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일본, 90분
영어제목 : Megane
감 독 :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각 본 :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출 연 : 코바야시 사토미(小林聡美)
모타이 마사코(もたいまさこ)
미츠이시 켄(光石研)
카세 료(加瀬亮)
이치카와 미카코(市川実日子)
야쿠시마루 히로코(薬師丸ひろ子)
타치바나 유키코(橘雪子)
음 악 : 카네코 타카히로(金子隆博)
인생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떤 안경을 끼어야 할런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안경이 좋을까? 약간의 착시나 굽어보이는 오류를 가지고 있는 안경이라서 내가 본 것을 다시 뇌로 되새김질 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그런 안경이 좋을까?
영화 <안경>은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 당신이 생각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라며 질문을 해 오는 것 같은 영화이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들을 꽤 좋아하지만, 차일 피일 일상에 쫒기다보니 정말 보지 못하다가 너무나 뒤늦게 보고 지금의 지친 삶에 조금은 일본식 표현을 빌자면, 위로를 받아버렸다. 그녀의 영화에 고정으로 출연하다시피 하는 코아야시 사토미씨랑 모타이 마사코 할머니를 다시 보면서 "이 둘, 너무 친숙하잖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고, 카세 료와 이치카와 미카코도 이젠 고정인가?라는 생각을 절로하게 하는 영화. 내가 익히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내 요즘 일상이 이래! 라며 말해주는 것 같은 영화의 뉘앙스가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미덕이다.
무언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큰 가방을 들고 일본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왔지만, 이 근처 볼 곳은 없나요?라며 묻는 이 여행객을 이상하게 처다보는 게스트하우스 주인. 핸드폰도 잘 안 터진다는 마을에서 관광지를 찾는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 일반의 여행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고 맛집을 검색하며 다른 누군가가 좋았다는 전설을 따라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켜는 여행... 그리고 찍고 남기고 자랑하고를 반복했던 여행..그래도 우린 그 속에서 여기 정말 좋군요!라는 감탄사로 만족은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속에 나오는 타에코 처럼 아무 생각없이 늦잠자고 어슬렁거리고 빈둥대다 그냥 질문하고 하늘 보고 바다보고 뜨개질 하고 책 보다 두리번 거리는 이런 여행이야 말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우리의 소망이 담긴 여행의 모습은 아니었을까....혹은 내가 꿈꾸는 삶의 한 단면은 아니었을까? 살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지만, 생각만으로도 많이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여행지의 음식 역시도 상당히 패셔너블 해서 내가 살던 곳에서 못 먹던 맛을 찾기 마련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린 한끼 식사만으로도 얼마나 풍족한가!라는 생각을 영화는 갖게끔 한다. 소박한 밥상 위에 무감해 보이지만 따뜻함이 묻어있는 시선들은 그 식사를 더욱 찰지게 한다. 식사라는 것이 무엇을 먹느냐 만큼,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니까... 영화는 당신의 식사는 어떤 모습인가요?라고 묻고 있는 것 같지만, 아! 나도 살갑게 부딪이기며 함께 사는 내 가족, 식구(食口)랑 같이 먹고 있었네.. 내 한끼 식사도 예쁘네...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했다.
영화 속의 타에코처럼, 어 여기 뭐지?...어어 저 사람들 뭐야?...이러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모습에서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 스며들어 각자의 환경에 녹아들어 그 시스템 안에서 안주하기도 하고 발버둥 치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끼고 있는 안경의 모습은 어떨까? 난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지? 그 해답이 명확히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세상 속의 수 많은 다른 안경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더 의식하면서 살아 왔던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되 묻게 된다.
멀리 보는 눈도 중요하고, 오지 않은 것들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주어진 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지금 주어진 것들을 천천히 다시 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다시 시선을 고정해 보자..이런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타에코가 안경을 잃어버리고...시간이 흐른다. 이후 그 마을에서 여름이면 팥빙수를 만들어 줄 사쿠라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여행객과 주민의 위치가 어떻게 바뀌었나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사실 여행이니..잠시 집을 떠난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으나, 그 발걸음이 가는 길이 내 인생이 된다는 걸 다시 대뇌이게 해 준 영화... 젖어들고 싶다면..조용히 스위치 온! 해도 좋을 영화다.
- 영화 속의 명대사 -
"아침에 먹는 매실 짱아찌는 하루의 화를 면하게 해 준다는 말이 있죠."-유지
"매실은 향기, 벚나무는 꽃"-사쿠라
"쉿, 팥. 중요한 건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초조해 하지 않으면 언젠간 반드시...."-사쿠라
"뜨개질이란 게 공기도 같이 짜는 거라고 말하죠? 예쁘게 모인 그물코라고..."-하루나
"저는 그냥.... 전 그냥 그저 여기서 차분히 기다릴 뿐입니다. 흘러가 버리는 것을...." -유지
"지구 같은 건 사라져 버리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어요. 여기 오기 전까진 무엇이 있는 걸까요? 여기 바다에는"-타에코
"젖어드는 것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사쿠라
"한 번 죽으면 두 번은 죽지 않는다."- 사쿠라
"여행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 될 순 없는 것..."-요모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 : 요모기가 독일어로 읇던...-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
길을 따라 똑바로 걸어라.
깊은 바다에는 가까이 가지마라.
그런 그대의 말들은 뒤로 하고 왔다.
달빛은 온 거리를 비추고
어둠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처럼 빛난다.
우연히 인간이라 불리며 여기 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무엇과 싸워왔는가?
이제는 어깨를 누르는 짐을 벗어버릴 시간..
나에게 용기를 다오.
너그러워질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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