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안에 위치한 자그마한 소품들을 파는 Kosny에 들려 산 크리스마스용 접시 셋을 샀다. 작은거 두 개와 큰 것 하나, 작은 것은 5,600원, 큰 놈은 16,000천원 이었던 것 같다. 제작년에 산 건데...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머 딱히 사용 못했고...올해엔 정언이도 있고 하니까 크리스마스 트리도 사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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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6. 4. 18. 12:50
영화 <텔 미 썸딩 Tell Me Something>에는 두 편의 그림을 찾아 볼 수 있다.

한 편은 15C의 화가 헤랄드 다비드(Herald David)가 그린 그림 [캄뷰세스 왕의 재판]과 또 다른 한 편은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과 연관이 있는 존 에버릿 밀레이(J E.Millais)의 작품 [오필리어의 죽음]이다.

전작 [캄뷰세스 왕의 재판]의 경우는 재판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결단과 그림 속의 잔혹함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지닌 살기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해 준다. 그다지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그녀가 왜 이렇게 피 비린내 나는 그림들을 좋아하는지....어떤면에서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전해준다. 영화속 주인공 채수연(심은하 분)이 자신만의 완벽한 남자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애인들의 몸을 조합해온 사실은 앞선 그림의 시각적 효과가 영화 속에 어떻게 반영 되었는지를 짐작 할 수 있게 하는 부분. 살아있는 사람의 생살을 찢고 피를 내는 심판은 영화 속에서는 시체 절단이라는 행위로 치환되어 이해 될 수 있겠다. 뒤 이은 작품 [오필리어의 죽음]의 경우는 세익스피어의 소설 [햄릿] 속의 오필리어가 사랑하는 오빠 햄릿이 선왕의 복수를 위해 발산하는 광기, 급기야 그녀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죽이는 모습을 보고 절대 순수의 상징인 자신이 미쳐  물속에서 빠져 죽는 과정을 그린 그림이다. 특히 이 그림의 모델은 당시 뛰어난 프로의식을 가진 모델로 실제로 얼어붙은 강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물에 들어가 있음으로서 명작 탄생이 기꺼이 동조했으나 이후에는 병을 얻어 나이보다 쇠락해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그림이다. 이런 그림 속의 오필리어의 죽음은 순수를 위해 죽음으로 향하는 자아를 자신에게 맞는 타아를 찾아 죽음을 감행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살인을 저지르는 여자, 알고 보면 미친 여자인데...그 여자가 너무 매혹적이다 보니, 영화 속의 남자들이 빠져들듯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녀와 그녀의 살인에 빠져든다. 역사 속의  전혀 다른 느낌의 두 그림이 영화 <텔미 썸딩>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치환, 소생했다고 도 볼 수도 있다.

by kinolife 2006. 4. 18. 09:03

저자: 하라 히데노리(原 秀則)
출판사: 도서출판 대원(주)
총권: 1~7권 완결
1999. 10.23 1쇄 발행


공부는 좀 한 듯 하지만, 그 나마도 확실하진 않고 뭐 하나 똑 부러지는 구석이 없는 이 만화의 주인공 슈는 지방 삼류대를 나온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선배들의 모습 중 하나였고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인간상이기도 했었다. 이들은 어느 누구하나 명확한 삶의 진리를 꿰뚫고 있는 이도 없었으며 그것을 알려주거니 힌트마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피터팬들이거나 자신감 결여의 전형적인 삐뚤어짐같이 섞여 답답한 기운을 연신 뿜어내는 말 그대로 좌충우돌 불안한 청춘들이었다. 그땐 나의 선배들이었지만, 시간의 굴레를 버리고 지금의 내가 봤을 땐 그들은 참 답답한 사람들로 생각이 되어진다. 그 누구도 자신을 지지해줄 버팀목을 가지지 못한 이 어정쩡한 인간들도 엄마의 품을 떠나 혼자 생활하고 밥벌이를 하기 위해 사회에 뛰어 들땐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드는 법이다. 이 만화 [섬데이]는 그런 시점의 부드러우면서도(일면 나약해 보이는) 고민많은 이들의 젊은 시절의 어느날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카라사와 슈는 그저 그런 대학의 3학년, 이른바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만화의 소재가 주인공이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디는 취업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의 취업 현황이나 대졸생들의 취업과정을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색다른 재미가 만화 곳곳에 녹아있어 눈길을 끈다. 3학년 때부터 같은 학교의 선배들의 직장을 찾아다니며 시험이나 면접에 관한 조언을 듣고, 회사의 특징이나 일의 성격 등을 설명 받는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점은 일면, 우리보다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아름아름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 의외의 상황이 일본에 대한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 주기도 한다. 이런 주된 소재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애인과의 만남을 복합적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일과 사랑, 그리고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작은 찬미가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만화다.

