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정말 좋은 생각들이 별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종종 있다. 

2020년의 봄학기는 바이러스 덕분에 가정학습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개학연기는 "와! 학교 안간다"로 시작해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고싶다"는 분노로 이어질 정도로 아이들은 봄방학은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류와 만남을 뒤로 미루고 고립과 단절이 미덕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바이러스 시대에서 아이들의 등교 연기라는 경험을 통해 교육과 보육의 유기체가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점을 다시 알려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학생이 있는 각 가정에 배달되고 있는 농산물 꾸러미가 전국적으로는 화제이지만, 상주는 화제 보다는 논란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고 있다.  

3.4.5월 약 3달간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배정되어 있던 급식예산을 지역농산물을 통해 농가도 돕고 가정에서 보육과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가정에 보탬이 되는 공적 서비스로 시작된 친환경 급식 꾸러미는 위기 상황에 두마리 토끼를 다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공적서비스다.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공적기관의 역할이 돋보이고 그 역량이 두드러질 수 있는 기회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상주의 급식 꾸러미 사업이 담긴 토끼장에는 토끼가 없었다. 단 한마리도...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중3, 초6). 당연히 상주에서 살고 있으니, 상주에서 재배된 농산물로 구성된 꾸러미를 어제 밤에 받았다. (5월 21일 밤) 꾸러미를 지급 받은 시기도 늦은 감이 있었지만, 받은 시기보다 받은 물품을 보고 실망이 아니라 분노했다. 물론 구성품과 하다못해 그 안에 삽지된 안내문까지도 완벽하게 분노를 불러오고 있는 꾸러미였다. 자세히 속내를 들여다보겠다. 

이른바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꾸러미에는 무농약 쌀 4Kg와 가지 3입, 오이 5입, 마늘과 찢어진 느타리총 5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늘 다양한 방법으로 장을 보는 주부니까..이 정도면 2만원 아래로 장을 볼 수 있다. 구성품의 갯수로 지칭되는 다양성은 물론 그 내용물도 지극히 황당한 수준이다. 쌀과 마늘을 제외하고 3가지의 야채는 친환경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무런 생산지나 생산자 정보가 없는 느타리 버섯은 상주산이 맞는지 의심도 든다. 쌀은 상주가 주산지고 보관하고 먹을 수 있으니 일단 뒤로 미루고 야채들은 정말 문제다. 오이 가지 마늘은 제철야채가 아니다. 오이 가지는 하우스재배 농산물, 마늘은 저장마늘이라 오래 보관하고 먹기 어렵다. 즉, 야채 3종 모두 자연에 거슬러 재배되고 보관된 야채라는 점이다. 자연의 제철야채나 과일이 없다는 건 너무 아쉽다. 

상주에서 각 가정에 배송된 급식 꾸러미

가짓수나 양도 문제지만, 이 꾸러미를 받은 주부는 난망할 지경이다. 나도 초등 중등 동일하게 같은 꾸러미를 2박스를 받았다. 단기간에 오이 10입 가지 6입 마늘 600g을 어떻게 소화하라는 건지 되묻고 싶다. 두 아이가 초등학생인 집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고등 중등 초등 학생이 있는 집은 어쩌라는 걸까? 라는 생각이 미치고나면, 5가지의 물품과 내용물이 가능하게 한 곳이 꾸러미의 안내 전단지에 적힌 경상북도, 경상북도도교육청, 상주시이고 결국 이 정도 수준의 공적서비스밖에 못하는 것이 바로 저희들입니다요...라고 고백하는 수준까지 다다른다는 걸 알게 된다. 가짓수를 알아보고 채우는 건 일이고 돈에 맞추려면 양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너무 눈에 보이는 일처리 방식에 한숨만 쉴 뿐이다. 

