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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라 히데노리(原 秀則)
출판사: 도서출판 대원(주)
총권: 1~7권 완결
1999. 10.23 1쇄 발행


공부는 좀 한 듯 하지만, 그 나마도 확실하진 않고 뭐 하나 똑 부러지는 구석이 없는 이 만화의 주인공 슈는 지방 삼류대를 나온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선배들의 모습 중 하나였고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인간상이기도 했었다. 이들은 어느 누구하나 명확한 삶의 진리를 꿰뚫고 있는 이도 없었으며 그것을 알려주거니 힌트마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피터팬들이거나 자신감 결여의 전형적인 삐뚤어짐같이 섞여 답답한 기운을 연신 뿜어내는 말 그대로 좌충우돌 불안한 청춘들이었다. 그땐 나의 선배들이었지만, 시간의 굴레를 버리고 지금의 내가 봤을 땐 그들은 참 답답한 사람들로 생각이 되어진다. 그 누구도 자신을 지지해줄 버팀목을 가지지 못한 이 어정쩡한 인간들도 엄마의 품을 떠나 혼자 생활하고 밥벌이를 하기 위해 사회에 뛰어 들땐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드는 법이다. 이 만화 [섬데이]는 그런 시점의 부드러우면서도(일면 나약해 보이는) 고민많은 이들의 젊은 시절의 어느날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카라사와 슈는 그저 그런 대학의 3학년, 이른바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만화의 소재가 주인공이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디는 취업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의 취업 현황이나 대졸생들의 취업과정을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색다른 재미가 만화 곳곳에 녹아있어 눈길을 끈다. 3학년 때부터 같은 학교의 선배들의 직장을 찾아다니며 시험이나 면접에 관한 조언을 듣고, 회사의 특징이나 일의 성격 등을 설명 받는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점은 일면, 우리보다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아름아름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 의외의 상황이 일본에 대한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 주기도 한다. 이런 주된 소재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애인과의 만남을 복합적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일과 사랑, 그리고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작은 찬미가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만화다.

물론 만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정하지 못한 우유부단하면서도 인생이 불투명한 보잘것 없는 청년의 미래상에 맞춰져 있지만 그 안에는 일을 정하는 기준이나 그 일을 하게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작가의 꼿꼿한 의식이 숨겨져 있어 이른바 바른 만화의 한 단면을 볼 수도 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쓸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나의 일일까? 하는 고민을 더욱 더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일지는 몰라도 그것만큼 확실한 인생의 정답이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많은 임금만큼이나 자기발전이 중요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 만큼이나 사회에의 이바지, 혹은 일에 대한 보람이 중요한 사항임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직장을 정하고 생의 임무이기도 한 일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장을 정하는 데 있어 이 필수적인 자문을 거치지 않은 선택이란 언제나 한숨과 사회에 대한 질타로 이어진다는 것은 궂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니 두번 혹은 그 이상 이야기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인생의 물음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대사처럼 그 누구이든 일 때문에 진실로 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슈는 몇몇의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람된 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을 알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능력이었는지 자세였는지를 눈치 채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물론 불행은 힌꺼번에 찾아오는 것인지 오랜 동안 사겨왔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면서 일과 사랑, 모두에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정직한 고민은 대부분 올바른 도착점을 알려주듯이 이 긴 우회는 자신의 일을 찾고, 그 안에 버려두었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결혼과 함께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간다. 만화의 끄트머리, 어렵게 마련한 신혼 살림방에는 그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동료의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찾는 젊은 부부의 건강한 삶이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만화는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천직을 찾는 일,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고 해도 좋을 넉넉한 반쪽을 찾는 것, 그리고 주변의 식구들이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까지. 나이 서른을 넘긴 나 역시도 아직까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쩌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나 앞으로 할 일을 정할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인생의 화두 중 하나가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 총 8권이 만화책은 짧은 시간의 휴식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작은 이정표로 다가올지도 모르니 속는 셈 치고 읽어보기 바란다. 시간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이 답답한 주인공이 답답한 현실에 작은 희망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알려지지 않은 만화책은 어리숙한 날들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작은 용기의 마음을 전하는 든든한 이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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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6. 4. 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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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 ふみ)
번역: 장수연
출판사: (주) 서울문화사
총권: 1~4권 완결
2002. 02.05 1쇄 발행


"커피라면 브랜드 커피와 에스프레소, 카페 카프치노랑 카페오레, 카페라떼. 홍차는 다즐링, 얼그레이, 키먼, 앗삼, 우바, 딤블라 중에서 원하시는 걸로, 로얄 밀크티, 아시아풍 시나몬티, 바닐라 밀크티 또는 허브티를 원하신다면 재스민티와 캐모마일, 로즈힙, 그리고 다뜻한 코코아와 캐러멜 코코아도 있지요."

