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95분
감독: 앤드류 플래밍(Andrew Fleming)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
       알버트 브룩스(Albert Brooks)
       로빈 터니(Robin Tunney)
       라이언 레이놀드(Ryan Reynolds)
       제이 슬로엔(Lindsay Sloane)
       캔디스 버긴(Candice Bergen)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들, 그 중에서도 코미디 영화들은 크게 진보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예전의 영화들을 유지하는데도 힙겨워 보인다. 물론 중간중간에 나쁘지 않은 영화들을 두고 궂이 아무생각 없이 오래간만의 휴일에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나의 아무런 생각없는 선택이 빚어낸 결과겠지만.....아무튼 킬링 타임용으로도 조금 부족해 보이는 이 이상한 사돈 이야기는 영낙없는 비디오용 영화 이상은 아니다.

우리 보다는 사돈이라는 관계가 열여 있다고는 하나 역시 2촌이라는 관계가 주어진 핏줄의 세계와 그 핏줄이 만들어낸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끼리의 가족관계의 형성이 어찌 자연스럽고, 편하기만 하랴. 하지만 영화를 위해 만난 C.I.A 사돈이란 가히 불편함을 넘어선 당혹스러움이다. 신출귀몰, 때 아닌 때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낯설디 낯선 장소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오해살만한 행동을 보이곤 해명없이 또 행방불명...아버지의 정체를 아는 아들은 장인 장모 앞에서 얼굴을 못 들 지경....더군다나 이러한 아버지의 비밀을 옹호하고 풀어줘야 할 엄마는 아버지와는 앙숙관계라니, 이정도 되면 아버지는 어떠한 핑계를 대서라도 못 보는 걸로 하는 것이 신상에 좋으련만, 역시 결혼식이란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다 있어야 하기에 영화는 이런 사돈의 부재를 허락할 수 없다는 둣, 사돈의 비지니스를 파고 들면서 영화를 끌어간다.

자! 예상 대로 신랑의 아버지 스티브는 복사기 업체에 다니는 사람으로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게 안 나타나고, 너무 이상하게 사라진다. 하지만 신부의 아버지, 즉 바깥 사돈 제리는 적지 않게 스티브의 일에 개입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 존재를 관객에게 할려주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는 첩보활동의 세계에 있는 다사다난한 일들이 에피소드로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다. 어쩌다가 스티브의 프로젝트에 깊숙하게 개입되게 된 이 사돈 제리, 적지 않게 다이나믹한 일들과 막닥트리게 된다.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프랑스 놈(이 장면에서 미국인이 유럽인 특히 프랑스인에게 가지는 나쁜 이미지들을 이렇게 표현하나 싶다.)이 제리에게 침을 흘리는 장면이나, 비행기를 못타는 제리가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의 헬기에 얹혀선 겁을 내면서도 좋아하는 장면이라거나, F.B.I로부터 전설의 살인마라는 오해를 사는 것 조차도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쓰일 수 있는 장면이기는 하나 재미있다거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사돈 스티브의 공작활동과, 그 공작원의 아들 결혼식이 잘 이행되기 위한 과정을 뼈대로 사돈 제리가 스티브의 일에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 그리고 그 헤프닝 사이에서 발현되는 좋은 아버지 상에 대한 의문을 통한 가족애 발현 등으로 이 영화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되기에는 조금 각이 안 맞아 보이는 부분이 있어 전체적인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재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공작활동이 분명하고 세밀하지 못하다는 것과, 후반부에 가족애를 찾는 부분이 급작스럽게 도출된다는 점... 그리고 사돈의 매개가 된 젊은 커플의 에피소드가 영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전체적으로 영화의 균형을 잡지 못해 큰 재미를 선사하진 못한다.

영화의 스케일은 둘째 치더라고 B급 영화, 비디오용 영화에서도 잘 만들어진 영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위험한 사돈>의 경우엔 작은 영화로 보기에는 마이클 더글라스 라는 이름이 무게가 적지 않은데, 영화가 이 정도고 보면 마이클 더글라스의 낙마가 너무 크지 않나 싶고, 수작이나 문제작의 중간에 끼워진 쉬어가는 작품으로 보기엔 그의 최근 활동이 두드러진 것이 없으니 역시 한물 간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이런 그의 안타까운 행보 사이에 오래간만에 출연해 잠깐 얼굴을 보여준 캔디스 버긴이 반가웠던건(그녀의 코미디 연기가 놀랍다.) 그 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들어올 것 없는 그림, 생각할 필요 없는 이야기, 관객을 크게 즐겁게 할 일도 없는 배우들의 이모저모는 이 영화의 가치를 개봉 이후 짧은 시간에 반짝 비치다 사라질 작품임을 확신하게 한다. 킬링 타임용으로 쓰기에도 용도가 그리 크지 않는 시원찮은 코미디물의 전형이다.
by kinolife 2006. 7. 31.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