이런 분노의 저변에는 타지역, 혹은 같은 경북에서 각 가정에 지급된 꾸러미의 비교와 맞닿으면 분노폭발지점이 한 두군데가 아니라서 놀라울 지경이다. 다양한 농업서비스를 선도하는 전남의 과일까지 첨가된 꾸러미(트위터에 급식꾸러미라고 치면, 전국의 꾸러미를 눈으로 볼 수 있다. )나 딱 봐도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과자까지 있는 충남 괴산의 꾸러미는 먼미래 어느 선진 도시의 꿈같은 꾸러미로 보인다. 꾸러미 구성할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물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농업인이 적은 서울이나 경기지역처럼 아예 쿠폰이나 상품권(10만원이다.)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같은 경북의 예천처럼..한끼 제대로 해 먹을 수 있게 레시피랑 함께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내가 받은 질보다 양에 집중한 꾸러미는 우리들이 받는 행정서비스의 현재 주소와 같다고 생각한다. 지역 급식농가를 살리고 급식을 떠 안은 가정의 보육에 도움이 되겠다는 원 취지에 이 꾸러미가 어떻게 어느 부분에 부합하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급식농가=농협..그 중에서도 5개 이내의 농가인가? 상주시내 초중고 모든 가정에서 가지와 오이를 이용한 반찬을 일주일 내 먹도록 안내하는 ..공짜니까 만족하라는 지시인가? 꾸러미를 받은 각 가정의 구성원들은 이 작은 꾸러미 하나로 위 3개 지자체의 행정능력과 철학을 갈음할 수 있다. 주어진 예산을 이렇게 어거지로 쓰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공짜 아니지 않나...우리가 된 직간접세로 운영하면서 일부 농가에 이득을 몰아주고, 지역 학부모에게는 만족보다는 박탈감을 안기는게 행정서비스인가? 경북도, 경북도 교육청..특히 상주시는 행정서비스의 서비스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농업의 수도 상주에서 밀어내듯 내던져진 꾸러미 안에는 상주시가 그 어떤 농업철학도 인프라도 배려도 없다는 걸 말해주고 있고 그 어떤 교육, 보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감이 없었음을 고백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행정서비스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상주시 시장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상주시가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여러부운!!!" "군수보다는 시장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부운!!"과 동이의어인 이 욕망을 목소리 높혀 외치기 전에 생각을 하라..이런 시 행정력으로 시민이 늘고 새로운 세대가 모여들기를 바랄 수 없지 않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지만, 이번 급식 꾸러미는 경북도교육청이나 상주시가 학부모나 농민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게 한다. 정말이지 살다보면 정말 좋은 생각들이 별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종종 있다. 이번 급식 꾸러미처럼... 

정말 가지오이같다. 

예천에서 지급된 급식 꾸러미... 제육볶음 레시피가 동봉되어 있다.
전북의 급식꾸러미.. 간식까지 알뜰히 챙기고 있다.
충북 괴산의 급식 꾸러미..친환경 농산물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by kinolife 2020. 5. 22. 10:06

@예술,건축, 대중문화 10권@

01.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손태호
02. 
03.다 그림이다-손철주 & 이주은
04.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김기연
05.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이우일
06.위대한 영화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 이야기-로버트 쉬네이큰버그 저
07.눈의 황홀-마쓰다 유키마사
08.미식가의 도서관-강지영
09.모든 게 노래-김중혁
10.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로널드 B. 토비아스

@인물 5권@
01.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네코 후미코 
02.섹스와 지성: 마릴린 먼로와 작가 아서 밀러-크리스타 메르커 저
03.페기 구겐하임: 모더니즘의 여왕-메리 v.디어본 저
04.에드워드 호퍼-롤프 퀸터 레너
05.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오연호 

@소설 15권@
01.
02. 
03.마이 코리안 델리-벤 라이너 하우
04.고래-천명관
05.화씨451-레이 브레드베리
06.바람이 분다,가라-한강
07.관촌수필-이문구 저
08.주홍글자-너새니얼 호손
09.제인에어-브론테
10.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의 사계 봄 · 여름-스티븐 킹
11.내 연애의 모든 것-이응준
12.표백-장강명
13.세상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14.사월이 미, 칠월의 솔-김연수
15.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레이먼드 카버 저

@인문학 5권@
01.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다케쿠니 도모야스
02.쇼에게 세상을 묻다 :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버나드 쇼 저
03.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사이의 딜레마-박상표
04. 
05.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프리먼 다이슨


@수필.에세이 15권@

01.도시수집가-박사,이명석 공저
02.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함민복
03.잔-박세연
04.오늘도 잘 먹었습니다.-가쿠타 미쓰요
05.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줄릴언 번즈
06. 달을 보며 빵을 굽다-쓰가모토 구미
07. 읽는 인간-오에 겐자부로 
08.
09.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0.행복한 라디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 말해준 것들
11.나무탐독-박상진
12.작가의 책-패멀라 폴 
13.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우다 도모코 지음
14.
15.꼬리 치는 당신 : 시인의 동물감성사전-권혁웅 저



