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넣어서 흥행되고 그래서 돈도 벌고 싶지. 근데 돈 번 대신 자기가 없어지면 그건 아니다. 후진 짓해서 돈 벌면 뭐 하나? 지금 내가 길거리에 나 앉을 상황도 아니고, 남의 등 따고 배 따서 돈 벌 생각 없다."
by kinolife 2006. 10. 8. 23:59
"살인은 어두운 거리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내가 신데렐라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사륜마차에서 시체가 발견되도록 할 거예요. 그렇게 했는데도 관객에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주지 못하면 내가 오히려 실망할 겁니다.
by kinolife 2006. 10. 8. 23:58

1966년 9월 9일 미국 뉴욕주 브룩클린 Brooklyn, New York, USA 생

미국의 영화데이터베이스 imdb에 소개된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로서의 자질은 보스턴의 코미디 클럽에서 자발적이면서도 상쾌한 출발을 한 타고난 코미디언이라는 칭송으로 시작된다. 그에게 있어서 웃음을 전달하는 능력이란 타고난 재능에 적잖은 노력과 행운들이 뒤범벅 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국내에 몇 편의 영화들이 소개된 그의 명성은 역시 우리 나라보다는 자국에서 더 높아 보인다. 매번 발표되는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나 흥행성적은 물론이거니와 이슈화 되고 관심을 끄는 정도가 국내의 기운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에게는 그냥 미국의 코미디 배우중 하나일지 모르겠으나 미국에서는 아담 샌들러식 코미디라는 장르를 인정할 만큼 그의 코미디 연기는 독특한 지분을 가지고 자기만의 주식회사가 있는 형태로 안정적으로 생산, 소비되고 있는 굵직한 코메디 배우이다.

아담 샌들러, 이런 미국에서의 명성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들은 그렇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의 이름을 달고 개봉했던 영화 <웨딩 싱어> <워터 보이> <미스터 디즈> 등이 미국에서의 흥행성적과는 달리 그저그런 B급 영화로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연기 스타일이나 방식이 미국인들이 생활 속에서 지적이면서도 허탈한 유머의 맛을 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런 그의 연기가 우리들 눈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런 코드의 불일치는 그를 단순히 헐리우드 최고의 코미디배우라는 수식에만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내에서는 작품성이나 흥행면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평가를 받은 영화 <웨딩 싱어>에서의 모습은 그나마 숨겨진 그의 재능을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다. 탄탄한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재미난 영화속의 설정들이 아담 샌들러의 영화 이전에 재미있는 영화로 인식되면서 그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이 영화는 명실공히 국내에 그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인 셈. 영화 속에서의 샌들러는 영화와 동명의 직업을 가진 엽기적인 가수로 출연, 개성으로 무장하고, 노래로 다듬어진 폭소를 쏟아내 가히 눈에 띄는 영화의 재미를 전달하는 최고의 메신져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 이후 연이어 개봉된 영화들의 흥행 저조는 그의 명성에 먹칠을 했겠지만, 이 작은 코미디물 속에서의 그의 연기는 일관된 모습으로서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초기작인 영화 <해피 길모어>에서 보여지는 황당한 천재성과 우디 알렌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몇몇의 장면들. 그리고 이렇게 게으름을 잘 표현하다니 하는 감탄에서 시작되는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적 가능성을 느낀 적이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형식을 갖춘 연기에 있다기 보다는 그 연기를 끌어내기 위한 극적 구성 능력에 자신의 성향들을 삽입한다는 데서 보여지는 영화해석이라는 재능의 뒷받침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느 것도 제대로 해 내지 못하는 다재다능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는 않게 하는 다재다능의 면모를 말이다. 물론 탈 시대적 코미디 연기는 아니지만 동 시대 미국인들에게 통할 수 있는 만능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는 적잖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그의 이력 중에서는 그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연기 수업, 캐릭터 창출 못지 않은 이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그의 능력 역시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백만장자 빌리><해피 길모어> <워터 보이> <리틀 니키> 등의 이야기는 아담 샌들러 그가 직접 써 낸 이야기들이다. 결국은 자신의 연기 캐릭터는 물론,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극화하고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그것이 비록 고급스럽지 않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하더라도 싱어송 라이터이 자세가 훌륭한 것 처럼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이 배우에 대한 찬사를 궂이 아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이런 코미디 배우,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능력 이외에도 몇 장의 앨범을 발매 했을 정도로 아담 샌들러는 공인된 가수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능수능란한 모습도 어찌 보면 무대만 옮긴 또 다른 직업의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이다. 코믹스럽게 노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노래들은 들어줄 만하는 평가를 듣기에도 충분한 편이다. 연이어 계속해서 가수 활동을 하면서 그만의 영화팬들 못지 않은 음악팬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아담 샌들러의 또 다른 독특한 이력일 것이다.



