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15분, Color
감 독: 모리따 요시미츠(森田芳光)
각 본 : 모리따 요시미츠(森田芳光)
음 악 : 노리키 소우이치(野力奏一)
          사토 토시히코(佐藤俊彦)

출 연: 후카츠 에리(深津繪里)
         우치노 마사아키(内野聖陽)
         타케시타 코타로(竹下宏太郎)
         토다 나호(戸田菜穂)
         야마자키 나오코(山崎直子)
         츠루쿠 마사하루(鶴久政治)
         미야자와 카즈후미(宮沢和史)
         히라이즈미 세이(平泉成)  
         코지마 노리코(小島法子)
         미즈노 아야(水野あや)  
         모토하시 유카(本橋由香)  
         사카이 타카유키(酒井尊之)  
                                                              센다 마사아키(千田雅明)  
                                                              스즈키 노리코(鈴木則子)  
                                                              우시오 테츠야(潮哲也)  
                                                              야기 마사코(八木昌子)

요즈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단어 중에서 컴퓨터 관련해서는 '인터넷'이란 단어와 'E-Mail'은 그 중에서도 으뜸일 것이다. 그러나 3~5년 전 만해도 우리들에겐 이들보다는 '통신'이나 '아이디'라는 말을 더 많이 썼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모뎀세대' 혹은 '인터넷 이전세대'의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 때의 기억을 한 번 더 살려보면 국내에선 그 유행을 알게끔 하는 한 편의 영화를 행각해 낼 수가 있다.바로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이 바로 그 영화. 하지만 일본에선 이보다 앞서 컴퓨터 통신을 매개로 한 한편의 멜로 드라마를 선보였던 적이 있다.

영화의 제목은 <하루> 일본말로 '봄'이라는 뜻을 지닌 이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의 통신 아이디이기도 하다. 컴퓨터 통신의 기능은 아주 많이 있겠지만, 영화 <접속>이나 <하루>에서의 기능을 본다면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다는 것은 먼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아주 고마운 현대판 매파이기도 하다. 간편하기도 하고 개인적이라 편하기도 한 이 도구는 여러면에서 아주 고마우면서도 매력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 <하루>는 솔직히 <접속>보다는 컴퓨터 통신을 하면서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상황을 더 잘 표현해 보인다는 데 있어 한 수 위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 앞에서 대담해 져보고 싶어지는 여자의 마음이라든가, 특히 성(性)적인 부분에 관한 표현 같은 것들이 보다 사실적이었으며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컴퓨터 생활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또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집에 돌아가 컴퓨터를 켰을 때 자신에게 온 메일을 볼 때 느끼는 들뜬 감정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주인공와 관객을 동일시 할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영화 <하루>가 통신이라는 매체 자체게 대해 감독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하루>에서의 주인공은 통신 자체에 무게 중심이 가 있으며, 영화 <접속>에서의 주인공은 통신을 통해 만나는 남녀들에 더 무게감이 실려 있다는 점이 주는 차이가 그런 부분들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영화 <하루>는 멜로드라마적인 부분은 보다 개인적이며 사색적이 더 은근한 맛이 있다. 오랜 통신 친구를 우정도 아니고 연정도 아닌 부정확한 상태에서 만나는 모습에서 사랑에 대해 피상적인 생각을 하며, 자기 안으로만 움츠려 드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가는 전철을 통해 각자의 존재를 멀리서 느끼기만 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하루>의 카메라는 사실 기대만큼이나 두려운 첫 만남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접속>에서 영화티켓을 보내면서 만날 장소를 정하는 모습에 비해 이 장면의 파장이 훨씬 더욱 깊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컴퓨터 통신은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 사람을 용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소극적으로 만들기도 했던 소통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감독 모리따 요시미츠의 영화 <하루>는 사랑과 컴퓨터 통신이 우리들 삶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현대적인 감각의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은 현재 일본 감독들 중에서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관해 자기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젋게 표현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이 영화는 사실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숨기지 않는 솔직한 표현으로 한번이라도 제일 처음 낯설면서도 들뜬 느낌을 가지고 통신친구를 사궈 본 사람이라면 느낄수 있는 그런 설레임을 충분히 알수 있게 하는 사실적인 영화다. 영화 속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어떤 방식이었는지에 관계없이 그 표현법은 높이 살만하다. 영화 <하루>는 그런 질문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영화이다.
by kinolife 2006. 11. 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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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제목 : Summer of Kikujiro
1999년, 116분, Color
감 독: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각 본 :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출 연: 비트 다케시
         세키구치 유스케(關口雄介)
         카시모토 카요코(岸本加世子)
         요시유키 가즈코(吉行 和子)
         그레이트 기다유(グレート義太夫)
         이데 락쿄(井出らっきょ)
         다이케 유코([大家由祐子)
         호소카와 후미에(細川ふみえ)
         마로 아카지(麿赤兒)

음 악 : 히사이시 조(久石譲)

국내에 영화 <하나비>를 시작으로 최근의 <베틀 로얄>까지 많은 작독 및 출연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다른 여타의 일본감독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키타노 다케시에 의해 만들어진 '기타노 다케시판 키드'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그의 영화 <키즈 리턴>의 소년판쯤으로 볼 수 있겠다.
기타노 다케시가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어떤 옷을 즐겨 입었었지? 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더니 이상하게 우리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이 입었던 것과 같은  화려한 무늬의 셔츠가 생각이 나면서 그의 영화 속 패션에 대한 하나의 관습이 떠오른다. 물론 정우성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긴 하지만 다케시도 그런 옷을 곧잘 입곤 했었던 것 같다. 언뜻 떠 오르는 작품이 <소나티네>와 <키구지로의 여름>이다.

여름,  그리고 더위와 함께 한 여행엔 사실 그런 화려한 셔츠가 어울리는 것 같다. 할일 없는 중년 백수와 여름방학을 맞이한 외로운 아이의 황당한(?) 여행에서 그 셔츠는 커플로서의 이 둘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은 표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1999년에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영화 <키구지로의 여름>은 그해 깐느 영화제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존에 그가 보여줬던 철학적인 작품이나 야쿠자 풍의 영화들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 새롭게 다가온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타노 다케시 스타일의 표현과 비트 다케시 스타일의 표현이 주는 차이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기타노 다케시 식의 죽음의 철학은 전혀 만날 수 없다. 겉으로는 단지 생소한 어떤 사람과의 유쾌한 여행만이 즐거움을 전해주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엄마를 영원히 잃어버린 꼬마에게서 자신의 과거에서 그리고 이미 자라 어른이 되고 나서도 헤어날 수 없는 삶의 허전함을 위로받는 안 중년의 위로받음이 따스한 정감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이 작품 <키쿠지로의 여름>의 경우 이제까지 보아왔던 다케시 영화에서 느꼈던 황당한 웃음이나 처절한 죽음의 미학과는 거리가 먼 보다 새로운 다케시 스타일의 독특한 휴먼드라마의 형태를 제시해 반갑다.

