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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8분, Color
감 독: 코이즈미 노리히로(小泉德宏)
각 본 : 반도 켄지(坂東賢治)
음 악 : 유이(YUI)
          시이나 케이타(椎名KAY太)
주제곡 : "Good-bye days" by 유이(YUI)

출연: 유이(Yui)
        츠카모토 다카시(塚本高史)
        아사기 쿠니코(麻木久仁子)
        코야나기 유(小柳友)
        후세 에리(ふせえり)
        키시타니 고로(岸谷五朗)
        토오리야마 아이리(通山愛里)  
        타나카 소겐(田中聡元)  
        코바야시 타카시(小林隆)  
        마기(マギ-)  
        야마자키 하지메(山崎一)  
        카와구치 사토루川口覚) 

세상에는 수 많은 병이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병과 함께 살아간다. 이겨내고 안 이겨내고는 철저히 개인의 영역이다. 그 수많은 병 중에서 이 영화 속의 주인공 카오루는 태양에 몸을 노출시키면 죽어가는 희귀한 병에 걸려 있다. 전형적인 영화적인 소개가 아닐 수 없다.

아주 어릴적부터 자기의 작은 방에서 살아온 카오루는 유일한 친구 기타와 함게 성장 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무렵 시작하는 하루에 다시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녁에 마무리 되는 하루...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간대를 반복해서 살아가지만 남들과 다른 시간대를 주무대로 가진 카오루이기에.. .그리고 그 시간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금칙이 보통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한다.

요즘 들어 드는 가장 많은 생각이란, 그 어떤 것이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그것 차제가 주는 사실적인 절망감보다 노력한다 해도 미래에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더 박탈감을 준다는 건데, 이 영화 속의 카오루 역시도 지금 태양을 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미래에 태양을 당당히 볼 수 없다는 것이 더더욱 안타까운 느낌을 전해줘서 요즘 느끼는 나의 허탈감 코드와 맞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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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둠과 패쇠된 공간 속을 살아가는 카오루에게 어느 날, 아주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있는 동급생 코지를 자신의 창밖에서 보게 된다. 이름모들 남학생이 윈드서핑 보드를 만지작 거리는데서 부터..그것을 사서 기뻐하는 모습까지 일상의 자잘함에 관심을 가진 카오루는 그 관심이 쌓여 용기를 갖게 되고 그 용기는 우정과, 사랑을 전해준다. 이들의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이 영화의 톤이 아주 좋았는데, 남자 아이의 서핑과 여자 아이의 노래가 이들의 웃음을 전해주듯이 하나가 죽고 다른 하나가 살아도 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의 기억에 혹은 영화 안에서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그것으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 차제가 좋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양을 보지 못하는 한 여자 아이가 죽었다고 그걸 슬퍼할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그녀가 태양을 볼 수 없다는 현실 자체가 슬픈 것이었음을...죽은 이후에도 그대로 생활이 남아 있듯이 그 사실 자체가 슬픈 것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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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런 단순한 영화적 소재를 과장하거나 희석 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추억을 추억대로 인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날이면 태양이 다시 뜨듯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몫만을 아낌없이 살아간다는 인생의 절대법칙을 잘 보여준다. 영화적인 소재에 아름다운 음악을 덧입힌 건 이 영화의 가장 상업적인 코드이고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현재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싱어송 라이터 "Yui"의 음악들은 자꾸 들으면 조금 물리는 기운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신선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가수로서의 연기 역시도 튀지 않게..하는 미덕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근래 와이드 형태로 개봉되는 일본영화들이 대부분 이런 말랑말랑한 연애 이야기들 일색이라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이미 극장가에서 다양성을 찾아보기 힘든 천박한 도시에 이런 소박한 영화가 작게나마 사랑 받는다는 게 이색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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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바라보면서 살 수 있어서..아니, 태양을 피해 다니다가 죽지 않을 수 있어서 고마웁다는 자연스러운 또 하나의 자각을 선물해 준 이 작은 영화에...기름기 없고 무게잡는 이도 없는 영화속의 따뜻한 사람들에게...새벽에 일어나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나의 성실함에...그리고 하루가 고맙게 느껴질 수 있는 넉넉함을 전해준 이 영화의 소박한 에너지를 기분 좋게 받아 들여본다. 영화는 결국 카오루의 죽음으로 전제된 결말에 도달했지만, 그 자연스러운 결말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이들에게 전해주는 메세지는 제각각 아주 다르듯이 미덕은 곧곧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에서 Yui가 불러주는 "Good-bye Days"는 또 다른 덤인 셈이다.

by kinolife 2007. 3. 1. 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