프로듀서, 가수, 시나리오 작가, 화려한 배우로서의 아담 샌들러의 이러한 모습들 보다는 영화 속에서보여지는 망가지고 허무한 일상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낙오자 같은 그의 모습이 곧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이다. 영화 <해피 길모어>에서의 엉터리 골퍼, <워터보이>에서의 물주전자를 들고 수질을 책임지는 공水부대, <웨딩 싱어>에서의 지지리도 노래 못해 하객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웨딩 싱어, <빅 대디>에서의 애 보다 더 철 들든 대부, <미스터 디즈>에서의 이상한 시를 짓은 농촌 총각처럼 그는 역시 2% 부족하고 그 부족함이 그의 전부인 셈이다. 허무하다 못해 사지를 쭈우욱 펴게 하는 릴레엑스~가 곧 그의 이미지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이런 21세기식 샌들러적 라이프 스타일과 캐릭터의 이면에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부터 마지막까지 앞으로 뛰고 뒤로 미는 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데 있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속빈 강정만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만능 탈랜트, 우수한 코미디 배우로서의 그의 성공과 실패는 가히 헐리우드의 패러디 없는 주성치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모습이다.


- 필모그래피 -

2006 내 인생 내 맘대로(Click) 각본
2006 레인 오어 미(Reign O'er Me), 2006
2006 그랜드마 보이(Grandma's Boy) 제작
2006 벤치워머스(The Benchwarmers) 기획

2005 듀스 비갈로 2 - 유로피안 지골로(Deuce Bigalow: European Gigolo) 기획
2005 롱기스트 야드(The Longest Yard) 기획

2004 스팽글리쉬(Spanglish)...존 클래스키 역   명대사 입력하기
2004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헨리 로스 역   명대사 입력하기

2003 딕키 로버츠 - 왕년의 아역 스타(Dickie Roberts: Former Child Star) 제작
2003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 기획

2002 핫 칙(The Hot Chick) 기획
2002 에이트 크레이지 나이트(Adam Sandler's 8 Crazy Nights) 원안
2002 마스터 오브 디즈가이즈(The Master Of Disguise) 기획
2002 미스터 디즈(Mr. Deeds) 기획
2002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배리 이건 역   명대사 입력하기

2001 애니멀(The Animal) 기획
2001 조는 못말려(Joe Dirt) 기획

2000 리틀 니키(Little Nicky) 각본

1999 듀스 비갈로(Deuce Bigalow: Male Gigolo) 기획
1999 빅 대디(Big Daddy) 각본

1998 못말리는 해결사(Dirty Work)
1998 워터보이(The Waterboy) 각본
1998 웨딩 싱어(The Wedding Singer)

1996 해피 길모어(Happy Gilmore) 각본
1996 LA 캅스(Bulletproof)

1995 백만장자 빌리(Billy Madison) 각본

1994 에어헤드(Airheads)
1994 라이프세이버(Mixed Nuts:Lifesavers)

1993 콘헤드 대소동(Coneheads)

1975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by kinolife 2006. 10. 6. 23:44

