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글: 한창훈
출판사: 문학동네
2010.09 초판
가격: 13.800

풍문으로 귀동냥으로 그저 들어왔던 책을 이번 북페어에서 눈 질끈 감고 업어 왔다. 몇일 동안 딸아이 등하교 길에 들고 다녔더니..7살짜리 딸 아이가 책 속의 크로키에 관심을 가지고 책 속의 사진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그러고 보니 바닷음식이 주는 풍요로움이 어른들만의 몫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유유자적, 공부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어부 문인이라 불러도 좋을 한창환의 글은 책 속에 설명 되어 있는 막 잡아올려 자른 숭어살처럼 찰지다.

책 속에 나오는 어류에 대한 흥미로움을 뒤로하고도 그의 답백한 말씨 어린 글이 도시 깊숙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위에 상쾌한 바닷바람을 전해주는 것 같다. 주말을 이용해서 바닷가로라는 생각을 해 봉도...어찌보면 이 책 속에 박혀서 눈으로 배 부른 맛도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내 고향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데..문인 생활을 접고 고향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어부로 사는 이 저자는 그 고향에서 살아내기의 맛을 바다의 풍요로운 먹거리로 풀어내 눈과 상상력을 즐겁게 해 준다. 책 속의 기다림과 여유, 고된 노동과는 상관없이 엉덩이를 마구 내리치는 매가 무서워 마구 달려가기만 하는 요즘의 내 모습에서 고향, 고향의 맛은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필히 회 한 번 먹어야 겠다, 어떠한 종류의 어류라 해도 말이다. 맛나는 음식의 이야기는 그 음식을 먹는 것 못지 않은 기쁜 즐거움을 주고 쉬운 문체는 책장음 훔쳐가듯 읽히게 한다.

- 책 속의 글 -

"돈이 위세를 떠는 짓은 이곳 변방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노선은 유지되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사람들이 생선과 쌀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낚시하다보면 마을 해녀가 소라 몇 개 내 발치에 두고 가기도 한다."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못 사먹는다면 방법은 하나. 낚아 먹으면 된다."

"밤 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가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텅 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 짓이다."  

by kinolife 2011. 7. 3.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