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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일본, 158분
영어 제목 : Noriko's Dinner Table

감 독 : 소노 시온(園子温)
각 본 : 소노 시온(園子温)
 
출 연 : 미츠이시 켄(光石研)
          후키이시 카즈에(吹石一恵)
          츠구미(つぐみ)
          요시타카 유리코(吉高由里子)  
          후루야 우사마루(古屋兎丸)
          미츠야 요코(三津谷葉子)
          나미키 시로(並樹史朗)
          테즈카 토오루(手塚とおる)

음 악 :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머리가 띵 하고 다 보고 한 참 후엔 그냥 분위기만 기억에 남는 소노 시온의 영화세계를 다시 한 번 맛 볼 수 있는 작품. 2시간 40분에 육박하는 런닝타임이 주는 압박감으로 계속 보기를 미루다가 결국 다 보긴 했지만 역시 조금 울컥 ..개운치 않다.

우울하면서 외로운 그러면서도 고지식한 자기만의 세계에 갖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개인사가 꽤 답답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동경의 대학에 가고싶은 노리코에게 아버지는 동경의 대학이란 처녀가 아이를 가지기에 딱 좋은 곳이라면 가로막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심히 살아도 좁은 도시의 답답함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뭔가 성인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노리코는 폐인닷컴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의 공유해주던 쿠미코를 만나 동경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버림받은 쿠미코의 꾸며진 인생 속으로 들어간 노리코. 답답한 소도시인 고향에서 벗어났지만 거짓인생이라는 새로운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노리코..

언니가 가출을 하고 난 이후  언니의 발자취를 따라 페인닷컴에 탐닉하는 유카, 역시 언니를 따라 페인닷컴의 우에노 54를 따라서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또 다른 가식의 생활 속으로 빠져든다. 권위적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아빠와 엄마를 뒤로 하고 서로 따뜻하게 웃음을 나누고 살아가는 가족. 가식이라는 허울을 지고 있지만 그저 따뜻해 보이는 상상 속의 가족 안으로 들어가면서 노리코는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인간 미츠코가 되어간다. 리얼 라이프를 버리고 얻은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노리코다. 어느새 그런 언니의 생활 안으로 함께 들어와 있는 유카. 노리코와 유카는 서로가 자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이 되어 한 곳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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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가출을 지켜본 아버지는 페인닷컴의 수장이라 해도 의심치 못할 폐인에 가까운 삶을 갈아가고 있다. 자신 스스로가 가부장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평범한 행복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왜 딸들이 자신을 버렸는지를 고민 할 수록 공황 속으로 빠져든다. 아버지는 생업을 접고 두 딸아이를 찾아 나서고, 엄마는 두 딸아이의 자살이 자기 잘못이라고 비관하면서 자살하게 된다. 두 딸아이의 메모와 흔적을 찾다가 두 딸 아이가 렌탈 가족 일을 하고 있고, 쿠미코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면에는 자살을 위한 과도기적인 과정 안에 놓여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렌탈 가족의 고객으로 위장한 아빠는 두 딸아이가 스스로 자매인지도 모르고 자매 연기를 하는 모습에 기겁을 하고 함께 연기에 빠져있는 노리코, 유카, 쿠미모..아버지 까지 모두 정신줄 놓은 듯한 면모를 폭발하면서 영화는 핏빛 식탁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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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영화의 내용을 생각하는 내내 이게 무슨 영화인가..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답답하고 깝깝해 지는 것이 영 기분이 꾸리꾸리해지는 영화...

하지만 예전에 본 소노 시온의 영화 <기묘한 서커스>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소노 시온의 우울함은 정말이지 끌리느냐 밀어내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보는 이의 몫인 게 확실하다. 개인적으로는 한없이 밀어내고 싶은 텍스트인데..기회가 된다면 그의 영화는 다시는 찾아서 보고 싶지 않다. 핏빛 넘치는 식탁 안에서 느껴지는 따로 따로의 가족들..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무언가 서로 소통 되거나 동감하지 못하는 가족들...자신의 미래와 아름다움과는 상관없이 목숨을 던지는 소녀들과 그들을 조종하고 독려하는 컴퓨터와 어른들..어디 하나 권할 만한 소재라는 건 찾기 힘든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생각하고 소회해야 할지 영영 방황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은 전쟁과 전투를 오가면서 치열하게 주어지는 것이 맞지만 그것에 대한 절대적인 승리를 쥘 수 있는 것이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러한 판단조차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그것을 독려하는 어른들이란 얼마나 기괴한가. 한 가족의 파괴를 통해서 일본의 우울한 미래를 되짚어 보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전해주는 꽤 많이 찝찝해 지는 영화..왜 이 영화가 관객들이 좋다고 뽑았을까..아 난 정말 아이러니컬하다. 알 수 없는 그 관객들에 비켜 있는 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란..아 나도 나이가 들고 이른바 기성세개가 되어 가는 것이구나라고까지 생각하니 심하게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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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9. 2.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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