물론 만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정하지 못한 우유부단하면서도 인생이 불투명한 보잘것 없는 청년의 미래상에 맞춰져 있지만 그 안에는 일을 정하는 기준이나 그 일을 하게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작가의 꼿꼿한 의식이 숨겨져 있어 이른바 바른 만화의 한 단면을 볼 수도 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쓸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나의 일일까? 하는 고민을 더욱 더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일지는 몰라도 그것만큼 확실한 인생의 정답이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많은 임금만큼이나 자기발전이 중요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 만큼이나 사회에의 이바지, 혹은 일에 대한 보람이 중요한 사항임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직장을 정하고 생의 임무이기도 한 일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장을 정하는 데 있어 이 필수적인 자문을 거치지 않은 선택이란 언제나 한숨과 사회에 대한 질타로 이어진다는 것은 궂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니 두번 혹은 그 이상 이야기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인생의 물음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대사처럼 그 누구이든 일 때문에 진실로 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슈는 몇몇의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람된 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을 알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능력이었는지 자세였는지를 눈치 채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물론 불행은 힌꺼번에 찾아오는 것인지 오랜 동안 사겨왔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면서 일과 사랑, 모두에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정직한 고민은 대부분 올바른 도착점을 알려주듯이 이 긴 우회는 자신의 일을 찾고, 그 안에 버려두었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결혼과 함께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간다. 만화의 끄트머리, 어렵게 마련한 신혼 살림방에는 그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동료의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찾는 젊은 부부의 건강한 삶이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만화는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천직을 찾는 일,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고 해도 좋을 넉넉한 반쪽을 찾는 것, 그리고 주변의 식구들이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까지. 나이 서른을 넘긴 나 역시도 아직까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쩌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나 앞으로 할 일을 정할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인생의 화두 중 하나가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 총 8권이 만화책은 짧은 시간의 휴식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작은 이정표로 다가올지도 모르니 속는 셈 치고 읽어보기 바란다. 시간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이 답답한 주인공이 답답한 현실에 작은 희망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알려지지 않은 만화책은 어리숙한 날들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작은 용기의 마음을 전하는 든든한 이웃 같다.
by kinolife 2006. 4. 18. 00:46

저자: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 ふみ)
번역: 장수연
출판사: (주) 서울문화사
총권: 1~4권 완결
2002. 02.05 1쇄 발행


"커피라면 브랜드 커피와 에스프레소, 카페 카프치노랑 카페오레, 카페라떼. 홍차는 다즐링, 얼그레이, 키먼, 앗삼, 우바, 딤블라 중에서 원하시는 걸로, 로얄 밀크티, 아시아풍 시나몬티, 바닐라 밀크티 또는 허브티를 원하신다면 재스민티와 캐모마일, 로즈힙, 그리고 다뜻한 코코아와 캐러멜 코코아도 있지요."

"저희 가게는 오후 2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2시 반에 폐점 입니다아 -"

