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2M, Color
감독: 사부(SABU)
주연: 츠츠미 신이치(堤眞一)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
       안도 마사노부(安藤政信)
       오오스기 렌(大杉漣),
       테라지마 스스무(寺島進)

인생이란 수 많은 비유법으로 칭송되고, 의미화 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길"이란 단어에 의해 규정 지어진 삶이란 언제나 끝이 없고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어떤 꽉 짜여진 길이 가지고 있는 묘한 의미처럼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운명같고, 또 그래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길과 같은 인생, 우리는 그 위를 걸어가면서 살아가고, 뛰어가면서 넘어가고, 때론 쉬면서 나름의 형태를 취하며 길을 지나간다. 물론 그 길이란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잖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길로 치환된 삶에 대해 그리고 그 길을 지배하는 인생의 속도에 관한 의미를 생각케 하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드라이브 Drive> 말 그대로 인생, 길, 속도에 관한 왁짝지컬한 인생역전 코미디이다.

영화를 만든 이는 국내에 <포스트맨 블루스>로 어느 정도 알려진 사부 감독,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재미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별 욕심없이 작게 잘 그려내는 감독이다.

모든 차들은 다 떠나고, 홀로 정지선에 서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그리고 그 차를 허겁지겁 얻어타는 세 명의 남자, 셋 다 복면을 쓰고 있고, 하나는 칼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직업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차에 오르자마자 셋은 흥분한 상태에서 앞 차를 따라가라고 칼을 움직이며 외쳐 보지만, 이 차의 주인은 그저 '규정속도 40'을 지키는 바른생활맨이자 답답이.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하던 셋은 어느새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복면도 벗어던진 채 이 답답이를 향해 외치다가 안 통하는 걸 알고 한숨을 짓는다. 차례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 세명의 강도는 아 아, 할 정도로 얼굴이 낯이 익은 일본의 배우들이라 반갑다. 이 황당한 사건으로 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이 작은 차에 타고 있는 4명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생을 통해 삶의 일면과 그 삶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속도를 보여준다. 같은 길을 같은 차를 타고 가지만 각각 다른 인생은 그들만의 가속도(각각 다른 과거와 현재로 연결되는 속도)를 통해 다르게 보여진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지만....그 인생은 차에서 하나씩 각자만의 이유를 가지고 '하차'하는 형식으로 결론지어지며, 그것은 각자 캐릭터들의 과거와 관련되어 현재의 삶을 보여주며 현재의 선택이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한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취하는 삶은 각자의 속도가 보여진 드라이브처럼 길 위에서 보여지고 계속된다.

제일 먼저 차에서 하차하는 청년과 중년의 중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 아저씨는 음울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을 전해주는 독특한 캐릭터. 마치 스님같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 이 현학자는 우연히 마약에 심취해 있는 하드락 밴드(장르는 불확실하다. 펑크인지도 모르겠다)의 멤버를 질책하다가 마약에 뿅이 가 버린 놈 대신 무대에 오르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된다. 이른바 밴드의 간주 중간 중간에 랩 형식으로 중얼거리던 현학자의 말이 무대 아래에서 조명과 음악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 대중스타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번의 오디션도 없이 그는 어느 락 밴드의 리드싱어이자 랩퍼가 된 것이다. 로또보다 심한 인생의 우연, 여기서 크게 아니 웃을 수가 없다. 마치 어느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에서 본 듯한 이 우연의 컨셉은 스님이나 어느 철학자가 세상을 단죄하는 것과 젊음이 넘치는 음악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사부 식의 세상보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어정쩡한 나이의 아저씨는 차에서 제일 먼저 내린다.


그 다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4명의 강도 중 가장 잘 생긴 청년, 우연히 신호 대기에 선 자동차 옆으로 묘령의 아가씨가 뒷 자석에 벌러덩 누운 청년을 보고 외친다. "지금 머하고 있는 거야?" 그냥 머....같이 은행을 털던 동료를 잡으려다 얻어탄 차가 추격은 커녕은 개인사를 뒤지는 로드 무비 형식의 운행이 되면서 동행하던 중이었다는 정도가 정답이 될 만하겠지만, 이 아가씨의 등장으로 이 청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차는 잠시 야구 연습장에 쉬게 되고, 실력을 발휘하던 청년은 프로야구단의 스카우터의 눈에 띄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맞는다. 어찌 그가 야구 실력이 있으며, 그의 그런 야구 실력을 딱 봐줄 스카우트가 거기 있었을까? 역시 사부식의 이 황당한 설정이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청년은 야구장으로,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도 기꺼이 그의 옆에 있으리라. 이로써 두 번째 하차다.

