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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연수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2009.01 초판 8쇄

1930년대 동만주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모티브로 김연수가 그려내는 역사상상소설이라고 해야할 이 연애 치정 역사 소설..역사적인 사실을 조금 차지하고라도 조금 다이나믹하게 읽을 수 있다. 위대한 역사도 개인의 역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고 아무리 찬란한 역사라고 하나 인간 없이 가능한 것은 없으니 소설은 역시 인간미 풀풀 넘치는 묘사로 흥미로운 시간을 전해준다. 역사적인 사실은 전혀 모르고 지금도 그저 소설의 모티브 정도의 지식과 영감으로 남아 있지만 소설 속의 인물들이 주는 쏠쏠한 재미로 꽤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소재를 살려내는 힘이 인물의 관계에 함몰되는 건 보면, 역시 김연수는 연애소설은 잘 쓰지만. 사이즈 큰 걸 버거운 건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 책 속의 글 -

"죽음이란 그것을 통해 삶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만으로 족한 거야"

"서로의 심장을 꺼내놓고 싸우고 나면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테니까. 역사책이란 그런 사람들의 심장에서 뿜어난 피로 쓴 책이야."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컨대 측량이란 완전해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익히는 일이다.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재어보면 분명 참값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도면으로 옮길 때는 참값을 포기해야만 한다."

"도덕이란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것이오. 일단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의 도덕을 알게 되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잔혹한 일들을 혐오하게 될 수 밖에 없소. 변화를 멈춘 죽은 자들만이 변화하는 인간을 잔혹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건 정말 구역질이 나는 일이오.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 힘이 더 센 존재요. 나는 잔인한 세계에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잔인한 세계 속에서도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가 됐소. 인간이 성장하는 한, 세계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오. 그런 인간의 힘을 나는 믿었소."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by kinolife 2009. 7. 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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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황순원문학상 07
글 : 김연수
출판사 : 중앙 Books
2007.09 초판 1쇄

김연수의 책을 다 보겠다고 해서 샀는데..문학상을 탄 단편집이라 ..에헤라 책을 잘못 사셨네 했다. 꼭 상을 타서가 아니라 김연수의 작품과 김애란의 작품이 제일 집중력 있게 읽혔던 것 같다. 이렇게 찾아 읽어도 그의 작품은 더 있을 터..물론 지금도 쓰고 계시겠지....만

- 책 속의 글 -

"휴가의 예감은 결투의 예감처럼 끔찍하고 달콤하다. 모욕에 결투로 응하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그 깨끗한 변제에 대한 향수는 인류의 정신 속에 면면히 남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권여선의 [반죽의 형상] 中에서

"어머니의 칼 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김애란의 [칼 자국]中에서




by kinolife 2009. 3. 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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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창비
2008.05 초판 2쇄
가격: 12.000원

2008년에 나온 책 쭝에 꽤 잘 씌어진 책으로 추앙 받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평단과 독자에게 좋은 평을 얻은 김연수의 여행수필기..개인적으로는 그의 다른 글들을 넘을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행을 관람과 쇼핑으로 보지 않은 소설가의 생각이란 꽤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이런 여행서들 중에 국내의 주요한 작가들의 여행기란 어느 일정의 정해진 여행지를 답사하는 문화 기행기가 있었는데..이 책은 여행 그 자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어서 문학적으로 여행을 바라보는 한 일면의 볼 수 있게 한다.

- 책 속의 글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바로 인생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존재가 그 목소리로 증명된다. 반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들, 즉 입술이 없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서 말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본디부터 정치적이다."

"덧없는 것들만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해도 꿈은 늘 새롭다. 질서 정연하게 역을 거쳐가는 기차들의 행렬은 불순했다. 그건 언제나 아이들을 유혹했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공항대합실에서 서서 출발하는 항공편들의 목적지를 볼 때마다 그토록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겠지."

"공항에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와 나 자신 사이의 어떤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 둘은 같다.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이 바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길이다."
by kinolife 2009. 2. 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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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7.09 초판 1쇄
가격: 10.000원

책이 막 출간하자 사 두고선 이번에 김연수 작가 시리즈 다 읽는다고 작심하고 후루룩 읽어버렸다. 배경이 1980년대 광주를 언급하는 부분이 곳곳에 나와서 마치 대학시절 때 읽었던 운동권 소설같은 느낌이 살짝이 들기도 했다. 조직적이고 선동적인 사회를 지나와 현재의 나에게도 이런 류의 소설 속의 정치적 상황이란 꽤 상투적인 느낌이 강하다. 김연수 씨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조금 재미 없게 읽기도 했다.

