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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올미다
2006년, 한국, 108분

감독: 김석윤
출연: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서승현
        김혜옥
        임현식

작품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TV 드라마를 통해서 방영 될 때 일부러 찾아서 보진 않았지만, 종종 보곤 했던 드라마라 극 중의 캐릭터나 스타일 등은 이미 알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세 명의 노처녀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드라마 속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미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일축해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서른을 넘은 여자에 대한 인식이 근래 들어서 아주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대부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운 가치를 많이 배제한 휴머니티로도 모자라는 서글픔이 잠재된 존재만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 스스로가 너무 늦게 자아 찾기를 시작하거나 막상 실현하자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그것 자체에 대한 가치인식의 깊이 역시도 약하기 때문에 지례 포기하고 겁을 먹고 포기 하기 마련이다. 작은 시도이든 시도가 없었던 서른 근저로 들어서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회에 순응하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허탈감은 극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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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아주아주 희박한 영화같은 상상 중에 속한다는 서른 넘은 노처녀에게 꽃피는 봄이 다시 오랴!! 라는 설정에 올 지도 모를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적 뻔한 결론이 서른을 넘기고..먼가 이룬것도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없는 이 땅의 대부분 소박한 노처녀들에게는 기쁜 편지 한통 같은 메세지 전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가꾸고 들어내는 것도 자신의 즐거움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위가 될 때는 스트레스가 되고 그게 그다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랑 서른 즈음은 이상하게 잘 매치한다. 점점 더 생활에 바탕을 둔 게으른 일상에 익숙해 지게 되고, 얼굴에 늘어난 주름만큼이나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인생의 해답이 늘 변명처럼 여성들을 뒤 쫒는다. 그래서 주름이나 기미가 많으면서도 팽팽한 20대보다 외모에 덜 관심이 있고(사실 다른 이슈가 더 커진다고 봐야겠지만), 인생 자체에 대한 고뇌에 빠지는 이 자연스러운 상반관계는 여성의 삶이 가지는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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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만, 뚜렷한 일거리가 없어 보이는 (타의에 의한 프리랜서로 보이는) 영화속의 미자는 젊은 후배 성우의 펑크 전화에 후다닥 퍼진 몸매무새를 정비하고 출두하고 퇴짜맞고...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이 사회에서 도태되어 있다는 느낌에 괴로워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우연히 맡게된 아주 작은 역할을 맡게 되면서...이 사회의 마초즘에 젖어있는 권력적 성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는 미자의 사회생활은 영화속의 코미디적 요소라고 보기에는 많이 역겨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사회의 성의 권력 구조란 영화속의 미자가 격는 현실과 별반 다를바 없다는(때론 이 성적 역학관계의 성립이 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성에 한한다는 제한조건 덕분에 그 권력구조에서 완전히 배제된 여성-이른바, 성적 매력이 없는 -이 더 처절한 소외감을 받는다는 우스게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데서 절망감은 극에 달한다. 온전히 미자라는 주인공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드라마 속의 다른 두 친구의 생활을 통한 그 또래 여성의 다양한 삶이 드러나지 않고, 이들 세 여성간의 우정에 관한 에피소드가 적어서 안타가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깔끔한 진행을 위해서는 감독의 당연한 선택이었으나, 드라마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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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된 줄거리..노처녀 백수 처자의 횡재수(잘 나가는 사회적 지위에, 멀꿈한 외모, 거기에다 연하라고 하는 옵션까지 갖춘 남자 꿰차기라고 하는) 찾아가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자와 함게 사는 세 할머니와 어리버리한 외삼촌, 소시민적인 아빠까지..사회적으로 잘못 없이 소외된 이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영화를 알차게 하는 최고의 부록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련된 조연 배우들의 능숙하면서도 농염한 연기는 이 영화를 받쳐주는 진정한 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영옥의 원맨쇼라고 불려져도 좋을 만한 영화속의 캐릭터는 영화적 인물로 치부해버린다고 해도 아름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큰 흥행 포인트 없이..놀라운 영화적인 효과 없이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서른의 초초한 손녀딸과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허망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서 채우는 할머니들의 삶이 여성의 삶에 대한 단편들을 잘 조합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소녀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더 늙어서 언젠가는 할머니가 된다. 그러는 사이 노처녀가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노총각도 있기 마련이며 그 노총각도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된다. 모든 인간이 늙지만 그 안에서 여자의 늙음은 다른 무엇에 겨준 수 없을 만큼 쓸쓸하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늙은 여자란 얼마나 비추한 상태의 인간존재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즐겁게 비틀어주고 영화적 결말까지 선사하는 이 따뜻한 코미디는 충분히 일부의 동조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조합과 드라마를 통해 다져진 팀웍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노처녀의 이야기로 단정 지으면 간단해 진다. 그리고 자신이 그 즘의 존재이든 아니든 지나왔던 지나가고 있든 혹은 앞에 다가올 걸 미리 아는 여성일지라도 이 사회적 통과의례는 대부분의 여성에겐 각자에게 짐지워진 만큼 씁쓸함과 쓸쓸함을 맞게 된다. 나도 그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은 그 시기보다 더 늙어가고 있지만...그것과 무관한게 인생은 흘러간다.그렇게 때문에 이 씁쓸한 소재의 영화를 웃으면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by kinolife 2007. 3. 22.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