이제 남은 두 사람 중에서 이야기의 축이 되는 것은 주인공, 역시 이 뜻하지 않았던 동행은 소심하다 못해 짜증발전소를 방불케 하는 주인공의 소심증을 낳게 하고, 눈여겨 보던 은행 아가씨와의 새로운 동행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주인잃은 돈에게 제 갈길을 안내 해주며, 교정속도가 안겨 줬던 생활에 또 다른 드라이브의 속도를 선사한다.


젊은 감독 사부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엿보이는 이 영화는 차 한 대와 그 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우연적이면서도 상상적이며, 또한 엽기적인 상황을 통해 인생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인생이 길로 치환되는 영화 속에서 드라이브란 그 과정이며, 그 안에 있는 속도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차를 운전하는 속도=방식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이 사부식의 은유와 그 속에 담긴 유머가 비슷한 그의 영화들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 표현의 방식이 주는 묘미가 아니라 정론을 비켜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정론을 표현하는 사부만의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싶다.
by kinolife 2006. 7. 14. 20:32
1956년 10월 29일
* 출 신 : 도쿄도(東京都) 메구로(目黑區)
* 데 뷔 : 1984년 핑크영화로 데뷔
* 학 력 : 릿교(立敎)대학 문학부 불문과 졸업
* 가족관계: 1996년 발레리나 쿠사가리 다미요(草刈民代)(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과 결혼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영화제에서 97년 소개된 영화 <쉘 위 댄스? Shall we ダン>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는 일본의 싸구려 애로영화를 지칭하는 핑크무비를 만들던 감독이었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자면 '유호'로 대표되는 애로영화 감독 출신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영화사에 빠지지 않는 명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를 영화 스승으로 동경하면서도 핑크 무비를 찍으면서 자신의 영화 생활을 시작한 수오 마사유키의 이 이력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핑크무비와 야스지로 참으로 어울리지 이름들이다.

1956년 도쿄 태생으로 중학교 때는 야구부에서 주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팔꿈치를 다쳐 문과 계열로 전향, 그가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은 2년 동안 재수생활을 할 때였다고 한다. 처음엔 재미로 영화를 보다 점차 예술 영화 전용관을 전전하며 일본영화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시절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꿈을 품고 있던 마사유키는 본격적으로 영화에 몰입,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 <변태 가족·형님의 신부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의 극본과 감독을 모두 맡아 영화작가로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그의 이 감독 데뷔작은 일본 평론가들로부터 핑크영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시코 밟아 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의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게 되는데, 이는 수오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극적 순간에 최종적으로 집약되는 뛰어난 내러티브 구조 속에서 눈물과 웃음이 한데 뒤엉킨 인생의 묘미를 여러 인간의 군상을 통해 표현한 이 작품은 키네마 준보(キネマ旬報)의 베스트 원,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거의 모든 영화상을 독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영화사로부터는 "이것이 바로 상업영화다"라는 극찬을 받아 흥행감독으로 그 이름을 높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우리에겐 <쉘 위 댄스? Shell we ダンス?>를 크게 기억한다. 가족주의적 댄스영화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이 영화는 핑크무비의 감독을 헐리우드에 까지 이름을 드높히게 하고 있다. 사교댄스를 음지의 문화에서 양지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등 일반대중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쉘 위 댄스?>는 일본 아카데미상을 13개 전부문을 석권했으며 1997년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영되기도 했었다. 이 영화는 선댄스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급기야는 헐리우드에 당당히 개봉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소문이 퍼져 개봉,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보다 활발하고 명랑한 마사유키 식의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본색이 강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지 않는 주인공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적인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인 셈이다. 수오 마사유키는 핑크라는 달리기의 출발점에서 헐리우드라는 현재 그의 모습에서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재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이다.

Filmography

<동경맑음 東京日和> (1997)
<쉘 위 댄스?Shall we ダンス?> (1996)
<大災難> OVA (1995)
<119> (1994)
<무덤과 이혼 お墓と離婚> (1993)
<異常の人? ??の虹の三兄弟> OVA (1993)
<시꼬 밟아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 (1992)
<팬시 댄스 ファンシダンス> (1989)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2> OVA(1988)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 OVA(1987)
<변태가족, 아버지와 형수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 (1984)
<짧은 속옷의 여인, 막 벗은 향내 スキャンティド ル 脫ぎたての香り> (1984)
<神田川淫??? > (1983)
<늑대 狼> (1982)
by kinolife 2006. 7. 13. 22:06



제 작 : 후지TV
방 영 : 1999년 1월-3월
감 독 : 다케우치 히데로키(武內英樹)  
          나가야마 코조(永山耕三)
          하스미 에이이치로(羽住英一郎)
각 본 : 키타가와 에리코(北川悅吏子)  
음 악 : 타케베 사토시(武部聡志)

