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지만, 볼만해.." 

남편의 추천사를 뒤고 하고 2015년에 봐야할 철 지난 영화로 선정한 영화라 조금 기대반 별 기대없이 영화를 봤다.

말 그대로 신파가 맞지만 이상한 신세계를 그릴려고 하는 신인감독들의 치기어린 작품들에 비해선 신파로 영화를 찍은 감독의 용기에 오히려 박수...


영화는 경상도의 어느 작은 시골을 무대로 예술과 삶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꽤 가볍게 그려내고 있지만,나름 배우들의 기름기 없는 연기로 작은 단편 소설 하나를 읽음직한 가벼운 만족감을 주는 영화. 영화의 주요 인물이 예술 중에서도 조각이지만, 내 눈에 들어온 예술은 영화 말미 스스로를 다시 깨달았다고 말하는 조각가의 자화상 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준 모델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에 대해 잘 몰라서 ..대학까지 마친 나의 머리에 정리된 언어로는 이런 종류의 그림을 크로키라 하는 듯..작가가 쓰고 있는 도구가 목탄이라 목탄 크로키라 할 수 있나 혼자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는 동안은 다른 무엇보다 그 그림에 눈이 가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너무 쉽게 그려내는 듯 하지만 균형감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슥슥 그려내야 하는 그림. 그래서 그려지는 그림 만큼이나 그 그림이 그려지는 동안 목탄이 자신의 몸을 깍아내는 소리..크로키 북과 만나서 나는 그 슥슥..거리는 소리가 주는 또 다른 신호들은 자연스럽게 눈과 몸을 크로키 북 안에 고정하게 한다. 조금만 영화의 이야기 밖을 본다면, 프로젝트 디자이너였던 감독의 세심한 소품들과 풍경들..그리고 그것들이 원래 그 곳에 있었다거나 있었어야 했던 것 같은 영화의 토대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 시절 풍경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예술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 신파지만 싸구려가 아닌 지점은 뻔한 이야기는 이야기 대로 두고, 영화 속의 사람들과 그 물건들이 실제 있었음직한 모습으로 영화 안에서 배우 못지 않은 역할들을 하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슥슥 소리 덕분에 목탄을 사서 슥슥 무언가를 그려볼까..하는 유혹이 있었으니 영화속의 그림만킴이나 그 작은 소리에 유혹당해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by kinolife 2015. 2. 4. 12:08


개봉 : 2014.10.23
2014년 77분, 한국

          
감 독 : 이상호, 안해룡
출연 : 이상호, 이종인

영화 <다이빙 벨>이 부산영화제에 상영되고 이후 계속 주요 도시 곳곳, 지방 곳곳에서 무료 상영회가 이어지고 있는데, 상주에서도 드디어 기회가 와서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는 박근헤 정부의 무능함의 끝이 어디를 향해 있고 그 시작이 어디 인지를 묻는 모양새를 띄고 있어 이 영화에 대한 은근한 탄압과 압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자 신문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부산영화제 위원장에게 칼을 들이댄걸 보면....말이다.

영화 안에서 볼 수 있는 한 나라 정부의 치졸함에 치를 떨지도 모르겠지만, 이용관에 대한 탄압처럼 영화 밖에서도 여실이 이어지고 실행중인 현재시재라는 점은 영화를 통해 관객은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그것을 수습하는 정부의 무능함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그 사이에 등장하는 다이빙벨이라는 기술에 대한 정부 대응력을 통해 이 정부의 국민에 대한 기조를 반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제작이유 같이 보였다. 사실 한 기자의 울분에 찬 오기로 제작되었다고 볼 이유가 더 크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정부의 무능력보다는 철학에 기자의 진실탐구보다는 관성에 더 큰 의문부호를 제시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세월호 현장을 보여주지만 그 안의 공기의 기운을 전달 받는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고, 다이벵벨을 이야기 하지만 다이빙벨을 알 수 없게 하는 이상한 허점들이 난무한 영화다. 그리고 다이빙벨을 통해 우리나라 기자들이 얼마나 직장인에 불과한 영혼없는 직업인지 그이야기를 하고 싶어 미쳐하는 감독의 고집을 읽을 수 있다. 

