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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 1~6권
글: 김숙
그림: 김숙
출판사: 대화
1993.11 초판 1쇄
가격: 각권 2.500원

헌책방에서 사 둔지 2,3년은 지난 것 같은 김숙의 중편 만화를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보게 되었다. 나의 한 20년 전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김숙의 만화 터치가 저러지 않았는데, 내 기억력이 이상한건지 김숙의 그림이 이상한건지 그 이유를 알기가 힘든데..전형적으로 눈이 크고 만화스러운 그림이 지극히 어른스럽게 변화했는데, 마치 그리다 만 신경숙 그림 처럼 이상하게 개성이 없어진 듯 하다.

만화의 내용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의 엄마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과의 댄스 중에 자살한다는 황당한 내용에서 시작해서 그런 자신을 깨기 위해서 무용에 빠져들어 이름을 날린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작한 무용에서 그 이전부터 준비해온 사람들 보다 더욱 더 도드라지게 잘 한다는 점...미친년 처럼 빠져 들어서 주변에 놀라움을 산다는 점....여자들에게는 질투와 원망을 주요 주인공들에게는 선생님, 동급생, 실제 프로 무용수, 등 가리지 않고 그녀의 능력과 매력에 빠져든다는 설정이 아주 순정만화 적이다. 전형적인 내용에 진행...계속해서 주인공이 오르페우스라고 외치면서 쓰러지는 거나 그런 고통을 알면서도 빠져드는 남자들까지도 만화니까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심하게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진짜 시간이 남아 돌기에 한번 보게된 만화..아 맞다 이게 순정만화였지...그런 생각만 많이 하게 되는 나의 서가의 옛날 만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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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7. 11. 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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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시미즈 레이코(淸水玲子)
출판사: 서울문화사
총권: 1~27권 완결
2005. 12 초판 1쇄 발행

신과장한테 빌려서 근 몇달을 묵혀두다 라식 수술...PMP 보기 자제를 통해서 출퇴근을 통해서 읽어버렸다.

인간의 수명연장을 위한 대체 인간...달과 지구의 관계

이 것을 묶으면 달과 지구의 관계 본체와 도너의 관계도 어느 정도 각이 맞게 떨어지고...만화의 도너들 역시 상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 흥미로울 수 있는 소재, 깔끔한 그림까지 나름 완성도 있어 보이는 이 만화는 소히 나의 까라는 아니었다.

일단 여러 주인공들이 아끼라만을 사랑하는 혹은 매혹하는 구도 자체가 조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매력의 중심에 있는 아끼라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나 매력포인트가 강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기본 줄거리 자체도 상당히 방대해 이야기의 축이 시도 때도 업이 흔들리는 감이 없지 않아 한 획으로 쭉 이어서 흡입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점 역시 매력이 분산되는 이유 이기도 했다. 마치 밀린 숙제를 보는 듯이 보다 보니까...책장을 넘기는게 아깝다기 보다도 쉬원 시원 했다고나 할까..상당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허무맹랑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는 작품이었다. 선과 악도 불분명하고..누군가가 희생자인데 그것 자체도 모호한..그게 매력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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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모두 너무 살아 있어야 하는 존재의 불안을 위해 만들어 둔 스페어인데..그러다 보니 대부분 황태자, 왕자 공주라는 설정도 상당히 우습다는 생각을 지면서 보게 됐으며, 이식된 본체에 이식된 기관이 주인 행새를 한다는 역전 역시 흥미롭다가 시들해지고...해서 집중해서 읽기 어려웠다. 오래간만에 손에 잡은 장편 시리즈였는데..조금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웹 상의 검색으로는 시미즈 레이코의 특징인 달에 관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고...[달의 아이]라는 작품보다는 조금 떨어진다는 중평이 있지만, 궂이 달의 아이를 찾아보고 싶지 않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순정만화 상당히 좋아하는 데 읽어내기 힘들었다. 달에 관한 신체 이식에 관한 이야기가 설화 이야기까지 합세하면서 상당히 애매모호 해지고...사실성이 떨어져, 확실한 상상, 혹은 확실한 과학이 아니라 과학에서도, 신화에서도 차용...믹스된 점이 조금 더 잘 녹아들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나 접근 방식은 나쁘지 않았으나 전개과정이나 포인트가 약한점..그리고 순정 만화 특유의 누구 누구 좋아하기...여기서 슬 짜증이 나면서..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더 이상 만화를 보면서 이런 만화같은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나 싶어서 아쉬웠다. 라식수술과 함께 한 월광천녀...끝까지 다 읽었다는 데 의의를 두면서,,,
by kinolife 2007. 1. 6. 02:25

