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지만, 볼만해.."
남편의 추천사를 뒤고 하고 2015년에 봐야할 철 지난 영화로 선정한 영화라 조금 기대반 별 기대없이 영화를 봤다.
말 그대로 신파가 맞지만 이상한 신세계를 그릴려고 하는 신인감독들의 치기어린 작품들에 비해선 신파로 영화를 찍은 감독의 용기에 오히려 박수...
영화는 경상도의 어느 작은 시골을 무대로 예술과 삶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꽤 가볍게 그려내고 있지만,나름 배우들의 기름기 없는 연기로 작은 단편 소설 하나를 읽음직한 가벼운 만족감을 주는 영화. 영화의 주요 인물이 예술 중에서도 조각이지만, 내 눈에 들어온 예술은 영화 말미 스스로를 다시 깨달았다고 말하는 조각가의 자화상 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준 모델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에 대해 잘 몰라서 ..대학까지 마친 나의 머리에 정리된 언어로는 이런 종류의 그림을 크로키라 하는 듯..작가가 쓰고 있는 도구가 목탄이라 목탄 크로키라 할 수 있나 혼자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는 동안은 다른 무엇보다 그 그림에 눈이 가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너무 쉽게 그려내는 듯 하지만 균형감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슥슥 그려내야 하는 그림. 그래서 그려지는 그림 만큼이나 그 그림이 그려지는 동안 목탄이 자신의 몸을 깍아내는 소리..크로키 북과 만나서 나는 그 슥슥..거리는 소리가 주는 또 다른 신호들은 자연스럽게 눈과 몸을 크로키 북 안에 고정하게 한다. 조금만 영화의 이야기 밖을 본다면, 프로젝트 디자이너였던 감독의 세심한 소품들과 풍경들..그리고 그것들이 원래 그 곳에 있었다거나 있었어야 했던 것 같은 영화의 토대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 시절 풍경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예술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 신파지만 싸구려가 아닌 지점은 뻔한 이야기는 이야기 대로 두고, 영화 속의 사람들과 그 물건들이 실제 있었음직한 모습으로 영화 안에서 배우 못지 않은 역할들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슥슥 소리 덕분에 목탄을 사서 슥슥 무언가를 그려볼까..하는 유혹이 있었으니 영화속의 그림만킴이나 그 작은 소리에 유혹당해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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