보편적인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꼬마와 똑같은 이력은 가진 괴짜 아저씨와의 만남은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비혈연이지만 다감정의 가족을 제시한다. 자식이 없는 아저씨와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혈연관계가 만들어주는 보통의 가족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들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부자관계와 다를바 없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의 여행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의 여행인 셈이다. 이 짧은 집으로부터의 이탈은 각자를 변하게도 하고, 주변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영화의 줄거리가 새로운 영화로 다가오게 한다. 물론 그 새로움의 근저에는 다케시 식의 웃음 지뢰탄이 터지는 것을 구경하느라 행복했던 순간들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언젠가 챨리 채플린의 <키드 Kids (1921)>를 보면서 느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 올릴수도 있다. 유리창에 돌을 던져 깨트리면 다시 유리를 갈아주면서 동조관계를 유지하는 아저씨와 키드는 그들의 형식으로 가족처럼 살듯, 키구지로와 소년 마사오는 새로운 모습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될 거라는 걸 영화가 끝이 난 후 상상 할 수  있다. 그런 기대와 푸근함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기타노 다케시는 21세기의 채플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어렵게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리 쉬운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닌 그는 삶에 대한 아주 쉬운 교과서를 전달해 주는 사람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챨리 채플린 그랬던 것 처럼. 그래서 이 복잡한 세상에 그의 영화 <키구지로의 여름>은 참 유쾌하면서도 흐뭇한 시간을 선물한다. 이번 여름에는  키쿠지로가 입었던 알록달록한 칼라 셔츠를 하나 사입고 키구지로와 마사오가 떠났던 여행처럼 계획없이 여행을 떠나보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귀한 것들을 다시 찾고, 우연히 좋은 사람들(문어아저씨와 착한(?)아저씨들 같은..)을 만나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는 여행을 한번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싶다.  
by kinolife 2006. 11. 14. 00:20
영어 제목 : KAMIKAZE TAXI
제 작: 1995년,  140분(완전판 169분)
감 독 : 하라도 마사토(原田眞人)
각 본 : 하라도 마사토(原田眞人)

출 연: 야쿠쇼 코지(役所廣司)
,        타카하시 카즈야(高橋和也)
,        카타오카 레이코(片岡礼子)
         나이토 타케토시(内藤武敏)
         야지마 켄이치(矢島健一)
         믹키 커티스(ミッキー カーチス)
         타구치 토모로오(田口トモロヲ)
         네기시 토시에(根岸とし江)
         시오야 토시(塩屋俊)
 
음 악 :  카와사키 마사히로(川崎真弘)

조직을 배신해 야쿠자로부터 도망하는 남자 타츠오는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타고는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이 택시를 운전하는 운전수는 페루에 이민갔다가 일본으로 돌아와 택시를 몰며 생계를 유지하는 칸다케. 칸다케는 오랜동안 일본에서 떨어져 살아 일본어는 물론, 일본의 지리도 서툰 탓에 이 둘은 몇몇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승객과 운전수 치고는 꽤 긴 인간관계를 트게 된다. 도망가는 남자와 그 남자의 도움을 받으며 운전하는 운전수, 어느새 이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영화 <카미카제 택시>는 시작이 된다.  

한 명은 도망을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나누는 상대로, 다른 한명은 그와의 느닷없는 여행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여행같은 도주는 그들을 따르는 야쿠자들에 의해 더욱 더 속도가 빨라 지게 되고 이들이 탄 택시의 속도도 이와 함께 빨라지면서 영화의 속도도 긴박감을 더해 가는 이 영화는 1995년 제작된 작품으로 국내에는 1998년 제 2회 부천 영화제를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영이 된 적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야쿠자로부터 도주하는 한 남자 이야기 속에 사회성 짙은 영화적인 아이콘들이 극의 사실성을 살리고 있는 작품으로 각각의 캐릭터 들이 영화의 속도감에 따라 더욱 더 빛나는 것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일본계 이민 노동자들의 이야기(영화 도입부의 다큐멘터식의 접근은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일본의 세계 대전 참여, 여성문제, 야쿠자를 비롯한 일본내의 부페상 등 영화 곳곳에는 단순히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독 하라도 마사토가 일본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가득해 감독의 정치적인 성향도 엿 볼 수 있게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 구조와 일본적인 직업을 가진 캐릭터들의 사실적인 묘사 이외에도 이 영화는 독특한 매력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하라도 마사토와 같이 작업을 많이 한 베테랑 배우 중 하나인 배우 야쿠쇼 코지가 보여주는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를 드러내 준다. 택시를 세워두고 안데스의 피리를 부는 모습은 겉멋을 지닌 주인공의 매력을 서정적인 감성으로 가득 채워주며, 일본의 부폐를 처단하기 위해 야구망망이를 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의 전사로서 손색이 전혀 없는 모습으로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러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야쿠쇼 코지의 영화적인 매력 역시도 타이트 하면서도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하라도 마사토의 연출력에 의해 그 가치가 빛난다. 영화의 매력 이외에도 다른 의미에서는 상업영화에서 영화가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독특하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고답적이지 않으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고있어서 하라도 마사토 감독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수작임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인생에 큰 의미를 던지는 화두는 아니지만, 극적 구성에 의해 영화적인 재미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 '가미가제 택시 Kamikaze Taxi'에 한번쯤은 타 볼만하다고 자신있게 이 택시의 콜 번호를 알려주고 싶니다. 그 택시 안에서는 안데스 피리와 야구방망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보여주는 인간사의 일면을 볼 수 있으며, 그 택시에서 내릴 땐 저절로 시원한 웃음을 얻게 된다. 영화적인 결말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리 낙심할 수준은 아니다. 그 택시를 타고 있었던 여행은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것이며, 그 택시를 몰던 운전수는 배우로, 영화 속의 한 캐릭터로 오랜동안 기억을 지배할 것이다. 드라마와 캐릭터가 살아있는 그 안에 삶에 대한 작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박력넘치는 영화를 만나기란 그다지 쉬운일이 아닌데 이 영화는 그런 행운은 느끼게 한다.
by kinolife 2006. 10. 30. 23:44
본명 : 中山 美穗 (Nakayama Miho)
출신지 : 東京都
생년월일 : 1970년 3월 1일(물고기 자리)
혈액형 : O형
키/몸무게 : 159㎝/48㎏
신체사이즈 : 80㎝-58㎝-85㎝(B-W-H)
신발사이즈 : 23.5㎝
취미/특기 : 독서, 음악감상

가족
夫 - 츠지 히토나리(2002년 6월 3일 결혼)
妹 - 나카야마 시노부

순백색,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듯이 청순함이란 젊은 여자에겐 더 없이 아름다운 칭호! 95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올해 국내에 개봉된 영화 <러브레터 Love Letter>의 히로인 나까야마 미호는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가 아닐까.