다 맞는 말이다. 정부는 국민에 대한 애정이 없고, 사고 발생 처리에 대한 능력이 없고, 능력을 발휘해 그 역할을 다 하기 보다는 그저 시간을 보내고 버텨내고 기레기(기자 쓰레기)들을 통해 말만 잘 만들어 잘 알리면 된다는 생각하는 족속들이라는 것을...하지만, 관객은 다이빙벨이 정말 언제 투입되어 어떻게 활용되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고 실제 투입시기가 의미 있었는지 과학적인 정보를 얻는데는 실패한다. 보통의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치열함을 영화 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는 세월호 현장의 분위기 전달도 미흡하고 다이빙벨에 대한 학습도 부족하고 기레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공격도 없다. 단지 세월호 이슈가 끝이 나기 전에 다 완성하고 그해 부산영화제에 출품해야 한다는 시간에 쫓긴 흔적들만이 영화 안에 가득해 이슈에 비해 아쉬움이 크게 쌓이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확장된 뉴스같은 다큐멘터리.. 그 시기가 안에 담긴 내용보다 중요할 수도 있는 한계점의 영화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내 쪼대로 간다 정신으로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에게 박수를 그 의지에 경외감을 느낀다. 할말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내외적인 분위기에 따라 검열해야하는 지금의 이 사회에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드는 것에 용기라는 단어를 써야하는 이 환경을 다시 인식하는 씁쓸함은 뒤로 하고서도....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감독이 '아니 한 번 제대로 울릴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종은 아닌가?' 그 의문점을 던져 그 것을 받는 관객이 있다면 그것으로 좋지 않았을까...



by kinolife 2015. 1. 28. 12:13




작년은 정말이지 작정하고 영화를 안 본 것처럼 영화를 안 본 한 해..

주로 드라마를 보고 몇몇 예능을 방송 후에 본 것이 다 인것 같다.


하지만, 내년엔 영화를 좀 보고 영화를 다시 생각해 보고 고민도 해 보려 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 게을리 했던 영화보기 중 이슈작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생각나는대로 적어서 정리하고 리스트 안에서 찾아보는 노력과 성의를 보이는 한 해로 ....


2015년 영화 리스트


1.5일의 마중-장예모 감독

2.가장 따뜻한 색 블루-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

3.겨울왕국-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

4.경주-장률 감독

5.고령화 가족-송해성 감독

6.군도-윤종빈 감독

7.그녀(허)-스파이크 존스 감독

8.그래비티-알폰소 쿠아론 감독

9.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 감독

10.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1.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12.나를 찾아줘-데이빗 핀처 감독

13.나우 유 씨 미-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14.나의 가족 나의 도시-야세민 삼데렐리 감독

15.노예 12년-스티브 맥퀸 감독

16.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

17.다이빙벨-이상호, 안해룡 감독

18.다즐링 주식회사-웨스 앤더슨 감독

19.다크 나이트 라이즈-그리스토퍼 놀란 감독

20.다크 나이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1.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장 마크 발레 감독

22.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23.데어 윌 블러드-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24.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찰리 폴 감독

25.러스트 앤 본-자크 오디아르 감독

26.롤러코스터-하정우 감독

27.리스본행 야간열차-빌 어거스트 감독

28.링컨-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9.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실뱅 쇼메 감독

30.마미-자비에 돌란 감독

31.마스터-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32.마테호른-디데릭 에빙어 감독

33.60만번의 트라이-박사유, 박돈사 감독

34.매직 인 더 물 라이트-우디 알렌 감독

35.맨 오브 스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36.머니볼-베넷 밀러 감독

37.명량-김한민 감독

38.명왕성-신수원 감독

39.모뉴먼츠맨:세기의 작전-조지 클루니 감독

40.모스트 원티드 맨-안톤 코르빈 감독

41.무드 인디고-미셀 공드리

42.문라이즈 킹덤-웨스 앤더슨 감독

43.바람이 분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44.배트맨 비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45.버진 스노우-그렉 아라키 감독

46.버틀러:대통령의 집사-리 다니엘스 감독

47.보이 후드-리처드 링클레이더 감독

48.봄-조근현 감독

49.블루 재스민-우디 알렌 감독

50.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

51.비우티풀-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52.비포 미드나잇-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53.사이드 바이 사이드-크리스토퍼 케닐리 감독