출 연 : 소리마치 타카시 (反町隆史),
          에스미 마키코(江角マキコ)
          키무라 요시노(木村佳乃
          카토 하루히코(加藤晴彦)
          이토 히아키(伊藤英明)
          니시다 나오미(西田尙美)
          이시다 유리코(石田ゆり子)  
          시이나 킷페이(椎名桔平)
                                                              
 주제곡: そのスピ-ドで (소노 스피도데) - The Brilliant Green  

부모님이 안 계신 집에 누나의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사진작가 소이치로, 그리고 그 누나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어찌보면 이 드라마의 틀은 진부하기 그지 없다. 물론 끝도 없이 쏟아내는 연애에 대한 담론들은 결코 신선하지 않은..하지만 그냥 또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 내 기억이 정확이 맞다면 SBS에서 채림, 최윤영, 이의정에다 최근에 크게 뜬 권상우를 엮어 만들어 냈던 드라마 <지금은 연애중>은 이 드라마들 배낀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 물론 1회, 2회를 보면 딱 떠오르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각 캐릭터들의 조금은 다른 듯 보이지만 같은 포지션이나 조금 변화됐지만 다를 것 없는 극중 인물들의 성격이나 직업 등이 그런 의혹을 버릴 수 없게 한다. 각 드라마가 방영된 시기(각각 1999년, 2000년)를 보아도 작가가 보고서 배끼기(참고가 아니가 배낀다는 과격한 단어를 쓴데는 그 만큼 차용한 정도고 심하기 때문이다.)에 적당한 딱 좋은 텀이 있으니 더더욱 심증을 확실케 한다.


이 드라마는 내가 수 많이 모아온 일본 드라마 중에서 솔직히 처음으로 본 일본 드라마이다. 구한지가 3년이 넘어서야, 그리고 보다 끊다를 5=6번을 반복하며 2년만에 다 본...남들이 들으면 그렇게 볼려면 보지 마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한꺼번에 혹은 단 시간에 다 보아내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다 보고 난 지금은 오랫동안 미뤄온 숙제를 끝낸 듯, 가뿐하고 기분도 좋다. 궂이 그 이유가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것 보단, 20대 후반의 여자들의 연애담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예전에 들아왔던 못난이 공주 이갸기로 풀어온 것도 좋고, 욕심없고 솔직히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의 연애의 자세(?)에도 꽤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인 나츠키와 소이치로는 친구의 동생, 누나의 친구이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각별한 사이이다. 특히 그들의 관계가 가장 빛날 때는 서로의 연애담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시간, 서로가 남녀로 보지 않는다는 상호전제 아래에서 이들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따뜻하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면 솔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더욱 더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드는 것은 느닷없이 들리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상황을 함께 인지해주는 사람이라면 이 둘에게서 사건이 생기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별 뉘앙스를 남기지 않는 시시콜콜한 연애담에 머물지도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자뭇 소소한 재미를 던져주는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주는 유쾌함으로 단순한 이야기의 지루함을 깨고, 이러한 드라마들이 가지고 있는 그 빤한 오점을 털어낸다. 그 외에도 고민 썪인 대화와 역시 사랑의 몫을 보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영리함을 보여주면서 긴 여운까지 남겨 준다.

그걸 이뤄내기 위한 방법이란 누구나 바라는 연애의 성공 짝대기를 보는 이들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론 내리며,  그 결론의 이유로 '뒷모습'이라는 화두와 연애의 성격은 연애를 하는 당사자들의 성격을 따라간다는 연애의 숨은 법칙을 깨지 않으면서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리함이다. 주인공 소이치로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과묵한 남자. 역시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서는 한 발짝 물러 서 있다. 이런 반면 나츠키는 솔직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당당함을 지니고 있지만, 역시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는 바라는 것 만큼의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다는 점에서 활달한 성격과는 달리 전형적인 여성의(연애라는 관점에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결코 여우가 될 수 없는 나약한 여자의 전형이라 볼 수 있겠다. 역시 연애라는 관점에서... 이들 사이에 아니 이들의 사이가 생기기 이전에 있었던 나츠키의 또 다른 남자 쿠가는 이혼을 한, 그래서 사랑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하면서도 너그러운 성격의 기대기 좋은 남자. 말 그대로 마음에서 울리는 사랑의 짝대기는 소이치로와 나츠키겠지만, 현실적인 사랑의 짝대기는 쿠가와 나츠키, 우리 나라 드라마가 전자를 이뤄냈다면 이 드라마는 작가의 본 의도대로 후자의 사랑으로 매듭짓는다.