"손님의 맨 오른쪽에 있는 게 프레제, 딸기와 커스터드 버터 크림을, 피스타치오 맛 빵으로 감싼 것이죠. 바삭바삭한 사블레 빵 위에 시럽에 조린 블루베리와 생크림을 얹은 레어치즈 케이크, 오늘의 추천 상품은 붉은 과실과 아몬드 크림 타르트이고, 슈크림은 바닐라 빈즈를 듬뿍 넣은, 생크림이 들어간 커스터드를 안에 채워넣었답니다. 케이크 속까지 휘핑 크림이 듬뿍 스며들어 촉촉하기 그지없는 쇼콜라 클라식, 이건 악마의 유혹과도 같이 환상적인 맛이라서, 자신있게 권해드릴 만한 상품이죠. 그밖에도 스콘이나 바나나 쉬폰, 캐러멜을 뿌린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본 작품 [서양골동양과자점]에 나오는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만화 속의 대사이다. 이 짧은 대사 안에서도 국내 어느 곳에 이런 다양하고 알찬 메뉴들(만화 속에서처럼)과 함께 가식없는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양과자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달려가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자랑하는 케익을 구경하고 맛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케익을 즐겨 먹진 않지만(입에 안 맞거나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 좀 비싸다는 생각에), 이 만화를 읽는 동안은 이상한 유혹과 군침도는 상상력이 내내 위장을 노크하고 두뇌를 자극해 와서 괴로웠다. 그러므로 적어도 오후 10시가 넘은 밤 시간에는 이 만화를 보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 흑백의 화면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이 만화 속의 케익은 만들어 먹지도 혹은 사러 나갈수도 없는 한계상황을 일깨워 더더욱 군침돌게 하니 이런 경우는 가히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에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4명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릴적에 유괴를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 타치바나 케이이치로와 그의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매력적인 호모 오노 유우스케, 오랜 동안 타치바나 케이이치로가에서 생활하면서 타치바나의 짐이 되어 온 특이한 충복 코바야카와 치카게...이들과 함께 고아로 부량아로 성장, 우연히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오노의 제자로 파티세로서의 희망을 품고 있는 칸다 에이지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과거를 적당히 숨기고 또 적당히 보여주면서 서양골동 양과자점에서의 생활에 담긴 이들의 일상과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잔잔한 재미를 지닌 만화다. 물론 네 명의 청년 모두가 만화 주인공 답게 멀쑥하게 잘 생겼다는 점을 감안해 이른바 '제과점에서 만날 수 있는 수려한 네 사나이' 정도의 부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장르를 따지자면 호모 만화+제과 상법 만화+유괴범을 잡기 위한 추리 형사물로 자리매김을 해야할지 애매모호한 이 작품은 이 모든 특징을 모아 하나의 맛있는 케익을 만드는 재료로 쓰듯이 복합적이면서도 개성만점의 만화를 선보인다. 크게 이야기기의 구조는 이 네 인물들의 과거를 복합적으로 조율한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들 과거가 현재와 병치되변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사건을 해소 시킨다. 양과자점에 모인 사람들의 특성과 개성 안에 담겨진 것은 호모 섹슈얼리티 속에 담긴 불온한 가족사와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 어릴적 유괴당한 경험에서 나오는 법에 대한 질문과 개인의 사회성. 그리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현대인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하는 일이 내내 미심쩍으며 손을 댄 곳엔 다시 손을 대고야 말게 만드는 어리숙한 남자가 만들어낸 개인적이면서 자율적인 현대가족, 그리고 그 나마도 없이 원초적인 발원지로부터 버림받은 고아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시선과 다시 버림다는 것에 치를 떠는 생리까지 다양한 소재가 뒤범벅이 되어 이 만화를 어느 하나 적당한 장르 안에 밀어넣을 수 없게 한다. 이 달콤한 양과자 점 안의 4명의 남자는 어느 하나 온전해 보이지 않은 과거 때문에 불안해 보이고 또 그것 때문에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 불안감은 파티세(제빵사) 오노와 그의 제자 칸다가 만들어 내는 놀랄만한 케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풀어진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하면서도 색다른 케익들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편안한 여유까지 선사하고 독자들에겐 눈과 상상 속의 미각을 자극시긴다. 그래서 조금은 이상한 케익과 유괴의 삼각관계는 괴로움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단것'의 묘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달콤한 케익, 그것을 더욱 더 달콤하게 하는 것은 살아가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인생의 쓴맛' 때문은 아닌지...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의 대사 처럼...우울한 날의 고구마 케익이 주는 삶의 작은 진리는 달콤한 맛이 화나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명백이 있기 때문이리라. 혹시 그럴 때가 있다면 몇 100그람 늘어날지 모르는 몸 속의 지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하게 달고도 단 케익을 먹어 보는 것이 좋겠다. 덜 우울해지고, 또 맛도 좋으니 말이다.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안에는 다양하고 달콤한 케익들만큼이나 쓸쓸하고 또 우울한 삶의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이 둘의 긴장감은 이 케익의 단맛을 더욱 더 자극시켜 책장을 넘기는 동안 긴장을 주는 동시에 입안에 기분좋은 기운을 돌게 한다. 케익 한 조각이 주는 삶의 여유가 수 많은 삶의 여유의 도구 중에서도 유독 달콤해 보이는 것은 케익 안의 설탕이 주는 마력만이 아님을, 그것은 케익을 예술로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파티세의 의지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설탕이 아니라 땀이 만들어 내는 여유와 단맛 말이다.
by kinolife 2006. 4. 18. 00:40