쌓인 눈 위에 혼자 누운 모습, 낯선 사람의 집 앞에서 웅크리고 편지를 쓰는 모습, 옛 연인이 죽은 산을 향해 서러운 안부를 외치는 모습, 자신의 연인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죽은 그의 생전 모습을 어렵게 묻는 안타까운 모습을 간직한 와타나베 히로코 속의 미호의 모습은 슬프지만 순백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모르는 편지의 답장을 쓰는 모습, 추운 날씨 때문에 이불을 덕지덕지 휘감고 뒤뚱거리는 모습, 환청에 낯설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 도서관에서 연신 기침을 해대는 모습의 후지이 이즈끼는 맑고 순진한 아이 같은 느낌이 드는 청순함 그 자체였다.

영화의 내용상 일인 이역을 했던 나까야마 미호는 눈만큼 맑은 이미지였고, 바람처럼 시원한 상쾌함을 준 여배우였다. 국내에서 개봉된 단 한편의 영화에서 보여진 그녀의 이미지는 우리 나라에서도 새로운 스타의 등극을 예고하고 있다. 막 문을 열기 시작한 일본영화에 있어 국내에 일본 스타의 탄생은  미호가 그 시작이 아닐까?

근래에는 일본 드라마에 대한 수요도 높고 일본 드라마를 찾아 볼 수 있는 루트오 예전보다 더 많아 졌다
근래에는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와의 결혼, 딸 출산 등을 겪으면서 한 여자로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나까야마 미호의 늙어가는 모습을 여전히 스크린에서 모니터에서 보고 싶다.


-출연 작품-

1985 <비밥 하이스쿨(ビ-バップ·ハイスク-ル)>
1986 <비밥 하이스쿨 : 교고 요타로 엘레지>
1989 <어느 쪽으로 할거야(どっちにするの)>
1991 <파도의 수만큼 안아 줘(波の數だけ抱きしめて)>
1995 <러브레터(Love Letter)> 호치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
1997 <도쿄 맑음(東京日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

-가수활동-

가수 데뷔 : 1985년 6월 21일
배우로서의 데뷔 : 중학교 1학년 때 거리에서 스카우트되어 1985년 TBS 드라마 <매번 떠들썩하게 합니다(每度 おさわがせします)>의 여중생 역으로 데뷔한 10대 아이돌 스타였다.

1985년 데뷔 앨범 'C' 발표이후 98년 6월 10일 'OLIVE'까지 총 36장의 앨범 발표
1985년 6월 21일 첫 싱글 'C' 발표이후 98년 4월 8일 'LOVE CLOVER'까지 총 37장의 싱글앨범 발표
1985년 제 27회 '일본 레코드 대상' 최우수 신인상 수상
1988년 '결정! '88 FNS 가요제'에서 "Witches"로 그랑프리 수상
1989년 제 2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 베스트 앨범, 베스트 아티스트 수상 등 다수 수상 경력
1986년 봄 'Virgin Flight'이후 1998년 여름 'Live·O·Live'까지 총 19회의 콘서트 공연

-출연 드라마-

1985 <매번 떠들썩하게 합니다(每度おさわがせします)>
1985 <우리 아이만큼은 2>
1985 <여름 체험이야기>
1985 <매번 떠들썩하게 합니다. 2>
1986 <녀석과 나>
1986 <세일러복 반역동맹>
1986 <건방진 때(な.ま.い.き盛り)>
1987 <엄마는 아이돌!>
1987 <한가하면 와요!>
1987 <아빠는 뉴스 캐스터 스페셜>
1987 <반숙 위도우 미망인은 18세>
1987 <엄마는 아이돌 완결편>
1988 <젊은 부인은 고군분투 중>
1988 <미스매치>
1989 <당신의 눈동자에 사랑하고 있어!(君の瞳に戀してる!)>
1990 <졸업>
1990 <멋진 짝사랑>
1991 <보고 싶을 때 당신은 없다>
1992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誰かが彼女を愛してる)>
1994 <만약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1995 <FOR YOU>
1995 <성야의 기적 당신이 좋아하는 사랑은 어느 것?>
1996 <맛있는 관계>
1998 <잠자는 숲(眠れる森)>
2000 <2000년의 사랑>
2001 <러브 스토리>
2001 <부부 만담>
2002 <Home and Away>  


-그 외 활동-

NEC 등 다수의 CF 출연
2편의 에세이와 1편의 소설, 6권의 화보집(영상화보집 포함), 1권의 시나리오 집 발행
"P.S. I LOVE YOU" 등 3개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수상내역 -

제 38 회 블루리본상 - 주연여우상(나까야마 미호)
제 20 회 報知영화상 - 최우수 주연여우상(나까야마 미호), 최우수 조연남우상(토요카와 에츠시), 최우수 감독상(이와이 슌지)
제 17 회 요꼬하마 영화제 - 작품상(러브레터), 주연여우상(나까야마 미호), 주연남우상(토요카와 에츠시), 감독상(이와이 슌지), 최우수 신인상(사카이 미끼), 촬영상(시노다 노보루(篠田昇))
제 21 회 오오사까 영화제 - 작품상(러브레터), 신인감독상(이와이 슌지), 신인상(사카이 미끼, 카시와바라 타카시), 촬영상(시노다 노보루(篠田昇))
1985년 <C> 일본 레코드 대상 신인상
1994년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로 일본 골든 디스크 대상 수상  
1995년도 일본영화 베스트 10 중 제 1 위
by kinolife 2006. 10. 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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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목 : Jubaku: Spellbound
1999년, 115분, Color
감 독 : 하라다 마사토(原田眞人)
각 본 : 타카스기 료(高杉良)
          스즈키 사토루(鈴木智)
          키노시타 무기타(木下麦太)
원 작 : 타카스기 료(高杉良)

