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자와 마리(小沢真理 ,Ozawa Mari )
출판사: 서울문화사
총권: 1~16권 완결
1998. 01 1쇄 발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역시 너무나 개인적이고 변화 무쌍해서 무엇=유일한 것으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는 명제 인 것 같다. 처음 회사에서 회사내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치 세상의 모든 만화책을 가진 듯한 황홀경에 빠지고 그저 이거 다 볼 수 있구나~ 그러고 구경만 한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읽게 된 만화책이 어느 미혼모의 건강한 생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앙증맞은 그림이 편안함을 전해 주는 이 만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욕심이나 과장이 없이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을 보여주는 부담없는 드라마 트루기이다. 뭐라 할만한 특별한 주제나 이야깃 거리가 있는 것도 어떤 놀랄한 만한 쇼킹한 비밀 따위도 없이 그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게 하는 이 소박한 책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여자이면서 엄마가 될 사람이기 때문일까..아니 궂이 이야기를 덧댈 필요 없이 그저 쉽고 편한 이야기에 끌려서 일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수우는 나이 스물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새출발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낳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다. 말 그대로 뱃속의 아이와 함께 혼자 남아버린 젊은 여자에게 남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나 추억이란 것이 그 상태의 여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만화는 이 여자의 용기에 모든 이야기를 걸어버린다. 그리고 주인공 수우는 혼자서 자신의 사랑의 결실을 확인하게 위해 전혀 망설임이나 주저없이 자신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를 아기를 선택한다. 너무나 귀여운 아이 노조미는 그런 엄마의 용기와 고통에 의해 태어났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될 성장을 시작한다. 이렇게 만화 [새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야기의 주제를 초반에 박아두고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 속의 노조미 같은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일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비록 만화 속에서 픽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지만 노조미 같은 아이는 모든 엄마의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의 아이가 최고의 희망이겠지만 만화 속 수우에게는 위로나 친구 이상의 버팀목이 바로 자신의 딸 노조미 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만화의 주된 이야기는 혼자 남은 수우가 딸 노조미를 키우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된 줄거리로 삼으면서 이야기 중간 중간에 노조미의 성장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새로운 육아일기로서의 만화의 미덕을 보여주는데, 상당 부분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스물이 되기도 전에 엄마가 되어 버린 아이같은 여자에게 자신의 아이는 인생의 스승 이상의 의미 이겠지만, 아주 많은 부분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삶을 배우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어가니, 아이의 힘이란 과연 신비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만화는 단순이 미혼모와 아이가 나오는 귀여운 만화쯤으로 치부하기엔 좀 부족하다 싶은데, 그런 아쉬운 평가를 기어이 뒤집는 것은 수우와 노조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과 그드란의 관계을 그리는 데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인다는 데 있다. 이들 등장인물 역시도 특별한 과장이 없이 각각의 일상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쳐 만화보기의 즐거움을 주는데 마치 우리 일상 생활에서 없어도 될 듯 하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같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런 소소한 재미는 과장이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그려진다는 것...이런 편안한 이야기 구조는 특별한 임펙트 없이도 내내 작은 미소를 띄면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된다.

수우가 노조미를 키우면서 겪는 일, 노조미와 친 할아버지의 관계, 예전 남편의 가정교사와의 사랑, 이들을 보는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관계....로 연결되는 가족들과, 수우의 직장 동료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노조미가 자라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관계들이 실제로의 관계 구성을 그리면 모두 이어 그린다면 무척이나 복잡해 보이지만, 매권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해져서 띄엄띄엄 봐오던 가족들이나 친척들을 어쩌다 보는 것과 같이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권수를 더 할 수록 자연스럽게 이들의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더더욱 편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나 각자의 마음을 보게 될 때는 마치 그들의 일기장이나 고백서를 보는 것 같아 별 내용이 없는데로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의 숨어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힘든일이 있고, 그 힘든일이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도 하고 또 때론 운명까지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람은 살아남아 자신의 그릇만큼 꾸리고, 배풀고, 쌓아간다는 인생의 절대적인 법칙이나 논리를 그대로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말 그대로 소박하다. 누군가가 죽어서 나쁜 운명이 휩싸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죽이는 것도 아니며 피를 흘리거나 힘을 키워야 하는 것들과도 다르며, 이상한 짓거리를 헤대는 캐릭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대도 재미가 있어서 좋다. 삶이 지지부진하듯..이런 지지부진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서 쉬었다 보아도 이야기는 연결이 되고,,다음권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도 없고 빨리 다음권을 보고싶다는 열망도 없이 부담없이 넘어가버린 책장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홀가분하다. 우리 같이 어쩌다 시간이 나서 만화책을 찾게 되는 날엔 더더욱 좋은 책이다. 사족으로 세상에서 사장 아름다운 음악은....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역시 스스로가 행복할 때 듣는 음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 만화 속 좋은 글 -

역시 난 태어나길 잘했다.
죽도록 서로 사랑했던 엄마와 아빠가 연주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기에.....
분명 내 생명은 생겨났다.

엄마, 엄마
왜 모든 동화책엔 공주님이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장면에서 끝나버려?

그건 말야~
인생에서 결혼식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

때때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린 적이 있어요.
누군가가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누가 꼭 날 부른 느낌이 들어서
난 뒤를 돌아바 봐요
하지만 아무도 없고
모두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만 가요.
거기 있는 건 단지
투명하고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나뭇잎
아아, 당신이었군요


네 살때 나는
무척 씩씩하고 말괄량이어서

"지금까지"는 전부 "어제"고
"지금부터"는 전부 "내일"로
언제나 "오늘"밖에 머리 속엔 없었다.

"꿈 같은 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그건 절대 지금이 아니다."
by kinolife 2006. 7. 12.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