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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일찍이 무성 영화에서 배운 영화문법을 사용한다. 오히려 요즘 영화가 그때 영화에 비해 세련되지 못 할 때가 많다."

"이론이란 실제 작업과 연관되었을 때만 진짜 흥미로울 수 있다."

"나는 영화가 사람들이 꾸는 꿈과 연결 될 때 영화의 힘이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Moviemakers' Master Class] 중에서
by kinolife 2007. 5. 21. 05:53
토요일 아침..조금 일찍 일어나서 본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 속의 주 무대인 그 식당의 벽에 걸린 갈매기 그림...일러스트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듯한 간단한 필치(마치 초등학생의 그림과 같은)는 담백한 영화의 내용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원작 소설의 표지에도 그려진 이 하얀색의 갈매기 그림.....기분이 깨끗해 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은 모르지만...영화와 닮아서 영화를 보고 나서고 생각이 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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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7. 5.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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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안에는 빛이 있는 것만큼 무척 깊은 어둠도 있다고 생각해요. 양극이 공존하는 거죠. 제 내면에는 남들 앞에서 아직 풀어놓지 않은 다른 면이 많이 있답니다." - 2007.04 [In Style]
by kinolife 2007. 5. 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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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지 못했던 것, 몰랐던 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 때의 유쾌함, 노력하는 나는 참 '괜찮은 놈'이다."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더디고, 욕심은 넘친다."

2007.04 [ELLE girl]
by kinolife 2007. 5.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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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의 자의식이라든가 배우연기하는 거라든가 그런게 정말 없다. 그냥 연기는 직업이자 생활일 뿐이다.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거나 쇼 오락프로그램을 나가거나 내 이름을 내세워 알려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후배들이나 사람들이 내 이름을 모를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2004.11.[GQ]
by kinolife 2007. 5. 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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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행복합니다. 정말이예요. 성취감을 느끼고, 자극을 받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예전만큼 잠을 잘 수는 없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요." 2004.11.[GQ]
by kinolife 2007. 5. 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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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 112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오달수
        최일화
        윤제문
        박지영
        김소은
음악 : 칸노 요코(菅野よう子)

영화를 개봉함에 맞춰서 극장에 자리를 잡은게 정말 몇년 만인것 같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이 시대 엄마(주부)들의 비애다. 영화 속의 가장 뿐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주부 ...어머니에게도 우아한 세계란 없다.