출 연 : 야쿠쇼 코지(役所廣司)
          나카다이 테츠야(仲代達矢)
          시이나 킷페이(椎名桔平)
          야지마 겐이치(矢島建一)
          나카무라 이쿠지(中村育二)
          와카무라 마유미(若村麻由美)
          후부키 준(風吹ジュン) 
          타키가와 유미(多岐川裕美)
          네즈 진파치(根津甚八)
          사토 케이(佐藤慶)
          이시바시 렌지(石橋蓮司)
          엔도 켄이치(遠藤憲一)
          모타이 마사코(もたいまさこ)
          혼다 히로타로(本田博太郎)
          우메노 야스키요(梅野泰靖)
          코바야시 카츠히코(小林勝彦)  
          야마모토 키요시(山本清)
          카츠베 노부유키(勝部演之)
          와카마츠 타케시(若松武史)
          쿠로키 히토미(黒木瞳)
          나이토 타케토시(内藤武敏)  
          야마사키 세이스케(山崎清介)  
          오오타카 히로오(大高洋夫)  
          오오니시 토모코(大西智子)  
          키노시타 호우카(木下ほうか)  
          키시 히로유키(岸博之)  
          타구치 토모로오(田口トモロヲ)  
          무라카미 준(村上淳)  
          모토미야 야스카제(本宮泰風)  
          타카스기 료(高杉良)  
          유진(遊人)  
          코모토 쿄이치(古本恭一)  
          이마이 아즈사(今井あずさ)  
          오오시로 에이지(大城英司)  
          다이몬 슈조(大門修三)  
          나카무라 료(中村亮)  
          우메자와 켄스케(梅沢健祐)  
          나미키 시로(並樹史朗)  
          타테 고타(殺陣剛太)  
          이노우에 하지메(井上肇)  
          미즈카미 류시(水上竜士)  
          미츠오카 유타로(光岡湧太郎)  
          카토 미츠루(加藤満)  
          아오키 테츠진(青木鉄仁)  
          요시이에 아키히토(吉家明仁)  
          혼고 겐(本郷弦)  
          미우라 하루마(三浦春馬)  
          오오타니 레이나(大谷玲凪)  
          마치다 마사노리(町田政則)  
          요시자키 노리코(吉崎典子)

음 악 : 카와사키 마사히로(川崎真弘)

언젠가 우리 나라에서 일본을 비방하는, 아니 일본의 속을 들여다본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단점들으 재미삼아 씹던 때가 있었다. 전여옥의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에서부터 시작된 일본의 단점 헤집기는 그 비슷한 소재를 다룬 수십권의 책들이 출판되면서 논쟁의 소재과 되고 서점가에서는 유행의 정점이 된 것이었다.

그 이후, 2001년 봄에는 일본 스스로가 그런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 모티브가 된 영화 한편을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가 있다. 소설을 쓰기만 하면 서점가를 긴장시킨다는 미국의 소설가 존 그리샴처럼 일본의 서점가를 들뜨게 하는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다카스키 료(高杉 良). 그의 소설 [금융부식열도]는 출간되자마자 출판사의 예측대로 빅 히트를 기록하며 서점가를 휩쓸고 뒤이어 하라다 마사토(原田眞人)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 제목하여 <쥬바쿠:금융부식열도> .

영화 <주바쿠>를 만든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카미가제 택시><바운스>등을 통해 일본의 부폐를 소재로 수준 높은 상업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 <카미가제 택시>가  일본의 과거 정치계의 부폐를 다루고 있다면 영화 <바운스>는 일본의 십대들을 통해 현재 일본 성문화의 실태와 어른들의 비뚤어진 인생관을 비꼬고 있는 작품이. 그래서 1999년에 그가 선보인 영화 <쥬바쿠-금융부식열도>는 일본의 금융계의 비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니 그의 날카로운 영화감각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주바쿠> 역시 상업영화의 틀 속에서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사실감을 놓지치는 않는다. 금융계와 정치, 그리고 이들과 연결고리를 놓고 있지 않는 야쿠자의 공포까지 영화 곳곳에는 부폐의 연결고리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물론 전작에 비해 긴장감이나 문학적 혹은 영화적인 드라마 전개는 지루함이라는 또 다른 복병 앞에서 쓰러져 안따까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야큐쇼 코지와의 작업을 통한 균형을 깨트리지 않는 미덕만은 챙긴다. 평범한 은행원으로 출연한 야큐쇼 코지는 하라다 마사토의 영화에서는 평범함에서 시작해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로 등장했는데 이번 영화 역시 그의 영화에 걸맞는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바쿠(JUBAKU)'란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로운 힘에 사로잡힌다는 뜻을 가진 단어, 그렇다면 영화 속의 주인공인 기타노(야큐쇼 코지)는 금융계 내에서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떠한 틀 속의 비리에 연루된다는 뜻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보기 전에 이미 제목에서 부터 음모와 암투라는 영화적인 흥미는 충분히 안고 있는 셈이 되며 그 암투가 어떤 결말을 향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관객의 또 다른 즐거움일 테다.

일본의 거대함, 그 속에서 최고의 금융계 속에 걸린 덫, 어느 자본주의에서나 볼 수 있는 불법대출과 이에 따르는 해당 은행의 공신력 추락과 은행자체 존립에 대한 불안 등은 영화의 기초적인 문법에 해당되는 영화적인 존재이며, 그 사실을 모르는 은행원들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부폐에 경악하는 것은 영화의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 부폐의 시작이 자신이 믿고 있던 선배며 동료였으며, 그도 아닌 이들은 자신의 허물도 모른채 하루하루를 살던 바보에 불과했다는 점은 영화의 철학과 닿아있기도 하다. 부폐를 만드는 자, 알면서도 묵과하는 자, 무엇이 부폐였는지도 인식 못하는 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이를 변화시키려는 자, 영화 속의 사람들은 각각의 선택적인 방향 앞에서 쉽게 방관자과 되고 그래서 또 쉽게 패배자가 되는 단계에 대해 철저히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영화 <주바쿠>속에서의 악은 강하지 못한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정서이며, 이는 곳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울한 잔상을 남긴다. 이 영화 속에서도 소재가 단지 금융계이지 악과 선의 기준이 바뀐다거나 인생이 변화한다거나 하는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전의 영화에 비해 <주바쿠> 안에서 그가 지적하고 있는 ‘악’의 실체가 깊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아따까움까지 엄습한다. 마치 녹이 쓴 펜으로 옛날 이야기를 끄적이듯 충격적이지도, 새롭지도 않게 이야기와 우인공들의 무대만 옮겨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에 있었다는 금융계의 부폐를 실제 몸으로 느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영화속의 재미에만 의존해 이 영화를 평가해볼 때 그저그런, 그냥 실패한 상업영화 쯤으로 보이게 한다는 거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단지 그가 건드리고 있는 소재가 다큐멘터리적인 그의 카메라에 의해 진지한듯 보일 뿐, 영화적인 재미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현재 일본의 문제가 영화 속에서 재미가 된다니….마치 이런 문구를 암시하는 듯. '우리 모두는 썩어가도 영화는 만들거다. 그것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사회는 썩어가도…영화는 만들어질 뿐이지', 일본만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 속의 악이 들춰진다는 점에서 조금은 씁쓸함을 느낀다. 아! 누구는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반복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쓸쓸함의 근저에는 다른 어떤 구체적인 이유보다도,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욱 더 커지는 것 같다.  

