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妻と私.幼年時代

글: 에토 준(江藤淳)

번역 :김경남

출판사: 중앙m&b
2000.02 초판 1쇄
가격:6,500원


아내가 병으로 죽었고..난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 중 절반을 함께 한 동반자를 잃어버리고 나머지 반,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 해진 초로의 남자가 스스로 선택한 학자의 그 끝.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오는 불온함이 던져준 죽음..그 치열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미 서점가에서 절판이 되어 버린 이 책을 단골 헌책방에 들려서 바로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 행운이었던 것 같다.  


삶은 전소되기 전엔 그저 타고 있을 뿐인 것일테다. 누군가의 불꽃이 더 활활이라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양초의 마지막 불끝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저 계속되는 타오름을 이어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의 그 끝에 대한 이해와 동감이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동반자의 위치에 궂이 열렬한 사랑 따위의 일반적인 포장을 할 필요는 없겠으나 저자가 느꼈던 상실감에 대한 유추는 그 삶의 궤적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각을 넓게 보다는 깊게 해 주는 짧은 글이다.


- 책 속의 글 -


"나는 그녀의 무언의 말에 대하여 역시 무언으로 되풀이 하였다. 고맙다고 알아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당신의 생명이 다한다 하더라도 내게 의식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이라고...."


" 아내와는 얼마 안 있어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에는 나 자신이 일상적인 실무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하고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너무 강박했던 것 같았다. 무슨 까닭인지 죽음의 시간과 일상적인 실무의 시간 사이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왕복 가능한 구조가 아니었던 듯 하다. 일단, 죽음의 시간에 깊이 빠져 거기에 홀로 남겨져 살아가는 인간만큼 절망적인 자는 없다."


"가슴 속의 비애는 흡사 바닥이 없는 우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 다 퍼내어질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바로 그 한가운데에 놓인 시공간이야말로 저 삶과 죽음의 시공간이었다. 그리고 희미한 등불로 밝혀진 마당의 모습은 나의 눈에는 마치 게이코의 혼령을 지키려고 다른 세계에서 방분한 사람들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by kinolife 2012. 11. 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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