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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별아
출판사 : 문이당
2005.06 초판 29쇄

빌린지는 꽤 된 듯 한데 그 사이 읽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빌려주고 뒤 늦게 받아서 이번주에 짬내서 다 읽어버렸다. 진정 문학보다는 대중소설에 가까운 말랑말랑 소설의 전현을 오래간만에 맛 보았다.

읽는 동안 지루함이나 고통 같은 것은 없었지만, 이거 꼭 읽어야 했나 머 그런 생각도 같이 들었다. 미사어구나 표현이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지만 감동 근저에도 가지는 못하니 통속소설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무튼 다 읽고나니 읽었나 싶다.

- 책 속의 글 -

"무릇 사랑이 그러하다. 깨어지고 부서져 사라지는 순간 그 정체가 가장 선명해진다."
by kinolife 2010. 3. 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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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연수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2009.01 초판 8쇄

1930년대 동만주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모티브로 김연수가 그려내는 역사상상소설이라고 해야할 이 연애 치정 역사 소설..역사적인 사실을 조금 차지하고라도 조금 다이나믹하게 읽을 수 있다. 위대한 역사도 개인의 역사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고 아무리 찬란한 역사라고 하나 인간 없이 가능한 것은 없으니 소설은 역시 인간미 풀풀 넘치는 묘사로 흥미로운 시간을 전해준다. 역사적인 사실은 전혀 모르고 지금도 그저 소설의 모티브 정도의 지식과 영감으로 남아 있지만 소설 속의 인물들이 주는 쏠쏠한 재미로 꽤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소재를 살려내는 힘이 인물의 관계에 함몰되는 건 보면, 역시 김연수는 연애소설은 잘 쓰지만. 사이즈 큰 걸 버거운 건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 책 속의 글 -

"죽음이란 그것을 통해 삶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만으로 족한 거야"

"서로의 심장을 꺼내놓고 싸우고 나면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테니까. 역사책이란 그런 사람들의 심장에서 뿜어난 피로 쓴 책이야."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컨대 측량이란 완전해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익히는 일이다.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재어보면 분명 참값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도면으로 옮길 때는 참값을 포기해야만 한다."

"도덕이란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만이 알 수 있는 것이오. 일단 그렇게 변화하는 인간의 도덕을 알게 되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잔혹한 일들을 혐오하게 될 수 밖에 없소. 변화를 멈춘 죽은 자들만이 변화하는 인간을 잔혹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건 정말 구역질이 나는 일이오.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 힘이 더 센 존재요. 나는 잔인한 세계에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잔인한 세계 속에서도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자가 됐소. 인간이 성장하는 한, 세계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오. 그런 인간의 힘을 나는 믿었소."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by kinolife 2009. 7. 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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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황순원문학상 07
글 : 김연수
출판사 : 중앙 Books
2007.09 초판 1쇄

김연수의 책을 다 보겠다고 해서 샀는데..문학상을 탄 단편집이라 ..에헤라 책을 잘못 사셨네 했다. 꼭 상을 타서가 아니라 김연수의 작품과 김애란의 작품이 제일 집중력 있게 읽혔던 것 같다. 이렇게 찾아 읽어도 그의 작품은 더 있을 터..물론 지금도 쓰고 계시겠지....만

- 책 속의 글 -

"휴가의 예감은 결투의 예감처럼 끔찍하고 달콤하다. 모욕에 결투로 응하는 풍습은 사라졌지만 그 깨끗한 변제에 대한 향수는 인류의 정신 속에 면면히 남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권여선의 [반죽의 형상] 中에서

"어머니의 칼 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김애란의 [칼 자국]中에서




by kinolife 2009. 3. 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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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7.09 초판 1쇄
가격: 10.000원

책이 막 출간하자 사 두고선 이번에 김연수 작가 시리즈 다 읽는다고 작심하고 후루룩 읽어버렸다. 배경이 1980년대 광주를 언급하는 부분이 곳곳에 나와서 마치 대학시절 때 읽었던 운동권 소설같은 느낌이 살짝이 들기도 했다. 조직적이고 선동적인 사회를 지나와 현재의 나에게도 이런 류의 소설 속의 정치적 상황이란 꽤 상투적인 느낌이 강하다. 김연수 씨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조금 재미 없게 읽기도 했다.

- 책 속의 글 -

"결국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는 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야"

"완전한 해방은 두려울 정도로 요염한 쾌감과 연결돼 있었다."

"다시 말하지면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수 많은 이야기(Story), 또한 그러하므로 이 세상에 그 만큼 많은 '나(Self)'가 존재한다는 애절한 신호(Signal). 정민의 눈에는 옆으로 누운, 짧게는 삼밀리미터에서 길게는 삼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많은 외로운 'S'들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을 찾아 날개를 달고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러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폭력이 몸에 벤 사람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하지 못함'이 그가 속한 세계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그런 세계에서는 제아무리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몸은 폭력보다 비폭력을 더 불편해 한다. 그걸 가리켜 현실감각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차이코스프스키 교향곡 제 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 그 순간 베르크 씨는 차이코스프스키가 그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인류가 그 곡을 어떤 식으로 들었건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러므로 다음에 올 인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곡을 새롭게 들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폐허가 됐고 베를린에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었다. 왜냐하면 삶이 본질적으로 역설이니까."