by kinolife 2006. 10. 14. 21:48

2006년, 119M, Color
감 독 :  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
각 본 : 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
원 안 : 니시카와 미와(西川美和)   


출 연 : 오다기리 죠(小田切 譲)
          카가와 테루유키(香川照之)
          이부 마사토(伊武雅刀)
          카니에 케이조(蟹江敬三)
          키무라 유이치(木村祐一)
          아라이 히로후미(新井浩文)
          마키 요코(真木よう子)
          피에르 타키(ピエール瀧)
          타구치 토모로오(田口トモロヲ)

음 악 : Cauliflowers

오다기리 죠가 머길래....이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 정보는 오다기리 죠 오다기리 죠 오다기리 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해 발탁당한 것도 여성인 것도 혹은 일본영화의 신예가 주는 현재 일본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도 그닥 정보화 되지 못한 영화..어찌보면 오다기리 죠의 매력에 의해 이 영화의 감수성이 뭍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형제의 이야기...주목받지 못한 인생에 대한 변방의 관심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영화...순수한 삼각관계를 생각하다 극장을 나올 때는 조금은 허탈한...우리나라에선 절대 소재화 될 수 없는 일본색 강한 영화...그게 유레루였다.
형제의 만남이 각 개인의 성장과 함께 어떻게 변화하고 익어가는지 보여주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영화적인 단면은 형제 이야기를 표피에 깔고 있지만 결국엔 개인의 고민을 담은 철저한 개인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촌 구석에서 아버지의 주유소를 불려받아 운영하는 넉수그레 형과(주유소 정도면 경영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으련만 영화속의 형은 운영이 더 울린다.) 도쿄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킹카 동생...자주 연락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머님 장례에선 말 못할 정을 나눌 수 있는 피를 나눈 형제..이들은 그런 가족관계 안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 형제로서의 관계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할 줄도 드러내지도 못하고 언제나 자신의 환경과 모습에서 도피해 온 동생,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멋들어지는 일을 하는 동생이 자신의 모습에 비춰서 한없이 비교되는 형인 한 인간로서의 각각의 캐릭터가 더 강하게 그려진다. 물론 그런 동생이 더 돋보이고 탐 나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도 물론이겠다. 영화는 이 둘의 현재 모습이 한 여자 때문에 발생한 죽음을 통해서 어떻게 심화되어 이들의 관계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런면에서 법정이라는 장소와 면회실이라는 장소는 더 없이 깊게 울리는 장치로 보여진다.

형제애와 인간성의 본질 사이를 줄다리기 하는 이 영화의 매력은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격하게 폭팔하는지 얼마나 이성적인 현실을 무시해가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인데. 보다 개인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둘과 얽혀 있는 여자의 죽음을 보다 미스터리 하게 풀어서 과연 서로에게 있어 가해자가 누구인지 관객에게 그 결정권을 주는 연출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란 그저 덜 떨어진 형제의 무모한 흠집내기 아닌가 싶은것이 조금은 김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외람되지만 형제의 외모가 너무 차이난다는 점. 이런 면에서는 형도 매력이 있으나 스스로 알지 못하고 그래서 인정하지 못하는 유약자로 비쳐지면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형이 좀 더 외모적으로 매력이 숨겨져 있는 사람이면 서 영화 중간 중간에 아니 형도 괜찮은데 왜 그러지...이런 느낌으로 비쳐 졌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인지 모르겠다. 실제 상당수 관객이 너무 쉽게 오다기리 죠의 심리 상태에 오버랩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 아쉽다.
다리를 지난 사람(타게루, 동생)과 다리를 건너지 못한 사람(미노루, 형)의 이야기에서 우리 살아가는 게 결국은 다리를 지나는 것과 그러지 못한 사람간의 간극이 있고 그 차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을 그리고 타인이 보는 내 삶의 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그 인간을 평가하고 재단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게끔 한다. 그 다리가 흔들거리는 다리이든, 삐까뻔쩍한 금교이든...건넌자가 있고 건너고자 하는 자가 있고, 건널 수 없는 사람이 있고 건너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또 이미 건낸 사람이 있듯 스스로의 평가가 현실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던 이 두 형제에게 있어서 영화 속의 다리는 건너고 안 건너고의 현실적인 결과보다는 이 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경계선에 묶여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영화속의 대사처럼 별 볼일 없는 인생에의 도피는 이 두 형제 모두에겐 실패였으니까...

모처럼...정말 몇 年만이라고 해도 좋을 극장 구경이 흥쾌함보단 미진함이 후렴함 보다는 답답함이 스며드는건 Unhappy Line, Unclear Bridge가 영화 속에 내내 엄습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 상영날 극장의 로비에는 영화 속에서 오다기리 죠가 입었던 의상을 전시하고 있었는데...이 극장스러운 소박한 이벤트인 이 옷마저 을씨년 스럽게 느껴졌다. 서늘한 가을이라 그런가....

 
by kinolife 2006. 10. 12. 01:04
2000년, 120M, Color
감 독 : 시노자키 마코토(篠崎誠)
각 본 : 시노자키 마코토(篠崎誠)
          야마무라 레이(山村玲)

출 연: 미하시 타츠야(三橋達也)
         오오키 미노루(大木實)
         아오키 토미오(靑木富夫)
         우치노미 케이코(內海圭子)
         카자미 아키코(風見章子)
         사나다 마스미(眞田麻垂美)
         엔도 마사시(遠藤雅)
         오오모리 나오(大森南朋)    
         나카무라 이쿠지(中村育二)
         시노다 사부로(篠田三郎)
         호시 미치코(星美智子)    
         사에키 히데오(佐伯秀男)