처음 자우림이 나왔을 때 난 그들이 누구인지 몰랐고, 우연히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온 이 맹랑한 아가씨가 크렌베리즈(Cranberries)의 노래 "Dreams"를 부를 때 내가 모르는 외국가수가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한다고만 생각하고 채널을 넘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조용한 밴드의 공연 소식이 지방의 어느 벽보판까지 잠식할 때 꽤나 인기 있는 젊은 밴드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관심은 생일선물로 받은 조성모 1집을 들고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이 밴드의 데뷔앨범으로 바꿔 들으면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것이 자우림을 제대로 듣게 된 게기이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무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벌써 몇년이 흘렀나 자우림도 중견 아닌 중견이 되었고, 다들 자리 잡고 지 갈길 가고 하는 이 밴드의 진정한 리더 김윤아는 또 다른 변모된 모습으로 두번 째 신보 <유리 가면>을 내 놓았다. 가면은 썼지만 유리가면이라 자신을 숨길 수 없는 가면은  진정, 혼란함을 담고는 있지만 자신의 영리함과 자신감을 여지 없이 보여 주기엔 안성맞춤인 제목 같아 더 없이 김윤아 스럽다.

전체적으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자신의 애인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방준석과의 관계가 이상기류를 띠나 왜 이리 우울하나 싶으면서도 그 알수 없는 추측의 애정전선에 의혹을 품는 순간,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그녀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대를 거슬러 윤심덕의 용기어린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이면서도 음울하고 권태로운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관조하는 그녀의 노랫말이다. 사랑은 시작이 되는 순간부터 정해지지 않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와 같다. 그래서 끝나가는 혹은 끝나버린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고.  때론 사치이기도 하다. 네번째에 자리잡은 곡 "야상곡"은 사랑이 끝나가는.. 그래서 더 애절하게 기다리게 되고, 또 잊으려 하고, 사랑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사랑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동명 타이틀 주제곡이 가지고 있었던 느낌을 한껏 북돋우는 타이틀이다. 영화안에 내재된 이율배반적인 사랑의 논리를 다시 곱씹게 한다는 점에서 마치 연작의 후속곡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어지는 곡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역시 그녀만의 단어(식품처럼 소모될 열정, 날 위해하는 불안한 사랑 등)가 가진 음율이 주는 묘미를 여지 없이 보여주는 곡이다. 마치 시큼시큼한 치즈같이 입에 와 닿자마자 온 몸으로 스며들어 감각적으로 흡수되는 것 같은 그녀의 가사는 고급 치즈에 맛을 들여 수퍼에서 파는 치즈를 치즈로 인정하지 않게 되는 불치병 같이 치명적인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에는 기다리고, 그리워 하고 때론 한탄한다는 반복적인 사랑의 행위가 내재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소모되고 다시 피어나고 자신을 갉아먹고 또 다시 채워 꽃피우게 한다는 불가항력적 기대감의 반복이라는 암시도 놓지 않는다.

