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박경철
출판사 : 리더스북
2006.07 초판 29쇄
가격: 10.000원

그의 이름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패너로 나와서 정부의 인력대책에 대한 맹점을 꼬집은 걸 듣고서였던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이 늘 하고 나서 뽀대 나는 것만 찾지 실제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아주 낮은 곳에서의 실천이란 찾을 수 없는데 그런 것의 허실을 꼬집는 모습에 꽤 통쾌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 가족이 교보 같은 큰 서점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면 좋겠지만, 아직 5살 2살인 딸 아이를 데리고 그러한 한가한 오후한 앞으로 10년이 더 있어야 가능 할 것 같아 우리는 그보다는 조금 마음이 편하다면 편한 헌책방을 즐겨 이용한다. 아이들의 책이며 엄마, 아빠의 책이며 온 가족의 책을 아주 저렴하게 사가지고 오는 날의 뿌듯함이란..이 책도 그 라디오 방송의 기억을 더듬어 헌책방 안에서 찾아서 읽게 된 책이다.

그냥 단순한 기억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었는데 그의 블로그에 담긴 글이라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나는 네이놈 블로거가 아니라서...), 그의 실제 삶 속에서 그러한 생각이 나왔겠거니 라고 생각을 하니 사람 사는 것에 대한 갖가지 편린들이 스르륵 스쳐가는 것 같다. 차마 다 주저리 주저리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꽤 여러가지 마음을 흔든다. 숙연해지기도 하고 작가의 말대로 마음이 꽤 불편해 지는 부분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헌책방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두번째 권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책 속의 글- 

나는 내가 발 붙이고 살아가는 세상을 보고 싶을 뿐이다. 다만, 그것이 늘 불분명하기에 여러 가지 현상의 돋보기들을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뿐이다. 그나마 그것을 통해서야만 커튼 속에 가려진 일상의 속살을 겨우 살짝 훔쳐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돋보기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것을 통해 보이는 세상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반응형
by kinolife 2009. 2. 18. 05:42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7.09 초판 1쇄
가격: 10.000원

책이 막 출간하자 사 두고선 이번에 김연수 작가 시리즈 다 읽는다고 작심하고 후루룩 읽어버렸다. 배경이 1980년대 광주를 언급하는 부분이 곳곳에 나와서 마치 대학시절 때 읽었던 운동권 소설같은 느낌이 살짝이 들기도 했다. 조직적이고 선동적인 사회를 지나와 현재의 나에게도 이런 류의 소설 속의 정치적 상황이란 꽤 상투적인 느낌이 강하다. 김연수 씨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조금 재미 없게 읽기도 했다.

- 책 속의 글 -

"결국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완전한 해방은 두려울 정도로 요염한 쾌감과 연결돼 있었다."

"다시 말하지면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수 많은 이야기(Story), 또한 그러하므로 이 세상에 그 만큼 많은 '나(Self)'가 존재한다는 애절한 신호(Signal). 정민의 눈에는 옆으로 누운, 짧게는 삼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삼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많은 외로운 'S'들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날개를 달고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러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폭력이 몸에 벤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런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몸은 폭력보다 비폭력을 더 불편해 한다. 그걸 가리켜 현실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차이코스프스키 교향곡 제 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그 순간 베르크 씨는 차이코스프스키가 그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인류가 그 곡을 어떤 식으로 들었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므로 다음에 올 인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곡을 새롭게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폐허가 됐고 베를린에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었다. 왜냐하면 삶이 본질적으로 역설이니까."

"이유 없이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그리워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편이 풜씬 더 낫다는 거 나는 그때 알았다."
반응형
by kinolife 2009. 2. 16. 17:45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제 :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2.11 초판 1쇄
가격: 9.500원

최근에 이상문학상도 받았으니, 김연수가 국내 문학상을 꽤나 많이 탔겟구나라는 생각에 다다르니...마치 백수처럼 빵집에서 헤메인 기억이 책 구석 구석에서 들어나는 그의 이력에 밝은 기운이 가득함을 상상할 수 있다. 2003년도에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집의 9편의 단편 소설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겨울날 얇은 옷자락처럼 애처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가 오버랩이 되어 있는 이 스산한 느낌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 책 속의 글 -

밤의 산길을 걸어가다보면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이 아닌지 알게 된다. 빛이 없을 때 사람의 눈이란 그저 코앞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현실의 공간 역시 손을 뻗거나 발을 내딛어서 닿을 수 있는 그 정도까지일 뿐이다. 그러고 나면 자신과 세계는 완벽하게 분리된다. 두려움은 자신이 이 세상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떄 일어난다. -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중에서
반응형
by kinolife 2009. 2. 5. 05:12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제 : A Weekend With Wendell
글 : 케빈 행크스(Kevin Hankes)
그림 : 케빈 행크스(Kevin Hankes)
옮긴이 : 이경혜
출판사 : 비룡소
출판일 : 2000년 04  초판 2쇄
가격 : 8,000

주말에 웬델과 보내는소피..말썽꾸러기 웬델과 함께 고로운 주말을 보낸 소피가 헤어질 때면 웬델이 다시 그리워지는 소피..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꽤 사실적으로 그려진 동화책.