이유는 역시 상대방에 대한 마음, 그리고 드라마의 제목 "Over Time"을 보는 관점이리라. 사랑을 이루어진다 또는 이루어낸다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Over Time"이란 다 끝났음=상대방을 얻는다는 점에서의 성취를 의미하겠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는다면 "Over Time"은 연장전이라는 또 다른 관계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사 "똑같은 것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는 말처름 사랑 역시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고, 사랑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의 마음의 기준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 역시 사랑은 영원보다는 찰나에 가깝고, 변하기도 잘 변하고, 변덕스럽기 까지 하다.

연애의 대상이란 앞에서 손을 내어 끌어주는 사람과 뒤에서 항상 지켜봐 주는 사람..어쩌면 연애에는 이 두 사람이 꼭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의 나츠키 처럼 뒤에서 봐주는 사람과의 연애는 불안하면서도 끌리지만, 내가 또 언젠가 실연을 했을 때 티슈를 통째로가 아니라 뽑아다 줄 수 있는 배려깊은 사람을 잃기 싫기 때문이라고...사랑은 사랑대로 가지고 싶지만 그런 배려깊은 소중한 사람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붙들어 매놓고 싶은 마음 역시 어쩔 수 없다. 역시 사람에 대한 욕심은 사랑보다 앞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연장전-Over Time-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걸 버린 사람에게는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드라마 속 명대사-

"뭐랄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기적이야. 그런 기적이니까 하나님이 '연애'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준거잖아"

"한번 준 마음은 회수할 수 없는 것"

"난장판에 형편 없어도 혼자서 머리 싸매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잖아. 애교를 부리든 화를 내든 싸움을 해도 괜찮아. 아니면 뭐하러 이 세상에 이렇게 여기저기 사람들이 많겠어.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있고, 동반자도 있고, 그러니까 하나님은 오직 혼자만 살라고 놓아 두진 않았잖아. 우리들을"

"똑같은 것이라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뒷모습이 좋은 건...봐 주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 때문......"


by kinolife 2006. 7. 12. 23:53

제 작 : 후지TV
방 영 : 2002년 1월-3월
감 독 : 와카마츠 세츠로(若松節朗)
         무라카미 마사노리(村上正典)
각 본 : 아이자와 토모코(相澤友子)
음 악 : 스미토모 노리히토(住友紀人)
출 연 : 후카츠 에리(深津繪里), 츠츠미 신이치(堤眞一)
          야다 아키코(矢田亞希子),사카구치 켄지(坂口憲二)
          니시무라 마사히코(西村雅彦),네코제 츠바키(猫背椿)
          쿠가 요코(久我陽子),스가와라 토시미(菅原禄弥)
          시가 코타로(志賀廣太郎),코다마 키요시(児玉清)
          오오사와 케이스케(大沢恵介), 사노 타카시(佐野崇) 
시미즈 유코(清水優子), 히로사와 미키(広沢味希)  
타니하라 쇼스케(谷原章介), 토네사쿠 토시히데(東根作寿英)
한카이 카즈아키(半海一晃), 나미키 시로(並樹史朗)  
 타카스기 코다이(高杉航大), 오오바야시 타케시(大林丈史)  
하세가와 하츠노리([長谷川初範), 노구치 마사히로(野口雅弘)  
시다 마사유키(信太昌之),후루고리 마사히로(古郡雅浩)  
시마오 야스시(嶋尾康史),나카고메 사치코([中込佐知子)  
카네코 타카토시([金子貴俊),타케이 히데노리(武井秀哲)  
키카와다 마사야(黄川田将也),오시키리 모에(押切もえ)  
오오츠카 마에(大塚麻恵),나스 마사에(那須正江)  
카와구치 노리코(川口典子),아키모토 마유미(秋元真由美)    

주제곡: キラキラ(반짝 반짝) -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

"이 세상에 태어나 30년하고 6개월 19일...
더이상 사랑 따윈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사랑은 다시 찾아왔다..."

어느 평범한 여자의 일기에서 읽을 수 있을 듯한 이 독백에서 시작되는 드라마 [사랑의 힘]은 여자에게 있어 인생에 있어서 일이나 남자라는 문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까 하는 문제를 아주 담담하면서도 소박하게 풀어낸 수작 드라마다. 더군다나 주인공을 맡은 후까츠 에리의 극중 나이가 30이니까 말 그대로 일본판 브리짓 존스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브리짓 보다는 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는 캐릭터다. 일본의 특수적인 상황인 듯 보이는 몇몇 장면이 부담스럽지도 하지만, 그녀의 기본적인 캐릭터는 정말이지 평범하면서 소박해서 생각하면 할 수록 그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기 쉽다.

