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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Armisén Cold on the outsid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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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영화
글,그림:윌리엄 스타이크                                   감독: Andrew Adamson
          (William Steig)                                             (앤드류 아담슨)
번역:조은수                                                            비키 젠슨(Vicky Jenson)
국내 출판: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스코트 마샬(Scott Marshall)
출판년도:1990년(미국), 2001년(한국)                  제작년도:2001년

애니메이션 <슈렉>을 본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그러다 우연히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화책들 중에서 이 만화영화의 원안이 된 동화책을 발견하고, 신기하게 책장을 열어서 거짓말 없이 10분만에 다 읽어버리고, 다시 슈렉 DVD를 꺼내 본다. 10분짜리 책과 90분에 해당되는 영화와의 차이는 크게 말하자면, 간단한 줄거리 책과 보다 풍부해진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선보인 만화영화 정도다. 책장을 덮고, 그리고 DVD의 전원마저도 꺼진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간단한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한 헐리우드 놈들! 그저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거기다가 겨우 1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어린이 그림책을 애들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변화시켰다니 그저 그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팔아낼 수 있는 진정한 슈퍼 마케터로서의 헐리우드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런 못생긴 놈! 슈렉! 슈렉의 원안이 된 윌리엄 스타이크의 동화책 속 이야기는 달랑 하나다. 진짜 못생긴 슈렉이 지만큼이나 못생긴 저만의 공주를 만나 결혼한다는 게 사실상 다다. 동화책 첫 장, 슈렉의 엄마는 못생겼어, 슈렉의 아빠도 못생겼지.하지만 슈렉은 그 두사람을 합친 것보다도 더 못생겼어...라는 확고한 반복으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이 못생긴 슈렉은 엄마 아빠한테 엉덩이를 차이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세상으로 나온 여행에서 만난 마녀로부터 아주 못생긴 공주와 결혼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은 그 공주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당나귀도 만나고(정말 어리버리하게 생긴 당나귀다). 굉장히 쉽게 성에서 공주를 만나서 결혼한다. 재미있는 것은 동화 중간에 슈렉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공주가 있는 성안의 어느 거울로 가득찬 방에서 괴물들을 보고 도망가는 부분,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줄 알고는 "모두 나잖아!"라고 외치면서 공포감에서 벗어나는 슈렉의 모습은 철학적이라기 보단 유머러스하다. 역시 이 동화책의 주제는 못생긴 슈렉이 저만큼 못생긴 공주를 좋아한다는 당연한 자기인식이 주는 미덕을 강조한 단순한 동화같아 보인다. 궂이 하나를 더 붙이자면, 제 눈에 안경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에 비해 영화가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역시 살아있는 캐릭터. 수다스러운 당나귀나, 자기 얼굴을 보지 않고 탐욕스러운 군주 파쿼드, 명랑하면서도 자조적인 피오나 공주 같은 리얼한 인물들이 주는 즐거움은 역시 동화보다는 한 수 위로 보인다. 중간 중간에 현실 감각을 잃고 잊지 않은 대사나 상황들도 역시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동화의 간단한 이야기와 슈렉의 캐릭터에 보다 기존의 다른 동화 주인공들을 이용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이 애니메이션 슈렉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저 못생긴 슈렉이 공주를 만나는 이야기에서 욕심 많은 영주와 그 영주 아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동화, 만화 속의 캐릭터들을 통해 슈렉을 공주도 위험에서 구해 자신의 짝을 찾는 용감한 남자이면서도 압제자의 권력에서 만화 속의 인민 캐릭터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점에서 슈렉은 적지 않은 영웅으로 사랑받을 수 있게 한다. 비록 발단이야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깨는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여행에서 친구도 만나고 연인도 만나고 다른 동화 속 캐릭터들도 구해내는 슈렉은 자신의 원래 목적을 찾는 것 이상의 일을 해 낸 슈렉은 정말 못생겼지만 운 좋은 놈이며, 그래서 그 별날 것 없는 못생긴 놈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놈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야기나 원안의 캐릭터는 단순하나, 저아무리 못생기고 기괴한 사람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발현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화의 간단한 이야기가 90분이라는 장대해 보이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사랑스럽고 참으로 대단한 인물의 스팩터클한 여행담으로 보여진다. 물론 영화를 통해 먼저 접한 이야기 이후 동화를 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의 인물이 주는 매력은 슈렉에서 국한 되지 않는다는 점이 동화 속의 슈렉과는 또 다른 증폭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물론 단순한 그림 속의 슈렉이 살아 움직인다는 매체의 특성 역시 무시 못하겠지만, 살아 숨쉬는 느낌을 주는 애니메이션 속의 슈렉은 동화보다 인간적이며, 동화 속 슈렉 보다 사랑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작품 '슈렉'은 원안보다 훌륭한 청출어람 작품의 좋은 모델로 보여진다. 이것이 바로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posted by kino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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