54.상해전기-지아 장 커 감독

55.새 구두를 사야해-기타가와 에리코 감독

56.셜리에 관한 모든 것-구스타프 도이치 감독

57.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가와세 나오미 감독

58.송 포 유-폴 앤드로 윌리엄스 감독

59.스토커-박찬욱 감독

60.시저는 죽어야 한다-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감독

61.안녕, 헤이즐-조시 분 감독

62.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바바라 레보비츠 감독

63.액트 오브 킬링-조슈아 오펜하이머, 신혜수 감독

64.어바웃 타임-리차드 커티스 감독

65.언더 더 스킨-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66.오블리비언-조셉 코신스키 감독

67.오직 사랑하는 아들만이 살아남는다.-짐 자무쉬 감독

68.온 더 로드-월터 살레스 감독

69.올 이즈 로스트-J.C 챈더 감독

70.우리 선희-홍상수 감독

71.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사라 폴리 감독

72.원스-존 카니 감독

7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벤 스틸러 감독

74.의궤 일간의 촉제-최필곤 감독

75.인 더 하우스-프랑소와 오종 감독

76.인사이드 르윈-조엘, 에단 코엔 감독

77.인셉션-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78.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79.일대종사-왕가위 감독

80.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호재 감독

81.자유의 언덕-홍상수 감독

82.잡스-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

83.제로 다크 서티-캐스린 비글로우 감독

84.제보자-임순례 감독

85.족구왕-우문기 감독

86.집으로 가는 길-방은진 감독

87.창문을 넘어서 도망친 세 노인-플렉스 할그렌 감독

88.쿼바디스-김재환 감독

89.테이크 쉘터-제프 니콜스 감독

90.투 마더스-앤 폰테인 감독

91.폭스파이어-로랑 캉테 감독

92.프랭크-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93.프레스티지-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94.하늘의 황금마차-오멸 감독

95.한공주-이수진 감독

96.해무-심성보 감독

97.해적-이석훈 감독

98.호프 스프링스-데이빗 플랭클 감독

99.홀리 모터스-레오 까락스 감독

100.화양연화-왕가위 감독



by kinolife 2014. 12. 28. 22:58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의 그림들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그림은 바로 이 그림이다. 


  이유는 그림 속의 여인이 영화 속의 마고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지기 때문. 

  루와 대니얼 사이에서 모두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마고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암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고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도 꽤 이중적으로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한 그림이고 마고를 떼어놓고도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예로 실제로 영화에서는 직업이 화가로 등장하고 있는 대니얼이 그린 그림으로 나오고 있고 그 함의를 마고가 자신을 선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린 그림으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생각되게도 한다. 오른쪽에 꽃과 함께 붉게 피어오르는 마고는 자신(대니얼)과 있을 때의 마고, 왼쪽에 검게 기울어진 여인은 루와의 조합은 은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 상상해 본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마고는 이 둘의 이미지를 다 가지고 있고, 영화에서의 마고는 이 그림의 여인처럼 여러면에서 갈등하지만 꽃처럼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꽤 단순한 미덕을 담고 있는 이 그림의 색채감은 담은 의미를 담아 꽤 좋게 다가온다.


by kinolife 2014. 9. 24. 00:05



방송 : SBS

프로그램명 : SBS 스폐셜

          

감 독 : 박진홍
나레이션 : 류승룡

2014.01.05
한국 약 50분 총 3회
          
제 1부 : 공든 팝탑이 무너진다.
제 2부 : 기적의 카페
제 3부 : 부모의 자격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이런 질문은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이 질문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시작되는 것 같다. 
신년맞이 특별 다큐로 제작된 이 작품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안에서 주요 당사자 중에 하나인
학부모들에게 당신들은 부모였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을 들여다 보고있다.

본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당신은 부모로써 어떤 자식을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우회 질문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선두에 던지도 있다는 점이다. 평상시엔 무감각하다가 이런 질문을 듣고 다시 나를 되돌아보니, 아니라고 하면서도 꽤 나의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학부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방송은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공포심 부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아직 초등 저학년인 나도 이런 공포감을 전혀 안 느껴본 것이 아니라 꽤 공감이 간 내용이었다. 특히 하교시 학교 앞에 쭉 줄을 서 있는 피아노나 합기도는 양반이고 논술, 역사논술, 과학탐구, 영어, 수학 등 그 과목만도 엄청나다. 6.7세 때 심심함을 덜기 위해 미술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 큰 딸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은 학교에서 미술로 아이의 우수함이 드러난다며 아이 손을 잡고 학교 앞 미술 학원에 밀어넣는다. 


