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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제목 : Summer of Kikujiro
1999년, 116분, Color
감 독: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각 본 :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출 연: 비트 다케시
         세키구치 유스케(關口雄介)
         카시모토 카요코(岸本加世子)
         요시유키 가즈코(吉行 和子)
         그레이트 기다유(グレート義太夫)
         이데 락쿄(井出らっきょ)
         다이케 유코([大家由祐子)
         호소카와 후미에(細川ふみえ)
         마로 아카지(麿赤兒)

음 악 : 히사이시 조(久石譲)

국내에 영화 <하나비>를 시작으로 최근의 <베틀 로얄>까지 많은 작독 및 출연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다른 여타의 일본감독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키타노 다케시에 의해 만들어진 '기타노 다케시판 키드'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그의 영화 <키즈 리턴>의 소년판쯤으로 볼 수 있겠다.
기타노 다케시가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어떤 옷을 즐겨 입었었지? 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더니 이상하게 우리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이 입었던 것과 같은  화려한 무늬의 셔츠가 생각이 나면서 그의 영화 속 패션에 대한 하나의 관습이 떠오른다. 물론 정우성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긴 하지만 다케시도 그런 옷을 곧잘 입곤 했었던 것 같다. 언뜻 떠 오르는 작품이 <소나티네>와 <키구지로의 여름>이다.

여름,  그리고 더위와 함께 한 여행엔 사실 그런 화려한 셔츠가 어울리는 것 같다. 할일 없는 중년 백수와 여름방학을 맞이한 외로운 아이의 황당한(?) 여행에서 그 셔츠는 커플로서의 이 둘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은 표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1999년에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이 영화 <키구지로의 여름>은 그해 깐느 영화제에 선보인 작품으로 기존에 그가 보여줬던 철학적인 작품이나 야쿠자 풍의 영화들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 새롭게 다가온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타노 다케시 스타일의 표현과 비트 다케시 스타일의 표현이 주는 차이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기타노 다케시 식의 죽음의 철학은 전혀 만날 수 없다. 겉으로는 단지 생소한 어떤 사람과의 유쾌한 여행만이 즐거움을 전해주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엄마를 영원히 잃어버린 꼬마에게서 자신의 과거에서 그리고 이미 자라 어른이 되고 나서도 헤어날 수 없는 삶의 허전함을 위로받는 안 중년의 위로받음이 따스한 정감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이 작품 <키쿠지로의 여름>의 경우 이제까지 보아왔던 다케시 영화에서 느꼈던 황당한 웃음이나 처절한 죽음의 미학과는 거리가 먼 보다 새로운 다케시 스타일의 독특한 휴먼드라마의 형태를 제시해 반갑다.

보편적인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꼬마와 똑같은 이력은 가진 괴짜 아저씨와의 만남은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비혈연이지만 다감정의 가족을 제시한다. 자식이 없는 아저씨와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혈연관계가 만들어주는 보통의 가족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그들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부자관계와 다를바 없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의 여행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의 여행인 셈이다. 이 짧은 집으로부터의 이탈은 각자를 변하게도 하고, 주변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의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영화의 줄거리가 새로운 영화로 다가오게 한다. 물론 그 새로움의 근저에는 다케시 식의 웃음 지뢰탄이 터지는 것을 구경하느라 행복했던 순간들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언젠가 챨리 채플린의 <키드 Kids (1921)>를 보면서 느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 올릴수도 있다. 유리창에 돌을 던져 깨트리면 다시 유리를 갈아주면서 동조관계를 유지하는 아저씨와 키드는 그들의 형식으로 가족처럼 살듯, 키구지로와 소년 마사오는 새로운 모습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될 거라는 걸 영화가 끝이 난 후 상상 할 수  있다. 그런 기대와 푸근함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기타노 다케시는 21세기의 채플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어렵게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리 쉬운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닌 그는 삶에 대한 아주 쉬운 교과서를 전달해 주는 사람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챨리 채플린 그랬던 것 처럼. 그래서 이 복잡한 세상에 그의 영화 <키구지로의 여름>은 참 유쾌하면서도 흐뭇한 시간을 선물한다. 이번 여름에는  키쿠지로가 입었던 알록달록한 칼라 셔츠를 하나 사입고 키구지로와 마사오가 떠났던 여행처럼 계획없이 여행을 떠나보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귀한 것들을 다시 찾고, 우연히 좋은 사람들(문어아저씨와 착한(?)아저씨들 같은..)을 만나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는 여행을 한번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싶다.  
by kinolife 2006. 11. 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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