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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어반 스테레오....
홍대의 즐겨가던 Bar에서 나오던 세련된 음색에...가사가 흘러 나오기 전까지..일본밴드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음악. 그 만큼 당시 듣던 우리 노래와는 다른(물론 클래지콰이와도 다른) 음색에...본 밴드에 대해서 전혀 정보가 없던 즈음엔 그러한 추측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이후엔 집에 사두고 듣지 않았던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와 연관된 이지린의 프로젝트 그룹인걸 알게 되었고..상큼한 음악만큼 상큼한 음반 자켓은 사서 들으세요 !! 라고  말하는 자신만만한 도발 같았다.
현재의 우리 음악계가 디지털 시장에 대한 추파로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는 이 때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활동은 지극히 루키 같지만, 루키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지난 2.5집에 삽입된 곡 "지랄"의  기대하지 않았던 성공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고 자타 우기고 있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은 특별하다.)

컨셉이 일정한 음악과 그 음악을 받쳐주는 자켓은 이들의 행보가 날림공사, 짧게 매출 올리기 등으로 일관된 음악 시장의 풍토와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그들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발전 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인디가 아닌 인디, 오버가 아닌 오버로서의 자기 성장점을 꾸준히 키워가면서 방송활동이나 뮤직비디오 남발이 아니라, 조용한 음반 발매...끊이지 않는 소규모 라이브 공연을 통해서 활동의 영역을 이어가고 꾸준히 지켜 간다는 것은 단순한 매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근나근한 일로크로니카...한국식 흥얼거림이 보여주는 신선함이 조용히 음악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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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들으니까 중독된다, 혹은 너무 들어서 물린다 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그야말로 현재의 디지털 환경 속에 아주 잘 매칭되는 음악색을 가지고 있다. 부담없는 사운드..반복되면서 중독되는 것 같은 느낌..그리고 감각적인 가사까지 완벽한 상품으로 무장된 이들의 음악은 일정 부분 까페 음악으로서의 소품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있지만, 시대가 변하고 음악을 든는 젊은이들의 귀가 변한 시점을 정확히 파악한 음악 세게라고 감히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나 피곤하고 쉼없이 졸리는 현대인들에게 새련되면서도 반복되고 낯설지만 피곤하지 않는 그들의 음악은 어찌보면 음악을 듣고  망각의 세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마약 같은 피난처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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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7. 2. 9. 16:35
오월의 마지막 주말, 조금씩 시작되는 더위는 아주 조금씩 저녁을 빨리 기다리게 하고,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은 황사가 지나간 이후라 조금은 반갑기도 한 때,,,,,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바람이 아닌 또 다른 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노랫가락과 넘치는 박수소리, 그리고 뜻을 같이 하고, 같은 소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기 속에서 시작된 열린 콘서트 <바람이 분다> ….

정태춘, 박은옥을 위시한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한 공연 <바람이 분다>는 많은 대학교의 축제들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대학의 열정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를 비롯한 재야 단체의 주최로 정태춘과 박은옥을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윤도현 밴드, 이정열 등의 가수들이 함께 했다. 대중가요가 노래를 통해 시민정치와의 조우를 꿈꾼다는 점에서 이 공연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났다. 관객들 각자의 관람이유야 각양각색이겠지만,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향수는 독특하게 현재의 정치와 사회상과 유리되어 생각할 수는 없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정태춘과 박은옥이라는 메인 타이틀과 함께 참여한 젊은 가수들은 노 개런티로 함께 노래함으로써 새로운 정치가 만들어내는 새 나라에 대한 작은 염원에 대한 열의에 동참했다. <바람이 분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영화배우 문성근의 사회로 1부와 3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 박은옥의 무대, 2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함께 하는 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과거 히트곡들과 다른 가수들의 포크, 락 음악을 통해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사해 대학교 노천강당에서 우렁찬 함성이 함께한 열기의 무대를 선보인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행, 그리고 공연장 입구에 “아직도 조선일보를 읽으십니까? ”라고 쓰인 샌드위치 걸개를 목에 건 청년들과 배우 명계남 씨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이날 공연장의 풍경들이 사뭇 묵직하거나 딱딱하게도 보일 수 있겠으나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것은 공연의 진행이나 게스트들의 다양함에도 있겠지만, 노찾사의 초기 멤버들이 함께 다시 모였다는 동창회적 분위기와 유머 섞인 정태춘의 노래들, 그리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지닌 굳은 결심이 담긴 웃음처럼 당당한 자의 여유들이 대학가 노천강당에서 옛추억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40, 50대의 젊어 보이는 부부와 386 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양복에 사각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 그리고 이 강당의 주인같이 편안한 젊은 학생들과 아이들을 무등에 태워 함께 온 부부까지, 들뜨고, 추억에 잠긴 관객들은 조악한 음향 시설과 울리는 하울링에도 굴하지 않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손뼉치고 하늘과 시멘트 바닥 사이에서 이들은 다 하나가 되어 작은 손을 모은다.