주인공 코모미야 토코는 아주 큰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스무살 때 자신이 꿈꿔왔던 광고일과는 거리가 멀다. 사무실에서는 뮤료하게 졸음을 쫓기에 바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핀잔을 듣는 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말그대로 할일 없는 노처녀의 평범한 일상이 직장이라고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일한 인생의 위로라면 회사 동료인 스다와 금요일이 오면 즐겨가는 와인바에서 각각 한병씩의 와인 앞에서 자신의 주량을 확인하는 일 뿐이다. 홀로인 노처녀들에게 잘 익은 와인과 맛있는 치즈케익은 그야말로 입만이라도 즐거울 수 있는 친구가 아닐 수 없다. 게으름과 무료함 그리고 와인과 치즈....이 별 일 없는 일상은 반복의 되풀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그 기회가 일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지만,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그것이 두가지 모두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행방식이 자연스러워 결코 식상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 변화의 시작은 누구나 처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혹은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과 만날 때와 같은데, 코모미야는 예전 자신의 그 꿈과 만나게 되는 광고계의 이단아 누쿠이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면서 다시 인생의 열기와 대면하게 된다. 물론 함께 일하는 소고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코모미야는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의 무료한 삶에다 안녕을 하고 난 다음이니 말이다. 실수를 인정하듯 누쿠이 기획은 이제 코모미야에게 일과 밥을 주어야 한다. 그녀가 눌러앉아버렸으니....

비록 코모미야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화를 받고, 줄광고 일을 맞는 일이지만, 이전에 자신의 꿈에 탄력을 받게 해준 누쿠이의 광고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는 것은 작은 월급이나 유명한 회사에 다니지 않은 불영예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은 가난한 마음에, 솔직한 가슴에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낮추어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혼자서 오랜동안 동경인지 연모인지를 모르고 키워온 마음은 자신의 예전 남자친구의 여동생과 누쿠이가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어찌보면 동경이었음을 스스로 느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함께 일을 하면서 함께 얼굴 보고, 밥을 먹고, 술을 먹고 어려운 일을 헤쳐나간 이들에겐 스스로도 모르는 우정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코모미야의 마음이야 동경과 연모를 오간다지만, 함께 일하면서 옆에서 보는 코모미야는 연애의 상대라고는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캐릭터, 말 그대로, 생긴 것과는 상관없이 연애 감정 이전에 우정이 생겨버리는 만인의 연인이자 친구이다. 물론 드라마 속의 누쿠이는 그저 말썽장이로 보이겠지만, 드라마 후반부로 갈 수록 자신 스스로도 모르게 정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를 그대로 내 보인 자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란 있을 땐 몰라도 사라지만 가장 섭섭한 존재라는 것이다. 누쿠이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코모이야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코모미야는 자신의 옛애인의 청혼을 거절하게 되면서 자신이 누쿠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드라마는 역시 예상대로 누쿠이와 코모미야의 러브 스토리에 대한 종결점을 향해가는 이야기이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코모미야 역을 맡은 후카츠 에리의 캐릭터와 그녀의 연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사실적이면서도 소박한 묘사다. 우리나라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연인이라면 흔히 운명적이며, 그 운명의 사랑 옆에 있는 그 누구의 노력도 헛된 것으로 비치면서 그 사랑을 견고하게 하지만, 이 드라마 속의 사랑은 생활 속에 묻어나 있으면서도 누구나 있을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전해줘서 더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정말 이 드라마 속의 연인들 처럼 11번의 커피 리필은 없었지만, 헤어지기가 힘들어 서로의 버스 정류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한 경험, 전화를 끊기 위해 끊어 안 끊어를 반복해 본 경험 등등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와 닿는 내용들이 운명이 아닌 생활속의 범인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 속의 여자친구와의 끊임없는 음주작태 역시 많이 해 보던 일 같고, 그것도 병채 나발의 보는 그녀들의 모습이란....웃습지도 않은 나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재미는 물론이지만 그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서른 초입의 나의 후배들에 권해주고 싶은 드라마인데, 사랑은 드닷없이 온다는 이야기... 그래서 신비하지만 그 안에 이상한 운명같은 것이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

-드라마 속 명대사-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여자에게 매력 못 느끼는 법이야
일이 힘들다고 해서 남자에게 먹여 살려달라고 하다니..
결혼으로 도망치면, 재미없지
그리고 결혼해도 마찬가지야 후회하는 녀석은
어떤 답을 고를지라도
결국 후회하기 마련이야


정말로 광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구나 라고..
만드는 것에 대한 마음만은
순수하구나 라고 느껴져서..조금 부러웠어요


8년 동안의 추억은 몇 년이 지나야 없어지는 걸까요?
순식간이야
잊고싶지 않아도 추억은 점점 없어져
그러니깐 기억하고 있는 동안 소중히 간직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야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야

30살 생일이 온 뒤에는 더 이상 사랑하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사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진심으로.. 괴로워질 정도로
괴로워질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도..행복했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해

가장 사랑할 때 더나고 싶은 유혹도 가장 큰 법이다. 그것은 자기만의 추억을 가지고 싶은 유혹과 욕심에 다름 아니다.