이제까지 나온 여느 사랑의 노래 보다 처절하지만 사랑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보고 있는 이 앨범의 매력은 지극히 자극적이면서도 지적이어서 마음을 아리게 하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면서 깊숙하게 박혀 버린다. 이런 애상은 나도 모르게 다가왔다가 어렵게 떨어져 나간다는 점에서 너무나 사랑의 본질과 닮아 있기도 하다. 이런 노래를 만들어 낸 가수 김윤아는 노래를 잘하는 혹은 이쁜 가수가 아니라 여우 같은 영리함을 숨기지 않는 가수이며, 솔직하고 과감하다는 점에서 여우 중에서도 개성 넘치는 여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김윤아는 싫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윤아의 노래를 싫어하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런데, 근래의 어느 신보보다 가까이 두고 반복해서 듣고 있다.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우울한 사랑의 묘미를....가면을 쓴다고 써도 다 보이는 사랑을 말이다.



by kinolife 2006. 4. 18. 00:13


2001년, 미국, 131분  음악 : 벤 폴즈(Ben Folds), 존 파웰(John Powell)

-Song List-
1. Two of Us - Aimee Mann & Michael Penn    
2. Blackbird - Sarah McLachlan    
3. Across the Universe - Rufus Wainwright  
4. I'm Looking Through You - The Wallflowers  
5.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 Eddie Vedder    
6. Strawberry Fields - Ben Harper          
7. Mother Nature's Son - Sheryl Crow          
8. Golden Slumbers - Ben Folds          
9. I'm Only Sleeping - The Vines          
10. Don't Let Me Down - Stereophonics          
11.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The Black Crowes          
12. Julia - Chocolate Genius          
13. We Can Work It Out - Heather Nova          
14. Help - Howie Day          
15. Nowhere Man - Paul Westerberg          
16. Revolution - Grandaddy          
17. Let It Be - Nick Cave

한국영화의 강세는 우리의 문화적인 우리가 튼튼해진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어떤 점에서는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 중에 규모는 중간, 혹은 그 이하이나 재기발랄하면서 흥겨움을 주는 영화들이 미쳐 우리나라에 소개될 기회를 박탈하는 현상이 생기게도 한다. 어찌보면 이 영화 [I Am Sam] 역시도 미셀 파이퍼에 연기파 배우 숀팬이라는 이름이 있어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던 영화였지만, 아역배우 다코다 패닝의 연기로 헐리우드 영화 참패기에 성공을 이룬 기억이 난다. 이렇게 큰 마케팅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진 영화의 감동에 실린 이 영화의 음악 역시 영화만큼이나 소리소문없이 많은 사람들의 귀로 손으로 퍼져 인기를 끌었었다. 영화만큼이나 잔잔한 음악은 살아있는 전설 비틀즈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 준 셈이 됐다.

영화는 정신 박약의 아버지가 자신의 일부인 딸을 지켜내기 위한 법정 싸움 정도로 요약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음악은 비틀즈를 위한...비틀즈에게 라고 볼 수 있다.
사운트트렉에 수록된 전곡이 모두 비틀즈의 곡이며, 이 곡들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가수들의 리메이크해서 불러준다. 말그대로 영화음악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사실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만 뺀다면 또 하나의 비틀즈 트리뷰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다. 음악감독의 의도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몰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 샘이 비틀즈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장면이나. 비틀즈에 대한 해박한 지식, 비틀즈의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모방한 장면 등을 엿보면 이 영화의 감독이 얼마나 비틀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제작진은 영화의 BGM으로 비틀즈의 원곡을 쓰고 싶어했으나 비싼 음원 가격 때문에 리메이크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뒷이야기는 현재의 신화에 대한 가격의 천문학적 숫자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다듬어진 비틀즈의 노래들은 70년대의 사운드에 상처를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의 색깔을 입혀 새로움을 더 했다. 개인적으로 비틀즈의 곡 중에서 애청하는 곡 "Balcbird"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보여주는 여성 싱어송 라이터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에 의해 부드러움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잔잔하게 귓가를 울리며 에미 만(Aimee Mann) 역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로 사라 맥라클란과 함께 균형을 맞춘다. 음울한 목소리의 주인공 닉 케이브(Nick Cave)는 읊조리는 듯한 자신의 색깔로 더욱 더 듣는 이에게 서늘한 자극점을 제공한다. 어느 곡 하나 건너 뛸 필요없이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노래들은 영화의 감동과 함께 잔잔한 명곡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운트 트랙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곡 "Two Of Us"는 각각 다른 가수들의 호흡을 맞추면서 시작과 끝에 각각 다른 맛을 선사한다. 영화 속 샘과 그의 딸은 역시 "Two Of Us"이며 서로에게 "I Agree"이듯이 영화와 손발을 맞춘 [I Am Sam]의 OST에 진정한 긍정의 즐거움을 느낀다.
by kinolife 2006. 4. 17. 23:46