제 1부, 아직도 채 해가 지지 않은 초저녁, 처음으로 소개를 받은 정태춘이 소개되고, 정태춘은 자신의 노래 “사람들”을 2002년 5월 버전으로 들려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그리고 생각하게 하며, 박은옥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신곡 “빈산”을 부른다. 그리고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찾사의 대표곡들이 불려지고 연이어 1부 게스트 강산에는 자신의 히트곡 “라구요”의 통일버전을 자신의 개인사에 엮어 들려준다. 근래에 보기 드문 강산에의 열창은 그가 얼마나 팬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싶어했는지 짐작하게 하고, 무대는 그의 그리움만큼 뜨거워진다. 2부에 들어서는 “사계 ”를 비롯한 노찾사의 대표곡과 정태춘, 박은옥의 “정동진 2 ”가 계속되고 2부 게스트 이정열과 윤도현 밴드의 노래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열기로 더더욱 불을 뿜는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열광한 이 무대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수들의 열창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관객들의 함께하고픈, 여기 모인 이들이 힘을 모으고픈 열망이 함성이 되고 그 함성이 가수들에게 힘으로 전달되듯 인기나 선택한 곡들과는 상관없이 열기는 충천, 희망이 만발한다.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져 4부에 다다라서는 이 곳에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고 있음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호와 합창이 관객과 가수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원 멤버들이 다시 다 모이는 계기가 마련된 장이었지만 이들이 공연의 모토로 이야기 하는 새로운 정치시대 10년의 개막과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의미를 일깨우는 새 정치를 위한 축제의 성격 역시 지울 수 없다. 조금 규모가 큰 대학의 축제 같은 공연일지 몰라도 공연장 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은 이 무대를 더욱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이렇듯 실로 오래간만에 현실 정치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대학 내에서 노래와 함께 울린 것이다. 지난날, 혹은 과거 그 때 사회를 알게 되어 고민하던 이들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꾸미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공연의 색깔은 빨간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색도 세월의 힘에 의해 분홍빛으로 옅어지고 부드러워진 분홍색은 유별난 몇 명의 사회 변화기가 아닌 일반 시민과 학생 대중들이 음악을 즐기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

오래간만에 노래하는 많은 가수들과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여 소리 지르고 함께 부른 노래공연 “바람이 분다”는 6.13 지방선거, 이후에 이어질 대통령 선거까지 정치가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는 모토아래 열린 무대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데 있어, 단순히 일부 어떠한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성격이 보인다 하더라도 혹은 선거의 스케쥴에 의도적으로 계획되어 보인다 할지라도, 대중문화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팬들도 노래와 함께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데 있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노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에 충분하다. 또 어떤가 화려한 락 카페에서 머리를 흔드는 이가 있다면 넓은 운동장에서 손을 흔드는 이도 있지 않겠는가?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이가 있다면 노래를 들으며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공연의 주최자들의 의도와 기대만틈 이 노래공연이 낡은 정치를 바꾸는데 아주 작은 청량 바람이어도 좋지 않겠는가!

Tip 이 글은 제자가 2002년 5월에 www.kpopdb.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23:09
 

