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티즈 Striptease

감독 : 앤드류 버그만 Andrew Bergman
주연 : 데미 무어 Demi Moore
        버트 레이놀즈 Burt Reynolds
음악 : 하워드 쇼어 Howard Shore    
1996년 Emd / Capitol 국내 발매

지난주 테마로 듣는 O.S.T에서는 스트립에 열중인 아저씨들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스트립으로 생활하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에 만난 아저씨들과 비슷하게 오늘 만나게 될 이 여성 역시 생존을 위해 옷을 벗게 됩니다. 이 여자의 이름은 에린(데미 무어)입니다. 에린은 능력없고, 책임감마저 없는 남편을 만난 덕에 이혼 후에 자식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옷을 벗게 되지요. 참 운도 없는 여자입니다.

바로 영화 <스트립티즈>는 '꽤 괜찮은 여자인 에린이 불행과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스트립을 하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이야기한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영화인데요. 일단 이야기가 간단한 만큼, 제목에서 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그림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느냐 하는 문제를 남겼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몸만들기를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약간의 성형수술까지 받았다는 데미 무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영화는 조금 비참할 정도로 '아닌' 영화였지요. 아마 그해 최악의 영화 1위에 당당히 랭크된 이력 또한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니까 말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데미 무어의 개인적인 취향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데미 무어가 "모든 여성은 스트립을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직접 자신의 몸을 매스컴에 노출시키는 과감한 개인적인 취향을 보여준 그녀의 실제 사생활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서의 그녀가 새로울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죠. 영화관의 스크린이라는 가상보다 신문 속의 데미 무어 이야기가 더 재미있으니 이를 어쩌나 싶습니다.

자, 그럼 영화 <스트립티즈> 속의 환락의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 다리가 무척 길고 가슴이 엄청 큰 여자들이 자신의 순서에 맞추어 춤을 추는군요. 그리고는 웃도리에서부터 차츰 옷을 벗어던집니다. 말그대로 스트립이군요. 그녀들의 다리에 돈을 끼워 주는 남성들은 전체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봐 주기 힘든 외모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남성을 표본화라도 하는 것처럼 좀 뚱뚱한 사람도 많구요.(아 뚱뚱한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스트립을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별 무리 없이 전개되는 영화 <스트립티즈>는 말그대로 '영상으로 보는 스트립바 탐험' 그 자체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는 너무 빤하고 더군다나 "난 스트립걸이 아니고 댄서야" 라고 말하는 지경에는 이 영화가 마치 코메디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옷을 벗어던지면서 지극히 진지해지려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생각보다 데미 무어의 몸에 관심인 남성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흥행이나 평가나 모두가 바닥을 헤메었던 영화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보여 줄게 없다는, 아니 볼만한 게 없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데미 무어의 엉성한 연기를 혹평하거나 버트 레이놀즈의 기이한 연기를 보면서 속된 말로 마음 편하게 씹을 수 있지요. 사실 그런 영화들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에도 놓치기 싫은 하나의 미덕은 있습니다. 바로 사운드트랙이 그것인데요. 주로 여자 주인공의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춤곡 중에 꽤 괜찮은 음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른바 <스트립티즈>식의 짜집기 댄스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80년대를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한 몇몇의 가수들이 부르는 다 아는 노래들이 사운드트랙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죠. 블론디(Blondie), 빌리 오션(Billy Ocean), 빌리 아이돌(Billy Idol), 프린스(Prince), 유리스믹스(Eurythmics) 등이 그들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 중에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들이 들어 있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사실, 영화의 완성도에 비한다면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하워드 쇼어라는 이름이 더더욱 사운드트랙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합니다.

자! 엉터리 댄싱영화 속에 볼 수 있는 나른한 조명의 스트립바와 함께 데미 무어와 버트 레이놀즈의 기이한 만남을 기억하면서 한 곡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의 만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곡으로 사운드트랙 12번에 위치한 유리스믹스( Eurythmics)의 "Sweet Dreams"이 이번 주, 테마가 있는 O.S.T에서 만날 수 있는 곡입니다. 흔히 나이트 클럽이나 스트립바 장면에서 흔히 쓰이는 곡이기도 하며, 국내에 유리스믹스의 곡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 곡을 들으시면서 조금한 나른하면서도 즐거운 4분 53초가 되시길 빕니다.  

-수록곡 리스트-

1. Gimme Some Lovin' - Spencer Davis Group
2. Get Outta My Dreams, Get Into My Car - Billy Ocean
3. Tide Is High, The - Blondie
4. Expressway To Your Heart - Soul Survivors
5. Green Onions - Booker T & The MG's
6. Love Child (Halaila) - Laladin
7. I Live For You - Chynna Phillips
8. You've Really Got A Hold On Me - Smokey Robinson & The Miracles
9. Mony Mony - Billy Idol
10. If I Was Your Girlfriend - Prince
11. I Hate Myself For Loving You - Joan Jett And The Blackhearts
12. SweetDreams (Are Made Of This) - Eurythmics
13. Return To Me - Dean Martin
by kinolife 2006. 10. 6.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