- 책 속의 글 -

"결국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완전한 해방은 두려울 정도로 요염한 쾌감과 연결돼 있었다."

"다시 말하지면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수 많은 이야기(Story), 또한 그러하므로 이 세상에 그 만큼 많은 '나(Self)'가 존재한다는 애절한 신호(Signal). 정민의 눈에는 옆으로 누운, 짧게는 삼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삼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많은 외로운 'S'들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날개를 달고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러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폭력이 몸에 벤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런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몸은 폭력보다 비폭력을 더 불편해 한다. 그걸 가리켜 현실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차이코스프스키 교향곡 제 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그 순간 베르크 씨는 차이코스프스키가 그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인류가 그 곡을 어떤 식으로 들었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므로 다음에 올 인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곡을 새롭게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폐허가 됐고 베를린에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었다. 왜냐하면 삶이 본질적으로 역설이니까."

"이유 없이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그리워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편이 풜씬 더 낫다는 거 나는 그때 알았다."
by kinolife 2009. 2.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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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2.11 초판 1쇄
가격: 9.500원

최근에 이상문학상도 받았으니, 김연수가 국내 문학상을 꽤나 많이 탔겟구나라는 생각에 다다르니...마치 백수처럼 빵집에서 헤메인 기억이 책 구석 구석에서 들어나는 그의 이력에 밝은 기운이 가득함을 상상할 수 있다. 2003년도에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집의 9편의 단편 소설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겨울날 얇은 옷자락처럼 애처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가 오버랩이 되어 있는 이 스산한 느낌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 책 속의 글 -

밤의 산길을 걸어가다보면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이 아닌지 알게 된다. 빛이 없을 때 사람의 눈이란 그저 코앞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현실의 공간 역시 손을 뻗거나 발을 내딛어서 닿을 수 있는 그 정도까지일 뿐이다. 그러고 나면 자신과 세계는 완벽하게 분리된다. 두려움은 자신이 이 세상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떄 일어난다. -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중에서
by kinolife 2009. 2. 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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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창비
2005.05 초판 1쇄
가격: 9.500원

과거를 무대로 해서 조금씩 나타나는 모던의 향취가 가득한 단편들이 담긴 작품이 많이 담긴 단편집이다....김연수는 단편보다 장편들이 더 좋은 것 같다.

- 책 속의 글 -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때, 끝나는 법이라오."

"미리 통지하고 찾아오는 불운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모든 불운이라는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인과관계의 규칙에서 벗어난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일 뿐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中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역사가와 같다."-[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中

"들어봐, 전쟁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닮았어. 몇가지 이유만 있으면 완전히 딴판이 되어버리거든. 하하하. 재미있나? 조심하게.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내가 전쟁이란 삶을 닮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누가 자네에게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먼저 하품을 하게나. 지금 내 꼴이 그렇긴 하지만,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 하는게 아니거든."-[뿌넝쉬] 中

"하지만 그즈음, 그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러니까 꿈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패배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것을..."-[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中

by kinolife 2009. 1.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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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3.06 초판 1쇄
가격: 7.500원

김연수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소설로 짧은 내용에 확 끌리는 문체는 대중소설에서 맛 볼 수 있는 짜릿함을 꽤 많이 담아 놓은 책이다. 사랑에 대한 남자들의 일면을 꽤 째려보듯이 엿 보고 그와 함께 사랑에서 결혼 남자 여자의 마남에 관한 이야기가 즐거움을 선사 하는 책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가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역시 빠질만한 매력이 많은 책이다. 현재 찾아보니 내가 샀던 초판이 품절되고 재간 되어 있다.

- 책 속의 글 -

"인간에게는 예감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된 감정체계가 있다."