2002년, 미국, 114분

감독: 피터 패럴리 (Peter Farrelly), 바비 패럴리 (Bobby Farrelly)
출연: 잭 블랙 (Jack Black)
       기네스 팰트로우 (Gwyneth Paltrow)
       제이슨 알렉산더 (Jason Alexander)
       조 비터렐리 (Joe Viterelli)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 소년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잠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목사 아버지는(왜 하필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인지, 패럴리 형제의 취향이 드러난다.) Hot한 여자를 만나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한다. 그런 아버지의 심전도가 제로가 되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Shallow Hal>는 남성이 여성의 외모에 심취하게 되는 과정과 그런 남성의 행태에 상처받는 혹은 사랑받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이다. 물론 사랑에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원론을 설명하는 영화이지만 패럴리 형제는 결코 주제를 비켜가거나 우회하지 않는다.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이 단순한 주제의 영화는 정말이지 자신의 진짜 짝 찾기에 대한 단순한 해법을 보여준다.

어느 곳에서나 변함없는 진리겠지만 여자는 이쁘고 볼 일이다. 순박함이 남아있는 지구촌의 어느 촌 구석이 아니고서야 남녀불문하고 자신을 뽑내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온갖수단을 다 발휘하는 자본주의의 현장에서 미모란 이성의 구애를 받기위해서는 너무 필요한 수단이다. 더군나에 영화 속의 할 처럼 아버지의 눈물어린 유언을 인생의 큰 명제로 담고 사는 이들에게 정말이지 Hot한 여자란 죽기전에 한번 정도는 거쳐야 되는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어떤 남자가 이 즐거운 통과의례를 피해갈려고 할까! 영화 속의 할은 정말이지 남자들의 보편적인 희망을 절대희망으로 가진 평범한 남자인지도 모르겠다. 좀 과할 뿐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남자인 셈이다.

평범하게 이쁜여자를 밝혀도 사는게 힘든 법인데, 병적일 정도로 좋아한다니 정말이지 사는것 자체가 힘이 들 만하다. 번번히 데이트 한번 하기가 힘든 할의 욕구불만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복선으로 알고서도 그저 웃어넘길 뿐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역시 남자에게 있어 이성의 미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령가? 인기 최면술사 혹은 카운셀러 쯤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명인과의 대화 이후 그의 여성관은 최면의 변화시기를 겪게 된다. 보통의 남자보다 심하게 여자의 외모에 의존하는 할,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만 유방이 없는 여자와 뇌가 없는 여자 중에서 딱 부러지게 대답을 못하는 단계에서는 역시 변화의 혹은 반성의 최면시기가 필요해 보인다. 최면이라는 것이 자신이 모르는 자신안에 갇힌다는 점에서 엘리베이커 안의 좁은 공간에서의 변화는 무척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최면이후, 할은 자신이 그동안 무시했던 어글리 우먼들이 이뻐 보인다. 더군다나 그녀들에게 추파를 던지면 그녀들이 너무 좋아하니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다. 외모 지상주의와 최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어느새 헐리우드의 주연배우로 올라선 잭 블랙의 풍부한 표정연기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는 기네스 펠트로우의 모습은 이 신선할 것 없는 영화에 활력소를 불어 넣으면서 제눈에 안경!이라는 연애의 법칙을 보여주는 상큼한 코미디다.



그런 그의 레이다 망에 들어온 로즈마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상형. 하지만 그건 그의 최면 안에서만 그렇다. 그래서 그와는 달리 정상인의 눈을 기진 할의 친구 마리시오의 눈에 비친 로즈마리는 말 그대로 쉣!...그러나 얼이 빠져 열심히 사랑을 하는 할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이상하다. 결국은 예전의 자신과 같이 여자를 평가하고 함께 나누던 친구 할을 돌려받고 싶은 마리시오는 할이 최면에 걸렸다는 기쁜 소식을 알고는 곧바로 그 최면에서 친구를 구해낸다. 그리고 최면에서 풀려난 할은 예전의 로즈마리에게 전화를 하지만, 방금 지나간 로즈마리를 구분 못 할 정도로 자신의 최면이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역시나~ 라는 생각으로 사랑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힘이 빠진 로즈마리는 어쩌면 자신의 살이 아니라 자신 자체를 미워하면서 할을 미워하겠지만 사실은 자신 스스로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겐 이성과의 교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봉사에 메달리는(역시 굉장이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다.) 로즈마리의 모습의 지구촌의 못생긴 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자기 최면법인지도 모르겠다.