2차 대전에 대한 기억이나 전쟁의 상흔은 전투가 치열했던 겹전지의 땅이 울고, 상처받았으며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조금은 다른 아픔을 세계 곳곳에 남겼다. 전쟁의 상처는 전쟁터 안은 물론이거니와 밖에서도 쉼 없이 되물림 되어 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것에 관한 한편의 일본영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전쟁의 아픔이라는 흔한 소재에 흔하지 않은 인간애를 느끼게 하며 부산영화제를 통해 우리를 찾아 왔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忘れられぬ人..,>이며 이 영화의 감독은 1995년 정신장애를 지닌 아내를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 <오카에리>로 부산을 찾았던 시노자키 마코토(篠崎誠)이다. 1999년에는 부산 영화제에 소개되었던 기타도 다케시의 영화 <키구지로의 여름>에 관한 촬영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감독이기도 하다니, 결국 거의 전작, 신작 참여작 모두를 부산의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성립되니까 그는 부산영화제와는 인연이 깊은 사람이라고 불 수 있겠다. 이런 부산에서의 그와의 만남은 전직 영화평론가 출신이라는 소개 안에 담긴 날카롭고 해박한 영화 읽기가 그가 잡은 카메라에서는 어떻게 변화해서 보여지고 있는지 궁금을 유발하게 하기도 한다.

영화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의 참전군인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주인공들 중의 하나인 키지마는 동료였던 카나야마를 전장에서 죽게 내버려둔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람이다.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키지마는 참전군인들이 가지는 그들의 정기적인 모임에서도 그 기억의 부담감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 전형적인 전쟁 휴유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서도 전우 카나야마에게서 유품으로 넘겨받은 하모니카만은 쓸쓸한 그의 기억 속에서 인생의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참전군인 모임에 카나야마의 손녀가 온다는 소식을 듣은 키지마가 카나야마의 유품을 전해 주기 위해 참석하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동료들과 자신의 과거 전쟁의 기억에 빠져들먄서 영화는 전쟁터로 향한다. 그리고 카나야마 이외의 전우들의 삶을 조금씩 나눌 수 있는 전쟁 이후의 전우들과 함께 하게 된다.

영화는 한 군인의 기억에 대한 단편들이 그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전쟁의 경험자들의 삶을 보다 깊은 아픔으로 느껴지게 한다. 지독히 아픈 과거는 언제나 현재의 삶을 짓누르고 방해해왔던 것처럼, 이들은 그들의 아픔을 현재의 삶 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쟁은 개인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위협적인 것임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다. 영화는 전쟁의 피폐함이 아니라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미치광이 전쟁처럼 미쳐가고 있고,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어깨를 기대고 살아가듯 각자의 고통 속에 휩싸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전체적인 골격 속에서 2차 세계대전에 관한 한 일본에 대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 것은 이 영화가 전쟁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보기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좋은 작용제가 되고 있다. 영화는 카나야마가 동료에게 남긴 하모니카를 통해서 전우의 감정이 얼마나 따뜻하게 전해오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고독한 자에게 언제나 있어왔던 아이콘처럼 키지마의 하모니카는 전쟁 속의 전우들의 기억을 선명하게 하듯이 그의 삶을 굳건하게 해온 것이다. 그리고 하모니카 소리는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이후 자식들에게도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남을 테니 전쟁은 전쟁 나름의 의미를 각자에게 남긴 것이 되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팍팍하고 쓰렸고.... 전쟁은 그 이해할 수 없는 가학적인 삶의 운명적 흐름의 정점에 있는 것이고....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다보면, 그 어떤 척박함 속에서도 살아가듯이 하모니카 소리는 언제나 계속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와 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아마도 하모니카 소리가 삶이 계속되는 것처럼 울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의 미덕이란 전쟁이라는 열결 고리를 통해 엮어진 노년의 사람들 속에서 그 상처를 잊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그 방법의 실천을 통해 삶을 이끌어 가면서도 그 이후 세대에게 전쟁과는 상관없는 삶을 남기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정과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는 포용력을 보여준다. 전쟁이 나쁜다는 것은 그것이 남기는 것이 다 아픈 것들이기 때문임을, 이 영화는 잔잔한 드라마를 통해 온건하지만 깊게 전해주는 것이다.
by kinolife 2006. 10. 9. 00:22

1959년, 107M, Color
감독: 이치카와 곤(市川崑)
주연: 쿄 마치코(京マチ子)  
       가노우 준코(叶順子)
       이카다이 타츠야(仲代達矢)  
       니카무라 간지로 (中村鴈治郎)  
       기타바야시 타니에(北林谷栄)

역시나 '욕망'은 인간 관계에 있어서 힘과 연동되는 심리적, 육체적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더군다나 이 단어가 '성(性)'과 짝을 이룰때는 더 묘한 확정성을 갖는 것임은 틀림이 없다. 50년대 말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 중 한명인 이치가와 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열쇠 (鍵)>는 그 처절한 '욕망의 관계' 속에 숨겨진 인간의 성적인 커넥션과 성적인 욕망으로 묘사되어 온 사랑 하고 싶음, 혹은 사랑 받고 싶음, 무언가를 가지고 싶음, 혹은 빼앗고 싶음에 대한 관계설정에 대한 묘한 매력을 남기는 영화다.

초로의 고미술 감정가 겐모치와 그와는 상반되게 어려보이는 중년 부인 야쿠코, 그리고 어딘지 모를 애매모호한 성격을 지닌 딸 도시코와 그녀의 약혼녀이자 의사인 기무라. 이 네명을 둘러싼 욕망의 관계는 여느 미스터리 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교차편집으로 궁금즘 유발함은 물론. 이들 간의 관계를 알려주며 풀어지는 영화의 열쇠들은 영화에 흥미를 더해 준다. 겐모치는 자신의 성적 흥분을 배가 시키기 위해 부인 몰래 정력 증진 주사를 맞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딸과 정략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사위 기무라와의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른바 질투요법. 목욕 이후 나신의 아내를 기무라에게 맡기는가 하면, 자신이 찍은 부인의 나체 사진의 인화를 기무라에게 부탁 하면서 이들 각각의 목적에 충실 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게 한다. 이른바. 일본식 헨다이의 순진한 한 형태일지도 모르겠으나 겐모치는 자신이 행할 수 없는 성적 만족을 부인의 외도를 통한 대리 충족으로 위안을 삼는다. 부인 이쿠코는 남편의 뜻을 따른다는 명목 하의 성적인 탐닉에 빠져들면서 부인할 수 없는 성적욕망을 즐기며, 겐모치의 예비 사위인 기무라는 명망 높은 어른을 장인으로 두면서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함은 물론 성적으로 능숙한 부인과의 섹스 역시 궂이 피할 이유는 없는 장사에 기꺼이 동참한다. 여기서 사건을 즐기는 겐모치와 그 안에서 성적인 탐닉에 빠지는 중년 부인과 젊은 의사의 성적 유희는 주인의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당연한 놀이. 이들 관계에서는 성적인 욕망을 차지한 승자들의 게임만이 이어진다.