<연애의 목적> 을 통해 사랑 또는 연애 헤집기를 보여 준 이후 이후 두 번째로 내 놓는 한재권의 테마는 가정 헤집기...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 조폭의 세계를 그린 것을 제외한다면 완벽한 실화 코디미다. 일면, 조폭들의 세계를 다룬 부분에서도 기존의 영화들에 비해서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있다지만 내가 조폭이 아니니 그 현실성의 깊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할 수가 없겠고...똥폼잡고 가오 잡는 조폭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또는 몸을 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실제라면 그럴것이라는 생각은 언뜻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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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반어법을 차치하고라도..우리들에게 우아한 삶이란 질퍽한 삶 언저리에서 꿈틀대기만 하는 욕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혹은 일확천금이라는 이름으로 내내 짓누르는 머니의 법칙에 의한 절대적인 패배자의 넑두리는 아닐까...우아함이란.참으로 실상에서 찾거나 느끼거나 누리거나 하는 건 힘든 단어처럼 느껴진다. 우아함이라는 단어에 염증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는 너절한 인생에 대한 슬픈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40대 조직의 중간보스..청과물에서 중간유통을 맡으면서 간혹 이득이 있을만한 이권에 개입해서 갈취하는 이 가장은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수 많은 아빠들과 그저 직업이 조금 다를 뿐인 평범한 가장이다. 언제 자신에게 칼을 꽂을 지 모르는 작업 환경도 언제 사표를 강요하는 인사팀의 전화벨이 올지 모르는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고, 자신의 노력을 시기하는 주변의 동료는 아주 흔하다. 죽지 않기 위해서 눈치 보듯이 찍히지 않기 위해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아주 흔한 광경이다.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가장과도 같은 무거운 짐을 느끼는 게 어렵지는 않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조직의 생활을 에피소드로 삼은 점은 아주 영리해 보인다. 조폭이라 싫고, 무식해서 싫고, 단순해서 싫은...아버지에게 있어 딸은 참으로 먼 거리를 따로 달리는 평행선이 되기 싶다. 자신을 낳아 준 다른 性에 대한 이 거리 두기는 대한민국 처럼 性이 이상하게 잡혀있는 상황에선 그리 특이할 만한 사항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가 조폭이니..일기장에 쓰인 독설처럼 간극이 벌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부녀에게도 서로 살 부빌 정도로 진득하고 따뜻한 시간이 있었을 텐데... 세월은 그런 시간을 한정하고..인생은 그것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게 한다. 특히 칼을 맞고 수술실에 있는 주인공의 낡은 지갑(피가 묻어 있었나 기억이 아득한데...피가 묻어 있었다면 더 노골적이었겠다 싶지만...) 안에 담긴 즐거운 한 때를 담은 사진 한 장 보다 더 가슴 아픈 건 언제 샀는지도 모르고 쌓이기만 한 여러장의 로또 종이가 아닐런지..대한민국에서..너무 잘 이해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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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경의를 담고 살아가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가난을 피하고 싶어 한다. 등에서 칼이 꼽히는 위험이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서 갈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많은 비루한 인생이여...그 비루한 인생도 언젠가는 끝이 있으리니...그런 구질한 일상을 담은 속 깊은 영화 한편 봐도 나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송강호와 다른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궂이 다시 칭찬할 필요는 없겠지만, 실로 대한민국에서 저 역할을 송강호 이외에 누가 할 수 있었을지...그가 입고 있는 땀에 쩔은 누런 런닝구를 누가 입은 듯 저만큼 사실적일까 싶다. 가장은 힘들다. 가난한 가정의 가장은 더 힘들다..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이 외롭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이야기 한 적 있는데...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행복한 가정의 문틈(가난의 상징이다.) 사이로 그 사랑과 행복이 스멀스멀 빠져 나간다는 사랑 혹은 행복에 대해서 다시 되뇌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보통의 가정에 있어야 할 그 사랑과 행복에 관해서 씁쓸한 웃음 뒤의 깊은 서글픔을 통해 영화를 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동조로 자신의 가치를 증폭 시킨다. 조폭이라는 외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곳곳에 우리의 일상과 미래가 적잖게 오버랩 되니...충분히 좌절하며 누려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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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7. 4. 1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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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116분
감독: 라이언 머피(Ryan Murphy)
출연: 아네트 베닝 (Annette Bening)
        브라이언 콕스 (Brian Cox)
        조셉 파인즈 (Joseph Fiennes)
        에반 레이첼 우드 (Evan Rachel Wood)
        알렉 볼드윈 (Alec Baldwin)
        조셉 크로스 (Joseph Cross)
        질 클레이버그 (Jill Clayburgh)
        기네스 팰트로우 (Gwyneth Paltrow)
음악 : 제임스 레빈(James S. Levine)

"새로운 시도를 겁 내는구나 어거스틴!!" 개 사료를 간식으로 먹는 가정부(알고 보면 가정부도 아니다.)의 어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 가족을 갖는 것이 꿈이었지"라는.... 쓸쓸한 대사를 날리는 늙은 아주머니(동일인물)의 독백처럼 스산한 기운이 가득한 영화 [가위 들고 뛰기]는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에는 씁쓸한 웃음 하나 없이 그저 무척이나 애처로운 느낌만이 가득한 영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다양한 병이 인간들과 함께 했고..앞으로도 함께 할..그리고 그 병은 잠재되어 있기도 했고..잠복기만으로 끝나기도 했던... 그러한 역사깊은 병들에 잠식된 인간에 대한 한편의 우울한 이야기.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들은 그런 인간의 긴 역사화 함께 한 설명할 수 없는 병들의 잠복기에 머물러 갖혀버린 사람들이 보여주는 종합선물과 같은 영화다.

