주에 관한 사진전을 통해서였다.
보고도 믿기 어려웠던.. 관련해서 아버지는 당시 대한통운에 다녔었는데..5.18이 있기 전전날에 광주로 운행 갔다가 참사 전에 광주를 빠져 나왔다고 했다. 이 시대를 지나오는 이들에게 전해 들은 이들에게도 광주는 공포..불안의 단어다.
소설은 광주에 휩쓸린 소년에 대한 이야기... 잔인한 장면를 극려하게 표현하지도..극적인 주인공을 확대해석하지도 않는 담담함에..그 공포가 일상 안으로 많이 들어와서 읽는 내내 마음이 참으로 불편했다. 다행히 그 시대를 비켜가고 그 도시에서 벗어나 있어서 나를 포함한 살아 남은 모든 이들에게.. 과거는 현재와 연결되고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다시 대뇌인다.
- 책 속의 글 -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 -117P
조선 건국의 숨은 실력자 정도전에 관한 소설..실제 살아 있는 사료에 언급된 인물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는 김탁환씨의 소설은 일단 쉽게 잘 읽히는데..그건 그가 굉장히 부지런히 쓰고 있기 떄문이 아닐까..생각해 본다. 부지러한 소설가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편하게 읽기를 수행한다는 것.. 참으로 혜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로 조선왕조 실록을 완성하겠다는 김탁환의 프로젝트...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치고는 꽤 옛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 책 속의 글 -
"우리의 목표는 용상의 주인을 갈아치우는 것이 아니라 변혁의 기운운이 이 작은 시골에까지 두루 미치는 것, 그리하여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이곳 백성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 1권 130P
"혁명이 무엇을 먹고 자라는 줄 아는가. 절망이다. 분노에 뒤이은 실패 그리고 절망. 이 셋을 반복하는 동안 혁명은 싹이 트고 뿌리와 줄기가 뻗고 가지가 펼쳐진 뒤 꽃이 피고 열매가 매달린다." 1권 192P
"공자가 전혀 하지 않으신 네 가지를 잊었는가? 모호한 것을 맘대로 결정하지 않으셨고, 단언하지 않으셨고, 고집하지 않으셨고, 아집이 없으셨네." - 1권 224P
"왕도 사람이다. 어진 이도 있고 각박한 이도 있으며 똑똑한 이도 있고 멍청한 이도 있으며 유약한 이도 있고 강건한 이도 있다. 왕이 전권을 휘두른다면 혼군(昏君) 혹은 폭군(暴君)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왕은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고 신하는 백성을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은 힘에서 나오고 그 힘은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내 구상의 핵심은 왕을 예외로 두지 않는 것이다. 왕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만 전체를 뒤바꾸지는 못하는 체계 속 일원이다. 이렇게 짜 둬야 왕이 설령 삼강과 오륜을 무시하더라도 체계 속에서 고쳐 나갈 수 있다." - 1권 239P
예전에 아이들이 어릴 때 혹시나 내 몸의 어느 기관이 다칠 상황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기관은? 심장..그리고 그 다음은 뇌 라고 생각한다고... 첫번쨰 심장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된 이후에는 정말이지 뇌가 제일 중요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상황에 따른 결정에 의해서 그 삶의 양상이 정해지는데 그 결정을 해 내는 기관이 뇌이기 떄문이다.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그게 내가 50년을 살면서 느낀 삶의 가장 큰 열쇠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그 뇌에 관한 책이다.
온전하지 못한 뇌의 여러 증상들과 징후에 관한...자페스펙트럼 장애,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 유체이탈..등등 이른바,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인간..그 인간들을 괴롭히는 뇌의 여러 장애들에 대한 보고서다.
머리에 관한 책이라 그런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무겁고 머리도 답답했다.
나이 들어 몸이 늙으면 2가지 가장 무서운 비인간적인 병이 있는데 그런 치매와 중풍..
중풍은 내와 내 주변인이 함께 괴롭고 치매는 나의 주변인이 괴로운 병..
책을 다 읽고는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절식, 소식과 같이 욕망을 비워내는 것과 운동과 노동의 조화로 인한 몸의 발란스를 맞추는 노력 같은 것들..물론 이 모든 경험을 기억하고 몸을 조절하는 것도 결국은 뇌....완전히 늙지 않았고 정상 범주에 있는 뇌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감사했다.
책은 보고서에 관한 기록들이라 어렵다기 보다..조금 지루한 면은 있었지만..오래간만에 뇌 좀 움직이면서 읽은 것 같다.