이 상에는 비슷한 것, 이른바 닮은꼴이 참 많다. 음악에서도 비슷비슷한 음률이나 분위기를 느낀다거나 비슷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수들을 만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비슷한 음악, 비슷한 가수 이러한 음악세계에서 시와 노래의 만남은 조금 다른 영역에서의 비슷한 감성을 만나게 한다. 시가 아주 원시적인 시대에서는 그들이 부르던 가사였음을 상기한다면 시의 노래화는 '보는 시'에서 '듣는 시'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음악과 문학이라는 점에서 다른 것 같지만 시에 마음을 담으면 노래가 되었고, 노래를 깊게 들으면 시가 되듯이 이 둘의 관계는 마치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온 형제처럼 그 모양새나 느낌이 닮아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선보이는 BOOK-CD는 이 둘의 친밀함과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시와 독자와의 사이를 조금 더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진행중인 여러 동인, 개인의 시노래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이런 일련의 BOOK-CD 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팀이 있다면 시인과 가수, 그리고 시인이 주축이 되어 만든 동인 ‘나팔꽃’의 활동이 아닐까 한다.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과 작곡가이자 시인인 유종화 그리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 김원중, 배경희, 김현성, 홍순관, 류형선, 이지상, 안치환, 이수진 등이 모여 만든 시 노래 모임인 나팔꽃은 한달에 한번씩 작은 장소를 빌려 콘서트를 개최하고, 현재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주 현대문학북스, 1999)과 [제비꽃 편지](현대문학북스, 2001)라는 제목의 BOOK-CD를 두 권 만들어 냈다. 이 동호회에 소속된 시인의 시와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과 이들의 시에 노래를 붙힌 곡들을 위의 가수들이 부른 시디를 함께 읽고 들을 수 있다. 이들만의 독특한 서정성은 자신들의 홈페이지 입구에 씌어있는 -작게. 낮게, 느리게-라는 문구를 통해서 그 색깔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현재의 도시인들에게 더 없이 따뜻하고 윤택함이 될 수 있는 이들의 음악과 시는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시선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스스로를 작게 보는 넉넉한 마음과 자기를 낮출 수 있는 솔직함 그리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는 이 동인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이 나팔꽃 동호회에 속해있는 멤버 중에서는 나팔꽃을 통한 BOOK-CD 이외에 따로 출간한 개인적인 성격의 BOOK-CD들을 발간한 경우도 있다. 먼저 ‘노래마을’ 등으로 오랜 동안 노래패 활동해 온 백창우의 소탈한 노래 운동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동요집을 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시인 이원수씨의 시에 자신이 음률을 붙힌 동요집 [이원수의 시에 붙힌 노래들 1,2](보림, 1999)는 자신이 직접 결성한 어린이 노래패 ‘꼬마 굴렁쇠’들과 함께 해 포크 팬들은 물론 순수함을 원하는 맑은 노래들을 들려준다. 이 앨범 속에서는 ‘나팔꽃’ 동호회의 일원인 홍순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토속적인 맛에다 풋풋함까지 서려 있는 이 앨범은 함께 부는 노래가 어떤 것인지 조용히 알려주는 독특한 앨범이다. 음악인으로서의 백창우 못지 않게 문학적인 감수성도 높은 백창우는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1,2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가을편지] 등의 시집을 냈다. 단순히 음악인이라고만 하기에는 그의 문학적인 활동이 무척 왕성한 모습이다.

백창우와 함께 BOOK-CD [바람 부는 날](당그레, 2001)을 낸 시인이자 국어교사인 유종화는 시를 통한 노래운동,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참다운 삶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바람 부는 날] 역시 그의 활동을 볼 수 있는 좋은 보기가 되는데 유종화가 선택한 우리의 시들에 자신이 직접 곡을 붙혀 만든 이 노래들은 그 음색에 맞게 재야 가수들이 색깔있게 불러냈다. 이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시에 대한 의미들은 담은 책은 CD만큼이나 돋보인다. 여느 시 해설서에서 볼 수 없는 개인적이면서 솔직한 글들은 우리의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아주 쉽게 보여준다. 시가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그 과정을 알려주는 듯한 그의 글, 그리고 우리의 노래들 중에서 여느 시 못지 않는 감성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노래 가사까지 꼼꼼하게 적은 그의 글들은 맑은 노래만큼이나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전해준다.

이들 앨범과 그 멤버나 성격이 비슷한 또 하나의 BOOK-CD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명예의 전당, 2002)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BOOK-CD이다. 시인 이정하 씨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에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이 곡을 붙힌 이 BOOK-CD는 기존의 김현성의 음악세계를 아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앨범이다. 보통의 사랑노래와는 다른 김현성 식의 사랑노래를 담백한 음색으로 들을 수 있는 이 앨범은 그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행동 ‘혜화동 푸른 섬’이 노래해 부담없는 사랑 노래를 전해준다. 단순하면서도 말랑말랑한 사랑노래와는 다르게 시적인 언어로 정화된 사랑은 단순한 고백이나 맹목적인 사랑으로 일관하는 메인스트림의 사랑노래와는 다른 정서를 전해준다. 이것이 이른바 김현성 스타일의 포크에 담긴 사랑일 것이다.