아네트 베닝, 기네스 펠트로우 짐짓...화려하다면 화려한 캐스팅 속에는 스타들이 전해주는 화려한 이미지는 어느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마음에 상처를 입고 병 들어 주눅들고 배회하며, 언제나 주변에서 맴돌아도 긴 시선 하나 받아내지 못하는 서글픈 인생들만이 빚에 묶인 우울하고 꿀꿀한 캐릭터들만이 영화 속의 더러운 집에 갖혀있다. 스타는 없고 캐릭터는 살아 숨쉬니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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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살아 숨쉬는 연기 이면에서는 특이한 캐릭터들이 모여있기 때문인데, 정신학 박사를 가장한 사기꾼 핀치박사(혹은 부도덕한 의사라고 해야 마땅한)과 그녀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창작과 정신병 사이를 오가면서 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디어드리(아네트 베닝 분)를 축응로 형성된다. 자신의 창작욕구를 정신병으로 모는 남편을 피해 핀치 박사를 찾은 디어드리와 그런 그녀를 어머니로서 어릴 때 부터 보아온  아들 어거스틴(조셉 크로스 분), 치료를 목적으로 핀치박사의 집으로 들어온 디어드리에 의해 자신의 가정에서 느낀 남편의 부재를 더욱 실감하는 미즈 핀치부인(질 클레이버그 분),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가정 안에서 사랑과 관심없이 기괴하게 성장하는 딸 나탈리(에반 레이첼 우드 분), 아들 닐(조셉 파인즈 분)까지 어느 하나 성한 인간 찾아 볼 수 없는 다양한 정신병적인 세계의 캐릭터들이 영화 속에서 살아 숨쉰다. 지극히 연극적이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장된 이들 캐릭터들은 이 영화의 시작이자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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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B Movie의 다양성과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캐릭터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혹은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이겨내는지 아무런 목적없이 따라가 보는 것이다. 영화는 이 정신병자들 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기, 질투, 사랑과 무관심..착취와 무시, 과욕과 무지, 등이 골고루 믹스되어 있어서 이런 감정들의 과잉이 어떻게 타인들에게 전달 될 수 있는지..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순서로 미쳐가게 되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영화의 중간에 삽입된 동성애 코드는 전형적인  B Movie의 취향이며..디어드리의 편집증적인 창작에 대한 욕구...그런 엄마를 싫어하면서도 글을 쓰면서 창작에 빠져드는 어거스틴의 이율배반적인 성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플롯인 셈이다. 캐릭터만큼이나 영화를 아주 아주 돋보이게 하는색깔있는 음악은 영화의 아주 큰 보너스다. 어찌보면 아주 지루할 수도 있고..내용도 없어보이는 이 복잡다난한 캐릭터의 종합선물, 과장된 인물의 풀 팩키지를 있는 그대로 보다보면..누구나가 다 조금은 미쳐 있고, 그 병적 증상을 은폐하는 기술을 익혀가는 것 뿐이라는 자조와도 만나게 된다. 그 기술의 차이가 인간의 급을 나누는 척도가 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인간의 뇌와 정신...그리고 그것의 표현과 표출에 대한 상관관게에 철학적으로 빠져든다. 영화의 재미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 공상이 마치 영화속의 혼잡스러움 처럼 나의 뇌를 자극하고 헤집어 놓는다. 살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이런 미친...이라는 찰나에 대한 숨겨진 일기와 같은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by kinolife 2007. 3. 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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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형태 : 중편 영화
2004년, 일본, 52분
감독: 미즈누마 마수미
나레이션 : 데이비드 어텐보로 경(Sir David Attenborough)
촬영 : 야스오 카스가이
         히로시 에비사와
음악 : 타케푸미 하케타

일본은 동경, 오사카 두 군데를 가 봤지만 역시 또 가 보고 싶은데...특히 우리나라와 흡사한 여러 자연환경을 다르게 해석해서 살아가는 그들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질 때마다 그 동경은 더 깊어진다. 2005년도에 EBS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통해서 소개된 일본의 작은 다큐멘터리 [사토야마 물의 정원]에 나오는 동네의 삶은 그런 열망을 더욱 더 부추킨다. 강을 근저에 두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연에 순응하며 감사하고 자연과 함께 교감한다는 삶임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마을의 할아버지 상고로를 주인공으로 해서 강과 인간, 강과 물고기, 강과 새..그외 모든 자연을 무대로 호흡하는 생물들의 일상을 아주 잔잔하게 보여준다.

특별히 주제의식을 심어주려는 무게감이나 중압감 없이 쿄토의 어느 마을 사토야마가 물을 무대로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근 9개월이 넘게 걸려서 만들어지는 후나스시(붕어초밥) 만드는 과정이나..낚시를 통해서 자신을 배를 채우고 새의 먹이도 주며, 다시 강으로 클 때까지 돌려보내고..같은 물고기로 신에게 감사까지 ...일본에서 가까운 사람의 존재를 물과 고기처럼 가깝다는 속담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짧은 시간에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짧은 생각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나레이션을 해 주는 사람이 영국의 나지막한 영어러 더욱 더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역시 나레이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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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7. 3. 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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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올미다
2006년, 한국, 108분

감독: 김석윤
출연: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서승현
        김혜옥
        임현식

