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의 주문을 받지 않고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혼자 앉아서 먹어도 되는 간단한 식당

탄탄면이 궁금해서 갔었는데.. 먹을만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구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모든 면이 다 맛있어도 큰일인데..그냥 먹을만 한 정도인 면요리가 있다는 건 내 몸을 위해서는 다행인지도....

 

 

 

 

by kinolife 2023. 8. 16. 17:40

글: 전은영
출판사:문학과 지성사
2022.08 초판 1쇄
가격: 12.000원

 

올 봄, 조금 간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수술을 하면서 함께 했던 책..

먹지 못하고 잠이 오지 않을 때 한편 한편 성의 있게 읽으면서 지루한 시간들을 견뎌냈다.

언제나 변함없는 포멧으로 제작되어 나오는 문학과 지성사의 시인선은 책 자체가 너무 이쁘고 좋다.. 여러권이 모여 있을 떄 더 빛나는 책들...

 

- 책 속의 시 -

 

- 청혼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

 

나는 오늘 밤 잠든 당신의 등 위로

달팽이들을 모두 풀어놓을 거예요

 

술집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창백한 담쟁이 잎이 창문 틈의 웅성거림을 따라와

우리의 붉은 잔 속에 마른 가지 끝을 넣어봅니다.

이 앞을 오가면서도 당신은 아무것도 얻어 마시질 못했죠.

아버지를 부르러 수없이 드나든 이곳의 문을 열고 맡던 냄새와 표정과 무늬들

그 여름 당신은 마당 가운데 고무 목욕통의 저수지에 익사할 뻔한 작은 아이였어요.

아, 저 문방구 앞, 떡갈나무 아래, 거기가 당신이 열매를 줍거나 유리구슬 몇 개를 따기 위해

처음으로 희고 부드러운 무릎을 끓었던 곳이군요.

한참을 머뭇거리던 나의 손을 잡고

어린 시절이 숨어있던 은유의 커라단 옷장에서 나를 꺼내 데려가 주세요

얇은 잠옷 차림으로 창문 넘어 별을 타고 야반도주하는 연인들처럼 가볍게

들판의 귀리 싹이 몇 인치의 초록으로 땅을 들어 올리듯

차력사인 봄을 불러다 주세요

붉은 담쟁이 잎이 잔 속에서 피어나고 흰 양털 장화 속이 축축해지도록 눈 내립니다.

별과 알코올을 태운 젖은 재를 휘날립니다.

 

- 내가 고백할 수 있도록 - 

 

아버지의 술냄새로 문패를 달았던 파란 대문

욕설에 떨어져 나간 문고리와 골목길

널, 죽일거야 낙서로 가득했던 담벼락들과 집고양이. 길고양이, 모든 울음을 불러 주세요.

당신이 손을 잡았던 어린 시절의 여자아이, 남자아이들의 두근거리는 심장.

잃어버린 장갑과 우산, 죽은 딱정벌레들, 부러진 작은 나뭇가지와 다 써버린 산수 공책

마을 전체를 불러다 줘요.

다리 잘린 그들의

기다린 목과

두 팔과

눈 내리는 언덕처럼 새하얀 등 위로

 

나는 사랑의 민달팽이들을 풀어놓을 겁니다. 

 

- 나는 도망 중 - 

 

머릿속에 놓인 누군가의 일기장

펼치면 한 줄도 씌어 있지 않다.

무기력의 종이 위에

 

나는 따스한 손바닥으로

펜을 쥐었어. 부화시키려고

그가 살아야 할 이유의 알들을

 

그거 알아요? 나는 생쥐가 파충류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요? 나는 이 별이 내 별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요? 내가 남자인 줄 알았어

그거 알아? 나는 펠릭스를 훔쳤습니다.

그거 알아? 계산이 잘못 되었다.

그거 알아? 슬픔이 하느님보다 힘세다는 거

그거 알아? 너는 텅 빈 목욕통에 남겨졌다.

그거 알아? 하루도 쉬지 않고 가져온 우편배달부를 위로했어

그거 알아? 노른자가 깨졌다. 식탁 부부위에서

 

나는 단단하게 살아 있다!

잘 익은 간처럼

삶은 부사(副詞) 같다고

언제나 낫에 묻은 봄풀의 부드러운 향기

언제나 어느 나라 왕자의 온화한 나무조각상에 남은 칼자국

언제나 피, 땀, 죽음

그 뒤에, 언제나 노래가

태양이 몽롱해질 정도로

언제나 

너의 빛

by kinolife 2023. 8. 16. 17:29

나이가 드는 거겠지..이런 국밥이 당기는 건..

몸에 좋은 올갱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고깃국이 아니라서 일단 더 좋은 건 맞는 것 같다.

점촌만 와도 먹을 게 이렇게 있는데... 라는 생각을 10년 째 하고 있다.

깔끔한 한끼...

식당이 오래되고 주인 아주머니도 연세가 작지 않았다. 대를 이을 수 있을까... 노포에 대한 만감이라는 게 있다.

딱 이런 밥집을 오면...

 

by kinolife 2023. 8. 15. 23:09

군위 갈 때 마다 맛있는 밥을 사 주시는 시고모부님..

이 집은 늘 갈때마다 자리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가곤 했는데.. 점심과 저녁 사이 애메한 시간에 조금 널널하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기본 찬은 전부 혹은 한가지 정도 뺴고 산 반찬으로 보이고... 메인인 간재미 무침은 맛있었다.