- 책 속의 글 -
"알츠하이머병은 당신에게서 '내가 누구인가'하는 것을 빼앗아가죠. 인간에게 그보다 더 큰 공포가 있을까요? 이 병이 일단 삶에 들어오면 하루하루 살아오면서 축적한 모든 기억과 가치관, 이 세상과 가족,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져요.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가"를 사실상 규정하는 경계를 뜯어내 버리죠." - 61P
"아비투스 (Habitus) : 계급적 사회적인 관행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성향체계로 피에르 부르디외로부터 온 논리다. 아비투스는 인지적 한계점 아래에서 기능하고 정반성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지식과 경험에 관한 성향과 구조로 구성된다. 여기서 성향을 구성하는 것은 존재하는 방식, 습관적인 상태, 경향, 성격, 의향 같은 것이다. " -80P
"정의에 따르면 자아의 기능이란 유기체가 자기와 타인 사이의 경계를 알아차리도록 돕는 것이다." - 241P
01.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손태호 02. 03.다 그림이다-손철주 & 이주은 04.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김기연 05.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이우일 06.위대한 영화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로버트 쉬네이큰버그 저 07.눈의 황홀-마쓰다 유키마사 08.미식가의 도서관-강지영 09.모든 게 노래-김중혁 10.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로널드 B. 토비아스
@인물 5권@ 01.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네코 후미코 02.섹스와 지성: 마릴린 먼로와 작가 아서 밀러-크리스타 메르커 저 03.페기 구겐하임: 모더니즘의 여왕-메리 v.디어본 저 04.에드워드 호퍼-롤프 퀸터 레너 05.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오연호
@소설 15권@ 01. 02. 03.마이 코리안 델리-벤 라이너 하우 04.고래-천명관 05.화씨451-레이 브레드베리 06.바람이 분다,가라-한강 07.관촌수필-이문구 저 08.주홍글자-너새니얼 호손 09.제인에어-브론테 10.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의 사계 봄 · 여름-스티븐 킹 11.내 연애의 모든 것-이응준 12.표백-장강명 13.세상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14.사월이 미, 칠월의 솔-김연수 15.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레이먼드 카버 저
@인문학 5권@ 01.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다케쿠니 도모야스 02.쇼에게 세상을 묻다 :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버나드 쇼 저 03.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사이의 딜레마-박상표 04. 05.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프리먼 다이슨
@수필.에세이 15권@
01.도시수집가-박사,이명석 공저 02.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함민복 03.잔-박세연 04.오늘도 잘 먹었습니다.-가쿠타 미쓰요 05.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줄릴언 번즈 06. 달을 보며 빵을 굽다-쓰가모토 구미 07. 읽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08. 09.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0.행복한 라디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 말해준 것들 11.나무탐독-박상진 12.작가의 책-패멀라 폴 13.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우다 도모코 지음 14. 15.꼬리 치는 당신 : 시인의 동물감성사전-권혁웅 저
@정치,역사,사회과학 10권@ 01. 02. 03.필링의 인문학-유범상 04. 05.극단의 형벌: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스콧 터로 저 06. 07.도룡뇽과의 전쟁-카렐 차페크 08.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 역사적인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들과 숨은 이야기-L. 레너드 캐스터,사이먼 정 공저 09.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0.금요일엔 돌아오렴-4.16 세월호참사 기록위원회
@과학 10권@ 01.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 02.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권오길 03.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 04.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마이클 베이든 05.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 22명의 수의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수의사의 세계-김영찬 등저 06.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황선도 07.사이언스 이즈 컬처: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노암 촘스키,에드워드 윌슨,스티븐 핑커 등저 08.물고기는 알고 있다-조너선 벨컴 09.새의 감각-팀 버케드 10.깃털 :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소어 핸슨 저
01. 02.겨울동물원-다니구치 지로 0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전 5권)-아오노 슌주 04.아이콘의 탄생-강민지 05.가지-구로다 이오우 06.어메이징 그래비티-조진호 07.고모가 잠잘 때 생길 법한 일-김은성 08.쥐-아트 슈피겔만 09.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조너선 페터봄 글,그림 10.시간의 주름-매들렌 렝글 글/호프 라슨 그림
@교육서 5권@
01. 02. 공부와 열정-제임스 마커스 바크 03. 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김민숙 04.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김종원 05.