작품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TV 드라마를 통해서 방영 될 때 일부러 찾아서 보진 않았지만, 종종 보곤 했던 드라마라 극 중의 캐릭터나 스타일 등은 이미 알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세 명의 노처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드라마 속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미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일축해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서른을 넘은 여자에 대한 인식이 근래 들어서 아주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대부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운 가치를 많이 배제한 휴머니티로도 모자라는 서글픔이 잠재된 존재만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 스스로가 너무 늦게 자아 찾기를 시작하거나 막상 실현하자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그것 자체에 대한 가치인식의 깊이 역시도 약하기 때문에 지례 포기하고 겁을 먹고 포기 하기 마련이다. 작은 시도이든 시도가 없었던 서른 근저로 들어서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회에 순응하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허탈감은 극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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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아주아주 희박한 영화같은 상상 중에 속한다는 서른 넘은 노처녀에게 꽃피는 봄이 다시 오랴!! 라는 설정에 올 지도 모를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적 뻔한 결론이 서른을 넘기고..먼가 이룬것도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없는 이 땅의 대부분 소박한 노처녀들에게는 기쁜 편지 한통 같은 메세지 전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가꾸고 들어내는 것도 자신의 즐거움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위가 될 때는 스트레스가 되고 그게 그다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랑 서른 즈음은 이상하게 잘 매치한다. 점점 더 생활에 바탕을 둔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 지게 되고, 얼굴에 늘어난 주름만큼이나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인생의 해답이 늘 변명처럼 여성들을 뒤 쫒는다. 그래서 주름이나 기미가 많으면서도 팽팽한 20대보다 외모에 덜 관심이 있고(사실 다른 이슈가 더 커진다고 봐야겠지만), 인생 자체에 대한 고뇌에 빠지는 이 자연스러운 상반관계는 여성의 삶이 가지는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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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만, 뚜렷한 일거리가 없어 보이는 (타의에 의한 프리랜서로 보이는) 영화속의 미자는 젊은 후배 성우의 펑크 전화에 후다닥 퍼진 몸매무새를 정비하고 출두하고 퇴짜맞고...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이 사회에서 도태되어 있다는 느낌에 괴로워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우연히 맡게된 아주 작은 역할을 맡게 되면서...이 사회의 마초즘에 젖어있는 권력적 성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미자의 사회생활은 영화속의 코미디적 요소라고 보기에는 많이 역겨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사회의 성의 권력 구조란 영화속의 미자가 격는 현실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때론 이 성적 역학관계의 성립이 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성에 한한다는 제한조건 덕분에 그 권력구조에서 완전히 배제된 여성-이른바, 성적 매력이 없는 -이 더 처절한 소외감을 받는다는 우스게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데서 절망감은 극에 달한다. 온전히 미자라는 주인공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드라마 속의 다른 두 친구의 생활을 통한 그 또래 여성의 다양한 삶이 드러나지 않고, 이들 세 여성간의 우정에 관한 에피소드가 적어서 안타가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깔끔한 진행을 위해서는 감독의 당연한 선택이었으나, 드라마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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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된 줄거리..노처녀 백수 처자의 횡재수(잘 나가는 사회적 지위에, 멀꿈한 외모, 거기에다 연하라고 하는 옵션까지 갖춘 남자 꿰차기라고 하는) 찾아가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자와 함게 사는 세 할머니와 어리버리한 외삼촌, 소시민적인 아빠까지..사회적으로 잘못 없이 소외된 이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영화를 알차게 하는 최고의 부록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련된 조연 배우들의 능숙하면서도 농염한 연기는 이 영화를 받쳐주는 진정한 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영옥의 원맨쇼라고 불려져도 좋을 만한 영화속의 캐릭터는 영화적 인물로 치부해버린다고 해도 아름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큰 흥행 포인트 없이..놀라운 영화적인 효과 없이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서른의 초초한 손녀딸과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허망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서 채우는 할머니들의 삶이 여성의 삶에 대한 단편들을 잘 조합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소녀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더 늙어서 언젠가는 할머니가 된다. 그러는 사이 노처녀가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노총각도 있기 마련이며 그 노총각도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된다. 모든 인간이 늙지만 그 안에서 여자의 늙음은 다른 무엇에 겨준 수 없을 만큼 쓸쓸하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늙은 여자란 얼마나 비추한 상태의 인간존재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즐겁게 비틀어주고 영화적 결말까지 선사하는 이 따뜻한 코미디는 충분히 일부의 동조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조합과 드라마를 통해 다져진 팀웍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노처녀의 이야기로 단정 지으면 간단해 진다. 그리고 자신이 그 즘의 존재이든 아니든 지나왔던 지나가고 있든 혹은 앞에 다가올 걸 미리 아는 여성일지라도 이 사회적 통과의례는 대부분의 여성에겐 각자에게 짐지워진 만큼 씁쓸함과 쓸쓸함을 맞게 된다. 나도 그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은 그 시기보다 더 늙어가고 있지만...그것과 무관한게 인생은 흘러간다.그렇게 때문에 이 씁쓸한 소재의 영화를 웃으면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by kinolife 2007. 3. 22.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