언제나 무엇을 배우는 어떤 아이와 나를 비교하거나 한 반 아이들의 좋은 면모를 탐하는 등의 일과를 반복하려니 정말이지 갑갑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매일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매일 이런 걱정과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과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좋아는 보이지만, 그것이 아이에 대한 믿음에서 부터 시작되거 그것으로부터 진행되어 결국 그것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모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고통은 사교육에 밀어넣고 바라보는 것보다 쉽다고 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아이를 믿는 다는 것은 학원의 원장 말을 믿는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나서 결국엔 아이를 믿고 다시 생각을 다 잡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이가 바보나 천재가 아님을 알고 있고..이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자기 일생을 살아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함께 해 주고 같이 걸어가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더 빨리 뛰라고 채직찔하고 더 멀리 가라고 달금질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것의 공과에 인생을 걸기에는 아이의 인생도 내 인도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좀 더 노력해서 학부모지만 부모로서의 방향타를 잃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잊지 말아야 할 질문..난 학부모지만..그 전에 부모다..

by kinolife 2014. 2. 17. 16:35



영화 쌍화점을 뒤늦게 보니, 어린 여진구도..풋풋한 조인성도..묵직한 조인성도 볼 수 있었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그저 그랬던 것 같다. 크게 딱 이 점이라고 볼수는 없겠지만 숨막히는 듯한 밀도가 낮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왕과 왕비 그리고 왕의 그늘과 같은 홍남의 삼각관계가 가지는 텐션이 비교적 뚜럿하면서도 그 긴장감의 깊이가 느슨한 느낌이 내가 영화 속에서 느낀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그림은 살찍 비틀어져 가는 삼각관계 사이에서 왕고 홍림이 함께 그린 그림의 결과물 정도로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원래 그림은 오른쪽 왕은 활을 쏘고, 왼쪽 홍림은 말을 타는 그림이었으나, 홍림이 자신도 활을 쏘면 더 좋지 않겠냐는 말을 전한다. 왕을 그렇구나 .라고 답변을 하지만..이들의 관계는 조금식 틈이 벌어진 상태.. 홍림이 왕을 떠나 반역을 저지르는 동안 왕은 홀로 홍림이 남긴 말대로 말을 타는 홍림의 모습이 담긴 그림으로 고쳐 둔다. 물론, 영화의 종극엔 이 그림이 둘의 칼 싸움에 이 그림은 이 둘의 관게가 파국을 맞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지만.....


영화의 후미에 쌍화점의 주제곡과 함께 이 둘의 관계가 저 그림 속에 있었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쓸끌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 속에서 왕이 그린 이 그림은 어찌보면 고려를 가진 최고의 권력자였지만, 단 한번도 진심으로 홍림에게 사랑받지 비운의 남자가 남긴 순애보인지도 모르겠다. 용맹스런 고려무사들이라는 외피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렇게 함께 있고픈 어느 정인의 바램이 담긴 연서이고 실제 주인공은 홍림이지만, 정서의 정점은 왕이 쥐고 있었음을....그래서 둘이 서로 칼을 겨눠 함께 죽지만 실로 비운의 남자는 홍림이 아니라 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그림같이 느껴진다. 

by kinolife 2013. 7. 22. 14:57

30~40대의 흔들리는 마음, 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로맨스에 관한 드라마 [결혼하지 않는다 結婚しない]에는 플로리스트, 가든 디자이너, 유화 화가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림과 관계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눈이 꽤 즐거운 드라마.


먼저 가든 다지아너가 드라마 속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교수의 가정집 집안의 디자인 ..이렇게 기본 그림을 그리고 그 안을 꽃으로 마음으로 채워가는 것이 가든 디자이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든 디저이너가 근무하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대생.

대학에서 일본의 현대 가정, 연애에 관한 수업을 듣는데, 회마다 주제가 되거나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수업 시간에 끄적이는 낙서같은 그림들... 손재주 좋은 젊은 처자의 솜씨가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들...