로즈마리의 실체에 눈을 뜬 아니, 자신의 최면시기를 알게 된 할에게 있어 로즈마리는 역시 '같이 있으면 좋은 여자'였다는 사랑의 기본수칙처럼 영화는 당연한 결과를 향해 간다. 하지만, 마치 채팅을 하다 마음이 맞아서라고 말하는 커플들 처럼 외모 이전의 서로가 먼저였던 커플들이야 말로 유방모다 뇌가 신체에서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답을 현실적으로 전해주는지 모른다. 바보같은 할은 최면을 겪고 자기를 밎지 못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자신이 페니스만 있고 뇌는 없었던 바보여서 뇌보다 유방을 더 중요시 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할이나 친구 마리시오 같은 남자들이야말로 자신의 여자에 대한 외모에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는 법이다. 마리시오의 꼬리뻐가 가진 비이성이 평범한 여자의 발가락을 협오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첫인상, 외모는 이성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첫번째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이 가진 수 많은 것 중에서 얼굴이나 몸맵시를 평생의 즐거움의 수단 중 으뜸으로 생각할 땐 그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상대를 찾는데 더더욱 힘이 드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랑엔 설명이 어려운 호르몬이 흐르지 않나. 그 호르몬을 외모에 가두는 것은 참으로 우둔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당차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고 지켜가는 똑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과 같은 우매한 최면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호르몬의 최면을 지키면서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by kinolife 2006. 10. 6. 23:30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 할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사막을 건너는 길에 나는 오아시스를 만났다. 푸르고 넘치는 물. 풍요로움으로 가득찬 오아시스를 지나 나는 이제 그 사막을 건너는 법을 안다.
한때 절망으로 울며 건너던 그 사막을 나는 이제 사랑으로 건너려 한다.
어린 새의 깃털보다 더 보드랍고 더 강한 사랑으로.."-정인(최진실 분)
by kinolife 2006. 9. 27. 23:37
"당신은 나를 더 좋은 남자가 되게 만듭니다."- 멜빈(Jack Nicholson 분)
by kinolife 2006. 9. 27. 23:36
"우리는 매우 닮았어. 그래서 네가 날 잡을 수 있었던거야.
공포는 상상력의 댓가야.
그게 없으면 우리도 남들과 똑같아."-한니발 렉터박사(Anthony Hopkins 분)
by kinolife 2006. 9. 27. 23:34
"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약은 없어요, 선생님..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마리오(Massimo Troisi 분)
by kinolife 2006. 9. 27. 23:33

"세상은 허용하는 것만 받아들입니다."

by kinolife 2006. 9. 27. 23:32
2003년, 한국, 118분
감독: 장준환
출연: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이재용
       이주현
       기주봉