"이유 없이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그리워서 외로움에 시달리는 편이 풜씬 더 낫다는 거 나는 그때 알았다."
by kinolife 2009. 2.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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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2003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2.11 초판 1쇄
가격: 9.500원

최근에 이상문학상도 받았으니, 김연수가 국내 문학상을 꽤나 많이 탔겟구나라는 생각에 다다르니...마치 백수처럼 빵집에서 헤메인 기억이 책 구석 구석에서 들어나는 그의 이력에 밝은 기운이 가득함을 상상할 수 있다. 2003년도에 동인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집의 9편의 단편 소설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겨울날 얇은 옷자락처럼 애처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가 오버랩이 되어 있는 이 스산한 느낌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네...라는 생각을 했다.

- 책 속의 글 -

밤의 산길을 걸어가다보면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가 자신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이 아닌지 알게 된다. 빛이 없을 때 사람의 눈이란 그저 코앞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현실의 공간 역시 손을 뻗거나 발을 내딛어서 닿을 수 있는 그 정도까지일 뿐이다. 그러고 나면 자신과 세계는 완벽하게 분리된다. 두려움은 자신이 이 세상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떄 일어난다. - [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 중에서
by kinolife 2009. 2. 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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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창비
2005.05 초판 1쇄
가격: 9.500원

과거를 무대로 해서 조금씩 나타나는 모던의 향취가 가득한 단편들이 담긴 작품이 많이 담긴 단편집이다....김연수는 단편보다 장편들이 더 좋은 것 같다.

- 책 속의 글 -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때, 끝나는 법이라오."

"미리 통지하고 찾아오는 불운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모든 불운이라는 것은 자신이 생각했던 인과관계의 규칙에서 벗어난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일 뿐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中

"삶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역사가와 같다."-[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中

"들어봐, 전쟁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닮았어. 몇가지 이유만 있으면 완전히 딴판이 되어버리거든. 하하하. 재미있나? 조심하게.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내가 전쟁이란 삶을 닮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누가 자네에게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먼저 하품을 하게나. 지금 내 꼴이 그렇긴 하지만,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 하는게 아니거든."-[뿌넝쉬] 中

"하지만 그즈음, 그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러니까 꿈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패배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것을..."-[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中

by kinolife 2009. 1.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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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3.06 초판 1쇄
가격: 7.500원

김연수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소설로 짧은 내용에 확 끌리는 문체는 대중소설에서 맛 볼 수 있는 짜릿함을 꽤 많이 담아 놓은 책이다. 사랑에 대한 남자들의 일면을 꽤 째려보듯이 엿 보고 그와 함께 사랑에서 결혼 남자 여자의 마남에 관한 이야기가 즐거움을 선사 하는 책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가 재미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역시 빠질만한 매력이 많은 책이다. 현재 찾아보니 내가 샀던 초판이 품절되고 재간 되어 있다.

- 책 속의 글 -

"인간에게는 예감이라는,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된 감정체계가 있다."

"미혼남에서 유부남으로 바뀌는 과정은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과 비슷하다. 유부남이 되면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중력이 여섯 배나 강해진다는 사실에 멍멍해진다. 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 할 수는 없다. 반드시 무중력 공간을 거쳐야만 한다. 신혼여행이 바로 그런 무중력 공간에 해당한다.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법적인 미혼녀의 육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탐닉할 수 있는 그 밀월여행은 확실히 무중력 상태와 닮았다. 귀 안쪽에 있는 반고리관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감각신호들이 달라지는 현상이나 뇌의 지시를 몸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현상은 우주 공간에서나 신혼여행지에서나 늘 일어나는 일이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않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볼쌍사나운 껍질뿐만 아니라 초라한 알갱이까지 갈부수고 난 뒤에야 차라리 그냥 막연하게 상상하던 떄가 더 좋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미혼녀와 유부녀 그 사이에는 무중력 공간의 황홀감 따위는 없다. 그저 혼자 빗자루를 들고 정리해야 할 부서진 감정이 껍질나부랭이들만 파몰아칠 뿐이다."

"어떤 사람을 향해 "사랑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추는 일과 흡사하다."

"

"
by kinolife 2009. 1.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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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출판사: 문학동네
2001.02 초판 1쇄
가격: 9.500원

소문과 의혹..의심에 의한 이상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서 만든 김연수의 장편소설.