 

무침의 맛을 그대로 느끼려고 비비지 않고 밥과 간재미를 따로 먹으면서 밥은 조금 남겼다. 크기 않게 개성 있는 메뉴로 이렇게 오랫동안 영업하는 식당은 좀 인정이다.

by kinolife 2023. 8. 13. 20:28

문경 점촌에 있는 과자+빵집...

일단 아담한 사이즈에 기본적인 빵이 많다..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싸다.. 저 5가지 빵을 사는데 1만 7천원이 넘게 들었고 아껴서 먹는데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가치 효용이 생각보다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오래간만에 점촌에 갔으니까... 썼다는데 그저 만족하는 걸로...

by kinolife 2023. 8. 12. 14:54

군위에 계시는 시고모님을 만나뵈러 가면서 들러서 후루룩..

정언이 없이 세 식구가 함께 후루룩

 

백짬뽕은 하는데가 잘 없는데 메뉴가 있어서 시켜봤는데 남편이랑 모두 먹을만 하다며 흡족한 식사를 하고 나왔다.

특별한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가장 가까운 곳에 들른 것 뿐인데... 한동안 식사량을 조절하고 있었는데..면을 조금 남긴 것을 제외하고는 건데기는 거의 다 먹음... 너무 더운 날, 아주 따뜻한 한그릇이었지만 좋았던 식사...

by kinolife 2023. 8. 10. 01:27

천호동에 살 때의 추억..기억이 나는 사진 한장이었겠다 싶다.

떡볶이나 튀김 같은 간식도 이젠 주식으로 부상할 정도로 나는 나이가 들었고, 간단한 분식도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튀김집 이름의 감각에 점수 올라가는.... 근처에 있다면 좋을 작은 식당...

 

 

 

by kinolife 2023. 8. 3. 11:49

서울에 오면..초밥을 찾게 된다는 건

상주에는 초밥이라고 부를만한 음식점이 딱히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런 저렴함과 싸구려틱의 중간 어느 지점에 있는  초밥집을 들렀다 나설때면 아 많이 아쉽다..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가성비 갑이라고 하지만 어디에서 그 가성비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고..매장은 지저분하고 화장실도 관리가 안되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배는 채웠는데... 초밥도 소소하고 가라아게는 음..그냥 치킨을 먹을걸 그랬어...라는 생각이 드는 많이 앙쉬웠던 저녁식사

by kinolife 2023. 7. 29. 15:03

원제 :  The Man Who Wasn't There

글 : 아닐 아난타스와미 (Anil Ananthaswamy)

출판사: 더퀘스트

2023.03.15  초판 1쇄

가격: 19.800

 

 

예전에 아이들이 어릴 때 혹시나 내 몸의 어느 기관이 다칠 상황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기관은? 심장..그리고 그 다음은 뇌 라고 생각한다고... 첫번쨰 심장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된 이후에는 정말이지 뇌가 제일 중요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상황에 따른 결정에 의해서 그 삶의 양상이 정해지는데 그 결정을 해 내는 기관이 뇌이기 떄문이다.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그게 내가 50년을 살면서 느낀 삶의 가장 큰 열쇠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그 뇌에 관한 책이다.

온전하지 못한 뇌의 여러 증상들과 징후에 관한...자페스펙트럼 장애,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 유체이탈..등등 이른바,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인간..그 인간들을 괴롭히는 뇌의 여러 장애들에 대한 보고서다.

 

머리에 관한 책이라 그런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무겁고 머리도 답답했다.

나이 들어 몸이 늙으면 2가지 가장 무서운 비인간적인 병이 있는데 그런 치매와 중풍..

중풍은 내와 내 주변인이 함께 괴롭고 치매는 나의 주변인이 괴로운 병.. 

 

책을 다 읽고는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절식, 소식과 같이 욕망을 비워내는 것과 운동과 노동의 조화로 인한 몸의 발란스를 맞추는 노력 같은 것들..물론 이 모든 경험을 기억하고 몸을 조절하는 것도 결국은 뇌....완전히 늙지 않았고 정상 범주에 있는 뇌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감사했다.

 

책은 보고서에 관한 기록들이라 어렵다기 보다..조금 지루한 면은 있었지만..오래간만에 뇌 좀 움직이면서 읽은 것 같다.

 

- 책 속의 글 -

 

"알츠하이머병은 당신에게서 '내가 누구인가'하는 것을 빼앗아가죠. 인간에게 그보다 더 큰 공포가 있을까요? 이 병이 일단 삶에 들어오면 하루하루 살아오면서 축적한 모든 기억과 가치관, 이 세상과 가족,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져요.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가"를 사실상 규정하는 경계를 뜯어내 버리죠." - 61P

 

"아비투스 (Habitus) : 계급적 사회적인 관행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성향체계로 피에르 부르디외로부터 온 논리다. 아비투스는 인지적 한계점 아래에서 기능하고 정반성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지식과 경험에 관한 성향과 구조로 구성된다. 여기서 성향을 구성하는 것은 존재하는 방식, 습관적인 상태, 경향, 성격, 의향 같은 것이다. " -80P

 

"정의에 따르면 자아의 기능이란 유기체가 자기와 타인 사이의 경계를 알아차리도록 돕는 것이다." - 241P

by kinolife 2023. 7. 27. 13:11

천호동 오피스텔에 입주하던 날 여행처럼 갔다가 우연히 먹은 한끼 식사,,

이 젊은이들의 청춘이 녹아들어간 피자, 피자, 피자....

 

사진에 남아 있는 맛있고 가볍고..즐거웠던 식사들에 대한 기억들

 

 

 

 

 

 

by kinolife 2023. 7.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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