"미혼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뀌는 과정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과 비슷하다. 유부남이 되면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중력이 여섯 배나 강해진다는 사실에 멍멍해진다. 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무중력 공간을 거쳐야만 한다. 신혼여행이 바로 그런 무중력 공간에 해당한다.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법적인 미혼녀의 육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탐닉할 수 있는 그 밀월여행은 확실히 무중력 상태와 닮았다. 귀 안쪽에 있는 반고리관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감각신호들이 달라지는 현상이나 뇌의 지시를 몸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현상은 우주 공간에서나 신혼여행지에서나 늘 일어나는 일이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않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볼쌍사나운 껍질뿐만 아니라 초라한 알갱이까지 갈부수고 난 뒤에야 차라리 그냥 막연하게 상상하던 떄가 더 좋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미혼녀와 유부녀 그 사이에는 무중력 공간의 황홀감 따위는 없다. 그저 혼자 빗자루를 들고 정리해야 할 부서진 감정이 껍질나부랭이들만 파몰아칠 뿐이다."

"어떤 사람을 향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추는 일과 흡사하다."

"

"
by kinolife 2009. 1.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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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1.02 초판 1쇄
가격: 9.500원

소문과 의혹..의심에 의한 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서 만든 김연수의 장편소설.

이상의 데드마스크에 연관된 문학잡지 기자 김연과 이상의 [오감도] 이후 아직 발표되지 않은 문학에 대해 공부하는 문학박사 주선생이라는 두 명을 엮어서 애매모호하고 실존적인 이상 문학을 다시 회고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이상의 문학에 대해서 재대로 읽어보거나 공부 해 본 적이 없어서 소설에 등장하는 예를 통한 추상이 전부였지만, 그가 살아간 시대의 분위기와 그의 인생이 꽤 그럴싸하게 소설에 녹여져 있다. 이상의 문학 이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믹스된 신선한 소설로 이상을 좋아하거나 이상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이상에 의해서 이상의 문학에 의해서 인생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두 남자... 실존에 얽매여 외롭게 살다간 이상의 삶처럼 소설 속의 문학인들의 삶고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



- 책 속의 문구 -

"이상과 관련한 모든 것은 논리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시에 너무 집중하면 공부하기가 힘들고 공부에만 너무 열중하면 시가 씌어지지 않습니다. 진실이란 결국 그런 것입니다. 열정도 논리도 아닙니다. 줄타는 사람처럼 그 가운데를 걸어가야만 하죠."

"이상과 관련해서는 열정이나 논리를 뛰어넘어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란 말입니다. 진짜라서 믿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진짜인 것이고 믿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죠."

"나이 들면 혼잣말이 많아진다. 누구에랄 것도 없이 말이 먼저 나오고 측은한 마음에 혀를 끌끌 차게 된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공허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다는 얘기는 어쩐지 옳은 듯 하다. 배고픈 사람은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끝없이 자기 증식하는 공허감은 결국 자살로 끝장을 봐야 할 운명인 것이다."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진짜처럼 보이고 가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가짜처럼 보인다."
by kinolife 2009. 1. 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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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글: 김연수
출판사: 마음산책
2004.05 초판 1쇄
가격: 9.000원

"매순간 의미 있게 살지 않는다면 그 즉시 자살한다는 내용의 '조건부자살동의서'라는 것을 작성해 책가방 속에 넣고 다녔다."-6P

"사랑할 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들었고 아파야만 한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우겠다고 결심했다."-7P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7P

"그나마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34P

"어린 시절이 지나고 옛일이 그리워져 자주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삶에 여백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된다.-42P

"조금만 힘들어도 '왜 내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는가?'는 의문이 솟구치는 일 따위에는 애당초 몰두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67P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잊으라고 소리쳤지만, 정작 나만은 아직도 그 절대적인 공허와 그 절대적인 충만의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오랫동안 지속된다."-92P

"사람이 없는 바닷가는 혼자 서서 바라보는 거울과 비슷합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96P

"그 공허감이란 결국 새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피해 들어가는 자폐의 세계였던 것이다. 번데기가 허물을 벗듯이, 새가 알을 깨듯이 우리는 자폐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세계 속으로 입문한다."-124P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중에서 아주 좋아라 하는 김연수의 책들을 찾아서 쭉 볼려는 계획을 새우면서 2009년의 책읽기 계획을 세웠다. 책을 다 읽고다니 역시 글 잘 쓰는 놈은 장르 가리지 않고 잘 쓰고...문학가란 고민없이. 또 빈 인생의 굴곡적인 기억이 없이 되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불안 청춘에 위로가 될만한 수 많은 당시와 시들이..청춘을 다독여 준 것에..미래 커 가는 많은 청춘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그의 이름이 적힌 책들이 열권이 훌쩍 넘었다. 갈 길이 멀다.


by kinolife 2009. 1. 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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