@정치,역사,사회과학 10권@
01. 
02.
03.필링의 인문학-유범상
04. 
05.극단의 형벌:사형의 비인간성에 대한 인간적 성찰-스콧 터로 저
06. 
07.도룡뇽과의 전쟁-카렐 차페크
08.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 역사적인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들과 숨은 이야기-L. 레너드 캐스터,사이먼 정 공저
09.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0.금요일엔 돌아오렴-4.16 세월호참사 기록위원회


@과학 10권@
01.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
02.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권오길
03.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
04.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마이클 베이든 
05.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 22명의 수의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수의사의 세계-김영찬 등저
06.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황선도 
07.사이언스 이즈 컬처: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노암 촘스키,에드워드 윌슨,스티븐 핑커 등저
08.물고기는 알고 있다-조너선 벨컴
09.새의 감각-팀 버케드
10.깃털 :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소어 핸슨 저


@고전 10권@
01.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02.80일간의 세계일주-쥘 베른 
03.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설훈
04.
05.구운몽전 :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니더냐-이상일
06.

07.

08.

09.

10.


@만화 10권@

01.
02.겨울동물원-다니구치 지로
0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전 5권)-아오노 슌주
04.아이콘의 탄생-강민지
05.가지-구로다 이오우
06.어메이징 그래비티-조진호
07.고모가 잠잘 때 생길 법한 일-김은성
08.쥐-아트 슈피겔만
09.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조너선 페터봄 글,그림
10.시간의 주름-매들렌 렝글 글/호프 라슨 그림

 

 @교육서 5권@

01. 
02. 공부와 열정-제임스 마커스 바크
03. 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김민숙
04.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김종원
05. 


@시 5권@


01.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함민복
02.꽃의 고요-황동규
03.말랑말랑한 힘-함민복
04.해변의 묘지-폴 발레리
05.열두 겹의 자정-김경후


by kinolife 2020. 1. 16. 00:42

부제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서현

원제 : 月を見てパンを燒く

글 : 쓰카모토 쿠미 (塚本久美) 

번역 : 서현주

출판사: 더 숲

  2019.01 초판 1쇄

가격: 14.000원

 

제빵사만큼 워라벨이라는 걸 이루기 어려운 직업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이 책의 저자처럼 지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워라벨이 가능한 제빵사도 있는 것 같다. 책 제목에서 꽤나 고집스러운 제빵사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지만  그것 보다는 빵에 대한 생각, 음식에 대한 마음..그리고 그걸 생활 안에서 만들어낸 것 소비하는 것에 대한 조금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가 인생의 항로를 결정해 놓고 그저 가는게 아니라면, 이 책의 저자의 삶이 주는 풍요로움을 살짝 엿본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뜨겁지 않은 커피 한잔과 함께 슬슬 읽어내기에 딱 좋은 책. 이 곳의 빵을 택배가 아니가 바로 먹어볼 수 있음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는다.

 

- 책 속의 글 -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직접 몸을 움직여 눈으로 확인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서 만나러 간다. 가만 있지 못하고 촐랑거리며 돌아다니느 이 성격이 단바로 이사 와 살면서 빛을 보았다. 다양한 빵을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

by kinolife 2020. 1. 16. 00:41

2019년, 20부작

감독 : 차영훈

방송편성 : KBS2

각본 : 임상춘

출연 : 공효진, 강하늘, 김지석, 지이수, 오정세, 염혜란, 손담비, 김강훈, 고두심, 이정은

 

다시보기와 아이피 TV 같은 소스가 없을 떄와 비견되는 시청율을 올리고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이 드라마는 도대체 장르가 무엇일까..로코. 그냥 코미디, 범죄수사물. 가족 드라마..뭐라고 딱히 규정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는 것.

