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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병준
시 : 조병준
출판사 : 샨티
2009년 09
가격 : 13,000

사진을 찍고 시를 썼을까? 시를 쓰고 사진을 맞췄을까..이 책은 먼저 있는 사진에다가 단어를 끼워 맞추듯 시를 써 내려 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사진과 시처럼 그 색깔이 비슷한 장르들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작업을 모아둔 사진작가이자 시인이 조병준 님의 책...그의 책 속의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여행하듯이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에 대해 스치면서 느껴본다. 책 속의 사진과 그 옆에 씌어진 시를 다 읽고 나니 그는 시보다 사진이 더 좋을 것 같다.








- 책 속의 글 -

- 물에게 -

물에게 물을 바칩니다.
그것이 제 사랑의 방식이기를 빕니다.
당신에게 다시 당신을 보태어
언젠가 당신이 뚝방을 넘쳐 먼 세상으로 흘러가는 날이 오면
그날엔 제 눈물도 보탤 수 있기를 빕니다.

- 벤치에 대한 예의 -

그 오솔길, 언제나 저녁 속에 있었다.
산책에 나선 사람들은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따뜻하고 밝은 집으로 돌아갔으므로
벤치는 언제나 비어 있었다.

비어 있음이 충만이라고
저 벤치에게 말할 수 있는가?
오, 차라리 아무 말도 말아라.
그 오랜 기다림을 모욕해선 안 된다.
그저 서둘러 그 앞을 지나면 된다.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잠시 앉아주면 된다.
벤치가 바라는 건 그 뿐이다.

- 구름, 기억 -

모든 흐르는 것들은 덧없다.
흐르지 않는 것이 세상에는 없다.

덧없는 것들도 모이면 무거워진다
무겁지 않은 기억은 없다.

구름, 흩어져 있어도 좋을 텐데
자꾸 모인다
기억, 꼭 그 자리에서 덧나
피고름으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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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9. 1. 3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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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중만
시 : 황학주
출판사 : 생각의 나무
2005년 11
가격 : 9,500

병옥씨가 선물로 보내준 CD에 끼어 있는 책을 보고 냅다 읽어 버리고...아프리카에 빠져드는 두 명의 뇌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서 살아가는 이 불모의 땅에 대한 두 명의 호기심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은 도시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환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떠나서 함께 할 수 없지만 내내 동경하고야 마는 땅..그 땅에 대한 김중만의 사진과 그 땅을 보고 쓴 황학주의 시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선명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사진에 비해 조금은 난해하며 개인적인 시선에 다가가 있는 황학주의 시는 조금 난해하다. 갑갑한 방에서 떠나는 먼 사색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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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중만

- 임신 검사 -
                     詩 황학주

어차피 우리는 더 낮은 데로 흘러가는 것 뿐이다.
어차피 나를 위해 사는 게 아니다.
무엇으로 보나 몸 앞에 꽁무니 뺄 만한 구실은 없고
미리내가 지나가는 사막처럼 자꾸만 마음은 외롭고 넓다
뉘도 티도 없늠 몸이었으나 태양 아래 홀딱 태울 수 밖에 없어
인간의 잉태는 매양 작은 발처럼 아름답고 위태롭다
우리를 빌려 썼던 죄들보다 더
깊을 만치 캄캄한 데서 뜨겁게 오는 날갯짓
나인데 어느덧 너다

자궁은 웅크리고 앉아 당하는게 아니다
어제의 내 모양을 기억하는 자궁은
생의 어제를 만든 유일한 솟구침이다
뼈가 단단해질 때까지 엉덩이는 누웠다 일어나고
시큰거릴 때까지 바닥을 짚었던 손은 튀어나오고
자궁이 기어코 아기로 부웅 떠오르는 일
어차피 우리는 더 낮은 데로 흘러가는 것 뿐이다
저녁 바람이 저녁을 만나고 가듯이

일샘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직업을
한때 가지고 싶었잖은가




by kinolife 2007. 11.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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