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감독: 홍상수
출연: 김승우
고현정
송선미
김태우
술을 마시면...기분이 좋아지거나, 우울해진다. 혹은 기분이 아주 좋을 때나 나쁠 때 술을 찾게 된다. 술을 좋아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 기분과 술의 관계는 너무나 밀접하기에 술을 마시다 보면 그 시발점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중요해지지 않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술은 그런 것...하지만 홍상수가 생각하는 술은 누구든지 꼴리는 사람이 있으면 술을 통해서 섹스를 할 수 있는 술이야 말로 섹스를 위한 아주 좋은 단계지!!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의 전작도 그랬고...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섹스 이전엔 술자리를 가지고, 추파의 정확한 대상을 확인하기 위한 대화 아니 탐색전이 있고, 술로 인해 헤이해진 (아니 Free 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성관념은 언제나 편하게 후배의 애인이든, 절친한 사람의 전 애인이든 현애인이든 관계를 가지게 만든다...다음날 머쓱한 나에게 혹은 상대방에게 혹은 관련된 제 3의 주변인에게.."나 술 많이마셨나봐 !!" 그의 영화에서 술자리의 끝은 언제나 그런 모습이었다.
스무살 때 마신 술은 맛있는 안주를 먹기에 좋은 자리였고, 서른이 된 이후의 술자리는 무언가에 쫒기는 나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었다. 브라브라...주변인에게 난 이래..라고 쏟아내고 나면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에게 성적인 매력(어릴 땐 저 사람이 참 재밌고 좋다!! 라는 생각이었는데..그게 나도 모를 성적인 매력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을 느끼고 좋아라 하고 한 적이 있지만, 홍상수 영화속의 주인공들처럼 까발로틱하게 성적 농담과 눈빛이 주고 받는 낯설면서도 설레는 술자리는 그닥 기억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속의 주인공이 영화 안에만 있는게 아닌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나에겐 없었지만 있을 수 있는, 아니 다반사인 사람들에겐 이 영화의 장면들을 지극히 솔직하면서 정직한 표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씨에겐 조금은 껄쩍지근한 밤이, 그녀에겐 흡족한 밤이 모군은 전혀 바보같은 다음날...
여자는 모씨에게 더 친근함을 느끼지만, 그런 그녀의 눈빛이 모씨는 부담스럽다..홍상수스러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걸 눈치 챈 여자가 모군에게 친한척을 하는 장면이나, 그런 그녀가 모씨의 허리를 얄밉다는 듯이 꼬집는 장면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나 봐요. 서울가서 연락 할께요" 라는 대사까지도 역시 홍감독 스러운 면모다.
여기까지 전반부, 후반부엔 그녀와 비슷한 그녀 2에게 비슷한 추파를 던져서 황홀한 밤을 보내게 되고, 다시 해변을 찾은 그녀와 만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꼬이게 된다. 홍상수스러운 표현을 쓰자면 질척해지고 만다. 정말 모씨는 그녀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일까...남자는 여자의 외모와 섹스에만 집착하는 것일까...정말이지 궁금한 생물학적, 사회학적 질문이 아니 들 수가 없다. 그게 홍상수 영화속에 그려진 "성인"이라는 남자 여자들의 모습이다. 물론 여기서 성인은 철저히 '몸이 자라 있다'는 수식에 한정되지만...문제는 그런 성인은 현실에도 많이 있고, 그걸 탓하는 사회도 아니다. 그래서 홍상수의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이 교감하는 감정들에게 "사랑"이라는 표헌을 쓰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아주 세련된 원피스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느낌..그의 영화속 주인공들에겐 몸은 뜨겁지만, 가슴은 가볍게 촐랑거리고, 머리는 휴면기를 맞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강원도의 힘>에서 부터 시작된 남녀간의 성적 헤게모니에 관한 그의 영화는 갈수록 농담 따먹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최고 남녀관계에 대한 영화적 보고서는 초고(영화 <강원도의 힘>)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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