총권: 1~6권
글: 코이케 카주오(小池一夫)
그림: 히로카네 켄시(弘兼 憲史)
번역: 출판사 단행본 기획팀
출판사: 도서출판 대원
2000.02.25 초판 1쇄
가격: 각권 4.000원


"다른 사람 말에 동요된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믿지도 못한다는 말 아닐까요?"

"불가능인 줄 알면서도 도전하는 게 프로라는 것을, 그리고 그 도전만이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는 것을 사치코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by kinolife 2006. 11. 23. 00:51

총권: 1~27권
글: 야시마 마사오(矢島正雄)
그림: 히로카네 켄시(弘兼 憲史)
번역: 조은정
출판사: 대원 씨아이
2002.10.15 초판 1쇄

"산다는 건, 기억이 조용히 축적되어가는 거라네"

"조용하고 슬프게.....그리고 약간의 힘이 남았으면...그걸 다정함으로 바꿔서 살아가면 된다."

"순식간이란다. 인생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순식간, 그러니까 소중한거야 인생이란... 다시 시작할 수가 없으니까 멋있지....최고야. 평생동안 몇 번이나 시대의 총아가 된다는 건 웃기잖아."

"왜 다들 무리를 하나 몰라....자기 삶의 방식을 버리면서까지 왜 남의 눈과 의견에 맞춰서 살려고 하는지..."

"아들아, 제일 중요한 사람을 사랑하는 자유를 갖고 있느냐...."

"너무 착하기만 한 사람은 틀렸잖아....인간이란 비난하기 쉬운 곳만 비난해오니까. 그런 사람이 싫고, 이런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실은 자신이 그런 사람인거야."

"자기 생각을 갖고 살기 힘든 세상이야. 하지만 자기 생각을 갖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세상에서 살았다고 할 수 없지."

"사람을 가져야만 지나가는 시간이나 풍경이 그 사람 안에서 과거가 돼 갑니다."

"사랑을 가져야만 인간이 늙어가는 것도 견딜 수 있는 거예요"

"상실함으로써 발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정신을 잃을 만큼의 고통이 있다."

"인생의 모든 시간이 예외 없이 과거가 되어 간다. 그 과거가 사라져 가는 지금을 느낄 때, 이미 기 지금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인생이란 간단하고 따분하다. 허나 나처럼 살려면 방법이 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로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슬픔은 아마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오는 것이 분명하다."


by kinolife 2006. 10. 22. 14:51


리드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엇던 만화.
리드뱅보다는 재미 있었던 것 같은데 크게 기억이 나질 않는 작품이다.

글: 띠에리 스몰데렌(Thierry Smolderen)
그림: 엔리코 마리니 (Enrico Marini)
번역: 윤경진
출판사: B & B
2001.03 초판 1쇄

"무기와 믿을 만한 사람들....당신이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by kinolife 2006. 10. 18. 00:25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일이 유행에 따르기 마련이다. 한때 유행하던 유럽 에술만화 특히 프랑스 만화 중 하나이다.
너무 무겁고 현실적인 것이 이들 만화의 특징..역시 신선함은 언제나 일본 만화에 밀리는 것 같다.

