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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이라고 쓰여져 있는 일기장..

대부분 초등아이들이 쓰는 그림일기장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딸이 6살이 되던 해 나는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그걸 기록하는 것에 대한 힘을 알아서 함께 독서노트를 써..아니 그려 보기로 했다. 어떤 노트에다가 어떤 식으로 쓸지 구체적으로 계획안이 있거나 모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중학교 때부터 띄엄 띄엄 열기가 타 올랐다가 식어버리면 아예 손 놓고는 다시 불타 오르고를 반복하면서 썼던 독서의 기록이 어쩌면 지금의 내 삶의 좋은 양분이었다는 생각에 그런 습관을 딸아이에게 남겨 주고 싶어서 그런 욕심으로 시작한 독서일기 쓰기+그리기였다. 

 

집에는 늘 긴 거실 테이블 위에 다양한 필기도구와 도화지들이 있었고..

언제나 그리고 쓰고 오리고 붙이고 모두 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들어 두었다.

가끔 문구점에 들르거나 인터넷에서 본 새로운 문구용품이 있으면 즉각 사서 거실 테이블 위에 비치 했다. 

묵으로 쓰는 글이랑 펜으로 그리는 그림이 느낌이 다르고 그 과정이 주는 화학 작용들이 고스란히 아이의 경험으로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랐다. 당시만 해도 워킹 맘이라 늘 시간이 쫒겼었고. 딸 아이가 무언가를 그리거나 끄적이면 그게 그렇게 평안해 보일 수가 없었다. 엄마가 내내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일하는 동안 내내 너가 그린다면 우린 함께 그 거실 테이블에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멀쩡하게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면 딸이 2학년에 되기 전에 미대를 가고 싶다고 했고.. 어쩌다보니 미대생이 되었다. 늘 그리고 끄적이고 만들어내던 걸 전공 삼아서 공예를 배우고 있으니.. 독서노트에 그림을 그린 힘이었으려나 생각하다가 때론 그렇게 인생 퍼즐 한번 끼워 맞춰보는 거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우린 저 노트가 20권이 넘도록 함께 동화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책의 정보들을 기록하고 남겼다. 5~6년 정도 꾸준히 했었는데..그 기록을 보면..그때 딸의 유년기간을 함께 했던 내가 떠오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딸에게 물어보니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남편 말로는 나만 늘 좋았지만..누군가가 좋았다면 좋았던 거라고.. 그런 우리들의 기록을 여기에 남겨볼까 한다.

 

낡은...6살 딸아이는 이 노트를 잘못 오리기도 했나보다.. 첫 노트

 

2011년에 처음 시작한 첫 그림일기..첫번째 그림책은 토미 드 파올라의 그림책이다. 

 

제목은 [꼬마 제인이 없어졌어요] 첫번째 책이다보니..책의 내용보다는 책의 구성에 대해서 책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작가는 토미 드 파올라, 출판사는 한국 프뢰벨이다. 당시 동화책은 대부분 집 앞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한달에 몇권씩 단행본을 사서 책장을 채우고는 했는데..당시 프뢰벨의 창작동화들은 꽤 매력적이었다. 일단 작가들의 구성이 꽤 동화책의 클래식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주요 작가들의 책들이 많았고, 단행본으로 발간되지 않은 책들이 많았다. 보통 전집 구성에 대한 인상이 가격은 비싸고..로 시작되는데 그 선봉장이 사실은 프뢰벨이랑 몬테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물론 후발주자로 등장한 웅진 계열의 전집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당시 국내 발간 동화책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누군가가 꽤나 정성스럽게 큐레이션 했잖아! 그런 생각이 들만한 구성들이었고, 가격이 비싸서 그랬을까 꽤 화려하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물론 비싼 책 돈 다주고 살 수 없다. 너무 살책이 많기 때문에...

 

당시 중고 전집의 보물창고는 역시 개똥이네...

이 전집도 개똥이네에서 샀던 기억이 있다. 아이랑 읽기 시작하기 전부터 시동 걸어서 읽었던 동화책이 꽤 되고 단행본으로 전집으로 산 책들이 2천권은 족히 될 것 같은데.. 아이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내가 좋아하는 몇몇의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중고 단행본으로 한권씩 한권씩 팔았는데..이 책을 다시 보려고 찾아보니 집에 없는걸 보니 또 2천원에 팔아 먹었는가 보다.. 아무튼 큰딸이 쓴 독서노트에 처음 등장하는 작가는 토미 드 파올라다,

 

첫번째 기록이다보니..작가와 책 제목 출판사까지 꽤 잘 설명해서 기록한것 같은데 형식은 자유롭기 그지 없다. 여섯 살 꼬마는 왜 책 표지에 있는 글자를 그리듯이라고 쓰라고 했는지 아리쏭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사실 제목과 작가 출판사가 반이 넘지 않나..물론 내 생각이다. 지금도 그림을 잘 그려서 실기자 우수로 미대에서 공부중이지만, 그림은 저 때 그림이 더 사랑스럽다. 지금은 잘 그린다면 저 때는 사랑스럽게 그렸다. 

꽤 오래간만에 꺼내서 보는데 그래도 동화책 내의 주인공들에 대한 딸의 구분이 명확하게 그려져 있다. 그렇게 동화책 읽기 그리기 기록하기의 시작이 열렸다.

 

 

이날 읽은 책  [꼬마 제인이 없어졌어요] 작가 : 토미 드 파올라(Tomie dePaola) 출판사 : 한국프뢰벨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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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25. 9. 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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