위에 소개된 노래들을 듣다 보면 역시 시와 음악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란 시가 음악에부터 가사부분을 담당하는 형태라는 당연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문학성이기도 하며 음악이 문학에 기댄 부분이기도 할 테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노래 가사는 문학에 자극을 주기도 하면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 테다.

이제까지 열거된 앨범과 책들이 포크 가수들과 시인의 시 그리고 편곡자들이 만들어낸 앨범이다. 이러한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여타의 앨범들 속에서 특별히 돋보이는 앨범들이 있다. 그건 바로 시인들이 직접 노랫말을 만들고 자신들이 직접 앨범의 노래를 부른 경우다.
시인이자 노래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보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꽃 한송이 주지 못했네](당그레, 2001) 라는 제목의 BOOK-CD를 발표했다. 우리 정서가 충분히 담겨있는 노래가사와 자신의 음성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목소리는 일면 너무 평범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숨김없음이 가지는 담백함이 전해주는 그의 색깔은 색다른 사랑노래로 거듭날 수 있게 한다. 언더 중에서도 언더로 불릴 수 있는 그의 시와 음악은 마치 청학동 동자들의 노래처럼 세상과 유리되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안에 있는 개인적인 감수성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데 있어 편안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요란스러운 가요계의 여러 풍토들을 생각한다면 그의 이런 활동이나 노력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한보리가 음악이나 문학적인 활동에서 시작하는 단계라고 한다면 또 한명의 이 문학인 이제하는 문학적인 경륜이나 여러가지로 상당히 놀라움을 전해준다.
소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쓴 소설가로 그리고 시인으로 많이 알려진 이제하가 1990년 말에 발표한 시집 [빈들판](나무생각, 1998) 과 음악은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선사한다. CD에 담긴 총 12곡 중에 10곡을 자신이 직접 만들었으며 예전 여러 기수들에 의해 애창되어온 “세노야”를 자기식으로 불러준다. 워낙 내공이 깊은 문학인이었으니 그가 노랫말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놀랄 일이 아니겠으나 그가 직접 노랫가락을 만들고 불렀다는 것은 센세이션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한다. 이제하의 목소리는 구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한데, 마치 오랫동안 잘 숙성시킨 된장이 전해주는 편안함과 구수한 맛이 넉넉한 삶의 성찰로 빠져들게 한다. 황혼으로 달려가는 한 나이든 사나이이자 문학인인 그의 삶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독백의 성격이라 볼 수도 있는 이러한 성찰의 내음은 노랫말 곳곳에 나타나는 우리 자연과의 호흡과 내면을 다듬는 개인의 자숙이 섞인 우리 포크의 진수같이 보인다. 마치 최근까지 잠자고 있는 우리 포크에 정신을 깨우치는 돌팔매 같은 이 음반은 90년대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포크의 수작이라고 보기에 전혀 아까움이 없이 앨범이다.

시를 쓰는 사람, 노래를 만드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 어쩌면 이들은 같은 나무에 달린 나뭇가지처럼 하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태고적에는 같은 것이었다. 꽃이 필 때면 열매가 숨을 죽이고 있고, 꽃이 다 지고 나면 비로소 열매가 열리는 것과 같이 서로를 드러내지 않고 잘 보듬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이 문학적인 음악들은 장르로 말하자면 수수한 포크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특별한 장르 구분 없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듣는 이들에게 부담없이 전해진다. 삶 속에서 노랫말을 찾고 그 안에서 성찰을 담아 노랫가락을 붙히고……노래를 단순한 노래에 한정하지 않고 노랫말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고, 마치 따분함이나 너무 어려움의 진수로 볼 수 있는 시를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이 시를 노래하고, 노래를 읽게 하는 BOOK-CD들은 갖가지 개성과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름을 향해가는 봄의 끄트머리에 시와 노래가 함께 담긴 이 종합선물 세트는 명절 이외에 과자 꾸러미를 지고 집에 오신 삼촌마냥 푸짐하고 행복한 순간을 전해준다.