글: 베를리옹(Berlion)
그림: 꼬르베앙(Corbeyran)
번역: 유소연
출판사: B & B
2000.12.12 초판 1쇄

"한참 동안 달을 쳐다보고 있으면, 얼굴 하나가 나타난다.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그럼 확실히 나타나니까."

"밤중엔 낮보다 더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거든. 밤엔 먹고 살려고 싸우는 일도 없고, 밤엔 모든게 더 의미를 지니고 모든 게 가능하니까..."

"이젠 머릿 속에 꽉 들어찬 기억들을 비워낼 때가 된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분노를 가라앉힐 때도 되었고,...세상은 살아 있다는 걸 다시 배워야 할 때도 되었고.."

"'개인적인' 주제와 '듀엣작가' 이 둘 사이엔 현행범이라는 이율배반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가끔은, 기적도 일어난다."
by kinolife 2006. 10. 18. 00:23

저자: 우라사와 나오키(浦澤 直樹)
출판사: 학산출판사
총권: 1~23권 완결
1998. 02.25 초판1쇄 발행

어느 가난한 집에 착한 딸은 도박을 즐기는, 아니 도박에 발을 담그게 된 오빠 때문에 가장이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일년 놔두고 있지만 오빠가 진 빚(우리 돈으로 2억 5천)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학업이란 사치가 되버렸다. 꼭 이런 주인공 밑에는 그저 착하기만 한 디딤돌은 커녕 걸림돌이 형제가 위에 꼭 포진해 있다. 성별은 주인공이 여자일 경우엔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인공의 성이 바뀔땐 그 걸림돌의 성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무튼, 이 만화의 주인공 미유키는 가라오케, 터키탕과 같은 곳에서 망가지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필살기인 테니스에 승부를 걸어본다. 미유키가 테니스채를 잡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문제의 오빠와 빚 이외데도 키워야 되는 동생들이 셋이나 있으니까 그녀에겐 말 그대로 큰 돈을 마련해야만 하는 벼랑에서 부모님이 남겨주신 필살기를 쓸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만화같은 이유이지만, 이 이유는 미유키가 테니스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근거가 된다.  


가난한 이 주인공이 동생들에게 해 줄수 있는 것은 양파가 갈색이 될때까지 볶아서 만들어줄 수 있는 카레뿐, 동생들에겐 보다 맛있는 음식이, 미유키에겐 오빠의 빚을 갚아 다 같이 사는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 지고, 이들 가족 주위에 빚을 받아내기 위한 야쿠자들의 목적까지 가세하면서 그녀의 테니스 코트로의 복귀를 다그친다. 아마시절, 챔피언이기도 했지만, 미유키에게 있어 테니스는 복잡한 가족사 내에 얽힌 아픔임을, 그래서 미유키의 상황에 대한 절박함이 느껴지는 부분은 이쩨까지 우라사와 나오키가 보여줬던 사건의 복선이 주는 묘미의 작은 발현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주인공의 성공에는 수많은 역경이 따르기 마련인데, 가난한 자에게 있어서의 스포츠가 주는 굴욕감이 타고난 재능을 가로막는 부분이나, 부정한 승리욕에 가득한 라이벌의 계책이 주는 강력하면서도 짜증나는 묘미,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작은 코미디와 순진한 사랑은 이 만화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꼬이고 꼬이는 인물들이 복잡한 구조로 엮어지는 듯 보이지만, 어느 인물하나 불필요한 (하다못해 협회 회장의 개 존 트라볼트까지도)인물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가는 사건사건들은 만화를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미국 US오픈, 영국의 윔블던, 까지 이어지는 테니스 잔치의 향연으로 끌어 들인다. 물론 일본 테니스계의 부폐와 승리를 위해 철면피로 변하는 클럽회장이나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야쿠자들의 지리한 행보들이 타이트 한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역시 스포츠 만화의 묘미는 시합이 벌어지는 코트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들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만화는 몇번 본 적 있지만 정통 테니스만화는 처음이어서 생소한듯 했지만 책장을 남길수록 역시 하나의 스포츠에는 그만의 흥미거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테니스 코트가 가지고 있는 땅의 표면이나 잔디의 변화가 주는 특성이나 , 테니스화의 차이, 코칭스탭과 선수의 육체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들은 만화의 흥미를 끊임없이 유발시킨다.
이렇게 강인한 정신력들 지니고 있는 주인공 주면에는 역시나 나약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면서 주변을 맴도는 마마보이류의 샌님이나 겉으로는 불같아도 속이 여린 남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미유키 주변을 맴도는 이 두 남자 이외에도 술이나 알콜에 쩔어지내는 진정한 실력자 코치도 하나의 도구였던 선수를 자신의 여동생이나 딸같은 포지션의 친구로 삼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강인한 여성이 비탄에 빠진 남자들을 진정성이 통하는 한 인간으로 구해낸다.

