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34분, 미국
감 독 : 주드 애파토우(Judd Apatow)
각 본 : 주드 애파토우(Judd Apatow)
출 연 : 레슬리 맨(Leslie Mann)
폴 러드(Paul Rudd)
제이슨 시겔(Jason Segel)
메간 폭스(Megan Fox)
존 리스고우(John Lithgow)
멜리사 맥카티(Melissa McCarthy)
크리스 오다우드(Chris O'Dowd)
앨버트 브룩스(Albert Brooks)
음악 : 존 브라이언(Jon Brion)
태어나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음 향해 질주하듯 시간에 부딪히며 결국 닳고, 낡고, 늙어가다 소멸하는 것.
살아 있는 것은 결국 죽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깨쳐버리고 나면, 그것 참 허무하지만, 진짜 삶은 그걸 알고나면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것을 일꺠우기에 이만한 나이도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영화 같고, 지금의 내 나이와 바로 오버랩 되면서 꽤 깊게 읽힌 영화였다.
*40대의 섹스
40이 되어 중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섹스는 좀 골치 아픈 문제를 동반한다. 영화의 시작도 화끈하게 마흔 살 생일을 맞은 아내 데비의 이른바, 생일섹스에서 시작된다. 화려하게 시작된 섹스는 피터의 '비아그라 고백'으로 참혹하게 끝이나는 장면을 보면서 슬퍼지기 까지 하는데, 비아그라를 둘러싼 부부의 대화는 쓸쓸한 40대의 섹스를 대변하는 증표 같이 생각된다.
몸매와 건강유지를 위해서 트레이닝을 받는 데비와 트레이너와의 대화 역시 범상치 않은데, 섹스를 왜 하냐? 섹스가 있으니까 싸움이 생긴다는 항변.. 거기에 헐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도 정말 외로울 거라는 내용이 담긴 대화들을 통해서 40대의 남녀에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꽤 신경 쓰이는 문제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이후에 데비가 마치 20대 인양 클럽에서 자신의 기분의 발산하면서도 예전같지 않은 씁쓸한 뒷끝맛이 지금의 나이를 설명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클럽에서 뭇남성의 대쉬를 받지만, 내일 아침이면, 세 아이를 가진 40대 엄마니까..무언가 인정받는 것 같지만 역시 바로 좌절과 만나는 것이다.
*부부는 사이먼과 가펑클 중 하나로 선택되는 것일까?
주인공인 피터의 직접이 레코드 회사 사장인 덕분에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그것 자체가 또 다른 조연처럼 출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 준다. 피터, 데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야기는 꽤나 재미난 클리쉐.. 사이먼 앤 가펑클은 함께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마치 누가 누군가의 발등이 올라탄듯한 느낌을 주기 쉬운 듀엣이다. 목소리야 가펑클이지만, 노래 대다수가 사이먼이 만드니 그들에 대한 평가는 사실 사람들의 취향이나 생각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들 이야기를 보통의 부부에 비유한다면, 돈을 벌어다주는 건 사이먼인 남편일지 몰라도 가정을 조율하고 운영하는 건 천상의 목소리 가펑클이잖아!! 처럼...비유, 적용 변환이 얼마나 가능하다는 데서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누구나 작곡을 하지만 가펑클의 목소리는 1인 합창단이라는 이른바, 의외의 칭찬이라던가, "난 가펑클 같아! 당신(데비, 부인)이 날 조정하는 사이먼 같다"는 남편 피터의 항변은 이 둘의 가치 평가처럼 부부도 그런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부부 중 누가 사이먼이 되고, 가펑클이 되든, 중요한 건 이 둘이 함께 노래 만들고 함께 부르지 않으면 더 이상 사이먼 앤 가펑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보통의 부부들이 새로 탄생시킨 아이들이라고 비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사이먼 앤 가펑클 처럼 많은 수의 아이를 낳을 수는 없겠지만, 이 듀엣의 호흡만큼 부부간의 조율도 필요하고 이들이 만든 신곡만큼이나 모든 부부의 아이들은 새롭고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사이먼 앤 가펑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비유가 딱딱 들어맞아서 깜짝 놀라면서 꽤나 즐겁게 보았던 장면들이어서 사이먼 앤 가펑클이 출연하지 않는 최고의 조연이다.
*늙어가는 건 슬프지만,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가치 있다.
이 영화는 마흔 생일을 맞는 데비의 생일잔치로 시작해서 곧 마흔 생일을 맞는 피터의 생일 잔치로 마무리되는 부부간의 마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 복기 해보니. 개인차는 있겠지만, 결혼 10년차 전후라는 점에서 한 가정을 이룬 성인 남녀들 인생에 있어서 마치 중간평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한 나이대 인것 같다. 영화에서도 피터는 두 딸아이의 아침 기상을 입냄새 공격으로 하고.. 정말 좋아하는 컵케이크를 당뇨와 혈압, 당, 지방 수치의 압박 때문에 버려야 한다. 데비 역시 20대의 탱탱한 점원의 가슴을 만져보고면서.."와우 !!" 감탄하지만, 곧 이어 아이를 낳고 나서 내 가슴이 뻥 사라져버렸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이 40대는 건강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엄마가 되면서 겪어야 했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나이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쓸쓸한 몸도 가족 안에서 의미가 있고, 너희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부모님의 독백으로부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나이임을 다시 각인 시킨다.
영화는 가족들 간의 화합이라는 거대한 목적을 향해 잘 다녀왔다는 위로를 받듯..모두 함께 안아 주고 동감하면서 끝난다. 살아간다는 건 좋은 것만 취할 수도 나쁜것만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데비가 마흔의 생일에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닌가 라며 우울하게 받아들이고, 피터 역시 왜 내 주변은 이 모양이지? 라며 자전거 패달을 밟듯 엇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곧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고, 이사를 할 것이며, 새로운 집에서 새 아이와 함께 그들은 또 어르릉 거리며 서로를 확인할 것이다. 나의 인생 중간 평가에도 야! 우이쉬! 라는 감탄사 사이 사이에 우와!! 어쭈!! 같은 감탄사가 섞여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40이라는 나이는 점점 더 늙어가는 자신들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여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참 적절한 시기인 건 분명하다. 영화는 많은 40대 들에게 그렇다고 알려주고, 또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그 위로는 슬프지만,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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