역시 꽃집에서 메니져로 일하는 청년은 화가의 꿈을 꾸는 미래의 화가...그러다보니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고, 그림이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있다. 드라마 속의 후배가 그려놓은 수 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전시회는 물론이거니와, 주인공이 예전에 그렸던 그림..그리고 연애과정에 그 그림들이 주요한 조연 역할을 해 준다. 유화에 대한 지식도 크로키에 대한 지식도 없는 나지만,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쓰인 이 그림들이 이 드라마를 얼마나 빛나게 해 주는 지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손 솜씨 좋은 사람들의 능력이란...부러운 마음 이상의 선망이 된다.




by kinolife 2013. 6. 27. 12:04


2012년, 134분, 미국

감 독 : 주드 애파토우(Judd Apatow)
각 본 : 주드 애파토우(Judd Apatow)
      

출 연 : 레슬리 맨(Leslie Mann)
          폴 러드(Paul Rudd)
         제이슨 시겔(Jason Segel)
          메간 폭스(Megan Fox)
          존 리스고우(John Lithgow)

멜리사 맥카티(Melissa McCarthy)

크리스 오다우드(Chris O'Dowd)

앨버트 브룩스(Albert Brooks)


음악 : 존 브라이언(Jon Brion)


태어나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음 향해 질주하듯 시간에 부딪히며 결국 닳고, 낡고, 늙어가다 소멸하는 것.

살아 있는 것은 결국 죽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깨쳐버리고 나면, 그것 참 허무하지만, 진짜 삶은 그걸 알고나면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것을 일꺠우기에 이만한 나이도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영화 같고, 지금의 내 나이와 바로 오버랩 되면서 꽤 깊게 읽힌 영화였다.



*40대의 섹스


40이 되어 중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섹스는 좀 골치 아픈 문제를 동반한다. 영화의 시작도 화끈하게 마흔 살 생일을 맞은 아내 데비의 이른바, 생일섹스에서 시작된다. 화려하게 시작된 섹스는 피터의 '비아그라 고백'으로 참혹하게 끝이나는 장면을 보면서 슬퍼지기 까지 하는데, 비아그라를 둘러싼 부부의 대화는 쓸쓸한 40대의 섹스를 대변하는 증표 같이 생각된다. 


몸매와 건강유지를 위해서 트레이닝을 받는 데비와 트레이너와의 대화 역시 범상치 않은데, 섹스를 왜 하냐? 섹스가 있으니까 싸움이 생긴다는 항변.. 거기에 헐리우드의 유명한 배우도 정말 외로울 거라는 내용이 담긴 대화들을 통해서 40대의 남녀에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꽤 신경 쓰이는 문제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이후에 데비가 마치 20대 인양 클럽에서 자신의 기분의 발산하면서도 예전같지 않은 씁쓸한 뒷끝맛이 지금의 나이를 설명해 주는 건지도 모른다. 클럽에서 뭇남성의 대쉬를 받지만, 내일 아침이면, 세 아이를 가진 40대 엄마니까..무언가 인정받는 것 같지만 역시 바로 좌절과 만나는 것이다.



*부부는 사이먼과 가펑클 중 하나로 선택되는 것일까?


주인공인 피터의 직접이 레코드 회사 사장인 덕분에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그것 자체가 또 다른 조연처럼 출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 준다. 피터, 데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야기는 꽤나 재미난 클리쉐.. 사이먼 앤 가펑클은 함께 많은 곡을 발표했지만, 마치 누가 누군가의 발등이 올라탄듯한 느낌을 주기 쉬운 듀엣이다. 목소리야 가펑클이지만, 노래 대다수가 사이먼이 만드니 그들에 대한 평가는 사실 사람들의 취향이나 생각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들 이야기를 보통의 부부에 비유한다면, 돈을 벌어다주는 건 사이먼인 남편일지 몰라도 가정을 조율하고 운영하는 건 천상의 목소리 가펑클이잖아!! 처럼...비유, 적용 변환이 얼마나 가능하다는 데서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누구나 작곡을 하지만 가펑클의 목소리는 1인 합창단이라는 이른바, 의외의 칭찬이라던가, "난 가펑클 같아! 당신(데비, 부인)이 날 조정하는 사이먼 같다"는 남편 피터의 항변은 이 둘의 가치 평가처럼 부부도 그런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부부 중 누가 사이먼이 되고, 가펑클이 되든, 중요한 건 이 둘이 함께 노래 만들고 함께 부르지 않으면 더 이상 사이먼 앤 가펑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보통의 부부들이 새로 탄생시킨 아이들이라고 비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사이먼 앤 가펑클 처럼 많은 수의 아이를 낳을 수는 없겠지만, 이 듀엣의 호흡만큼 부부간의 조율도 필요하고 이들이 만든 신곡만큼이나 모든 부부의 아이들은 새롭고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사이먼 앤 가펑클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비유가 딱딱 들어맞아서 깜짝 놀라면서 꽤나 즐겁게 보았던 장면들이어서 사이먼 앤 가펑클이 출연하지 않는 최고의 조연이다.