가난한 천재 테니스 천재와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의 테니스 귀재와의 양대 구도는 그것이 꼭 테니스가 아니라 무엇이라 해도 어쩌면 너무 뻔한 만화의 뼈대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속에 꼬여있는 모든 갈등들의 해결 속에는 언제나 인간의 깊은 정이 흐러고 있어 만화책을 보는 순간순간에는 무서울 수도 있고, 짜증스러울 수도 있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 마치 꼭 읽었어야 되는 책을 읽어낸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마치 부무모님은 했음 하고, 나는 하기 싫어했던 숙제를 끝냈을 때의 푸듯함을 주는 것은 역시 그의 탄탄한 구성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극적인 요소를 풀어내는 작가의 힘이 결국은 미유키가 테니스의 본 고장이자 가장 권위 있는 윔블던에서 우승을 할거라는 것을, 그리고 말도 안되는 라이벌 쵸코는 그 전에 낙방, 결국 여왕과의 게임에서 승리할거라는 것, 결국 공이 빵처럼 크게 보이는 테니스의 시간 속으로 빠져버려 우승하고 말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흥분해서 보게되는 이유기기도 하다. 그래서 만화 속의 함성을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몇년 전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라이벌>은 스포츠의 무대를 현재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스포츠 골프로 옮기는 잔머리를 쓰면서 적당히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다 본 건 아니지만, 이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나 구조가 많이 단순화 되어서 웰 메이든 드라마라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만화 속의 큰 이야기 하나를 토대로 필요한 에피소드들을 찾아서 조각을 맞춰놓은 듯한 느낌이었으니 원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낸 느낌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독창성이 있을리 없고, 주변의 인물들의 캐릭터 역시도 기존의 드라마에 필요한 사람들만 배치해 평이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쉽게 드라마를 찍어냈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미유키의 막내 동생은 "그건 아니야"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by kinolife 2006. 7. 12. 23:36

