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훈

출판사: 문학동네

2015.09 초판 1쇄

가격: 15.000원


글 잘쓰는 김훈작가가 앉아서 열심히 연필로 쓴 글을 묵묵하게 읽었다.

꽤 많은 양의 에세이가 실여 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시니컬한..그가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해 관조하면서 보게 된다. 책의 내용은 그만의 색깔이 담겨 있지만, 이상하게도 글 안의 감동있는 문구보다, 인터넷 서점을 통한 라면과 라면냄비 마케팅이 오래 남아서 이상한 씁쓸함이 있었다. 글 잘 쓰는게 너무 당연하게 알려진 작가여서 그런가보다. 


- 책 속의 글 -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그 언저리에 와 있었다."-32P

"삶을 지속하려는 자만이 연장을 만든다. 바다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죽변항에 돌아오는 어선과어부들을 보면서 나는 신석기 이래 이 물가에서 먹고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료의식을 느꼈다,"-54P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을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 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71P

"밥은 누구나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황사 바람 부는 거리에서 시위군중의 밥과 전경의 밥과 지가의 밥은 다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밥의 개별성과 밥의 보편성은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밥이 그러할 것이다."-75P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고나찰하는 노동이다."-76P

"우리는 마땅히 돈의 소중함을 앙ㄹ고 돈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돈을 사랑하고 돈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들만이 마침내 삶의 아름다움을 알고 삶을 긍정할 수가 있다."-179P

"사랑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 당겨 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262P

"연필을 글로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살아 있는 육체성의 느낌이 나에게는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다시 쓰고 찢어버린다.-268P

"음악은,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결핍의 소산 인 것만 같다. 스스로의 결핌의 힘이 아니라면, 인간은 지금까지 없었떤 세계를 시간 위에 펼쳐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상력은 스스로의 결핍에 대한 자기 확인일 뿐이다."-269P

"길은 생로병사의 모습을 닮아 있다. 진행중인 한 시점이 모든 과정에 닿아 있고, 태어남 안에 이미 죽음과 병듦이 포함 되어 있다. 깊은 이곳과 저곳을 잇는 통로일 뿐 아니라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모든 구부러짐과 풍경을 거느린다. 길은 명사라기보다는 동사에 가깝다."-299P


"나는 오랫동안 나비를 들여다 보았다. 나비는 바람에 날개를 뜯기면서, 애초에 바람이었던 것처럼, 바람에 풍화하고 있었다. 나는 나비들이 바람 속에서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죽어서 바람이 되어, 들판 쪽으로 불어간다."-372P

"가을에는 바람의 소리가 구석구석 들린다. 귀가 밝아지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 맑아지기 대문이다. 바람이 숲을 흔들 때, 소리르 내고 있는 쪽이 바람인지 숲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이런 분별은 대체로 무가치하다. 그것은 굳이 분별하지 않은 채로, 사람들은 바람이 숲을 흔드는 소리를 바람소리라고 한다. 바람 소리는 바람의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세상을 스치는 소리다!."-374P

by kinolife 2016. 4. 13.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