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영국, 89분
감독: 가이 리치 (Guy Ritchie)  
출연: 마돈나(Madonna)
       아드리노 지아니니(Adriano Giannini)
        진 트리플혼(Jeanne Tripplehorn)

영국의 활력넘치는 영화 감독 가이 리치와 활력 하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미국의 마돈나와의 만남! 이들이 만남이 이루어낸 또 다른 결과물인 영화 <스웹트 어웨이>는 이들 각가의 명성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 쳐저 보이는 안타까운 작품이다. 1974년에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는 리나 베르트뮐러 감독의 이태리 영화 <귀부인과 승무원>을 가이 리치 부부식으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제목  'Swepy Away'는 휩쓸리다. 혹은 조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즉 귀부인이 승부원 아니 어부(이 영화에서는 어부라는 점에 많이 강조된다.)가 조난을 당해 사랑에 휩쓸리기 까지 한다는 이야기일테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귀부인과 가난한 어부의 사랑이 아니라 마돈나의 탄탄한(아지까지도) 몸매와 미국의 거부들이 놀고 먹는 휴양지가 안겨다 주는 시각적인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에 있어 쏟아지는 외부적인 혹평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돈이 많다보니 시간까지 넘쳐 흐르는 미국의 갑부 커플 세 쌍은 지중해로 색다른 여행을 위해 배에서 내린다. 명품으로 둘러싸인 패션은 화려함을 더하고 거만하기 이를때 없는 이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돈 쓰로 오신 마나님과 서방님의 정형이 아닐 수 없다. 이 중에서도 유독 한 귀부인은 입이 닭나발 처럼 튀어 나와 모든 것에 불평 불만을 늘어 놓는다. 배가 후지다고 한마디, 체력단련실이 없다고 한마디, 금방 잡은 물고기를 썩었다고 한마디, 커피를 새로 뽑지 않고 데워 왔다고 한마디, 티 셔츠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마디, 이 단계에 이르면 시중을 들고 있는 승무원이자 어부인 페페 말고도 영화를 보던 모든 이가 이 귀부인 마돈나에게 재수없다는 평가를 한마디 내릴 만하다.

그러나 모든 헤프닝은 앙숙관계에서 부터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도 좀 어색하다. 그냥 웃기는 사랑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라 칭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이겠지만.)처럼 이 재수없는 귀부인과 돈은 없지만 자존심이 살아 꿈틀거리는 어부는 휴양지 근처의 많은 어느 무인도에 정박하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싹 띄운다. 명령하던 귀부인은 얻어 받거나 무릎을 꿇고 애걸해야 했으며, 온갖 조롱을 받아내던 어부는 어느새 마스터가 되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고기를 잡아올리시는 당신 진정한 어부이십니다." 싸이의 노래처럼 무인도에서는 어부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넓은 땅에 둘 밖에 없다는 한계와 자연의 개척과 생존이라는 공동의 과제앞에서 서로에게 싹드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밤낮을 함께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남녀에게 정이 안 싹틀수가 없으니 이미 사건을 인태된 셈이다. 특히 낡은 무인도의 집을 헤집다가 발견한 술을 마시고 쇼를 감행하는 마돈다는 여지 없이 자신의 본업이 댄스가수였음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솔직이 이 영화 속에서의 마돈나의 연기는 말 그대로 볼품이 없었으므로 그러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덕분인지 마돈나의 상대역을 맡았던 아드리노 지아니니의 연기가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것 처럼 보인다. 그의 이력을 찾아 보니 1974년 작품 ,<귀부인과 승무원>에서 승무원 역할을 맡았던 지안카를로 지아니니의 아들이란다. 어찌 되었건 이들 커플의 어색한 앙상블은 이 영화의 스토리까지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후미로 가면서부터는 맥이 빠지면서 바람빠진 고무풍선 처럼 변해 버리고 시들해진다. 특히 이들이 구조되고 그들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부부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는 지경. 어느 무명의 감독 데뷔작보다 못한 이 영화의 연출력은 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에서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감독의 영화라고 보기 힘들게 한다. 말 그대로 가이리치의 대표적인 실패작인 셈이다.

하지만 팝콘이랑 함께 하면 좋을 영화에 그리 큰 작품성을 논하지 말고 마돈나의 패션과 아름다운 휴양지에 시선을 맞춰보자.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단지 가이 리치의 영화에 연출력에 대한 적당한 실망감과 이제 서서히 늙어간다는 것의 징후를 마돈나의 얼굴에서 찾는 씁쓸함이 조금 불편하게 할 뿐이다. 거기다가 과거의 영화를 리메이크 할 때 범하기 쉬운 우려들을 그대로 표출하는 점과 영화 시작 오프닝에서 마돈나의 노래와 함께 느낄 수 있었던 007 같은 매력적인 분위기가 오래되지 않는 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수 많은 헛점 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점이다. 이 모든 것 역시 관객들이 새겨 본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흥행성적 저조는 당연한 귀결이리라. 이런 평가와 결과에 대해 마돈나가 팬들에게 "제발 봐주세요"라고 했다는 외신은 어느 당당한 팝 스타가 남편을 잘못 만나 그렇게 된건지, 또 그도 아니면 어느 창창한 신예영화감독이 부인을 잘못 만나 당하는 혹독한 형벌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사랑에만 충실하고 일에는 나태한 것에 대한 결과인지 아리쏭하다. 웬지 영화는 세 번째 이유가 아닐까 하는 힌트를 주는 것 같이 보인다.
by kinolife 2006. 7. 14.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