*늙어가는 건 슬프지만,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가치 있다.


이 영화는 마흔 생일을 맞는 데비의 생일잔치로 시작해서 곧 마흔 생일을 맞는 피터의 생일 잔치로 마무리되는 부부간의 마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 복기 해보니. 개인차는 있겠지만, 결혼 10년차 전후라는 점에서 한 가정을 이룬 성인 남녀들 인생에 있어서 마치 중간평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한 나이대 인것 같다. 영화에서도 피터는 두 딸아이의 아침 기상을 입냄새 공격으로 하고.. 정말 좋아하는 컵케이크를 당뇨와 혈압, 당, 지방 수치의 압박 때문에 버려야 한다. 데비 역시 20대의 탱탱한 점원의 가슴을 만져보고면서.."와우 !!" 감탄하지만, 곧 이어 아이를 낳고 나서 내 가슴이 뻥 사라져버렸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이 40대는 건강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엄마가 되면서 겪어야 했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나이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쓸쓸한 몸도 가족 안에서 의미가 있고, 너희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부모님의 독백으로부터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나이임을 다시 각인 시킨다.


영화는 가족들 간의 화합이라는 거대한 목적을 향해 잘 다녀왔다는 위로를 받듯..모두 함께 안아 주고 동감하면서 끝난다. 살아간다는 건 좋은 것만 취할 수도 나쁜것만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데비가 마흔의 생일에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닌가 라며 우울하게 받아들이고, 피터 역시 왜 내 주변은 이 모양이지? 라며 자전거 패달을 밟듯 엇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곧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고, 이사를 할 것이며, 새로운 집에서 새 아이와 함께 그들은 또 어르릉 거리며 서로를 확인할 것이다. 나의 인생 중간 평가에도 야! 우이쉬! 라는 감탄사 사이 사이에 우와!! 어쭈!! 같은 감탄사가 섞여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남자건, 여자건..40이라는 나이는 점점 더 늙어가는 자신들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여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참 적절한 시기인 건 분명하다. 영화는 많은 40대 들에게 그렇다고 알려주고, 또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그 위로는 슬프지만, 따뜻하다.






by kinolife 2013. 6. 12. 11:28


2012년, 106분, 미국

감 독 :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각 본 :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알렉 설스킨(Alec Sulkin)

          웰슬리 와일드(Wellesley Wild)

출 연 :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밀라 쿠니스(Mila Kunis)
          지오바니 리비시(Giovanni Ribisi)
          애든 밍크스(Aedin Mincks)
          샘 J. 존스(Sam J. Jones)
         
음 악 : 월터 머피(Walter Murphy)


한동안 밀린 한국영화를 찾아 보느라고 정신 못 차리고 있었는데..즐겨듣는 팟 케스트 '씨네타운 19'의 적극 추천 덕에 안 보면 안되겠는데 싶어서 찾아서 보았다. 이십대 때에는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우드의 주요 영화들의 신보 소식이 귀 기울이고 주요 감독들 작품을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40대가 되고보니 그 많은 한국영화를 골라보기에도 힘에 부치는 아줌마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영화는 저급해 보이지만 심하게 큐트하고 쓰레기 유머들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사는게 그렇지 안냐라고 반문하는 것 같아서 끄덕끄덕 그러고는 곧 쓸쓸하고 씁쓸해졌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내가 영화를 왜 좋아했지?... 나 영화 많이 본다고 자랑할려고 본 것도 아니고..그냥 좋은 영화를 보고 난 감동, 혹은 깨알같이 저린 즐거움, 내가 조금은 더 정진된 것 같은 그 개인의 경험을 잊지 못해 영화를 계속해서 보아왔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이 영화는 나에게 영화는? 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런 질문에 답하듯, 결국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고 친구였다는 걸..영화 속의 존에게 테드가 있었다면, 난 영화를 끼고 그렇게 위로 받았다는 걸 기억해 냈다. 영화 <테드>는 내겐 그런 영화였다.