Tip :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글을 쓴 것이 2005년 1월...그러니까 1년 반이 훨씬 지나버렸다.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이 드마라를 각색한 드라마가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배우 유준상이 나오길래 무언가 해서 봤더니 첫회에서 바로 이 드라마글 배낀건가? 이런 생각을 했다...드라마 끝 스크롤에 원작 표시가 되어 있길래 보니 리메이크였는데..후카츠 에리의 생활연기를 김민선이 따라가기엔 아주 많이 역부족...아무튼 매회 시청률에 연연하는 우리 드라마의 현실이 안타깝다.


by kinolife 2006. 7. 12. 23:12

2001년, 122M, Color
감 독: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勳)
각 본 : 쿠도 칸쿠로(宮藤官九郎)
원 작 : 카네시로 카즈키(金城一紀)

주연:  쿠보츠카 요우스케(窪塚洋介)
         시바사키 코우(柴嘯コウ)
         오오다케 시노부(大竹しのぶ)
         야마자키 츠토무(山崎努)
         호소야마다 타카히토(細山田隆人) 
         무라타 미츠루(村田充)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郎)  
         아라이 히로후미(新井浩文)  
         하기와라 마사토(萩原聖人)  
                                                              김민  
                                                              명계남  
                                                              오오스기 렌(大杉漣)  
                                                              시오미 산세이(塩見三省)  
                                                              츠다 칸지(津田寛治)  
                                                              나카지마 타케시(仲島武士)  
                                                              아키야마 미키(秋山実希)  
                                                              미즈카와 아사미(水川あさみ)  
                                                              미나카와 사루토키(皆川猿時)  
                                                              요시나가 유키(吉永雄紀)  
                                                              이사카 슌야(井坂俊哉)  
                                                              누쿠미즈 요이치(温水洋一)  

음 악 : 쿠마가이 요코(熊谷陽子)
          우라야마 히데히코(浦山秀彦)
          MEYNA Co.(めいなCo.)

일본이나 어디나 땅땡이가 좁은 곳에 사는 민족들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타인에 대한 탄력성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몸을 틀면 다른 사람이 데일 정도로 답답함을 전해주는 민족들에겐 대지나 지평선을 소유한 나라의 사람들보다 타인에 대한 편협한 감정을 타고 나는 듯 싶다. (이것 역시도 편협한 나의 편견인지도 모른다.) 좁은 땅에 사는 만큼 속이 좁아지는 것...머 결코 틀리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지 싶다. 영화의 시작에 주인공의 대사 "말하자면 이건 내 연애 이야기이다..."하지만 역시 이 이야기는 이 좁은 땅을 가진 일본인과 역시 만만치 않은 좁은 국토를 가진 한국인과의 관계(주인공이 이야기한 연애 관계는 결코 아닌)에 얽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은 있지만, 선택을 하기 위한 과정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나는 내가 누군지를 잘 모르겠으니 지상에서의 삶은 언제나 표피만을 핧듯 겉돌뿐이다. 그렇게 마음에 안정을 둘 데가 없으니, 공부도 시큰둥이고, 학교 생활도 시큰둥이고 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급생들도 시큰둥이다. 이 삼박자 시큰둥은 한국인의 피를 가진 나에 대한 의문이 끝나지 않는 동안은 별 결과는 갖기는 힘든 이슈다.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알기위해서는 자기 성찰의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는 우연히 연애의 감정을 가지게 된 여자친구와의 사랑과 좌절(영화 속에 보이는 섹스 도중의 여자의 행동은 지극히 이상스럽다 싶은데, 일본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감정적으로 드는 장면이다.)..그리고 좌절에서 탈줄하면서 계기를 맞는다.