제빵사만큼 워라벨이라는 걸 이루기 어려운 직업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이 책의 저자처럼 지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워라벨이 가능한 제빵사도 있는 것 같다. 책 제목에서 꽤나 고집스러운 제빵사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지만 그것 보다는 빵에 대한 생각, 음식에 대한 마음..그리고 그걸 생활 안에서 만들어낸 것 소비하는 것에 대한 조금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가 인생의 항로를 결정해 놓고 그저 가는게 아니라면, 이 책의 저자의 삶이 주는 풍요로움을 살짝 엿본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뜨겁지 않은 커피 한잔과 함께 슬슬 읽어내기에 딱 좋은 책. 이 곳의 빵을 택배가 아니가 바로 먹어볼 수 있음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
- 책 속의 글 -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직접 몸을 움직여 눈으로 확인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서 만나러 간다. 가만 있지 못하고 촐랑거리며 돌아다니느 이 성격이 단바로 이사 와 살면서 빛을 보았다. 다양한 빵을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
나온지 1년 밖에 안 되어서 도서관에 없을 줄 알았는데..용케 2권이나 다 꼽혀 있었다. 상주에는 안 먹히는 작가인건가 혼자 비식 웃으면서 빌려왔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한국인이고 한국을 알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한국을 한국 사람들을 읽어내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을 했고. 특히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그의 일상과 사고방식 같은 것들은 꽤 재미 있었다. 글쓰기와 읽기 미술 전시 관람, 달콤한 디저트 먹기, 개봉영화 챙겨 보기와 같은 꾸준하게 반복적이면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덜 불행해지지 위한 그의 행동들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동창회를 가지 않고 노래방은 적극적으로 피해다닌 호불호의 행위들을 보면서...늘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기것보단 함께라는 미명하에 우~`~몰려다다니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한다. 책은 쉽고 잘 읽히며 좋은 문장에 대한 욕구 같은 것을 채우기에는 아주 좋은 책이다.
- 책 속의 글 -
"설겆이는 윤리학. 설겆이는 밥을 하지 않은 사람ㄹ이 하는 게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취식은 공동의 프로젝트입니다. 배우자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설거지는 하지 않고 엎드려서 팔만대장경을 필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귀여운 미남도 그런 일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혹자의 삶이 지나치게 고생스럽다면, 누군가 설겆이를 안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19세기 유합계급 양반들이 게걸스럽게 먹고 남긴 설겆이를 하느라 이토록 분주한 것은 아닐까요? 후대의 사람들이 자칫 설거지를 하며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각 세대는 자신의 설거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세대간의 정의(Jusrice)입니다."-40P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보다 큰 어떤 것이 아닐까. 그 큰 어떤 것을 끝내 온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그 알 수 없는 운명이 궁금하여 점을 치고, 신의 가호를 얻기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이 감내하기에 신은 너무 오래 침묵한다. 신이 영원에 가깝도록 침묵할 때,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이 해볼 수 있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정치는 인간의 자력 구제 행위다."-166P
"악이 너무도 뻔뻔할 경우, 그 악의 비판자들은 쉽게 타락하곤 한다. 자신들은 저 정도로 뻔뻔한 악은 아니라는 사실에 쉽게 안도하고, 스스로를 쉽사리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악과 악의 비판자는 일종의 적대적 의존관계에 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때로 악을 요청한다. 상대가 나쁘면 나쁘다고 생각할수록 비판하는 자신은 너무나 쉽게 좋은 사람이 된다."-189P
"뱃살 넘어에는 무엇이 있는가? 결국 몸 전체가 뱃살이라면, 뱃살이 뱃살을 개혁할 수 있는가? 피하지방이 내장지방을 개혁해야 하는가? 그 개혁은 어떤 정치경제를 전제한 것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존재의 가장 정치적인 부위인 뱃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 생각마저 뱃살이 꾸는 꿈에 불과할지라도."-223P
"아무튼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물으면 사실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책은 인류가 발명한, 사람을 경청하게 만드는 정말 많지 않은 매개 중 하나죠. 그렇게 경청하는 순간 우리가 아주 조금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자기를 비우고 남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자세요."-318P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 중의 하나는 남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당신이 집단생활, 공동체적 삶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상관없다. 어떤 식으로는 타인과 '공존'하지 않고서는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타인과의 공존은 운명이다. 정치학이란 그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정치사상이란 그 운명의 사랑에 대해 근본에서부터 생각해보는 일이다."-327P
"행복보다는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다. 행복이 단지 시분이 좋은 걸 의미한다면, 나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334P
예민하고 다정한 사람많이 읽어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관찰을 친근하고도 나즈막하게 들려주는 너무 예쁜 책.
이 책을 트위터 추천에서 보고 표지가 너무 이뻐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단순하게 표지를 보고 산 책 치고는 저자가 꽤 드라마틱한 인물이라 더 재미있게 잡아 들었던 것 같다. 그가 유럽의 경험하면서 함께 즐기고 누렸던 식물과 그 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주 정겹게 그려져 있다. 늘 식물을 죽이기만 하는 나에게 식물은 늘 부담이지만. 그 것들이 담긴 예쁜 책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쉽게 씌여져 있고..책장에 꼽아두고 책 속에 등장하는 꽃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살짝 꺼내 보기에 아주 부담 없는 책이다.
