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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일본 영화, 102분
영문제목 : Happy Flight

감 독 : 야구치 시노부(矢口史靖)
각 본 : 야구치 시노부(矢口史靖)
 
출 연 : 타나베 세이이치(田辺誠一)
          토키토 사부로(時任三郎)
          아야세 하루카(綾瀬はるか) 
          후키이시 카즈에(吹石一恵)
          타바타 토모코(田畑智子)
          테라지마 시노부(寺島しのぶ)

촬 영 : 키쿠무라 토쿠쇼(喜久村徳章)
음 악 : 믹키 요시노(ミッキー吉野)

아주 오래간 만에 본 아구치 시노부의 영화..그의 시나리오와 이야기가 점점 더 세분화되면서 탄탄해지는 느낌..그리고 영화의 교과서에 가깝게 충실해지고 있는 느낌을 받게 한 영화다. 그의 데뷔작을 처음 보았을 때의 상큼함은 찾기 어려웠지만, 즐기면서 영화볼 수 있도록 안정감 있는 비행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웠던 건 일본의 아나 항공의 이면 저면을 볼 수 있는 전문적인 환경의 나열이었다. 아직까지 신혼여행을 포함해서 국외 국내 포함 40이 다 되어 가도록 3번의 왕복 비행, 1회의 편도 비행 밖에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데 영화는 그 비행을 위한 일면을 아주 쏙쏙들이 속 시원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다.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발로 뛰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비행기 타기는 꽤 타기도 어렵지만..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태우기도 쉽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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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순하게는 주인공인 신출내기 승무원 아츠코(아야세 하루카 분)의 일면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영화속에 등장하는 만은 주, 조연 배우들 다시 말하면, 영화속의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비행기도 자동장치로 비행된다지만, 숙련된 파일롯이 없는 비행이란 역시 위험하고, 케이터링 서비스가 빠진 탑승이란 밥 먹고 커피를 안 마셔준것 처럼 조금 허전한 면이 있어 보인다. 영화는 마치 현미경을 들이대듯이 비행기 주변이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서 아주 다이나믹한 이야기들을 풀어 낸다. 이야기의 축은 크게 여성 승무원의 세계, 기장으로써 테스트를 받는 파일롯의 세계. 그리고 이들을 태운 비행기 밖에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세계로 분화되어 함께 움직인다. 승무원이나 파일롯의 세계가 큰 양 날개라 한다면 비행기 밖에서 뛰는 이들이 몸통 그 자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기초이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현실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가 바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다. 영화는 그 요소들의 이면들 헤집으면서 아주 소소한 재미와 정보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 나열되어 시기 적절하게 배치된 아주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이 영화의 집요한 일면을 보여 주는데, 여기서 야구치 시노부의 매력이 터져 나와준다. 감독의 세심함은 영화를 보다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고 각 장면마다 필요한 감정을 양산하는 훌륭한 근거가 된다. 그의 작품들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영화 속의 인물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영화 속에 배치시키는 점이 이 영화 역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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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를 좀 보는 이들에겐 아주 익숙한 얼굴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들을 쫒아가면서 보는 재미 역시도 쏠쏠하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서 영화보는게 편안하다. 적당한 긴장감과 행복한 비행에 맞게 잘 풀릴거라고 생각하고 보는 안정적인 코미디 영화라 시간도 술술 잘 지나간다. 영화 속의 스탭이나 배우들은 무척 바쁘게 뛰어 다니고 사건에 휘말리고 발을 동동거리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저 에피소드 일 뿐이다. 가발 아저씨나 자리로 화딱질 내는 아저씨 같은 장면은...뭐 인생사 그렇지 뭐!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하는 장면이다. 이때 스물 흘러나오는 썩소가 바로 이 영화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재미의 대표! 일면 작위적인 에피소드일지라도.비행장 주변에서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상식적인 장면이라데는 이견이 없다. 드라마 <백야행>에서 눈여겨 보았던 아야세 하루카의 코미디 어물쩡어물쩡 연기도 잘 어울리고 영화 곳곳에서 야구치 시노부의 재능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등장인물들이 전해주는 한판의 굿판처럼 영화는 이륙에서 착륙까지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한 직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전해 준다. 감독의 재능이 여러 면에서 담겨 있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역시 좋다. 이야기하자면 무지하게 길어질만한 에피소들은 마치 방금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를 다녀 온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생생하고 짧은 비행처럼 피로감 없이 즐거움을 전해 준다. 여행을 위해서 비행기 앞에 오르고 내리고 하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설레임을 담고 있는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그 설레임이 무엇인지 경험해 본 이들에겐 영화를 통해서 사뭇 비슷한 설레임을 연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비행장에 가 본지 오래 된 이들에겐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가볼까.. 낯선 사람들의 얼굴을 좀 보고 즐겨볼까 하는 욕망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난 조금 그랬다. 멀리 떠나보고잡네...라는 여운까지 전해 준 즐거운 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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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9. 10. 28. 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