누구나 밖에서 꽤나 인기 있는 듯 착각하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서는 난 참 인기가 없는 인간이구나..참 문제가 많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면서 문뜩 외로워 질 때..위로가 되어주는 어떤 것. 물론 영화 속의 테드는 그 이상이었지만, 대부분 내 마음속의 테드를 끼고 어른이 된다. 물론 덩치만 큰 어른이 되거나, 어떤 부분은 꽤 어른스럽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놓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데리고 다니는 많은 어른 처럼..어른과 아이의 그 스러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그 구성성분에 따라 일정부분 그 사람이 평가되어지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테드가 말하듯이..할일 없이 맥주에 대마초를 빨며, 시시껄렁한 영화나 보는 삶이 왜 나쁜건지?..그러게 남에게 피해가 주는 것도 아닌데..내 마음대로 내 인생을 탕진하지도 못하게 하다니!! 그런 테드의 자아각성이야말로 그렇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발자국일지도 모른다.지금도 스스로 돌이켜보면, 백수로 1여년을 음악만 듣고 맥주만 마시던 그 1년의 기억이 나쁘지 않고 꽤나 힘들떄마다 씩 웃으면서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한없이 한심해 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인생에 몇 번이나 올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테드..너 정말 멋지구나..라고 말해주고 싶은 지점이 바로 이 부분, 그냥 지금이 좋지 않니? 라고 말해주고 보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그 자체였다. 그래 니가 있어서 더 즐거워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 그래서 이 영화가 즐겁게 기억된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도 곰인형을 끼고 히히덕 거리는 존보다 더 기특한 것은 테드의 입에서 감탄으로 흘러나온 "비치" 로리인지도 모르겠다.원래 남자라는 동물은 철이 안 들거나 철 들며는 죽어야 하고, 철들지 않은 남자를 자신의 테드로 생각하고 기꺼히 동참하는 로리가 진정 대인배인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지금 보다는 내일,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아이의 내일까지 걱정하며, 머리에 꾹꾹 눌어 있는 나를 보며 영화 속의 로리를 보면서 "그렇게...할 수 있는 니가 짱이구나!!" 할 수 있게 되는...남자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그대로 다 이해해 버리는 것이야말고 여자 인생 최고의 철학적 사유인지도 모르겠다. 찌질한 남편을 보며, 그게 니 인생이니까. 할 수 있는 건 진짜 용기가 아닌가...


왼쪽 도니 역의 지오바니 리비시

영화 속에서 좋게 보았던 부분이나, 긴장감, 영화적인 소소한 재미들은 장면마다 꽤 있지만, 씨네타운에 다 언급 되므로..언급=동어반복이 될 듯 하다. 예전에 즐겨 찾아 보면 미국식 코미디 영화들을 다시 보게끔 할지도 모를 이 영화는 그런 과거 영화보기의 물꼬를 틀어준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너무나 오래간만에 보았던 지오바니 리비시가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프렌즈>에서보다 많이 컸네? 했더니 어느새 그도 마흔이 넘었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존에게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 "아 내 곰 테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는 "아! 나의 영화보기"가 되고 말았다. 


미국식 코미디 답게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 깨닫고, 모두 행복해지는 그 해피엔딩에도 "That's OK"라 쓰고 싶다.



by kinolife 2013. 4. 23. 12:48


영제 : White Jungle

개봉 : 2011.12.01

2011년, 82분, 한국

          
감 독 : 송윤희
나레이션 : 송윤희

근래 경남 도자시이신 홍준표 옹의 옹고집이 연일 기사화 되고 있는데, 이런 정치인들을 보면, TV나 뉴스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무슨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나사 빠진 짓을 즐겁게 할 수 있으려나 생각을 하게 된다.  공공의료는 사람의 목숨에 걸린 일이고 적자나 강성노조 같은 눈에 띄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처단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즈음 보게 된 본 영화 <하얀 정글>을 꼭 홍준표 지사에게 보여주고 싶다. 뭐 본다고 그 기본 철학이 바뀌겠냐 만은...