저자: 오자와 마리(小沢真理 ,Ozawa Mari )
출판사: 서울문화사
총권: 1~16권 완결
1998. 01 1쇄 발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역시 너무나 개인적이고 변화 무쌍해서 무엇=유일한 것으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는 명제 인 것 같다. 처음 회사에서 회사내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치 세상의 모든 만화책을 가진 듯한 황홀경에 빠지고 그저 이거 다 볼 수 있구나~ 그러고 구경만 한지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읽게 된 만화책이 어느 미혼모의 건강한 생활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앙증맞은 그림이 편안함을 전해 주는 이 만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욕심이나 과장이 없이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을 보여주는 부담없는 드라마 트루기이다. 뭐라 할만한 특별한 주제나 이야깃 거리가 있는 것도 어떤 놀랄한 만한 쇼킹한 비밀 따위도 없이 그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게 하는 이 소박한 책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여자이면서 엄마가 될 사람이기 때문일까..아니 궂이 이야기를 덧댈 필요 없이 그저 쉽고 편한 이야기에 끌려서 일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수우는 나이 스물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행복한 새출발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낳기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된다. 말 그대로 뱃속의 아이와 함께 혼자 남아버린 젊은 여자에게 남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나 추억이란 것이 그 상태의 여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만화는 이 여자의 용기에 모든 이야기를 걸어버린다. 그리고 주인공 수우는 혼자서 자신의 사랑의 결실을 확인하게 위해 전혀 망설임이나 주저없이 자신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를 아기를 선택한다. 너무나 귀여운 아이 노조미는 그런 엄마의 용기와 고통에 의해 태어났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될 성장을 시작한다. 이렇게 만화 [새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야기의 주제를 초반에 박아두고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 속의 노조미 같은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일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비록 만화 속에서 픽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지만 노조미 같은 아이는 모든 엄마의 큰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의 아이가 최고의 희망이겠지만 만화 속 수우에게는 위로나 친구 이상의 버팀목이 바로 자신의 딸 노조미 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만화의 주된 이야기는 혼자 남은 수우가 딸 노조미를 키우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된 줄거리로 삼으면서 이야기 중간 중간에 노조미의 성장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새로운 육아일기로서의 만화의 미덕을 보여주는데, 상당 부분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스물이 되기도 전에 엄마가 되어 버린 아이같은 여자에게 자신의 아이는 인생의 스승 이상의 의미 이겠지만, 아주 많은 부분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삶을 배우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어가니, 아이의 힘이란 과연 신비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만화는 단순이 미혼모와 아이가 나오는 귀여운 만화쯤으로 치부하기엔 좀 부족하다 싶은데, 그런 아쉬운 평가를 기어이 뒤집는 것은 수우와 노조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과 그드란의 관계을 그리는 데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인다는 데 있다. 이들 등장인물 역시도 특별한 과장이 없이 각각의 일상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쳐 만화보기의 즐거움을 주는데 마치 우리 일상 생활에서 없어도 될 듯 하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할 것 같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같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런 소소한 재미는 과장이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그려진다는 것...이런 편안한 이야기 구조는 특별한 임펙트 없이도 내내 작은 미소를 띄면서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된다.

수우가 노조미를 키우면서 겪는 일, 노조미와 친 할아버지의 관계, 예전 남편의 가정교사와의 사랑, 이들을 보는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관계....로 연결되는 가족들과, 수우의 직장 동료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노조미가 자라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관계들이 실제로의 관계 구성을 그리면 모두 이어 그린다면 무척이나 복잡해 보이지만, 매권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해져서 띄엄띄엄 봐오던 가족들이나 친척들을 어쩌다 보는 것과 같이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권수를 더 할 수록 자연스럽게 이들의 가족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어 더더욱 편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나 각자의 마음을 보게 될 때는 마치 그들의 일기장이나 고백서를 보는 것 같아 별 내용이 없는데로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의 숨어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힘든일이 있고, 그 힘든일이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도 하고 또 때론 운명까지도 바꾸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람은 살아남아 자신의 그릇만큼 꾸리고, 배풀고, 쌓아간다는 인생의 절대적인 법칙이나 논리를 그대로 그리고 있는 이 만화는 말 그대로 소박하다. 누군가가 죽어서 나쁜 운명이 휩싸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죽이는 것도 아니며 피를 흘리거나 힘을 키워야 하는 것들과도 다르며, 이상한 짓거리를 헤대는 캐릭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대도 재미가 있어서 좋다. 삶이 지지부진하듯..이런 지지부진한 일상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어서 쉬었다 보아도 이야기는 연결이 되고,,다음권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도 없고 빨리 다음권을 보고싶다는 열망도 없이 부담없이 넘어가버린 책장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홀가분하다. 우리 같이 어쩌다 시간이 나서 만화책을 찾게 되는 날엔 더더욱 좋은 책이다. 사족으로 세상에서 사장 아름다운 음악은....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역시 스스로가 행복할 때 듣는 음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 만화 속 좋은 글 -

역시 난 태어나길 잘했다.
죽도록 서로 사랑했던 엄마와 아빠가 연주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기에.....
분명 내 생명은 생겨났다.