이 글은 제가 2002년 5월에 www.kpopdb.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18:38
국내 음반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판로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인 루트를 통하는 음악이란 역시 시장성 없음, 혹은 독특한 자기 고집의 과다 쯤으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이러한 루트 중에서도 출판사를 통한 음반의 발매가 조용하면서도 꾸준하게 이어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 가장 흔한 포멧이 시집과 묶어나오는 시 낭송집과 작사가 곧 시라는 점에서 시집과 노래CD가 묶여나오는 것 등이다. 이러한 부류의 앨범 중에서도 출판사 바오로딸에서 출시한 "사랑의 이삭줍기" 시리즈가 주는 신선함은 종교적인 색채만이 아닌 독특한 색깔로 새로움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사람과 사람과의 교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흔하고, 또 인정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 사랑보다 더 가치있는 교통의 방법이 있다면 '배려'일런지도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그 가치보다 폄하되는 배려는 계산없이 타인에게 자신을 아낌없이 줄 수 있기에 오랜동안 조용한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숨어있는 작은 등불이 나즈막하지만 진심어린 힘을 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천주교의 교리 안에서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일생의 자화상으로 삼은 수녀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래서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

"사랑의 이삭줍기"는 1997년 1집이 발매된 이후 2001년에 2집이 발매되었다. 사랑을 근간으로 해서 '노래'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 앨범은 수녀들의 맑은 목소리를 실력을 갖춘 가요계의 순수함이 담아낸다는 데 있어 그 행보 자체만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종교적인 색깔을 바탕에 두긴 하되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반 대중들의 정서를 받아들이는 노력은 이 앨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과 배려를 그대로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아름다운 사람",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백구"의 경우 김민기 작사, 작곡으로 국민 대다수가 익히 알고 있는 서정성 깊은 대중가요의 기본 코드, 하지만 순박한 수녀들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노래는 익숙한 음률을 신선한 목소리고 새롭게 다가오게 한다. 이렇게 눈에 띄는 몇몇 곡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대중가요를 다시 부른다는 일반적인 변주에 한정되지만은 않는다. 익숙한 가요를 다시 부르는 친근한 접근 사이사이에 녹아있는 이들만의 맑은 노래, 순박한 음성이 주는 독특한 안식 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척박하고 답답한 세상에 그들만의 새로운 신호를 담은 곡들은 노래를 듣는 동안은 세상의 고통과 고민에서 벗어난 착각을 가지게 한다.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도종환 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인 "꽃씨를 거두며"나 두번째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행복한 과일가게" 같은 노래들은 우리 삶 속의 일상사가 주는 행복이야 말로 삶의 활력소임을 아낌없이 전해준다. 또한 1집에 수록된 "꼬마 천사와 꼬마 거지" 는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녀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훌륭한 동요로써 모자람이 없다.

앨범에 담긴 하나하나의 노래만큼이나 눈여겨 볼 것은 두 앨범의 전체적인 성격.
두 앨범에 쓰인 작사는 뜻깊은 이들의 '시'와 '마음'라는 데 있어 충분히 감성적이며 교육적이다. 또한 이런 시적 감성을 욕심없는 마음으로 부른 수녀들 사이에는 훌륭한 가교로서의 한 음악인이 있어 음반이 더욱 더 빛을 발하게 한다. 독특한 행보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중인 김현성씨가 선보이는 음반 프로듀싱은 현재 가요계에서 상쾌한 기분을 가지게 하는 최고의 청량제로써 다가오게 한다. 음반 전체의 분위기를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기계음보다는 수녀님들의 목소리를 더욱 더 강조하는 그의 의도는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임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김현성씨의 프로듀싱은 함께 하면서도 수녀님들을 배려하는듯한 인상에서 전체 음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조력자로서의 프로듀싱의 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인상은 남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만의 신호로 세상의 자기 아닌 것들에게 자기의 의지를 전달한다. 말과 몸짓, 그리고 글과 행동, 또한 그 많은 방법들 중에 '노래' 역시도 힘있는 자기 메세지 전달법이다. 몸으로 행동하되 조용히 노래하는 수녀님들의 행보는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나즈막하게 이 작은 노래를 통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한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이 욕심없이 맑은 사람들이 전하는 세상의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랑의 이삭줍기"는 앨범의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에 버려진 아주 작은 하나의 이삭을 줍는 마음처럼 세상의 작은 미물에 대한 넓은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더더욱 풋풋한 마음 그대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하나의 붕어빵 기계로 앙코의 양만 차이가 있게 만들어지는 최근의 국내 음반들에 비하면 이들 수녀님의 도전은 가요계는 물론 문화계 전반에 신선함으로 다가오며 가요계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하나의 자극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부르는 욕심없고 맑디 맑은 노래는 반복되고 더 복잡해지는 '요즈음의 노래' 사이에 좋은 쉼터가 되며 일생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말이 된다. 성서 속에서 누가로부터 전해지는 전언, 물고기 두마리와 보리떡 다섯개로 오천명을 배부르게 한 것처럼 두 장의 "사랑의 이삭줍기"는 오천명이 넘는 이들의 가슴에 생물학적 배부름에 결코 못하지 않는 정신적인 편안함과 마음속의 사랑을 다시 새겨 줄 것이다.
p.s. 녹음 뒷이야기를 정리해주신 음반기획부 황젬마 수녀님 감사드립니다.