국가는 이른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보자. 단, 보통의 기업은 수익에 천착하지만, 국가는 수익보다는 수혜 대상자들의 서비스 질이 수익보다는 우선한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의 가장 큰 근본은 공존이고, 그걸 위해 치러지는 희생에 대해서도 역시 공론에 의해 토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도지사나 대통령은 그것을 독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것이 협의되도록 이끌어가는 관제탑이다. 그런데 그 최고 수신자가 자의적으로 발신 신호를 보내니..아랫사람들, 더 나아가서 그 신호는 받는 이들은 괴롭다. 자신의 돈으로 마치 지역민을 구제하는 것처럼 오인하는 지도자들의 오판도 큰 문제다. 정치는 가장 아래에서부터라는 구호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아랫사람들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만, 하는게 정치인 것 같다.

영화는 이런 현실에 비추어서 가장 낮고 우울하고 서글픈 현장을 비추는데, 영화를 만든 감독의 남편이 사회 복지사 일을 하면서 그가 겪은 일을 한마디호 표현한.."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으면 그냥 죽는구나!!"라는 자조 섞인 자괴감은 이 영화의 출발점이자.. 주된 핵심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난 의료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고, 직장 보험이 있고, 다른 보험들도 들어놓았으니 안심? 
글쎄다. 그건 일반적으로 그 사회적인 보장 테두리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고 안심이 되는 보장장치이며, 그 테두리 밖의 병에 걸리거나 그 안에서 미쳐 보호되지 못하는 꽤 다수의 사람은 정말..자신의 운명을 원망하며, 자신의 무능을 스스로 힐난하며 외롭게 죽어가야 할 뿐이다.

우리 나라가 이른바, 잘 사는 아시아의 용이 될수 있을지는 몰라도 저 북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직장을 잃어도, 아파도 내가 죽겠구나! 라는 기겁할 만한 상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사회기제가 아닌 이상..그냥 정글일 뿐이다. 화려한 옷으로 잘 꾸며진 정글의 포식자..혹은 희생자 그 둘 중 하나를 선택 강요 받는다. 그곳에서 공존은 무가치하고,다른 생각은 무의미하다.  영화는 병원에 관한 이야기 이기에 이 곳을 의사나 약사들의 하얀 가운에 의미를 두고 하얀 정글이라고 제목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살지만, 인정머리는 없고, 부유하지만 이기적이어야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기제..그리고 그 터널은 점점 좁아지고...많은 사람들은 그 터널 밖에서 신음할 뿐이다. 그 터널 통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고 자조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그러나, 그런 시스템 안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일, 인간에게 처해지는 고통을 제거하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조금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경제개발이나 수익율 같은 경제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숨을 밟고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 정도 사는 우리나라에서 재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되는 이슈이다.

두 아이를 키울 때 예방 접종을 보면, 필수가 있고 선택이 있다. 예방접종이 무엇인가. 그 병에 대처할 예방책인데..돈 있는 사람은 예방하고 돈 없는 사람은 병 걸려서 버티라는 것인지.. 병을 예방하는데 돈으로 그 지점을 갈라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수준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첫 아이가 그래서 폐구균을 예방하는데 든 예방 접종비가 총 4회, 40만원 이었는데... "그때 남편은 와 주사 한방이 비싸네..CD가 열장인데..." 그래도 안 아픈게 낳잖아..시디는 안 사도 되지만, 아플 수 있는 걸 미리 막는데 쓰는건데..다른 욕망을 참아야지..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갖는 이런 마음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픈 사람들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인 것이고 그 과정 안에 행복의 인자를 얼마나 많이 주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면, 그 첫발은 더 좋은 행복의 인자를 심는 것이 아니라, 불행할 수도 있는 인자를 제거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를 보다보면, "하는 일도 없이 나이만 먹어, 나라한테 약 타 먹는게 미안해!!~"라며 대뇌이는 할머니를 보면서, 왜 이런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아래에서만 넘쳐나는가..그 출발과 대척지점의 위치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 국민은 세금 낼 여력도 없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잘 보살펴 줄 수 있어야겠다... 미안함 마음 없이 행복하도록....해야겠다. 그런 의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때, 그것이 우리사회를 정글이 아닌, 적어도 목장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은 천천히...조금 덜 발전하더라도, 함께... 
이런 것들이 구호가 되지 않고..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정글의 룰이 힘을 잃지 않을까.


by kinolife 2013. 4. 9. 09:49
| 1 2 3 4 5 6 ···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