엄마, 엄마
왜 모든 동화책엔 공주님이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장면에서 끝나버려?

그건 말야~
인생에서 결혼식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

때때로 길을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린 적이 있어요.
누군가가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누가 꼭 날 부른 느낌이 들어서
난 뒤를 돌아바 봐요
하지만 아무도 없고
모두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만 가요.
거기 있는 건 단지
투명하고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나뭇잎
아아, 당신이었군요


네 살때 나는
무척 씩씩하고 말괄량이어서

"지금까지"는 전부 "어제"고
"지금부터"는 전부 "내일"로
언제나 "오늘"밖에 머리 속엔 없었다.

"꿈 같은 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그건 절대 지금이 아니다."
by kinolife 2006. 7. 12. 22:38

저자: 하라 히데노리(原 秀則)
출판사: 도서출판 대원(주)
총권: 1~7권 완결
1999. 10.23 1쇄 발행


공부는 좀 한 듯 하지만, 그 나마도 확실하진 않고 뭐 하나 똑 부러지는 구석이 없는 이 만화의 주인공 슈는 지방 삼류대를 나온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선배들의 모습 중 하나였고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인간상이기도 했었다. 이들은 어느 누구하나 명확한 삶의 진리를 꿰뚫고 있는 이도 없었으며 그것을 알려주거니 힌트마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피터팬들이거나 자신감 결여의 전형적인 삐뚤어짐같이 섞여 답답한 기운을 연신 뿜어내는 말 그대로 좌충우돌 불안한 청춘들이었다. 그땐 나의 선배들이었지만, 시간의 굴레를 버리고 지금의 내가 봤을 땐 그들은 참 답답한 사람들로 생각이 되어진다. 그 누구도 자신을 지지해줄 버팀목을 가지지 못한 이 어정쩡한 인간들도 엄마의 품을 떠나 혼자 생활하고 밥벌이를 하기 위해 사회에 뛰어 들땐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드는 법이다. 이 만화 [섬데이]는 그런 시점의 부드러우면서도(일면 나약해 보이는) 고민많은 이들의 젊은 시절의 어느날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카라사와 슈는 그저 그런 대학의 3학년, 이른바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만화의 소재가 주인공이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디는 취업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의 취업 현황이나 대졸생들의 취업과정을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색다른 재미가 만화 곳곳에 녹아있어 눈길을 끈다. 3학년 때부터 같은 학교의 선배들의 직장을 찾아다니며 시험이나 면접에 관한 조언을 듣고, 회사의 특징이나 일의 성격 등을 설명 받는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점은 일면, 우리보다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아름아름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는 의외의 상황이 일본에 대한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 주기도 한다. 이런 주된 소재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애인과의 만남을 복합적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일과 사랑, 그리고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작은 찬미가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만화다.