Tip 이 글은 제가 2002년 4월에 www.kpopdb.com의 미니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00:00

처음 자우림이 나왔을 때 난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고, 우연히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온 이 맹랑한 아가씨가 크렌베리즈(Cranberries)의 노래 "Dreams"를 부를 때 내가 모르는 외국가수가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한다고만 생각하고 채널을 넘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조용한 밴드의 공연 소식이 지방의 어느 벽보판까지 잠식할 때 꽤나 인기 있는 젊은 밴드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관심은 생일선물로 받은 조성모 1집을 들고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이 밴드의 데뷔앨범으로 바꿔 들으면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것이 자우림을 제대로 듣게 된 게기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무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벌써 몇년이 흘렀나 자우림도 중견 아닌 중견이 되었고, 다들 자리 잡고 지 갈길 가고 하는 이 밴드의 진정한 리더 김윤아는 또 다른 변모된 모습으로 두번 째 신보 <유리 가면>을 내 놓았다. 가면은 썼지만 유리가면이라 자신을 숨길 수 없는 가면은  진정, 혼란함을 담고는 있지만 자신의 영리함과 자신감을 여지 없이 보여 주기엔 안성맞춤인 제목 같아 더 없이 김윤아 스럽다.

전체적으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자신의 애인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방준석과의 관계가 이상기류를 띠나 왜 이리 우울하나 싶으면서도 그 알수 없는 추측의 애정전선에 의혹을 품는 순간,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그녀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대를 거슬러 윤심덕의 용기어린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이면서도 음울하고 권태로운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관조하는 그녀의 노랫말이다. 사랑은 시작이 되는 순간부터 정해지지 않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와 같다. 그래서 끝나가는 혹은 끝나버린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고.  때론 사치이기도 하다. 네번째에 자리잡은 곡 "야상곡"은 사랑이 끝나가는.. 그래서 더 애절하게 기다리게 되고, 또 잊으려 하고, 사랑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사랑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동명 타이틀 주제곡이 가지고 있었던 느낌을 한껏 북돋우는 타이틀이다. 영화안에 내재된 이율배반적인 사랑의 논리를 다시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마치 연작의 후속곡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어지는 곡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역시 그녀만의 단어(식품처럼 소모될 열정, 날 위해하는 불안한 사랑 등)가 가진 음율이 주는 묘미를 여지 없이 보여주는 곡이다. 마치 시큼시큼한 치즈같이 입에 와 닿자마자 온 몸으로 스며들어 감각적으로 흡수되는 것 같은 그녀의 가사는 고급 치즈에 맛을 들여 수퍼에서 파는 치즈를 치즈로 인정하지 않게 되는 불치병 같이 치명적인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에는 기다리고, 그리워 하고 때론 한탄한다는 반복적인 사랑의 행위가 내재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소모되고 다시 피어나고 자신을 갉아먹고 또 다시 채워 꽃피우게 한다는 불가항력적 기대감의 반복이라는 암시도 놓지 않는다.

이제까지 나온 여느 사랑의 노래 보다 처절하지만 사랑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보고 있는 이 앨범의 매력은 지극히 자극적이면서도 지적이어서 마음을 아리게 하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면서 깊숙하게 박혀 버린다. 이런 애상은 나도 모르게 다가왔다가 어렵게 떨어져 나간다는 점에서 너무나 사랑의 본질과 닮아 있기도 하다. 이런 노래를 만들어 낸 가수 김윤아는 노래를 잘하는 혹은 이쁜 가수가 아니라 여우 같은 영리함을 숨기지 않는 가수이며, 솔직하고 과감하다는 점에서 여우 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여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김윤아는 싫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윤아의 노래를 싫어하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런데, 근래의 어느 신보보다 가까이 두고 반복해서 듣고 있다.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우울한 사랑의 묘미를....가면을 쓴다고 써도 다 보이는 사랑을 말이다.



by kinolife 2006. 4. 1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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