어른으로서 재미있었던 건, 소피의 부모님이 웬델이 다시 집에 오는 걸 꺼리는 부분. 100% 공감가는 부분이다. 아이들에게는 웬델과 함께 말썽장이가 되지 않기,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왕따를 자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은근슬쩍 가르켜 주기에도 좋다. 우리 아이도 웬달 같으면 어쩌지...상상만 해도 무서워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응형
by kinolife 2009. 2. 2. 10:30
반응형
2009년 들어서면서 결심..
쉬는 시간에도 책을 들자..일을 하거나 혹은 자다가 깨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무튼 짬이라는 짬이 나는대로 책을 읽자. 무식을 이겨내는 것에는 책 밖에 없다는 것..그리고 블로그 질을 하다 보니 정말 열심히 읽고 고민하는 영혼들이 많구나 반성하면서 부터...그래서 숙제처럼 테마를 정하거나 작가를 정해서 읽어보기로 했는데..결심에 비해서 그다지 어떤지 모르겠다, 그래서 새해 첫 달, 첫 번째 작가로 김연수를 선택했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인터넷 서점에 씌여져 있는 문구..프로 작가..라고 할만큼 어찌나 책이 많이 나와 있는지..그 책 죄다 사 모으느라 10만원 가까이 쓴거 같다. 남편 미안..좀 많이 썼네...3월이나 4월엔 미야베 미유키라 쩝...돈이 더 나가지 않을런지...

김연수를 읽으면서 짬짬히 간단한 수필들을 읽었다. 미리 읽어두는 동화책은 물론이고.....

소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연수 3권의 소설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병준, 김창완, 김연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교육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화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화책은 거의 다 좋았다. 어떻게 해가 하늘로 다시 돌아왔을까를 제외하면 전부 사서 볼 만한 책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응형

'All That Book > Book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 Diary]2009년 7월의 책  (0) 2009.07.31
[Book Diary]2009년 6월의 책  (0) 2009.06.30
[Book Diary]2009년 4월의 책  (0) 2009.04.30
[Book Diary]2009년 3월의 책  (1) 2009.03.31
[Book Diary]2009년 2월의 책  (0) 2009.02.28
by kinolife 2009. 1. 31. 23:45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 제 : How The Sun Was Brought Back To The Sky

글 : 호세 아루에고(José Aruego)
그 림 : 아리아너 듀이
          (Ariane Dewey)
번 역 : 장혜린
출판사 : 시공주니어
2003년 10 초판 10쇄
가 격 : 7,000

조금 지루한 감이 많으면서 신선한 감이 없는 따분한 동화책.
동화 중간에 나오는 오리, 도끼, 고슴도치..등등의 동물들을 주욱 열거를 문장마다 해야 할 때는 아이에게 읽어주면서도 헐떡헐떡 숨 차면서깝깝했다. 제목은 아주 아주 흥미로운데 제목 속의 흥미로움의 절반도 책에서 찾지를 못했다. 그림도 표지그림 저 놈이 제일 이쁘다...
반응형
by kinolife 2009. 1. 31. 09:32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 조병준
시 : 조병준
출판사 : 샨티
2009년 09
가격 : 13,000

사진을 찍고 시를 썼을까? 시를 쓰고 사진을 맞췄을까..이 책은 먼저 있는 사진에다가 단어를 끼워 맞추듯 시를 써 내려 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사진과 시처럼 그 색깔이 비슷한 장르들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작업을 모아둔 사진작가이자 시인이 조병준 님의 책...그의 책 속의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여행하듯이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에 대해 스치면서 느껴본다. 책 속의 사진과 그 옆에 씌어진 시를 다 읽고 나니 그는 시보다 사진이 더 좋을 것 같다.








- 책 속의 글 -

- 물에게 -

물에게 물을 바칩니다.
그것이 제 사랑의 방식이기를 빕니다.
당신에게 다시 당신을 보태어
언젠가 당신이 뚝방을 넘쳐 먼 세상으로 흘러가는 날이 오면
그날엔 제 눈물도 보탤 수 있기를 빕니다.

