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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113분
감독: 마크 포스터 (Marc Forster)
출연: 윌 페렐(Will Ferrell)
        매기 질렌홀(Maggie Gyllenhaal)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
        퀸 라피타(Queen Latifah)
        엠마 톰슨(Emma Thompson)
        윌리엄 딕(William Dick)

자신의 인생이 한편의 소설이라고 믿는 모든 이에게 권할 만 영화...오래간만에 영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깔끔한 영화..수만가지 영화에 관한 말보다 누구든지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영화 <소설보다 이상한>을 보고 난 뒤의 감상이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그날 그날의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느닷없는 죽음의 시점을 알고 있다면...매일 뜨고 지는 해에 대한 감상들도 달라지겠지...그런 흔하고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의, 인간의 삶에 대한 읖조림을 아주 고급스럽게 영화로 옮겨놓은 영화다. 아름다움과 기발함..뛰어난 캐스팅과 극 전개..깔끔한 고뇌를 관객들에게 남기면서 영화라는 매채 자체에 대한 잃어버렸던 매혹을 다시 일으키게 한다. 오랜동안 잊고 있었던 차 한잔의 여유에서 그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렸을 때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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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는 이렇다.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국세청 직원 해롤드 크릭은 어느날 자신에게 공명처럼 울려대는 영국 억양의 주저리 주저리 알수 없는 내용의 나레이션을 듣게 된다.(이 나렛이션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은 정말 딱이다. !! 영화 전반부에 여류 소설가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이 작가의 목소리가 헤롤드에게 들리고 있다는 걸 그녀 특유의 음색과 억양으로 바로 알 수 있다.) 자신의 일상에 대한 공격처럼 다가온 이 해설을 쫒아 문학상담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해롤드...문학상담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각이 꽉 짜여진 세무사로서의 일상이 조금씩 바뀌면서 그 동안의 삶과는 다른 인생의 묘미를 누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다이나믹해보이지만 지루한 일상,  "일터"에서의 달라보이지만 별반 다를바 없는 생활에 대한 회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이에게 던지는 것이다.

헤롤드의 공명에 대한 괴로움은 정신병적인 증세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 안에 갖힌 것이라고도 보여진다. 문학 속의 불안이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대화로 풀어보지만, 헤롤드의 고민은 그 해설을 했던 주체가 실제 존재하는 유명한 소설가이며, 주로 비극을 쓰는 작가이며..현재 그녀가 10년만에 새로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즉, 비극을 탁월하게 그려놓은 소설가의 주인공으로써 실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보다 분명해 진다. 자신의 고민의 주체가 되었던 소설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그녀가 씌어지는 대로 죽게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그 내용을 자신의 고민을 문학적으로 이해해 주던 교수님의 입을 통해 기정 사실화 하면서 해롤드는 평범함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종지부를 스스로 준비한다. 자신의 환자가 명작 안에 있기 떄문에 환자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인생의 선배야 말로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 !! 많이 알기 떄문에 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이 영화 속에 숨어 있다.

영화 속의 해롤드 처럼. 문학을 잘 모르고,,,소설의 묘미를 잘 모르지만, 위대한 작가의 최대 걸작을 망치지 않는 삶, 혹은 낯선 소설가의 손에서 나오는 글자대로 정해져 있는 부당한 삶에 대한 반항없이 스스로의 삶을 정해진 운명에 맡기는 평범한 이 남자의 소박함과 잔잔한 진실은 그 동안 들뜨고 작은 일에 광분해온 내 일상에 대한 숭고한 독백처럼 울린다. 마치 해롤드의 귀가에 울리는 미스 에이플의 인생에 대한 해설처럼... 삶에는 가이드가 없듯이 정해진 대로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처럼...자신의 소박한 운명에 찬가를 보내는 것이다. 내일 아침 핵 뜨고 나면 어떤 일이 있을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의 밤의 아름답다는 것...내일 또 어떤 불행이 올지도 모르기에 불행한 일이 없는 지금이 행복한 인생의 반어법은 영화 전체에 독감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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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역을 맡은 월 패롤의 연기에(특히 그의 잔잔한 목소리에 반하지 않을 수없다. 특히 영화 중간에 어설프게 기타를 치면서 눈을 감고 노래하는 모습은 그가 엄청난 추남인 걸 잊게 된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스스로 여자보다 연기자를 택한 듯한 엠마 톰슨의 사실적인 연기..더스틴 호프만의 인간적인 고민이 담긴 냉정함의 표현 등등이 이들의 앙상블이야 말로 제대로 베테랑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닐가 당연히 생각되어 진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월 패럴의 노래는 무슨 노래인지 영화가 끝난 지금도 찾아서 듣고 싶게 만든다. 월 패럴의 노래 외에도 영화의 크레딧에 나오는 음악....등은 마치 영화 <스모크>와 닮아 있는 듯한 영화의 내용과 음악적 감성이 스르르 뇌와 가슴을 지해하는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지정해 둔 웹 사이트의 진실은 무엇일까...아마도 절반 이상이 월 파렐의 기존의 영화 이력 떄문이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 영화를 코미디로 규정한다면, 시게 떄문에 남자가 죽게도 되고, 살게도 된 이야기의 구조 떄문이겠으나, 단순한 코미디라고 보긴 어렵고..진지한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블랙 코미디라고 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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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 일어나서...영화를 다 본 이 므흣한 느낌이란..타인의 잘못에 비상하리만치 빠르게 반응하고 크게 해석하고 자신의 방어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인간사 행태에 대한 진절머리 나는 반성까지 던져준다. 내일 올지 모르는 불행을 오늘 좀 더 일직 안다면...해롤드의 진정함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영화를 보는 모든 이의 일상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인생이 조금은 더 충만해 지리라 생각해본다. 일상은 아름답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느끼고 소화하느냐 하는 대부분 인간들의 소화력이 문제다. 영화의 포스터 끝에 소설의 마침표를 알리는 방점이 열여있음에 따라 헤롤드의 인생이 달라졌듯이(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포스터가 얼마나 감각 있는지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열린 방점이다. 그렇기 떄문에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삶의 진실을 보다 일찍 안다면 자기 인생만의 행복함을 찾을 수 있다. 소박해서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을...



- 영화 속의 명대사 -

" 꺠달음은 10초로도 충분하다"

처음엔 자기가 죽는다는걸
모르는 남자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 남자가 자기가 죽는걸 알게 되고, 자기가
그걸 막을 수 있는데도
기꺼이 죽겠다는 남자라면
당신이라도 그런 남자를
살리고 싶지 않겠어요?

해롤드가 쿠키를 한입 깨물자
그는 만사가 잘 풀리리란 걸  느꼈다.
가끔씩 우리가 두려움과 절망
어찌할 수 없는 비극적 일상에서
용기를 잃어 갈 때
그 쿠키 맛을 신께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쿠키가 없다면
가족들의 손길이 쿠키를 대신할 수 있다.
또는 친절하고 사랑스런 행동이나...
자그마한 격려나...
사랑스런 포옹, 위안도 마찬가지다.
병원의 환자수송 침대는 말할 것도 없고.
코마개도, 노숙인도, 가벼운 비밀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도 그렇다.
그리고 마무리 덜 된 소설도 해당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린 뉘앙스, 비일상성, 미묘함같은 건
일상속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보다 크고 고결한 원인으로 존재한다.
우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며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손목시계가 해롤드 크릭을 구했다.

by kinolife 2007. 2. 26. 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