- 책 속의 글 -
"수국은 시들어도 웬만해서 지상으로 꽃이 떨어지지 않고 바삭바삭 말라가며 자연스럽게 드라이플라워가 된다. 꽃잎은 녹색을 띠면서 수국의 유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아서 이 천연 드라이플라워를 가위로 잘라 유리병에 시원스레 꽂아두곤 한다."146p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독특한 마스크를 가진 할머니 배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여자 기타노 다케시 같이 나름의 삶을 살다간 한 여자의 삶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사람은 분명, 노력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때는 그냥 타고난 대로 그 역량만큼 살다가 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남긴 12가지의 말들에서 그런 경향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달려간다기 보다는 주어진 매번의 생에서 도망치지 않고 본인의 생각대로 살아낸 느낌 같은 것..앞의 인생도 의미가 있지만 뒤의 인생 역시 그 남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녀도 보편적인 여느 사람들 처럼 가족도 있고 자식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늙고..직업에 맞게 영화와 드라마를 남기고 책으로 기록될 만한 말을 남긴 삶을 살았다는 걸 인지하게 해 주었다. 영화 안에서와는 또 다른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전해주는 책이다.
- 책 속에 그녀가 남길 말 중에서-
01.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립'하는 게 답 아닐까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 할지, 일단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도 좋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어떻게 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이어야죠. 더 나아가 그런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07. "사람이 무너가를 품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옷이든 물건이든 딴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면 줘버립니다. 다른 사람한테 주면 물건아 다시 살아나니까. 그렇지만 나는 안 받아요."
19. "나한테 신이란 빛과 같은 거예요. '행여 벌을 내리실까' 혼비백산하며 놀라기에, 신이란 그렇게 옹졸한 존잭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기도를 안 하면 벌을 내리는 옹졸한 거래를 신이 할 리가 없다고 봐요. 빛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가닿기 때문에, 그저 그 빛을 받는 쪽이 흐린지 맑은지에 따라 그을거나 빛나거나 하는 거라고요. 결국 과학이 발달해서 마음을 반사시키는 이 '빛'을 규명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 전에는 내 판단을 넘어서는 존재를 거부하지도, 빠져서 허우적대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고 싶네요. 나는 그렇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위대하지도 쓸모없지는 않으니까요. "
25. "가능한 한 나를 일상적인 상황에 두려고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삶 속에서 성장하기 어렵고, 당연히 생활 감각도 잘 모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덩달아 아이도 생활 감각에 어두워질 테고요. 그런데 연예인 중에 그런 사람이 드무니까 사람들한테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예요. 1"
37. "나이를 먹는 다는 건 꽤 흥미롭습니다. 젊을 때 당연하게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런 변화가 재미있습니다. 나이는 누구나 먹는 거라 아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살아온 모습대로 죽는 거 아니락 싶네요. 나는 이제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요. 오늘도 여기까지 혼자서 왔습니다. 일은 자동응답 전화기 한 대가 다 관리해주고 있고요. 혼자서 하는 것조차 버거워지면 그떄는 끝내는 거죠. 내 마지막 대사는 '이번 생은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어때요? 좋은 대사죠?"
51. "서로 지나치게 마주보고 있으니까 결점이 다 보일 수 밖에요. 그러다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랑 같이 산다고 했을까 생각하면 우울해지죠. 그런데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차라리 공동의 관심사를 찾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64. "나는 어렸을 적에 자폐 성향이 강해서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곤 했습니다. 학교에 안 간 적도 있었는데, 아버지는 " 안 가도 좋으니 그냥 이리로 오렴. 이리로 와" 하고 말해줬어요. 그랬기 때문에, 내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여도 우리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했을 겁니다. 누군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죠. 사람에게는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임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 일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른도 기분이 좋은데, 아이라면 더 의욕이 솟지 않을까요? 다만 계속해서 학교에 가지 않는 건, 아이에게 무척 인내를 요구할 것 같습니다. 우리 남평이 어느 날 돌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보 삐뚤어지는 것도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무지 힘이 들어. 게다가 그 상태로 계속 있는 건 더 힘든 거라고." 어떤 면에서 등교 거부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학교에 안 가도, 내 존재로서 타인과 세상을 더 즐겁게 만드는 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럴 기회는 꼭 찾아옵니다. "
109.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라고들 하는데 암하고 오래 살고 있자니 '언젠가' 죽는 게 아니라 '언제든' 죽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랟 빌린 걸 다시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무척 홀가분해요. 사람을은 내 말을 각오처럼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각오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흐물흐물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여태껏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 죽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112. "우리가 죽는 건 순간이며 다시 새로운 탄생이 있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면, 훨씬 즐겁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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