사춘기에 이성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뜨는 것과 함께 매번 대화의 연결이 안 되던 아버지의 단언 속에 묻어있던 신뢰회복은 스스로에 대한 대답을 얻는 힌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만나면서 스스로의 존재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청춘이란 좌절하기도 쉽고, 때에 따라서는 다시 일어나기도 쉽다. 그들에겐 시작하는 자의 여유와 남은 시간이 많다고 하는 절대적인 힘가 있기 때문에 그 방황이라는 과정이 삶을 흔들수는 있어도 뿌리 뽑지는 못하는 것이다. 나무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가 아닌 것처럼 흔들리지 않는 , 방황없는 청춘리안 역시 무언가 앙꼬가 빠진 찐빵같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성장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해지지 않은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스스로를 부정해 보는 것이며 그러다가 기성세대에 손가락질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그냥 한번 삶에대 화풀이를 해 볼 수 있다는 것...그럼으로해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해답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 속에는 마치 그런 방황이 일본에서의 외국인 3세 아니, 일본에서 재일교포라고 불리는 한국인들의 삶에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성장영화 속의 방황에 기폭제가 될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원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의 요우스케는 일본이었다고 해도 상당히 말썽꾼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그러하며, 재일교포이면서도 일본에서 자신의 삶의 길을 찾는 다는 면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다만 재일 한국인이었기에 방황의 이유가 보다 분명했을 뿐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의 소재는 재일 한국인, 방황하는 청춘 머 이런식으로 수식화 하다 보면 무척이나 빤한 영화일 수 있다. 그래서 재일 한국인이 아니거나, 재일 한국인과 연관이 있었던 일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저 또 다른 청춘영화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주인공의 말대로 이 영화는 연예 영화일 수도 있다. 그래 살아있다는데 불만은 없다. 살아 있어야 연애도 하고 방황도 하고 인생의 해답을 찾는데도 이유가 있다. 똑바로 살아 있어야 이 영화 속의 방황고 눈물이 삶에 좋은 영양이 되는 것이다. 사족으로, 영화 속의 쿠보츠카 요우스케가 우리나라의 양동근처럼 색깔있는 배우로 느껴지는 건 이상한 나의 혼란인지 아닌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의 영화보기도 방황에 빠지고 있다. 영화를 이상하게 보고(Go) 있다! 불만 있으세요?..   써 놓고 보니 상당히 이상하다.

by kinolife 2006. 7. 12. 00:52

영어 제목 : Messengers

1999년, 118M, Color

감 독 : 바바 야스오(馬場康夫)
각 본 : 토다야마 마사시(戸田山雅司)
원 안 : 호이쵸이 프로덕션(ホイチョイ プロダクションズ)
 
출 연 : 이이지마 나오코(飯島直子)
          쿠사나기 츠요시(草なぎ剛) 
          야베 히로유키(矢部浩之)
          쿄노 코토미(京野ことみ)  
                                               카야마 유조(加山雄三)  
                                               벳쇼 테츠야(別所哲也)  
                                               오기 시게미츠(小木茂光) 
                                               쿄 신스케(京普佑)  
                                               아오키 신스케(青木伸輔)  
                                               이토 유코(伊藤裕子)  
                                               에하라 타츠요시(江原達怡) 
 
음 악 : 혼마 유스케(本間勇輔)
          쿠보타 토시노부(久保田利伸)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들고 퀵서비를 하는 곳은 일본 밖에 없어....."이 영화에 자전거 퀵 서비스를 미화 혹은 정당화 하기 위해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순진한 대사다(?). 우리 나라의 오토바이 퀵 서비스나 오토바이 가스배달을 보고서 이 영화의 감독은 과연 뭐라고 할까! 라는 생각이 짖궂게 들기 시작했지만, 영화가 단순히 이 대사만으로 일본에서의 자전거 퀵 서비스를 옹호하는데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다양한 관심거리를 가지고 2시간이 가까운 시간을 지루하게 않게 끌어간다. 마치 빠르지만 위험한 오토바이 퀵 서비스보다 조금 둘러가도 인간적이면서 영리한 자전거 퀵서비스에 대한 매력을 영화 곳곳에 심어 두면서 아날로그식 마인드를 부담없는 스타일로 풀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 속에서의 자전거 퀵 서비스란 정말이지 손으로 직접 쓴 줄 벗어나고 삐뚤삐뚤한 메모처럼 인간적이면서 정겹게 느껴진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오토바이 퀵서비스의 틈바구니에서 자전거로 퀵서비스를 하며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젊은 청년들에게 역시 신념이란 낡은 것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맞닥트린다. 말 그대로 자전거 퀵서비스의 경제성이 점점 떨어져 경영의 위기를 맞게 된 것. 처음에 일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스즈키와 친구는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그들에게도 볕들날이 생겼으니 그것이 스즈키의 동반자 요코다의 사고일줄 누가 알았으랴. 더 군다나 이 사고가 자전거 퀵 서비스 도쿄 익스프레스를 살리느 일일줄이야 어찌 알았겠나...

