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마지막 주말, 조금씩 시작되는 더위는 아주 조금씩 저녁을 빨리 기다리게 하고,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은 황사가 지나간 이후라 조금은 반갑기도 한 때,,,,,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바람이 아닌 또 다른 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노랫가락과 넘치는 박수소리, 그리고 뜻을 같이 하고, 같은 소망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열기 속에서 시작된 열린 콘서트 <바람이 분다> ….

정태춘, 박은옥을 위시한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한 공연 <바람이 분다>는 많은 대학교의 축제들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대학의 열정과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를 비롯한 재야 단체의 주최로 정태춘과 박은옥을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윤도현 밴드, 이정열 등의 가수들이 함께 했다. 대중가요가 노래를 통해 시민정치와의 조우를 꿈꾼다는 점에서 이 공연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났다. 관객들 각자의 관람이유야 각양각색이겠지만,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향수는 독특하게 현재의 정치와 사회상과 유리되어 생각할 수는 없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정태춘과 박은옥이라는 메인 타이틀과 함께 참여한 젊은 가수들은 노 개런티로 함께 노래함으로써 새로운 정치가 만들어내는 새 나라에 대한 작은 염원에 대한 열의에 동참했다. <바람이 분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영화배우 문성근의 사회로 1부와 3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정태춘, 박은옥의 무대, 2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4부는 함께 하는 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과거 히트곡들과 다른 가수들의 포크, 락 음악을 통해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사해 대학교 노천강당에서 우렁찬 함성이 함께한 열기의 무대를 선보인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행, 그리고 공연장 입구에 “아직도 조선일보를 읽으십니까? ”라고 쓰인 샌드위치 걸개를 목에 건 청년들과 배우 명계남 씨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이날 공연장의 풍경들이 사뭇 묵직하거나 딱딱하게도 보일 수 있겠으나 그러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것은 공연의 진행이나 게스트들의 다양함에도 있겠지만, 노찾사의 초기 멤버들이 함께 다시 모였다는 동창회적 분위기와 유머 섞인 정태춘의 노래들, 그리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지닌 굳은 결심이 담긴 웃음처럼 당당한 자의 여유들이 대학가 노천강당에서 옛추억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40, 50대의 젊어 보이는 부부와 386 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양복에 사각 서류가방을 든 사람들, 그리고 이 강당의 주인같이 편안한 젊은 학생들과 아이들을 무등에 태워 함께 온 부부까지, 들뜨고, 추억에 잠긴 관객들은 조악한 음향 시설과 울리는 하울링에도 굴하지 않고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손뼉치고 하늘과 시멘트 바닥 사이에서 이들은 다 하나가 되어 작은 손을 모은다.

제 1부, 아직도 채 해가 지지 않은 초저녁, 처음으로 소개를 받은 정태춘이 소개되고, 정태춘은 자신의 노래 “사람들”을 2002년 5월 버전으로 들려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그리고 생각하게 하며, 박은옥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신곡 “빈산”을 부른다. 그리고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노찾사의 대표곡들이 불려지고 연이어 1부 게스트 강산에는 자신의 히트곡 “라구요”의 통일버전을 자신의 개인사에 엮어 들려준다. 근래에 보기 드문 강산에의 열창은 그가 얼마나 팬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싶어했는지 짐작하게 하고, 무대는 그의 그리움만큼 뜨거워진다. 2부에 들어서는 “사계 ”를 비롯한 노찾사의 대표곡과 정태춘, 박은옥의 “정동진 2 ”가 계속되고 2부 게스트 이정열과 윤도현 밴드의 노래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열기로 더더욱 불을 뿜는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 열광한 이 무대에서는 자연스럽게 가수들의 열창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관객들의 함께하고픈, 여기 모인 이들이 힘을 모으고픈 열망이 함성이 되고 그 함성이 가수들에게 힘으로 전달되듯 인기나 선택한 곡들과는 상관없이 열기는 충천, 희망이 만발한다.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져 4부에 다다라서는 이 곳에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고 있음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호와 합창이 관객과 가수들과 함께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원 멤버들이 다시 다 모이는 계기가 마련된 장이었지만 이들이 공연의 모토로 이야기 하는 새로운 정치시대 10년의 개막과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의미를 일깨우는 새 정치를 위한 축제의 성격 역시 지울 수 없다. 조금 규모가 큰 대학의 축제 같은 공연일지 몰라도 공연장 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은 이 무대를 더욱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이렇듯 실로 오래간만에 현실 정치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대학 내에서 노래와 함께 울린 것이다. 지난날, 혹은 과거 그 때 사회를 알게 되어 고민하던 이들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꾸미기 위해 정치에 참여하고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공연의 색깔은 빨간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색도 세월의 힘에 의해 분홍빛으로 옅어지고 부드러워진 분홍색은 유별난 몇 명의 사회 변화기가 아닌 일반 시민과 학생 대중들이 음악을 즐기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

오래간만에 노래하는 많은 가수들과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여 소리 지르고 함께 부른 노래공연 “바람이 분다”는 6.13 지방선거, 이후에 이어질 대통령 선거까지 정치가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는 모토아래 열린 무대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데 있어, 단순히 일부 어떠한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는 성격이 보인다 하더라도 혹은 선거의 스케쥴에 의도적으로 계획되어 보인다 할지라도, 대중문화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팬들도 노래와 함께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데 있어 보다 넓은 의미에서 노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에 충분하다. 또 어떤가 화려한 락 카페에서 머리를 흔드는 이가 있다면 넓은 운동장에서 손을 흔드는 이도 있지 않겠는가?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이가 있다면 노래를 들으며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공연의 주최자들의 의도와 기대만틈 이 노래공연이 낡은 정치를 바꾸는데 아주 작은 청량 바람이어도 좋지 않겠는가!

Tip 이 글은 제자가 2002년 5월에 www.kpopdb.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by kinolife 2006. 7. 13.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