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큼이나 그림이 아름다운 책이다. 하루만에 후다닥 읽기에도 좋은 책...사색이 가미된 가벼운 에세이다.

글: 마하엘 크뤼거 (Michael Kruger)
그림: 크빈트 부흐홀츠(Quint Buchholz)
번역: 조원규
출판사: (주)민음사
2002.02.04 초판 1쇄
가격: 10.000원
★★★

"신음하는 잠이 이방 저방 돌아나닐 때, 명정(明淨)한 밤은 낯선 달빛으로 속삭여 온다. 이제는 잿빛 하늘에 배를 띄울 시간, 사람의 온기, 울쩍 멀리 떠나서"

"문제는 오로지 거리(距離)일 뿐, 실제로 달은 우리가 교회에서 생각한 것과 똑같이 생긴 물체였다. 높이 오르니 아찔했을 뿐더러, 밤이라서 시야도 맑지 않았다. 말하자면 우리가 하고픈 것에 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보잘 것 없는 경우랄까, 이런 사정은 누구도 달만큼 잘 알지 못했으리라"

"나는 우울한 사람인가. 기분을 풀어보려는 시도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넌 왜 웃지 않는거야?" 남들이 물으면 나의 대답은 "값싼 희망을 품고 싶지 않아." 불면증인 나는 밤마다 산책을 나간다. 동물들의 숨소리, 어두운 그늘의 속삭임을 나는 듣는다. 언젠가 한 번은......아니 무엇을 보았는지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다."

"휘몰아치는 해풍을 뚫고 날며 성내어 일어서 보라. 마치 바다를 붇돋워주는 듯한 저 갈매기 쫓아 보노라면 눈먼 우연이 지배한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 듯 하다. '외롭고 황량한 바다'라 해도 세계라는 거대한 기계의 운행, 그 한 부분인 것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꿈 꾸었다. 왕이 없는 궁전과 목적이 없는 방법들,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꿈에서 깨었을 때, 나는 한 없이 혼자였다."


by kinolife 2006. 8. 19.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