- 벤치에 대한 예의 -

그 오솔길, 언제나 저녁 속에 있었다.
산책에 나선 사람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따뜻하고 밝은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벤치는 언제나 비어 있었다.

비어 있음이 충만이라고
저 벤치에게 말할 수 있는가?
오, 차라리 아무 말도 말아라.
그 오랜 기다림을 모욕해선 안 된다.
그저 서둘러 그 앞을 지나면 된다.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잠시 앉아주면 된다.
벤치가 바라는 건 그 뿐이다.

- 구름, 기억 -

모든 흐르는 것들은 덧없다.
흐르지 않는 것이 세상에는 없다.

덧없는 것들도 모이면 무거워진다
무겁지 않은 기억은 없다.

구름, 흩어져 있어도 좋을 텐데
자꾸 모인다
기억, 꼭 그 자리에서 덧나
피고름으로 터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응형
by kinolife 2009. 1. 30. 05:41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김연수
출판사: 창비
2005.05 초판 1쇄
가격: 9.500원

과거를 무대로 해서 조금씩 나타나는 모던의 향취가 가득한 단편들이 담긴 작품이 많이 담긴 단편집이다....김연수는 단편보다 장편들이 더 좋은 것 같다.

- 책 속의 글 -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때, 끝나는 법이라오."

"미리 통지하고 찾아오는 불운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모든 불운이라는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인과관계의 규칙에서 벗어난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일 뿐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中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역사가와 같다."-[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中

"들어봐, 전쟁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닮았어. 몇가지 이유만 있으면 완전히 딴판이 되어버리거든. 하하하. 재미있나? 조심하게.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내가 전쟁이란 삶을 닮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누가 자네에게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먼저 하품을 하게나. 지금 내 꼴이 그렇긴 하지만,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 하는게 아니거든."-[뿌넝쉬] 中

"하지만 그즈음, 그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러니까 꿈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패배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것을..."-[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中

반응형
by kinolife 2009. 1. 29. 06:03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미레이유 달랑세(Mireille d'Allance')
그림 : 미레이유 달랑세
         (Mireille d'Allance')
출판사 : 웅진 주니어
2002.03월 초판1쇄
가격 :7,000

정언이가 최근 들어 관심을 가진 동화책..
정언이 처럼 머가 저리 싫은게 많은지 한 번 읽어볼까? 이 한 마디에 마치 자기만을 위한 책인듯 착각하면서 애착을 보인다..단순한 것..ㅊㅊㅊ

엄마랑 떨어져서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옥타브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려낸 동화. 꽤 웃음이 모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를 원에다 맡기는 엄마들에겐 한번 쯤 경험이 있을 법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꽤 생활밀착형 동화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림은 머 특별한 것은 없으나 단순한 내용으로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서의 생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면이 있다. 깔끔한 내용의 동화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응형
by kinolife 2009. 1. 28. 10:20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3.06 초판 1쇄
가격: 7.500원

김연수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소설로 짧은 내용에 확 끌리는 문체는 대중소설에서 맛 볼 수 있는 짜릿함을 꽤 많이 담아 놓은 책이다. 사랑에 대한 남자들의 일면을 꽤 째려보듯이 엿 보고 그와 함께 사랑에서 결혼 남자 여자의 마남에 관한 이야기가 즐거움을 선사 하는 책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가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역시 빠질만한 매력이 많은 책이다. 현재 찾아보니 내가 샀던 초판이 품절되고 재간 되어 있다.

- 책 속의 글 -

"인간에게는 예감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된 감정체계가 있다."

"미혼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뀌는 과정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과 비슷하다. 유부남이 되면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중력이 여섯 배나 강해진다는 사실에 멍멍해진다. 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무중력 공간을 거쳐야만 한다. 신혼여행이 바로 그런 무중력 공간에 해당한다.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법적인 미혼녀의 육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탐닉할 수 있는 그 밀월여행은 확실히 무중력 상태와 닮았다. 귀 안쪽에 있는 반고리관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감각신호들이 달라지는 현상이나 뇌의 지시를 몸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현상은 우주 공간에서나 신혼여행지에서나 늘 일어나는 일이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않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볼쌍사나운 껍질뿐만 아니라 초라한 알갱이까지 갈부수고 난 뒤에야 차라리 그냥 막연하게 상상하던 떄가 더 좋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미혼녀와 유부녀 그 사이에는 무중력 공간의 황홀감 따위는 없다. 그저 혼자 빗자루를 들고 정리해야 할 부서진 감정이 껍질나부랭이들만 파몰아칠 뿐이다."

"어떤 사람을 향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추는 일과 흡사하다."

"

"
반응형
by kinolife 2009. 1. 20.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