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
글:헬렌 필딩                                                         감독: Sharon Maguire
   (Helen Fielding)                                                        (샤론 맥과이어)
번역:임지현                                                          출연: Renée Zellweger(르네 젤뤼거)
국내 출판:문학사상사                                                        -Bridget Jones(브리짓 존스 역)
출판년도:1999년(미국), 1999년(한국)                                Colin Firth(콜린 퍼스)
                                                                                    -Mark Darcy(마크 달시 역)
                                                                                 Hugh Grant(휴 그랜트)
                                                                                    -Daniel Cleaver(다니엘 클로버 역)
                                                                          제작년도:2001년

조용한 휴일을 이용해, 책들을 치우고, CD들을 대충 요즘 듣는 것과 나중에 어쩌다 들을 것들을 정리하고, 기름때 묻은 식기들을 치우려다 허걱 하며 손을 땐 이후, 친구에게 편지를 쓸까 하고 편지지를 꺼내 긁적이다 그만 둔...등등의 집안의 잡스러운 것들와 씨름하다 꺼내 본 DVD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이 영화를 꺼내 보기 전의 휴일의 일상적인 모습이 브리짓의 삶과 닮아있다는..내가 곧 또 다른 평범한 브리짓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처지가 비슷한 서른의 여자가 바로 나 이기 때문이다. 브리짓은 모든 서른 전후의 애인 없는 혹은 애인을 갈구하는 여인네 또 그도 아니라면 애인이 있다 해도 결혼하지 못한 서른의 여자들의 코드같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본 모든 여성들의 곳곳에 자신들의 들어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크게 발을 빼지는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서른이고, 또 여자이니 말이다.

영화의 원안이 되었던 영국의 여류작가 헬렌 필딩의 소설책을 펼치면 고민 가득한 브리짓의 일기가 시작된다. 하지 말아야 할것에 대한 목록과 꼭 해야되는 것의 목록이 일기의 머릿말을 짓누르지만 여지없이 다음날의 일기 머릿말에는 어제가 가졌던 자신만의 묵계가 묵사발처럼 지켜지지 않았다는 자기힐난과 함께 새로운 계획들로 채워진다. 역시 최고의 관심사는 다이어트, 건강관리, 미용.직장생활..그리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들과 남자들에 대한 고백들과 같은 것들이다.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들 역시 독신의 생활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요소니 빠트릴 수 없다. 이렇게 책에서는 브리짓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일기라는 이야기 방식을 통해 보다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서술되어 읽는이로 하여금 자신과 일치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브지짓의 일기를 읽으면서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은 또 다른 브리짓인 자신과 만나게 된다.
책 속의 이야기는 소설의 서술방식이 일기체의 독백이다 보니, 보다 브리짓의 감성에 다가가 있다는 데 있어 소설속의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닌 친밀한 대화로 받아들여지고, 그녀의 고민이 자기 고민이 되고 즐거움 역시 내것과 흡사한 것을 가깝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글과 글 사이 행간과 행간 사이의 쉼터에 비슷한 상황의 독자가 누구나 함께 이입되는 것이다. 활자 사이의 호흡이 충분히 살아 있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쉽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렇게 책이 자기독백이 가지는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다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브리짓 역을 맡은 르네 젤뤼거의 책속 독백같은 꾸밈없는 연기로 책 못지않은 솔직한 매력을 발산한다. 책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속의 이야기를 적절히 취압해 버릴것은 버리고 살릴것을 살린다는 점이라는 데 있어 영화는 적당히 자기 선에 맞는 살생부를 잘 꾸렸으며, 캐스팅이라는 중요한 포인트 역시 100점 이상으로 잘 그려냈다. 책속의 조금 뚱뚱한 브리짓은 르네 젤뤼거의 늘린 살로 충분히 살려졌으며, 젤뤼거의 독백형식을 통해 개인적인 사담도 충분히 묘사됐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화면 크게 보여진 브리짓의 엉덩이나 야외파티에서 바니걸 복장을 한 젤뤼거의 모습은 조금은 멍청해 보이지만, 귀여운 브리짓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상사 다니엘과의 채팅장면이나, 푸른수프가 되어버리는 브리짓의 저녁식사 장면 등은 화면의 묘미가 활자보다 선명하게 브리짓의 성격을 잘 표현해 주는 장면들로 책보다 더 효과적으로 주인공들의 상활을 잘 그려냈다.

솔직한 자기 독백이 무기인 책이 객관화된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화했지만 영화는 역시 그저 그러다 할 수 도 있을 책 속의 독신녀를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주목하며, 관심 가지며 동일시 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책보다 더 돋보인다. 책 속의 세세한 에피소드들을 배우들의 솔직함과 무리없는 전개로 그려냈으며 책보다는 비중이 있어보이는 두 남자를 통해 여자에게 남자가 중요한 만큼 남자들에게 있어서 여자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깜찍하게 은유로 묻어두는 재치까지 읽을 수 있게 한다. 르네 젤뤼거 못지 않게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의 연기 역시도 자연스럽다. 너무 날리는 남자역엔 휴 그렌트가 딱이고 조금은 딱딱해 보이고 재미없어 보이는 달시 역의 콜린 퍼스 역시 영화가 흐르는 시점에 따라 별 무리 없이 감정이입 되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든 감독 역시 여성으로 이 영화 한편으로 데뷔,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됐으니. 역시 글을 쓰든 영화를 만들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때 진가를 발휘하는 가 보다.

꿀꿀한 집안 일에 치인 휴일을 지낸 서른살 여자들에게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좋은 친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그 휴일을 맞기 전에 소설로 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을 짬짬히 읽어두고 보는 것은 더 좋다. 브리짓이 써 둔 일기 속의 세세한 표현들의 어떻게 그림으로 그려졌는지 보는 재미 나쁘지 않으니까 말이다.  

by kinolife 2006. 8. 1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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