다른말로 하면 흔하게 해당 장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물의 캐릭터와 다양한 장르의 특수성을 가미한 조금 복합적인 드라마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다른 의미로는 단순한 하나의 장르 안으로 들어가는 치밀함보다는 다양한 눈요기가 가능한 드라마지 않나.. 다 보고 나서 요즘 드라마 쓰는 작가들은 힘들겠네...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 말이 잘 쓴다는 말과 이어지는 건 아닌거 같고.. 요즘의 현상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구나.. 시간은 잘 가고 한떄를 잘 기록하겠구나 같은 단편적인 생각만이 들었다. 드라마 속의 많은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 조합이 좋았지만..개인적으로 오정세는 정말 딱 자기 역할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간만에 지상파를 통해서 회자되는 드라마라 보면서 대 내외적으로 작가가 영리하다는 생각을 했지만..인생 드라마와는 조금 거리가 먼 아쉬움..그건 뭔지 잘 모르겠다.

 

- 드라마 속 대사-

 

"마누라가 직장 상사면, 일생에 퇴근이 없는거여..."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그냥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세상이 그렇게 따박따박 정의롭지가 않더라구."

 

"세상에 굿바이가 어딨냐구? 드럽게 헤어져야 진짜 헤어지는 거지."

 

"불공평하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도 자식한텐 매일 죄인이다."

 

"원래 바람이란 게 시작이 반인거지. 사람들이 바람난 놈 안 난놈 그러지 바람 찔끔 난 놈, 많이 난 놈 그래?"

 

"결혼이라는 게 말이야. 나는 노규태가 금가락지인 줄 알고 골랐는데 살아보니까 이게 놋가락지도 안 되는거야. 그런데 더 압권은 시부모는 나한테 다이아나 준 지 안다는 거지."

 

"남들보란듯이 행복한 건 진작에 포기했다. 행복을 수능 성적표로 생각하고 올려다 봐도 답이 없더라. 그건 니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고 산다."

 

"동백씨 마음엔 동백씨 꽃밭이 있네. 난 그 유명한 법대 갔는데, 내 마음에 꽃밭이 없더라."

 

"용식씨 만두는 김으로도 다 익잖아요. 안 끓여도 다 익잖아요. 우리 그냥 불같이 퍼붓지 말고 그냥..천천히 따끈해요."

 

"엄마 얼굴에 그늘이 들면, 아이한테도 당연히 그늘 들어. 네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거야. 네 인생 살아."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럽다"

by kinolife 2020. 1. 15. 18:04



2019년 100편 정했는데 리스트 중에서 한 편 보았네..2020년에는?


2020년 영화 리스트


1.4등-정지우 감독

2.가장 따뜻한 색 블루-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

3.겨울왕국-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

4.경주-장률 감독

5.고령화 가족-송해성 감독

6.군도-윤종빈 감독

7.그녀(허)-스파이크 존스 감독

8.그래비티-알폰소 쿠아론 감독

9.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 감독

10.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11.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12.나를 찾아줘-데이빗 핀처 감독

13.나우 유 씨 미-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14.나의 가족 나의 도시-야세민 삼데렐리 감독

15.네버 렛 미 고-마크 로마넷

16.노예 12년-스티브 맥퀸 감독

17.다운사이징-알렉산더 페인 감독

18.다즐링 주식회사-웨스 앤더슨 감독

19.다크 나이트 라이즈-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다크 나이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1.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장 마크 발레 감독

22.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23.더 포스트-스티븐 스필버스

24.데어 윌 블러드-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25.드레스메이커-조셀린 무어하우스

26.랄프 스테드먼 스토리: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찰리 폴 감독

27.러스트 앤 본-자크 오디아르 감독

28.롤러코스터-하정우 감독

29.리스본행 야간열차-빌 어거스트 감독

30.링컨-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31.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실뱅 쇼메 감독

32.마미-자비에 돌란 감독

33.마스터-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34.마테호른-디데릭 에빙어 감독

35.매직 인 더 물 라이트-우디 알렌 감독

36.맨 오브 스틸-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37.머니볼-베넷 밀러 감독

38.명량-김한민 감독

39.명왕성-신수원 감독

40.모뉴먼츠맨:세기의 작전-조지 클루니 감독

41.모스트 원티드 맨-안톤 코르빈 감독

42.무드 인디고-미셀 공드리

43.문라이즈 킹덤-웨스 앤더슨 감독

44.바람이 분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45.배트맨 비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46.버진 스노우-그렉 아라키 감독

47버틀러:대통령의 집사-리 다니엘스 감독

48.보이 후드-리처드 링클레이더 감독

49.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

50.비우티풀-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51.비포 미드나잇-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52.사이드 바이 사이드-크리스토퍼 케닐리 감독

