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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택
출판사:문학동네
2006.11 초판 1쇄
가격: 7.000원

회사 서고에 꽃힌 3권의 시집 중 두 번쨰...
점점 예전에 알고 지내던 이름의 시인이 없다.. 그들도 밥벌이가 힘든지..산문으로 소설로 가고...새로운 시인들의 이름은 낯설다. 심한 경우 추천사를 써 준 시인도 모르겠다니..으흡
뭐든지 꾸준한게 좋다..시 읽는 것 조차도














- 후회의 방식 -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하다.
달리는 기차에 뛰어든
시간은 더이상 가지 않는다
으깨어진 핏덩이와 뼈가 허공에 박혀 정지된
플랫폼을 유령처럼 돌아본다.
돌아가고 싶다. 목구멍에서
터널 같은 빛이 터져 나온다
뢴트겐 차창을 딛고 기차는
역에서 거꾸로 멀여져간다.
기적 소리를 비벼끈 꽁초가
손가락 사이 불빛으로 켜질 때
살아 눈뜬 것이 죽음보다 외롭다
한반중 삼킨 수면제가 한 운큼
손바닥에 뱉어지고 물과 파편이 솟구쳐
책상 위 유리컵으로 뭉쳐진다.
어깨를 입은 외투는 캄캄한 밤길을 지나
저녁 어스름까지 데려다준다.
수면제를 건네받은 약사가 수상한
처방을 뒷걸음으로 떼어온다 연안실
흰 천에 덮인 당신이 거실로 옮겨지고
비닐에서 피 묻은 칼을 꺼낸 감식반은
출입금지 테이프를 마저 철거한다
삐끗한 발목으로 창을 넘는
손이 떨린다 당신의 가슴에서 칼을 뽑자
턱에 맺인 눈물이 뺨을 타올라 눈에 스민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창백한 얼굴
당신에게 어떻게 용서될 수 있나
기차의 굉음이 레일에서 급히 멈춰 섰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허공을 찢는 호각 소리를 듣는다.
by kinolife 2007. 2. 13.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