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 114분

감독: 피터 패럴리 (Peter Farrelly), 바비 패럴리 (Bobby Farrelly)
출연: 잭 블랙 (Jack Black)
       기네스 팰트로우 (Gwyneth Paltrow)
       제이슨 알렉산더 (Jason Alexander)
       조 비터렐리 (Joe Viterelli)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 소년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잠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목사 아버지는(왜 하필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인지, 패럴리 형제의 취향이 드러난다.) Hot한 여자를 만나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한다. 그런 아버지의 심전도가 제로가 되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Shallow Hal>는 남성이 여성의 외모에 심취하게 되는 과정과 그런 남성의 행태에 상처받는 혹은 사랑받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이다. 물론 사랑에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원론을 설명하는 영화이지만 패럴리 형제는 결코 주제를 비켜가거나 우회하지 않는다.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이 단순한 주제의 영화는 정말이지 자신의 진짜 짝 찾기에 대한 단순한 해법을 보여준다.

어느 곳에서나 변함없는 진리겠지만 여자는 이쁘고 볼 일이다. 순박함이 남아있는 지구촌의 어느 촌 구석이 아니고서야 남녀불문하고 자신을 뽑내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온갖수단을 다 발휘하는 자본주의의 현장에서 미모란 이성의 구애를 받기위해서는 너무 필요한 수단이다. 더군나에 영화 속의 할 처럼 아버지의 눈물어린 유언을 인생의 큰 명제로 담고 사는 이들에게 정말이지 Hot한 여자란 죽기전에 한번 정도는 거쳐야 되는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어떤 남자가 이 즐거운 통과의례를 피해갈려고 할까! 영화 속의 할은 정말이지 남자들의 보편적인 희망을 절대희망으로 가진 평범한 남자인지도 모르겠다. 좀 과할 뿐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남자인 셈이다.

평범하게 이쁜여자를 밝혀도 사는게 힘든 법인데, 병적일 정도로 좋아한다니 정말이지 사는것 자체가 힘이 들 만하다. 번번히 데이트 한번 하기가 힘든 할의 욕구불만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복선으로 알고서도 그저 웃어넘길 뿐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역시 남자에게 있어 이성의 미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령가? 인기 최면술사 혹은 카운셀러 쯤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명인과의 대화 이후 그의 여성관은 최면의 변화시기를 겪게 된다. 보통의 남자보다 심하게 여자의 외모에 의존하는 할,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만 유방이 없는 여자와 뇌가 없는 여자 중에서 딱 부러지게 대답을 못하는 단계에서는 역시 변화의 혹은 반성의 최면시기가 필요해 보인다. 최면이라는 것이 자신이 모르는 자신안에 갇힌다는 점에서 엘리베이커 안의 좁은 공간에서의 변화는 무척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최면이후, 할은 자신이 그동안 무시했던 어글리 우먼들이 이뻐 보인다. 더군다나 그녀들에게 추파를 던지면 그녀들이 너무 좋아하니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다. 외모 지상주의와 최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어느새 헐리우드의 주연배우로 올라선 잭 블랙의 풍부한 표정연기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는 기네스 펠트로우의 모습은 이 신선할 것 없는 영화에 활력소를 불어 넣으면서 제눈에 안경!이라는 연애의 법칙을 보여주는 상큼한 코미디다.



그런 그의 레이다 망에 들어온 로즈마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상형. 하지만 그건 그의 최면 안에서만 그렇다. 그래서 그와는 달리 정상인의 눈을 기진 할의 친구 마리시오의 눈에 비친 로즈마리는 말 그대로 쉣!...그러나 얼이 빠져 열심히 사랑을 하는 할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이상하다. 결국은 예전의 자신과 같이 여자를 평가하고 함께 나누던 친구 할을 돌려받고 싶은 마리시오는 할이 최면에 걸렸다는 기쁜 소식을 알고는 곧바로 그 최면에서 친구를 구해낸다. 그리고 최면에서 풀려난 할은 예전의 로즈마리에게 전화를 하지만, 방금 지나간 로즈마리를 구분 못 할 정도로 자신의 최면이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역시나~ 라는 생각으로 사랑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힘이 빠진 로즈마리는 어쩌면 자신의 살이 아니라 자신 자체를 미워하면서 할을 미워하겠지만 사실은 자신 스스로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겐 이성과의 교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봉사에 메달리는(역시 굉장이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다.) 로즈마리의 모습의 지구촌의 못생긴 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자기 최면법인지도 모르겠다.

로즈마리의 실체에 눈을 뜬 아니, 자신의 최면시기를 알게 된 할에게 있어 로즈마리는 역시 '같이 있으면 좋은 여자'였다는 사랑의 기본수칙처럼 영화는 당연한 결과를 향해 간다. 하지만, 마치 채팅을 하다 마음이 맞아서라고 말하는 커플들 처럼 외모 이전의 서로가 먼저였던 커플들이야 말로 유방모다 뇌가 신체에서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답을 현실적으로 전해주는지 모른다. 바보같은 할은 최면을 겪고 자기를 밎지 못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자신이 페니스만 있고 뇌는 없었던 바보여서 뇌보다 유방을 더 중요시 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할이나 친구 마리시오 같은 남자들이야말로 자신의 여자에 대한 외모에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는 법이다. 마리시오의 꼬리뻐가 가진 비이성이 평범한 여자의 발가락을 협오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첫인상, 외모는 이성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첫번째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이 가진 수 많은 것 중에서 얼굴이나 몸맵시를 평생의 즐거움의 수단 중 으뜸으로 생각할 땐 그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상대를 찾는데 더더욱 힘이 드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랑엔 설명이 어려운 호르몬이 흐르지 않나. 그 호르몬을 외모에 가두는 것은 참으로 우둔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당차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고 지켜가는 똑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과 같은 우매한 최면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호르몬의 최면을 지키면서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by kinolife 2006. 10. 6.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