53.상해전기-지아 장 커 감독

54.새 구두를 사야해-기타가와 에리코 감독

55.셜리에 관한 모든 것-구스타프 도이치 감독

56.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가와세 나오미 감독

57.송 포 유-폴 앤드로 윌리엄스 감독

58.스토커-박찬욱 감독

59.스포트라이트-톰 멕카시 감독

60.시저는 죽어야 한다-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감독

61.안녕, 헤이즐-조시 분 감독

62.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바바라 레보비츠 감독

63.액트 오브 킬링-조슈아 오펜하이머, 신혜수 감독

64.어바웃 타임-리차드 커티스 감독

65.언더 더 스킨-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66.오블리비언-조셉 코신스키 감독

67.오직 사랑하는 아들만이 살아남는다.-짐 자무쉬 감독

68.온 더 로드-월터 살레스 감독

69.올 이즈 로스트-J.C 챈더 감독

70.우리가 들려줄 이야기-사라 폴리 감독

71.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네디 일디코 감독

72.원스-존 카니 감독

7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벤 스틸러 감독

74.의궤 일간의 촉제-최필곤 감독

75.인 더 하우스-프랑소와 오종 감독

76.인사이드 르윈-조엘, 에단 코엔 감독

77.인셉션-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78.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79.일대종사-왕가위 감독

81.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호재 감독

82.자객 섭은낭-허우 샤오시엔

83.자유의 언덕-홍상수 감독

84.잡스-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

85.제로 다크 서티-캐스린 비글로우 감독

86.제보자-임순례 감독

87.창문을 넘어서 도망친 세 노인-플렉스 할그렌 감독

88.쿼바디스-김재환 감독

89.테이크 쉘터-제프 니콜스 감독

90.투 마더스-앤 폰테인 감독

91.트럼보-제이 로치 감독

92.폭스파이어-로랑 캉테 감독

93.프랭크-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94.프레스티지-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95.한공주-이수진 감독

96.해무-심성보 감독

97.호프 스프링스-데이빗 플랭클 감독

98.홀리 모터스-레오 까락스 감독

99.화양연화-왕가위 감독 

100.행복한 란짜로-알리체 로르와커 감독

by kinolife 2020. 1. 15. 15:38

글 : 김영민

출판사: 어크로스

  2018.11 초판 1쇄

가격: 15.000원 

 

'추석이란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유명해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김영민의 대표작.

그가 주로 국내 서평란에 썼던 글들과 영화평들 그리고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나온지 1년 밖에 안 되어서 도서관에 없을 줄 알았는데..용케 2권이나 다 꼽혀 있었다. 상주에는 안 먹히는 작가인건가 혼자 비식 웃으면서 빌려왔다.

 

트위터를 통해서도 한국인이고 한국을 알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한국을 한국 사람들을 읽어내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을 했고. 특히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그의 일상과 사고방식 같은 것들은 꽤 재미 있었다. 글쓰기와 읽기  미술 전시 관람, 달콤한 디저트 먹기, 개봉영화 챙겨 보기와 같은 꾸준하게 반복적이면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덜 불행해지지 위한 그의 행동들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동창회를 가지 않고 노래방은 적극적으로 피해다닌 호불호의 행위들을 보면서...늘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기것보단 함께라는 미명하에 우~`~몰려다다니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한다. 책은 쉽고 잘 읽히며 좋은 문장에 대한 욕구 같은 것을 채우기에는 아주 좋은 책이다.

 

- 책 속의 글 - 

 

"설겆이는 윤리학. 설겆이는 밥을 하지 않은 사람ㄹ이 하는 게 대체로 합리적입니다. 취식은 공동의 프로젝트입니다. 배우자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설거지는 하지 않고 엎드려서 팔만대장경을 필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귀여운 미남도 그런 일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혹자의 삶이 지나치게 고생스럽다면, 누군가 설겆이를 안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19세기 유합계급 양반들이 게걸스럽게 먹고 남긴 설겆이를 하느라 이토록 분주한 것은 아닐까요? 후대의 사람들이 자칫 설거지를 하며 인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각 세대는 자신의 설거지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세대간의 정의(Jusrice)입니다."-40P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보다 큰 어떤 것이 아닐까. 그 큰 어떤 것을 끝내 온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그 알 수 없는 운명이 궁금하여 점을 치고, 신의 가호를 얻기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이 감내하기에 신은 너무 오래 침묵한다. 신이 영원에 가깝도록 침묵할 때,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이 해볼 수 있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정치는 인간의 자력 구제 행위다."-166P