하지만, 게임이란 언제나 승자 뒤에 패자가 있기 마련, 이렇게 세 명의 관계 속에서 성적 욕망이 꽃 필 무렵, 이들 관계에서 배제된 딸 도시코는 자신의 약혼자와 엄마와 벌어지는 성적 관계와 이 모든 것을 주도, 방관하는 아버지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절대적인 패자로 부각된다. 사건의 종말은 역시 이 독기에 찬 패자의 결단으로 마루리 되기 십상이지만, 이치카와 콘은 여기에다 별로 주목할 것 없어 보이는 할머니 가정부의 어눌함을 통해 이 성과 욕망을 둘러싼 게임에서의 절대 승자나 이 모든 것을 처단할 극단적인 패자의 용기 따위를 허락하지 않는 연출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빨간색의 농약통과 녹색의 조미료통의 애매모호함과 할머니의 색맹, 그리고 통 안의 내용물을 바꾼다는 복합적인 복선과 에피소드들은 절대적인 약자의 강자 퇴치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으면서 인간의 욕망의 끝이란 어떠한 목적과 의미를 담고 다른 과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허무하게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자신의 사위와 아내를 연결하는 남편, 딸과 결혼할 사위임을 알면서도 관계를 가지는 엄마, 장인의 건강 상태를 알면서도 주사를 놓으며 성적인 욕망을 부추키는 사위,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며 이들 모두에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딸...이 넷의 얽히고 섥힌 관계 사이에 내재된 성은 인물의 위치에 따라 굉장히  이기적이면서도 피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대부분의 성관계가 피동적일 뿐 아니라 성적인 대상의 주체에 따라 자율적일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욕망은 주변에서 받기도 하지만 그걸 통해 안에서 분출하는 것임을 역시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 <열쇠> 속의 성이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절대적인 수단이며 그 절대적인 이유는 모든 관계를 목잡하게 얽히게 해 욕망의 처절하면서도 추한 모습을 이끌어 낸다. 영화 말미, 늙은 가정부의 혼돈으로 인해 모두 죽음으로 맏는 결말은 블랙 코미디의 한 진수, 이른바 각자가 성적인 욕망에 도취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주인공들의 우매함은 영화의 발단 자체가 흥미로웠듯이 그 뻔한 결과에도 힘 빠지지 않은 이치카와 콘의 재치를 엿 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일본의 탐미화 문학의 거장인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이치카와 콘의 전성기 때 제작 되었으며 이후에도 구카시로 타츠미와 와카미츠 코우지, 이케다 토시하루 같은 후배 감독들에 의해 다시 제작되기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탐미 문학 속에 표현된 인간의 성은 굴절된 인간성과 분별없는 욕망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냉정하게 그리고 있으며 이치카와 콘은 여느 추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다각적인 영화적인 시점을 통해 흥미롭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의 개성있는 연출의 묘미를 충분히 맛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by kinolife 2006. 9. 27. 23:57
2002년, 102M, Color
감독: 사부(SABU)
주연: 츠츠미 신이치(堤眞一)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
       안도 마사노부(安藤政信)
       오오스기 렌(大杉漣),
       테라지마 스스무(寺島進)

인생이란 수 많은 비유법으로 칭송되고, 의미화 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길"이란 단어에 의해 규정 지어진 삶이란 언제나 끝이 없고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어떤 꽉 짜여진 길이 가지고 있는 묘한 의미처럼 다가오곤 했다. 그래서 운명같고, 또 그래서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길과 같은 인생, 우리는 그 위를 걸어가면서 살아가고, 뛰어가면서 넘어가고, 때론 쉬면서 나름의 형태를 취하며 길을 지나간다. 물론 그 길이란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잖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길로 치환된 삶에 대해 그리고 그 길을 지배하는 인생의 속도에 관한 의미를 생각케 하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드라이브 Drive> 말 그대로 인생, 길, 속도에 관한 왁짝지컬한 인생역전 코미디이다.

영화를 만든 이는 국내에 <포스트맨 블루스>로 어느 정도 알려진 사부 감독,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재미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별 욕심없이 작게 잘 그려내는 감독이다.

모든 차들은 다 떠나고, 홀로 정지선에 서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그리고 그 차를 허겁지겁 얻어타는 세 명의 남자, 셋 다 복면을 쓰고 있고, 하나는 칼까지 들고 있는 걸 보니 직업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차에 오르자마자 셋은 흥분한 상태에서 앞 차를 따라가라고 칼을 움직이며 외쳐 보지만, 이 차의 주인은 그저 '규정속도 40'을 지키는 바른생활맨이자 답답이.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하던 셋은 어느새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복면도 벗어던진 채 이 답답이를 향해 외치다가 안 통하는 걸 알고 한숨을 짓는다. 차례대로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 세명의 강도는 아 아, 할 정도로 얼굴이 낯이 익은 일본의 배우들이라 반갑다. 이 황당한 사건으로 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이 작은 차에 타고 있는 4명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생을 통해 삶의 일면과 그 삶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속도를 보여준다. 같은 길을 같은 차를 타고 가지만 각각 다른 인생은 그들만의 가속도(각각 다른 과거와 현재로 연결되는 속도)를 통해 다르게 보여진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지만....그 인생은 차에서 하나씩 각자만의 이유를 가지고 '하차'하는 형식으로 결론지어지며, 그것은 각자 캐릭터들의 과거와 관련되어 현재의 삶을 보여주며 현재의 선택이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한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취하는 삶은 각자의 속도가 보여진 드라이브처럼 길 위에서 보여지고 계속된다.