이상의 데드마스크에 연관된 문학잡지 기자 김연과 이상의 [오감도] 이후 아직 발표되지 않은 문학에 대해 공부하는 문학박사 주선생이라는 두 명을 엮어서 애매모호하고 실존적인 이상 문학을 다시 회고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모티브가 된 이상의 문학에 대해서 재대로 읽어보거나 공부 해 본 적이 없어서 소설에 등장하는 예를 통한 추상이 전부였지만, 그가 살아간 시대의 분위기와 그의 인생이 꽤 그럴싸하게 소설에 녹여져 있다. 이상의 문학 이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믹스된 신선한 소설로 이상을 좋아하거나 이상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이상에 의해서 이상의 문학에 의해서 인생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두 남자... 실존에 얽매여 외롭게 살다간 이상의 삶처럼 소설 속의 문학인들의 삶고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



- 책 속의 문구 -

"이상과 관련한 모든 것은 논리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시에 너무 집중하면 공부하기가 힘들고 공부에만 너무 열중하면 시가 씌어지지 않습니다. 진실이란 결국 그런 것입니다. 열정도 논리도 아닙니다. 줄타는 사람처럼 그 가운데를 걸어가야만 하죠."

"이상과 관련해서는 열정이나 논리를 뛰어넘어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란 말입니다. 진짜라서 믿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진짜인 것이고 믿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죠."

"나이 들면 혼잣말이 많아진다. 누구에랄 것도 없이 말이 먼저 나오고 측은한 마음에 혀를 끌끌 차게 된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공허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다는 얘기는 어쩐지 옳은 듯 하다. 배고픈 사람은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끝없이 자기 증식하는 공허감은 결국 자살로 끝장을 봐야 할 운명인 것이다."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진짜처럼 보이고 가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가짜처럼 보인다."
by kinolife 2009. 1. 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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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석제
시리즈 : 작가정신 소설향 8
출판사: 작가정신
1990.07.10 초판 2쇄

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석제의 세상에 대한 불만 토로 쯤으로 볼 수 있는 단막글의 모음집같은 글들이 모인 책...

소설집이라고 하니..아주 아주 단편 초 단편의 소설집 정도로 해 주자. 그의 글쓰기에 비해서 조금 독설만이 남은 조금은 공허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책 속의 글 -

"음. 좋다. 나를 보고 사람들은 구름구두를 신고 다닌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에 올라서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지도 모른다. 음, 바람처럼 구름처럼 산다는 게 내 신조다. 어차피 인생은 내 뜻대로 온 것이 아니고 내 뜻대로 가는 것도 아니다. 당신이 짐작하는 대로 나는 보따리에는 가볍고 값나가는 것만 넣는다. " -구름구두를 신은 사나이의 이야기- 中에서


by kinolife 2007. 7. 2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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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이현
문학과 지성사
2006.07 초판 18쇄

2006년 한국의 20대 후반과 30대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소설..다 읽고나서 보니 특히 우리 사회에서 노처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아주 어필할 만한 상황과 문구들이 넘쳐나느구나 라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는 소설책이었다.
여류 작가 특유의 고백적인 문체도 물론이거니와 주인공이나 주변인들의 캐릭터나 고민 등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통들이 담겨 있다. 난 이 고민 속의 여성들이 겪는 시기를 지나왔고, 운 좋게 결혼도 했지만..이들이 소설속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없어진건 아니다.
생이 끝나지 않는 한 외로움과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바라는 건 고통스럽거나 외롭지 않은 끝을 바라는 것..정말 작은 소망만이 소설 끝자락에 남는다.

- 책 속의 문구 -

"혹시 내 피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건가? 앞으로 이렇게 점점 더 차가워져갈 일만 남은 건가? 더럭 겁이 났다. 이러다가 곧, 냉동칸의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은 채 늙어갈지도 모른다. 영원히 무감동한 인간으로 말이다."

"일부일처제 사회의 위대한 규칙 한 가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가진 무언가를 사랑할 수도 있으며, 그 사람의 무엇을 사랑하는지 모르면서 사랑할수도 있다."

"모든 고백은 이기적이다.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고백을 할 때, 그에게 진심을 알리고 싶다는 갈망보다 제 마음의 짐을 덜고 싶다는 욕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쇼핑과 연애는 경이로울 만큼 흡사하다."
 한 개인의 파워를 입증하는 장(場)일뿐더러, 그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정서적 안도감을 느낀다. 여유로운 시간과 젊음이 있을 때는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고, 경제력이 생겼을 떄는 여유로운 시간과 젊음을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

"인생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관계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사랑에 몸을 던지나 보다. 순간의 충만함, 꽉 찬 것 같은 시간을 위하여. 그러나 사랑의 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소모하지 않은 삶을 위해 사랑을 택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나 사랑이 깨지고 나면 삶이 가장 결정적인 방식으로 탕진되었음을 말이다. 이번 사랑에서는, 부디 나에게 그런 허망한 깨달음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은 인간을 생에 가뿐히 헌신하도록 만드는 기적의 동력처럼 보인다."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한 이별 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은 행복하게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평화롭게 이별하는 연인들이 더 부럽다."

"눈을 뜨자 어제와 다른 내일이 펼쳐졌다, 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리 없지 않은가. 그 전날과 완전히 다른 내일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체념을 받아들이면서 사람은 나이를 먹어간다."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 내 허상이다. 세상의 모든 실체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듯이,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실체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림자가 없는 것은, 그림자 뿐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의 맛이다."

by kinolife 2007. 2. 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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