 

"악이 너무도 뻔뻔할 경우, 그 악의 비판자들은 쉽게 타락하곤 한다. 자신들은 저 정도로 뻔뻔한 악은 아니라는 사실에 쉽게 안도하고, 스스로를 쉽사리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악과 악의 비판자는 일종의 적대적 의존관계에 있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때로 악을 요청한다. 상대가 나쁘면 나쁘다고 생각할수록 비판하는 자신은 너무나 쉽게 좋은 사람이 된다."-189P

 

"뱃살 넘어에는 무엇이 있는가? 결국 몸 전체가 뱃살이라면, 뱃살이 뱃살을 개혁할 수 있는가? 피하지방이 내장지방을 개혁해야 하는가? 그 개혁은 어떤 정치경제를 전제한 것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존재의 가장 정치적인 부위인 뱃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 생각마저 뱃살이 꾸는 꿈에 불과할지라도."-223P

 

"아무튼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물으면 사실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책은 인류가 발명한, 사람을 경청하게 만드는 정말 많지 않은 매개 중 하나죠. 그렇게 경청하는 순간 우리가 아주 조금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자기를 비우고 남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자세요."-318P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 중의 하나는 남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당신이 집단생활, 공동체적 삶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상관없다. 어떤 식으로는 타인과 '공존'하지 않고서는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타인과의 공존은 운명이다. 정치학이란 그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정치사상이란 그 운명의 사랑에 대해 근본에서부터 생각해보는 일이다."-327P

 

"행복보다는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다. 행복이 단지 시분이 좋은 걸 의미한다면, 나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334P

 

 

by kinolife 2019. 12. 30. 06:22

올해 경주 여행에서 맛본 우엉김밥..

맛뵈기로 사서 차에서 먹으면서..더 살걸 그랬나?..했다는...후다닥 별것 없어 보여도..우엉의 간장맛이 부담없이 좋은 김밥.

by kinolife 2019. 12. 25. 07:18

 

부제 : 꽃 사이를 거닐다

글 : 시부사와 다쓰히코 (澁澤 龍彦)

출판사: 늦여름

  2019.07 초판 1쇄

가격: 16.000원 

 

예민하고 다정한 사람많이 읽어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관찰을 친근하고도 나즈막하게 들려주는 너무 예쁜 책.

이 책을 트위터 추천에서 보고 표지가 너무 이뻐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단순하게 표지를 보고 산 책 치고는 저자가 꽤 드라마틱한 인물이라 더 재미있게 잡아 들었던 것 같다. 그가 유럽의 경험하면서 함께 즐기고 누렸던 식물과 그 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주 정겹게 그려져 있다. 늘 식물을 죽이기만 하는 나에게 식물은 늘 부담이지만. 그 것들이 담긴 예쁜 책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쉽게 씌여져 있고..책장에 꼽아두고 책 속에 등장하는 꽃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살짝 꺼내 보기에 아주 부담 없는 책이다.

 

- 책 속의 글 -

 

"수국은 시들어도 웬만해서 지상으로 꽃이 떨어지지 않고 바삭바삭 말라가며 자연스럽게 드라이플라워가 된다. 꽃잎은 녹색을 띠면서 수국의 유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아서 이 천연 드라이플라워를 가위로 잘라 유리병에 시원스레 꽂아두곤 한다."146p

by kinolife 2019. 12. 25. 07:17

 

양산에 일이 있어서 들렸다가 맛 본 지역 피자의 맛

신선한 재료에 금방 만들어서 바로 먹는 기분에 취해서 아주 즐겁게 식사 했다. 언덕의 지형을 살린 가게의 위치 덕분에 오르내리느라 고생은 했지만 ..편하고 맛있고 즐거웠던 식사!!

by kinolife 2019. 12. 21. 02:04

원제 : 樹木希林 120の遺言 ~死ぬときぐらい好きにさせてよ

글 : 키키 키린 (樹木希林)