일본의 고급 브랜드 의류회사의 회계일을 하면서 화려한 생활을 하던 나오미, 회사가 도산하고, 애인인 카노에게도 버림받은 이 말괄량이 철부지 아가씨는 빈털털이가 되기 직전, 마지막 남은 외제차를 뺏기지 않기 위해 돌진하다 토쿄 익스프레스의 요코다에서 골절상을 입히는 사고까지 당한다. 손에 쥔 것이 없으니 요커다와의 합의가 무산될 경우는 감방행...하지만 요코다는 합의의 조건으로 자신이 낳을 때까지 도쿄 익스프레스에서 자전거 퀵 서비스를 해주길 희망한다. 말 그대로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나오미 한 마디로 깝깝, 답답, 한숨 푹푹이다. 하지만 이들 젊은이들에게도 미래란 것이 균등하게 있어, 나오미는 정말 자신의 일을 위해 열심히 뛰고 땀흘리는 삶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나오미의 등장으로 적지 않게 숨을 돌리게 된 도쿄 익스프레스는 뜻하지 않은 경쟁에서 이기게 되어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새로운 거래처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모인 또 다른 동지들 요코다의 애인 유미코와 퇴직 경찰관 시마노..그리고 경쟁에서 지게 되면서 오토바이 택배회사에서 촞겨난 친구까지 총 5명은 새로운 거래처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다. 몸이 건강한 이는 뭄을 이용하고, 지식이 남다른 사람은 그 지식을 회사에 솓아붓는다. 내가 할일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우리가 잘 하기 위해서 뭐든지 한다라는 같은 마음은 이들이 비록 오토바이보다 느린 자전거에 올라 타 있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성스럽게 운반하리라는 기대감과 믿으을 준다. 이렇게 나오미로부터 시작된 작은 변화는 스즈키의 굳은 의지를 실현으로 변화시켜 준다. 스즈키의 대사 "니가 없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처럼 모두가 하나이기에 도쿄 익스프레스에서 흘리는 땀은 건강하고 또 희망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꼭 남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족속들이 있으니 오토바이 택배없체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도쿄 익스프레스에게 압박을 가한다. 잔머리와 술수를 동원해 기존의 거래처를 뺏기 위한 시합을 한번 더 하게 되면서 도쿄 익스프레스는 큰 거래처를 빼앗길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다. 기본적인 동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요코다가 다 나아가고, 칸노의 새 프로젝으로 나오마기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바톤터치되는 적잖은 불안시기에 이 시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불안한 위기를 헤쳐가는 도쿄 익스프레스 젊은이들의 지략과 나오미의 결단을 통해 아날로그식 삶의 선택이 주는 희열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대형 액션물과는 다르지만, 이 영화 속, 작은 틀 안의 작은 시합은 충분히 다이나믹하고 긴장감 넘치는 것은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감독 바바 야스오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역시 어떠한 시합에서이든 지략이 빠진 경기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한 힘 겨루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속의 '배달게임' 역시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제 시합은 거의 끝이 났다. 결과대로 정직하고 바른 젊은이들이 모인 도쿄 익스프레스는 진정으로 자기 스스로 자신의 밥그릇을 챙겨 미래를 이어가는 발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몇몇의 시합은 허영에 들뜨고 화려한 생활을 즐기던 젊은 처자 나오미의 인생에도 나름의 삶에 대한 반향을 안겨 준다. 시합은 끝이 나고 승리에 취한 이들 젊은이들 손에 들린 축배의 고급 샴페인이 소박한 맥주보다 더 어울려 보이는 것은 진정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 돌아간 승리에 대한 정당한 상찬 때문이리라. 물론 내일 부터는 또 다시 자전거를 몰고 서류들을 전달하기 위한 패달은 쉼 없이 돌아가고, 땀흘리고 난 뒤의 손에 맥주가 병채 들려 있겠지만, 역시 산다는 것의 즐거운은 남들이 인정해주는 어울리지 않는 승리가 아니라 내 스스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승리의 기쁨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웬지 요즘 세상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전거 퀵서비스의 기쁨은 역시 젊은이의 수수함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우스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역시 청춘은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속의 아날로그식 축지법은 요란하지도 허왕되게도 보이지 않는가보다.

by kinolife 2006. 7. 12. 00:47
그 해 여행에서의 백미는 걸어서 걸어서 동경의 어느 둔치의 잔디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서 여유롭게 보던 이 하나비 들이다. 여름에 때맞춰 볼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행운이었다.



by kinolife 2003. 7. 31. 12:46
2003년 7월 31일에 찍혀 있는 사진이란걸 알고 그 때 내가 일본에 갔었다는 기억을 되새겼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촌스러운 지방출신의 촌뜨기가 비행기에 몸을 실어 일본여행이라는 걸 처음 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던 친구 덕에 한번 가능하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갈 수 있었던 여행이 그 때의 여행이었다. 지금의 남편이 그 땐 남편같은 편한 남자친구였고, 애기도 없던 그 때 지인들과 바리바리 가방을 매고 떠나고 눈을 크게 뜨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본의 거리들을 걷던 그때 기억의 한장을 열 듯 당시의 기억이 담긴 어색하고 덜익은 사진 몇장을 올린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도 사진 찍는 기술이 없어서 영 질 떨어지는 사진이지만, 2003년 일본, 동경의 풍경이 담겨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by kinolife 2003. 7. 31.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