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6분, 미국

감 독 :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각 본 :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알렉 설스킨(Alec Sulkin)

          웰슬리 와일드(Wellesley Wild)

출 연 :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밀라 쿠니스(Mila Kunis)
          지오바니 리비시(Giovanni Ribisi)
          애든 밍크스(Aedin Mincks)
          샘 J. 존스(Sam J. Jones)
         
음 악 : 월터 머피(Walter Murphy)


한동안 밀린 한국영화를 찾아 보느라고 정신 못 차리고 있었는데..즐겨듣는 팟 케스트 '씨네타운 19'의 적극 추천 덕에 안 보면 안되겠는데 싶어서 찾아서 보았다. 이십대 때에는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우드의 주요 영화들의 신보 소식이 귀 기울이고 주요 감독들 작품을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40대가 되고보니 그 많은 한국영화를 골라보기에도 힘에 부치는 아줌마가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영화는 저급해 보이지만 심하게 큐트하고 쓰레기 유머들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사는게 그렇지 안냐라고 반문하는 것 같아서 끄덕끄덕 그러고는 곧 쓸쓸하고 씁쓸해졌다.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내가 영화를 왜 좋아했지?... 나 영화 많이 본다고 자랑할려고 본 것도 아니고..그냥 좋은 영화를 보고 난 감동, 혹은 깨알같이 저린 즐거움, 내가 조금은 더 정진된 것 같은 그 개인의 경험을 잊지 못해 영화를 계속해서 보아왔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이 영화는 나에게 영화는? 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런 질문에 답하듯, 결국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고 친구였다는 걸..영화 속의 존에게 테드가 있었다면, 난 영화를 끼고 그렇게 위로 받았다는 걸 기억해 냈다. 영화 <테드>는 내겐 그런 영화였다.


누구나 밖에서 꽤나 인기 있는 듯 착각하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서는 난 참 인기가 없는 인간이구나..참 문제가 많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면서 문뜩 외로워 질 때..위로가 되어주는 어떤 것. 물론 영화 속의 테드는 그 이상이었지만, 대부분 내 마음속의 테드를 끼고 어른이 된다. 물론 덩치만 큰 어른이 되거나, 어떤 부분은 꽤 어른스럽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놓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데리고 다니는 많은 어른 처럼..어른과 아이의 그 스러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그 구성성분에 따라 일정부분 그 사람이 평가되어지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테드가 말하듯이..할일 없이 맥주에 대마초를 빨며, 시시껄렁한 영화나 보는 삶이 왜 나쁜건지?..그러게 남에게 피해가 주는 것도 아닌데..내 마음대로 내 인생을 탕진하지도 못하게 하다니!! 그런 테드의 자아각성이야말로 그렇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발자국일지도 모른다.지금도 스스로 돌이켜보면, 백수로 1여년을 음악만 듣고 맥주만 마시던 그 1년의 기억이 나쁘지 않고 꽤나 힘들떄마다 씩 웃으면서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한없이 한심해 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인생에 몇 번이나 올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테드..너 정말 멋지구나..라고 말해주고 싶은 지점이 바로 이 부분, 그냥 지금이 좋지 않니? 라고 말해주고 보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그 자체였다. 그래 니가 있어서 더 즐거워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 그래서 이 영화가 즐겁게 기억된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도 곰인형을 끼고 히히덕 거리는 존보다 더 기특한 것은 테드의 입에서 감탄으로 흘러나온 "비치" 로리인지도 모르겠다.원래 남자라는 동물은 철이 안 들거나 철 들며는 죽어야 하고, 철들지 않은 남자를 자신의 테드로 생각하고 기꺼히 동참하는 로리가 진정 대인배인지도 모른다,. 되돌아보면, 지금 보다는 내일,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아이의 내일까지 걱정하며, 머리에 꾹꾹 눌어 있는 나를 보며 영화 속의 로리를 보면서 "그렇게...할 수 있는 니가 짱이구나!!" 할 수 있게 되는...남자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그대로 다 이해해 버리는 것이야말고 여자 인생 최고의 철학적 사유인지도 모르겠다. 찌질한 남편을 보며, 그게 니 인생이니까. 할 수 있는 건 진짜 용기가 아닌가...


왼쪽 도니 역의 지오바니 리비시

영화 속에서 좋게 보았던 부분이나, 긴장감, 영화적인 소소한 재미들은 장면마다 꽤 있지만, 씨네타운에 다 언급 되므로..언급=동어반복이 될 듯 하다. 예전에 즐겨 찾아 보면 미국식 코미디 영화들을 다시 보게끔 할지도 모를 이 영화는 그런 과거 영화보기의 물꼬를 틀어준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너무나 오래간만에 보았던 지오바니 리비시가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프렌즈>에서보다 많이 컸네? 했더니 어느새 그도 마흔이 넘었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존에게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정서 "아 내 곰 테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는 "아! 나의 영화보기"가 되고 말았다. 


미국식 코미디 답게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 깨닫고, 모두 행복해지는 그 해피엔딩에도 "That's OK"라 쓰고 싶다.



by kinolife 2013. 4. 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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