"저희 가게는 오후 2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2시 반에 폐점 입니다아 -"

"손님의 맨 오른쪽에 있는 게 프레제, 딸기와 커스터드 버터 크림을, 피스타치오 맛 빵으로 감싼 것이죠. 바삭바삭한 사블레 빵 위에 시럽에 조린 블루베리와 생크림을 얹은 레어치즈 케이크, 오늘의 추천 상품은 붉은 과실과 아몬드 크림 타르트이고, 슈크림은 바닐라 빈즈를 듬뿍 넣은, 생크림이 들어간 커스터드를 안에 채워넣었답니다. 케이크 속까지 휘핑 크림이 듬뿍 스며들어 촉촉하기 그지없는 쇼콜라 클라식, 이건 악마의 유혹과도 같이 환상적인 맛이라서, 자신있게 권해드릴 만한 상품이죠. 그밖에도 스콘이나 바나나 쉬폰, 캐러멜을 뿌린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본 작품 [서양골동양과자점]에 나오는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만화 속의 대사이다. 이 짧은 대사 안에서도 국내 어느 곳에 이런 다양하고 알찬 메뉴들(만화 속에서처럼)과 함께 가식없는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양과자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달려가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자랑하는 케익을 구경하고 맛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케익을 즐겨 먹진 않지만(입에 안 맞거나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 좀 비싸다는 생각에), 이 만화를 읽는 동안은 이상한 유혹과 군침도는 상상력이 내내 위장을 노크하고 두뇌를 자극해 와서 괴로웠다. 그러므로 적어도 오후 10시가 넘은 밤 시간에는 이 만화를 보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 흑백의 화면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이 만화 속의 케익은 만들어 먹지도 혹은 사러 나갈수도 없는 한계상황을 일깨워 더더욱 군침돌게 하니 이런 경우는 가히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에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4명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릴적에 유괴를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 타치바나 케이이치로와 그의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매력적인 호모 오노 유우스케, 오랜 동안 타치바나 케이이치로가에서 생활하면서 타치바나의 짐이 되어 온 특이한 충복 코바야카와 치카게...이들과 함께 고아로 부량아로 성장, 우연히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오노의 제자로 파티세로서의 희망을 품고 있는 칸다 에이지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과거를 적당히 숨기고 또 적당히 보여주면서 서양골동 양과자점에서의 생활에 담긴 이들의 일상과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잔잔한 재미를 지닌 만화다. 물론 네 명의 청년 모두가 만화 주인공 답게 멀쑥하게 잘 생겼다는 점을 감안해 이른바 '제과점에서 만날 수 있는 수려한 네 사나이' 정도의 부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장르를 따지자면 호모 만화+제과 상법 만화+유괴범을 잡기 위한 추리 형사물로 자리매김을 해야할지 애매모호한 이 작품은 이 모든 특징을 모아 하나의 맛있는 케익을 만드는 재료로 쓰듯이 복합적이면서도 개성만점의 만화를 선보인다. 크게 이야기기의 구조는 이 네 인물들의 과거를 복합적으로 조율한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들 과거가 현재와 병치되변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사건을 해소 시킨다. 양과자점에 모인 사람들의 특성과 개성 안에 담겨진 것은 호모 섹슈얼리티 속에 담긴 불온한 가족사와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 어릴적 유괴당한 경험에서 나오는 법에 대한 질문과 개인의 사회성. 그리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현대인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하는 일이 내내 미심쩍으며 손을 댄 곳엔 다시 손을 대고야 말게 만드는 어리숙한 남자가 만들어낸 개인적이면서 자율적인 현대가족, 그리고 그 나마도 없이 원초적인 발원지로부터 버림받은 고아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시선과 다시 버림다는 것에 치를 떠는 생리까지 다양한 소재가 뒤범벅이 되어 이 만화를 어느 하나 적당한 장르 안에 밀어넣을 수 없게 한다. 이 달콤한 양과자 점 안의 4명의 남자는 어느 하나 온전해 보이지 않은 과거 때문에 불안해 보이고 또 그것 때문에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 불안감은 파티세(제빵사) 오노와 그의 제자 칸다가 만들어 내는 놀랄만한 케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풀어진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하면서도 색다른 케익들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편안한 여유까지 선사하고 독자들에겐 눈과 상상 속의 미각을 자극시긴다. 그래서 조금은 이상한 케익과 유괴의 삼각관계는 괴로움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단것'의 묘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달콤한 케익, 그것을 더욱 더 달콤하게 하는 것은 살아가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인생의 쓴맛' 때문은 아닌지...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의 대사 처럼...우울한 날의 고구마 케익이 주는 삶의 작은 진리는 달콤한 맛이 화나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명백이 있기 때문이리라. 혹시 그럴 때가 있다면 몇 100그람 늘어날지 모르는 몸 속의 지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하게 달고도 단 케익을 먹어 보는 것이 좋겠다. 덜 우울해지고, 또 맛도 좋으니 말이다.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안에는 다양하고 달콤한 케익들만큼이나 쓸쓸하고 또 우울한 삶의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이 둘의 긴장감은 이 케익의 단맛을 더욱 더 자극시켜 책장을 넘기는 동안 긴장을 주는 동시에 입안에 기분좋은 기운을 돌게 한다. 케익 한 조각이 주는 삶의 여유가 수 많은 삶의 여유의 도구 중에서도 유독 달콤해 보이는 것은 케익 안의 설탕이 주는 마력만이 아님을, 그것은 케익을 예술로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파티세의 의지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설탕이 아니라 땀이 만들어 내는 여유와 단맛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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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6. 4. 18.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