물론 만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직 정하지 못한 우유부단하면서도 인생이 불투명한 보잘것 없는 청년의 미래상에 맞춰져 있지만 그 안에는 일을 정하는 기준이나 그 일을 하게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작가의 꼿꼿한 의식이 숨겨져 있어 이른바 바른 만화의 한 단면을 볼 수도 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쓸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나의 일일까? 하는 고민을 더욱 더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일지는 몰라도 그것만큼 확실한 인생의 정답이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많은 임금만큼이나 자기발전이 중요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 만큼이나 사회에의 이바지, 혹은 일에 대한 보람이 중요한 사항임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직장을 정하고 생의 임무이기도 한 일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장을 정하는 데 있어 이 필수적인 자문을 거치지 않은 선택이란 언제나 한숨과 사회에 대한 질타로 이어진다는 것은 궂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니 두번 혹은 그 이상 이야기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인생의 물음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대사처럼 그 누구이든 일 때문에 진실로 울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슈는 몇몇의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보람된 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을 알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능력이었는지 자세였는지를 눈치 채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물론 불행은 힌꺼번에 찾아오는 것인지 오랜 동안 사겨왔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면서 일과 사랑, 모두에 위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정직한 고민은 대부분 올바른 도착점을 알려주듯이 이 긴 우회는 자신의 일을 찾고, 그 안에 버려두었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결혼과 함께 안정적인 위치를 잡아간다. 만화의 끄트머리, 어렵게 마련한 신혼 살림방에는 그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동료의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찾는 젊은 부부의 건강한 삶이 따뜻한 기운을 전해준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만화는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천직을 찾는 일,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고 해도 좋을 넉넉한 반쪽을 찾는 것, 그리고 주변의 식구들이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까지. 나이 서른을 넘긴 나 역시도 아직까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쩌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나 앞으로 할 일을 정할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인생의 화두 중 하나가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 총 8권이 만화책은 짧은 시간의 휴식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작은 이정표로 다가올지도 모르니 속는 셈 치고 읽어보기 바란다. 시간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이 답답한 주인공이 답답한 현실에 작은 희망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알려지지 않은 만화책은 어리숙한 날들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작은 용기의 마음을 전하는 든든한 이웃 같다.
by kinolife 2006. 4. 18. 00:46

저자: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 ふみ)
번역: 장수연
출판사: (주) 서울문화사
총권: 1~4권 완결
2002. 02.05 1쇄 발행


"커피라면 브랜드 커피와 에스프레소, 카페 카프치노랑 카페오레, 카페라떼. 홍차는 다즐링, 얼그레이, 키먼, 앗삼, 우바, 딤블라 중에서 원하시는 걸로, 로얄 밀크티, 아시아풍 시나몬티, 바닐라 밀크티 또는 허브티를 원하신다면 재스민티와 캐모마일, 로즈힙, 그리고 다뜻한 코코아와 캐러멜 코코아도 있지요."

"저희 가게는 오후 2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2시 반에 폐점 입니다아 -"