지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지구의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벌써 맛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이런 고통 속에 몸부림 치는 지구와 그 위에서 발을 디디고 선 인간들의 문제를 희화화해 한국적 SF적 상상력을 총동원한 코미디 형식의 문제성 영화다. 영화 속에서 외계인들의 눈으로 비쳐지는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죽은 땅이며, 전쟁과 폭압으로 얼룩진 비평화의 공간이며, 자본의 지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머니압박의 무중력 공간이다. 이런 불균등과 이기주의는 자기를 지키기는 커녕 스스로는 망가트리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 없는 재앙이다. 역시 무지는 해결책이 없는 병이자, 죄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부수어야 한다. 더 배운이가 시작하고, 더 가진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자의식은 감독의 정신세계를 거쳐 영화 곳곳에 남아있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감독 장준환은 이런 사회 의식을 황당하지만 신선미 넘치는 이야기로 풀어내며,결코 웃을 수 없는 지구 지킴이 병구와 순이를 통해 질문과 동시에 피해갈 수 없는 대답을 던져준다. 과연 이 영화 속의 질문과 감독의 대답을 피해 어떠한 개인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정말이지 병구마저 죽고 만 이 공간에서 살아남은 이는 지구를 지킬 수 없을까! 그렇게 미약한 인간들만이 남아 있는 것일까?

영화의 티져 포스터를 처음 본 것은 서울의 어느 극장 포스터 소개란이었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6개월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디서 또 이런 이상한 어린이용 영화를 만들고 있나? 이 정도로 생각이 미쳤지만, 제작자가 차승재인걸 보고 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고 참혹하게 관객에게 유린되고 결론을 말하지 않는 지인들을 통해 궁금증을 더해갔다. 몇 번의 휴일이 지나도 여유가 생기지 않던 이 영화로의 접근은 연이은 연휴를 통해서만이 가능했다. 그때는 이미 쑥스럽게도 한해를 넘긴 다음이었다. 어두운 조명 속에 가려진 감독의 메세지가 지루함을 전해주는 메세지로 머물수도 있었겠으나, 영화가 끝난뒤의 이상한 여운은 재미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대단하다!라는 말로 이어지니, 말 그대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치의식과 사회의식 가득한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었다. 지구는 안드로메다 왕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났지만, 그 외계인이나 지구인이나 별반 다를바 없었으며, 그들의 차이없음 사이에서 지구는 고스란이 숨통을 죄며 괴로워하고 있음이다. 역시 지구인이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안드로메다 왕자가 지구를 지키는 것도 아닌, 정의와 순수함만이 지구를 지켜낼 수 있었겠지만 이 두 단어는 더 이상 지구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지구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영화는 진짜 외계인을 찾아서 죽이는 것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지구를 구하려는 병구와 그런 병구에게 납치당한 안드로메다 왕자 강사장의 사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외계 침투세력인 외계인은 지구인 중에서도 권력으로 대표되는 파워를 가져 지구인의 적이 아닌 병구에기만 국한되는 원한의 적으로 한정되면서 다각화된 의미를 가진 싸움으로 이미지화된다. 영화 종반부까지 과연 이 영화의 주인공이 미쳐버린 데다, 힘도 없고 멋있기는 커녕 엑스트라한테 빰이나 맞는 어설픈 주인공인가 의아해 하던 관객들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에 가까운 안드로메다 왕자의 또 다른 파워를 통해 힘빠지는 결론과 함께 주인공 병구를 영화 끝가지 지지하지 못한데 대한 무거운 숙제를 넘겨 받는다. 단순히 뒤집기가 일품이었던 결론 때문에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이 결론이 전해주는 다양한 주제의식이 이 영화를 놀랍게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해 보일수도 있는 짧은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명연기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에피소드, 소품 등에 의해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무대를 선사해 준다. 신하균의 어벙하면서 진지한 연기와 온 몸을 던지는 백윤식,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버린 순이 역의 연극배우 황정민 연기 역시도 더 없는 보너스다. 물론 홍보와 마케팅 전략의 실패가 신인감독에게 끼친 우울증이야 어찌 별것 아니라 하겠으나, 이 작은 시작을 결코 간과하지 않은 관객들은 흥행성적 못지 않은 보답일 것이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관객 500만을 넘어서 1000만을 향해 달려간다는 싸구려 영웅주의 영화 <실미도>의 흥행성적 때문이 아니라 <지구를 지켜라>와 같이 버림받은 걸작들이 미약하나마 지구를 지키듯 한국영화를 지켜가기 떄문에 밝다.
by kinolife 2006. 9. 27.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