제일 먼저 차에서 하차하는 청년과 중년의 중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 아저씨는 음울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을 전해주는 독특한 캐릭터. 마치 스님같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 이 현학자는 우연히 마약에 심취해 있는 하드락 밴드(장르는 불확실하다. 펑크인지도 모르겠다)의 멤버를 질책하다가 마약에 뿅이 가 버린 놈 대신 무대에 오르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된다. 이른바 밴드의 간주 중간 중간에 랩 형식으로 중얼거리던 현학자의 말이 무대 아래에서 조명과 음악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 대중스타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번의 오디션도 없이 그는 어느 락 밴드의 리드싱어이자 랩퍼가 된 것이다. 로또보다 심한 인생의 우연, 여기서 크게 아니 웃을 수가 없다. 마치 어느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에서 본 듯한 이 우연의 컨셉은 스님이나 어느 철학자가 세상을 단죄하는 것과 젊음이 넘치는 음악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사부 식의 세상보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어정쩡한 나이의 아저씨는 차에서 제일 먼저 내린다.


그 다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4명의 강도 중 가장 잘 생긴 청년, 우연히 신호 대기에 선 자동차 옆으로 묘령의 아가씨가 뒷 자석에 벌러덩 누운 청년을 보고 외친다. "지금 머하고 있는 거야?" 그냥 머....같이 은행을 털던 동료를 잡으려다 얻어탄 차가 추격은 커녕은 개인사를 뒤지는 로드 무비 형식의 운행이 되면서 동행하던 중이었다는 정도가 정답이 될 만하겠지만, 이 아가씨의 등장으로 이 청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차는 잠시 야구 연습장에 쉬게 되고, 실력을 발휘하던 청년은 프로야구단의 스카우터의 눈에 띄는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맞는다. 어찌 그가 야구 실력이 있으며, 그의 그런 야구 실력을 딱 봐줄 스카우트가 거기 있었을까? 역시 사부식의 이 황당한 설정이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청년은 야구장으로,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도 기꺼이 그의 옆에 있으리라. 이로써 두 번째 하차다.

이제 남은 두 사람 중에서 이야기의 축이 되는 것은 주인공, 역시 이 뜻하지 않았던 동행은 소심하다 못해 짜증발전소를 방불케 하는 주인공의 소심증을 낳게 하고, 눈여겨 보던 은행 아가씨와의 새로운 동행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주인잃은 돈에게 제 갈길을 안내 해주며, 교정속도가 안겨 줬던 생활에 또 다른 드라이브의 속도를 선사한다.


젊은 감독 사부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엿보이는 이 영화는 차 한 대와 그 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우연적이면서도 상상적이며, 또한 엽기적인 상황을 통해 인생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인생이 길로 치환되는 영화 속에서 드라이브란 그 과정이며, 그 안에 있는 속도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차를 운전하는 속도=방식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이 사부식의 은유와 그 속에 담긴 유머가 비슷한 그의 영화들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그 표현의 방식이 주는 묘미가 아니라 정론을 비켜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정론을 표현하는 사부만의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싶다.
by kinolife 2006. 7. 14. 20:32
1956년 10월 29일
* 출 신 : 도쿄도(東京都) 메구로(目黑區)
* 데 뷔 : 1984년 핑크영화로 데뷔
* 학 력 : 릿교(立敎)대학 문학부 불문과 졸업
* 가족관계: 1996년 발레리나 쿠사가리 다미요(草刈民代)(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과 결혼

국내 최초의 국제영화제인 부산영화제에서 97년 소개된 영화 <쉘 위 댄스? Shall we ダン>로 우리에게도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는 일본의 싸구려 애로영화를 지칭하는 핑크무비를 만들던 감독이었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자면 '유호'로 대표되는 애로영화 감독 출신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영화사에 빠지지 않는 명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를 영화 스승으로 동경하면서도 핑크 무비를 찍으면서 자신의 영화 생활을 시작한 수오 마사유키의 이 이력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핑크무비와 야스지로 참으로 어울리지 이름들이다.

1956년 도쿄 태생으로 중학교 때는 야구부에서 주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팔꿈치를 다쳐 문과 계열로 전향, 그가 영화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은 2년 동안 재수생활을 할 때였다고 한다. 처음엔 재미로 영화를 보다 점차 예술 영화 전용관을 전전하며 일본영화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 시절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꿈을 품고 있던 마사유키는 본격적으로 영화에 몰입,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 <변태 가족·형님의 신부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의 극본과 감독을 모두 맡아 영화작가로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그의 이 감독 데뷔작은 일본 평론가들로부터 핑크영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시코 밟아 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의 극본을 쓰고, 감독을 맡게 되는데, 이는 수오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극적 순간에 최종적으로 집약되는 뛰어난 내러티브 구조 속에서 눈물과 웃음이 한데 뒤엉킨 인생의 묘미를 여러 인간의 군상을 통해 표현한 이 작품은 키네마 준보(キネマ旬報)의 베스트 원,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거의 모든 영화상을 독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영화사로부터는 "이것이 바로 상업영화다"라는 극찬을 받아 흥행감독으로 그 이름을 높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우리에겐 <쉘 위 댄스? Shell we ダンス?>를 크게 기억한다. 가족주의적 댄스영화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이 영화는 핑크무비의 감독을 헐리우드에 까지 이름을 드높히게 하고 있다. 사교댄스를 음지의 문화에서 양지의 문화로 전환시키는 등 일반대중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쉘 위 댄스?>는 일본 아카데미상을 13개 전부문을 석권했으며 1997년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영되기도 했었다. 이 영화는 선댄스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급기야는 헐리우드에 당당히 개봉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소문이 퍼져 개봉,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에게 알려진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보다 활발하고 명랑한 마사유키 식의 가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본색이 강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지 않는 주인공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적인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인 셈이다. 수오 마사유키는 핑크라는 달리기의 출발점에서 헐리우드라는 현재 그의 모습에서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재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감독이다.

Filmography

<동경맑음 東京日和> (1997)
<쉘 위 댄스?Shall we ダンス?> (1996)
<大災難> OVA (1995)
<119> (1994)
<무덤과 이혼 お墓と離婚> (1993)
<異常の人? ??の虹の三兄弟> OVA (1993)
<시꼬 밟아버렸다 シコふんじゃった> (1992)
<팬시 댄스 ファンシダンス> (1989)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2> OVA(1988)
<マルサの女をマルサする> OVA(1987)
<변태가족, 아버지와 형수 變態家族兄貴の嫁さん> (1984)
<짧은 속옷의 여인, 막 벗은 향내 スキャンティド ル 脫ぎたての香り> (1984)
<神田川淫??? > (1983)
<늑대 狼> (1982)
by kinolife 2006. 7. 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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