출판사: 항해

2019년 06월

가격: 15.500원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독특한 마스크를 가진 할머니 배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여자 기타노 다케시 같이 나름의 삶을 살다간 한 여자의 삶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사람은 분명, 노력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때는 그냥 타고난 대로 그 역량만큼 살다가 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남긴 12가지의 말들에서 그런 경향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달려간다기 보다는 주어진 매번의 생에서 도망치지 않고 본인의 생각대로 살아낸 느낌 같은 것..앞의 인생도 의미가 있지만 뒤의 인생 역시 그 남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녀도 보편적인 여느 사람들 처럼 가족도 있고 자식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늙고..직업에 맞게 영화와 드라마를 남기고 책으로 기록될 만한 말을 남긴 삶을 살았다는 걸 인지하게 해 주었다. 영화 안에서와는 또 다른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전해주는 책이다.

 

- 책 속에 그녀가 남길 말 중에서-

 

01.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립'하는 게 답 아닐까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 할지, 일단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도 좋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어떻게 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이어야죠. 더 나아가 그런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07. "사람이 무너가를 품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옷이든 물건이든 딴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면 줘버립니다. 다른 사람한테 주면 물건아 다시 살아나니까. 그렇지만 나는 안 받아요."

 

19. "나한테 신이란 빛과 같은 거예요. '행여 벌을 내리실까' 혼비백산하며 놀라기에, 신이란 그렇게 옹졸한 존잭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기도를 안 하면 벌을 내리는 옹졸한 거래를 신이 할 리가 없다고 봐요. 빛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가닿기 때문에, 그저 그 빛을 받는 쪽이 흐린지 맑은지에 따라 그을거나 빛나거나 하는 거라고요. 결국 과학이 발달해서 마음을 반사시키는 이 '빛'을 규명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 전에는 내 판단을 넘어서는 존재를 거부하지도, 빠져서 허우적대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고 싶네요. 나는 그렇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위대하지도 쓸모없지는 않으니까요. "

 

25. "가능한 한 나를 일상적인 상황에 두려고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삶 속에서 성장하기 어렵고, 당연히 생활 감각도 잘 모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덩달아 아이도 생활 감각에 어두워질 테고요. 그런데 연예인 중에 그런 사람이 드무니까 사람들한테는 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예요. 1"

 

37. "나이를 먹는 다는 건 꽤 흥미롭습니다. 젊을 때 당연하게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런 변화가 재미있습니다. 나이는 누구나 먹는 거라 아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살아온 모습대로 죽는 거 아니락 싶네요. 나는 이제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요. 오늘도 여기까지 혼자서 왔습니다. 일은 자동응답 전화기 한 대가 다 관리해주고 있고요. 혼자서 하는 것조차 버거워지면 그떄는 끝내는 거죠. 내 마지막 대사는 '이번 생은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어때요? 좋은 대사죠?"

 

51. "서로 지나치게 마주보고 있으니까 결점이 다 보일 수 밖에요. 그러다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랑 같이 산다고 했을까 생각하면 우울해지죠. 그런데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차라리 공동의 관심사를 찾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64. "나는 어렸을 적에 자폐 성향이 강해서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곤 했습니다. 학교에 안 간 적도 있었는데, 아버지는 " 안 가도 좋으니 그냥 이리로 오렴. 이리로 와" 하고 말해줬어요. 그랬기 때문에, 내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여도 우리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했을 겁니다. 누군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죠. 사람에게는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임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 일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른도 기분이 좋은데, 아이라면 더 의욕이 솟지 않을까요?  다만 계속해서 학교에 가지 않는 건, 아이에게 무척 인내를 요구할 것 같습니다. 우리 남평이 어느 날 돌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보 삐뚤어지는 것도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무지 힘이 들어. 게다가 그 상태로 계속 있는 건 더 힘든 거라고." 어떤 면에서 등교 거부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학교에 안 가도, 내 존재로서 타인과 세상을 더 즐겁게 만드는 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럴 기회는 꼭 찾아옵니다. "

 

109.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라고들 하는데 암하고 오래 살고 있자니 '언젠가' 죽는 게 아니라 '언제든' 죽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랟 빌린 걸 다시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무척 홀가분해요. 사람을은 내 말을 각오처럼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각오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흐물흐물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여태껏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 죽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112. "우리가 죽는 건 순간이며 다시 새로운 탄생이 있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면, 훨씬 즐겁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by kinolife 2019. 12. 21. 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