  1999년, 미국, 95분  음악 : 가브리엘 야드(Gabriel Yared)

Song List

01. I Could Not Ask For More - Edwin Mccain
02. No Mermaid - Sinead Lohan
03. Let Me Let Go - Faith Hill
04. I Will Know Your Love - Beth Nielsen Chapman
05. Only Lonely - Hootie & The Blowfish
06. Don't - Yve.N.Adam
07. Carolina - Sheryl Crow
08. I Love you - Sarah McLachlan
09. Fallen Angels - Marc Cohn
10. Somewhere In The Middle - Nine Sky Wonder
11. What Will I Do - Clannad
12. I'll Still Love You Then - Anna Nordell
13. One More Time - Laura Pausini
14. Theresa & Garret - Gabriel Yared
15. Message In A Bottle - Gabriel Yared
16. Dear Catherine - Gabriel Yared


영화 <병 속에 든 편지>를 만난것은 예전 대구의 어느 극장에서 두편을 동시 상영하는 상영관에서였다. 동시상영이었으니 이 영화외에 다른 한 편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기억속에 남은 건 그 영화를 보기 위해 갔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고, 지금은 이 영화는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와 함께 보았던 그 영화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는 거다. 이렇게 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병 속에 든 편지>는 영화의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나 케빈 코스트너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이 영화속의 컨템퍼러리 뮤직 때문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음악 속의 스코어를 만든이가 가브리엘 야드였으며, 영화 안에서 평안하면서도 익숙한 미국식 팝 음악을 들려주던 가수들이 귀에 익고 있었던 이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영화 <병 속에 든 편지>를 만난것은 예전 대구의 어느 극장에서 두편을 동시 상영하는 상영관에서였다. 동시상영이었으니 이 영화외에 다른 한 편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기억속에 남은 건 그 영화를 보기 위해 갔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고, 지금은 이 영화는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와 함께 보았던 그 영화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는 거다. 이렇게 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 <병 속에 든 편지>는 영화의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나 케빈 코스트너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이 영화속의 컨템퍼러리 뮤직 때문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음악 속의 스코어를 만든이가 가브리엘 야드였으며, 영화 안에서 평안하면서도 익숙한 미국식 팝 음악을 들려주던 가수들이 귀에 익고 있었던 이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녀에 대한 관심으로 잠시 웹서핑을 했더니 http://www.laurapausini.com라는  공식 홈페이지가 나오고, Allmusic에는 싱글, 박스 세트 정규 음반까지 해서 15장에 가까운 음반이 나와있는 중견 가수다. 첫 앨범이 1993년에 나왔으니 10년동안 가수생활을 했으며, 1993년 이태리의 산레모 가요제를 통해 세계로 알려진 것 같다. 시원시원한 목뚤림이 답답함이 없는 목소리다. 얼굴 또한 시원시원하다. 몇몇 귀에 익은 가수의 편안한 팝 사운드 사이에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바닷결같은 스코어를 만들어 준 가브리엘 야드의 음악은 이전에 보여준 영화에서의 절묘함이나 신선함은 좀 떨어지지만, 평범한 팝 사이의 영화음악 곳곳을 주인공들의 심리와 함께 잘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병속에 든 편지 Messege In A Bottle>는 평범한 미국의 연애 영화에, 프랑스 작곡가의 평범해 보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스코어,  현재 미국에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여가수들의 노래들이 균형을 잡아가는 뛰어나지고 빠지지도 않는 헐리우드 오리지날 사운드트렉의 교과서 같은 음반이다.
by kinolife 2006. 4. 17. 23:27

오늘따라 똘망 똘망 아주 이뻐 보이는 정언이 모습들...


by kinolife 2006. 4. 7. 14:24
감기다 들어놓으니 콧물도 좀 나오고 콧물이 나오다 보니 마르면서 코딱지가 생긴다..
잉 싫다고 고개를 흔들어도 막상 코딱지를 뺴고 나면 시원한가 보다..
by kinolife 2006. 4. 6. 14:09
목욕을 시켜 놓고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영락없는 조폭 마누라 포즈다..

by kinolife 2006. 4. 5.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