"손님의 맨 오른쪽에 있는 게 프레제, 딸기와 커스터드 버터 크림을, 피스타치오 맛 빵으로 감싼 것이죠. 바삭바삭한 사블레 빵 위에 시럽에 조린 블루베리와 생크림을 얹은 레어치즈 케이크, 오늘의 추천 상품은 붉은 과실과 아몬드 크림 타르트이고, 슈크림은 바닐라 빈즈를 듬뿍 넣은, 생크림이 들어간 커스터드를 안에 채워넣었답니다. 케이크 속까지 휘핑 크림이 듬뿍 스며들어 촉촉하기 그지없는 쇼콜라 클라식, 이건 악마의 유혹과도 같이 환상적인 맛이라서, 자신있게 권해드릴 만한 상품이죠. 그밖에도 스콘이나 바나나 쉬폰, 캐러멜을 뿌린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본 작품 [서양골동양과자점]에 나오는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만화 속의 대사이다. 이 짧은 대사 안에서도 국내 어느 곳에 이런 다양하고 알찬 메뉴들(만화 속에서처럼)과 함께 가식없는 웃음을 만날 수 있는 양과자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달려가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자랑하는 케익을 구경하고 맛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케익을 즐겨 먹진 않지만(입에 안 맞거나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실 좀 비싸다는 생각에), 이 만화를 읽는 동안은 이상한 유혹과 군침도는 상상력이 내내 위장을 노크하고 두뇌를 자극해 와서 괴로웠다. 그러므로 적어도 오후 10시가 넘은 밤 시간에는 이 만화를 보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 흑백의 화면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이 만화 속의 케익은 만들어 먹지도 혹은 사러 나갈수도 없는 한계상황을 일깨워 더더욱 군침돌게 하니 이런 경우는 가히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에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4명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릴적에 유괴를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 타치바나 케이이치로와 그의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매력적인 호모 오노 유우스케, 오랜 동안 타치바나 케이이치로가에서 생활하면서 타치바나의 짐이 되어 온 특이한 충복 코바야카와 치카게...이들과 함께 고아로 부량아로 성장, 우연히 양과자점 앤티크에서 오노의 제자로 파티세로서의 희망을 품고 있는 칸다 에이지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과거를 적당히 숨기고 또 적당히 보여주면서 서양골동 양과자점에서의 생활에 담긴 이들의 일상과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잔잔한 재미를 지닌 만화다. 물론 네 명의 청년 모두가 만화 주인공 답게 멀쑥하게 잘 생겼다는 점을 감안해 이른바 '제과점에서 만날 수 있는 수려한 네 사나이' 정도의 부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장르를 따지자면 호모 만화+제과 상법 만화+유괴범을 잡기 위한 추리 형사물로 자리매김을 해야할지 애매모호한 이 작품은 이 모든 특징을 모아 하나의 맛있는 케익을 만드는 재료로 쓰듯이 복합적이면서도 개성만점의 만화를 선보인다. 크게 이야기기의 구조는 이 네 인물들의 과거를 복합적으로 조율한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들 과거가 현재와 병치되변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사건을 해소 시킨다. 양과자점에 모인 사람들의 특성과 개성 안에 담겨진 것은 호모 섹슈얼리티 속에 담긴 불온한 가족사와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 어릴적 유괴당한 경험에서 나오는 법에 대한 질문과 개인의 사회성. 그리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현대인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하는 일이 내내 미심쩍으며 손을 댄 곳엔 다시 손을 대고야 말게 만드는 어리숙한 남자가 만들어낸 개인적이면서 자율적인 현대가족, 그리고 그 나마도 없이 원초적인 발원지로부터 버림받은 고아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시선과 다시 버림다는 것에 치를 떠는 생리까지 다양한 소재가 뒤범벅이 되어 이 만화를 어느 하나 적당한 장르 안에 밀어넣을 수 없게 한다. 이 달콤한 양과자 점 안의 4명의 남자는 어느 하나 온전해 보이지 않은 과거 때문에 불안해 보이고 또 그것 때문에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 불안감은 파티세(제빵사) 오노와 그의 제자 칸다가 만들어 내는 놀랄만한 케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풀어진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하면서도 색다른 케익들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편안한 여유까지 선사하고 독자들에겐 눈과 상상 속의 미각을 자극시긴다. 그래서 조금은 이상한 케익과 유괴의 삼각관계는 괴로움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단것'의 묘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달콤한 케익, 그것을 더욱 더 달콤하게 하는 것은 살아가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인생의 쓴맛' 때문은 아닌지...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의 대사 처럼...우울한 날의 고구마 케익이 주는 삶의 작은 진리는 달콤한 맛이 화나고 들뜬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명백이 있기 때문이리라. 혹시 그럴 때가 있다면 몇 100그람 늘어날지 모르는 몸 속의 지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하게 달고도 단 케익을 먹어 보는 것이 좋겠다. 덜 우울해지고, 또 맛도 좋으니 말이다.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안에는 다양하고 달콤한 케익들만큼이나 쓸쓸하고 또 우울한 삶의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이 둘의 긴장감은 이 케익의 단맛을 더욱 더 자극시켜 책장을 넘기는 동안 긴장을 주는 동시에 입안에 기분좋은 기운을 돌게 한다. 케익 한 조각이 주는 삶의 여유가 수 많은 삶의 여유의 도구 중에서도 유독 달콤해 보이는 것은 케익 안의 설탕이 주는 마력만이 아님을, 그것은 케익을 예술로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파티세의 의지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설탕이 아니라 땀이 만들어 내는 여유와 단맛 말이다.
by kinolife 2006. 4. 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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