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하는 노래는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 노래보다 그 수가 작을까? 글쎄..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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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싸이월드 음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근 2년 동안 매일 나오는 아다마 신곡(업계 용어로 이른바, 대박가수의 신곡이라는 의미) 중에서 '사랑'을 주제로 하지 않는 곡은 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노래 안의 가사는 차지하고라도 아예 제목에 사랑을 마구 인용해서 마치 이렇게 했는데도 안 살테냐라고 시위라도 하는 듯이 '사랑'을 들이대는 노래들이 넘쳐났다. 오죽 심하면 그게 극에 달한 날에는 '대한민국은 사랑 못해서 죽은 유전자들만이 떠 도는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정말 흔하고 별 볼일 없는게 사랑인건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이렇게 사랑이라는 단어에 시니컬 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양도 양이지만 그 얄팍한 상술 안에서 가수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이런 노래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의 환경 문제를 좌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그걸 무시하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보다 고급스럽게 혹은 색다르게 사랑을 노래 하거나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 걸 바랄 수 밖에....그렇게 사랑은 숨 죽은 나물처럼....식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내가 인생을 통털어서 가장 나에게 맞는 사랑노래라고 생각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통속적인 가사에 처절한 자기비하에 마치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사랑할 것이라고 외치는 듯한 음색은 나 같은 태생적으로 사랑에겐 루저라고 생각하는 족속들들에겐 슬프지만 위로가 되는 곡이었다. 언젠가 내 나이 50이 넘게 되고, 우리 신랑과 함께 살 붙이고 말 섞으면서 산지 20년 30년이 되고 아줌마 아저씨를 넘어서 할머니가 되면 쭈글쭈글 해진 그 손을 잡고 불러주고 싶은 노래... 간혹 다른 남정네의 지갑 속의 화려한 명함이나 돈...미끈한 외모에 확 했을지도 모르겠지만...그런 나 조차도 당신을 사랑했음을 말해야 한다면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가사도 별게 없어서 치매 직전이라도 외우기도 좋다.

"1.긴 세월 흘러서 가고 그 시절 생각이 나면 못잊어 그리워지면 내 마음 서글퍼지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반복)
2.시간이 흘러서 가면 아픔은 잊어진다고 남들은 말을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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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래의 색깔을 아주 잘 표현해서 음악까지 차용한 영화가 하나 있는데..역시 내가 아주 좋아라 하는 영환데 역시 루저 스럽게 흥행은 쫄딱 망한 영화였다. 영화 개봉 당시에 영화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기자 시사회며, 배우들이 회견 하는 곳까지 다 구경했었는데, 당시 주연을 맡은 송윤아의 단아했던 모습이며 똑똑해 보이던 인상이 기억에 스쳐 남는다. 물론 본인은 흥행에 실패 할 것으로 보아 홀대하는 홍보사 관계자들이나 언론의 무관심에도 살짝 섭섭해 하면서도 영화를 하는 일에는 좋아라 하는...일면 인간적인 모습들이 좋았고, 마치 방금이라도 넝마를 어깨에 매고 나가도 좋을 정도의 범상치 않은 심광진 감독의 순수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기도 했었다. <불후의 명작>... 물론 영화는 보기 좋게 망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찌질한 사랑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슴이 콩닥 콩닥 뛰기 전에 벌써 머리 속에선 계산기가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런 사랑은 얄팍한 제작자와 뇌가 있어도 쓸 수 없거나 이 제작환경을 이겨낼 수 없는 그저 그런 앵무새 재능의 가수들에겐 버거운 현실이다. 그들조차도 그런 사랑을 할 수 밖에 없을 테니...그런 노래밖에 부를 수 없겠다 싶다.

가끔 노래방에 가게 되면 거의 책장을 만지작 거리다가 이내 내려놓고 박수치고 술만 먹는 나지만..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고 꼭 한 곡 해야 된다면 지루한 반복이 이어지는 이 노래를 아주 가끔 부른다. 어릴 때는 다른 노래들(이소라, 이수영 등)을 부르기도 했지만....20대 후반 부터는 거의 그러질 않았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나는 세상도 아니고....노래 부르는 노동이 사람에 따라서는 어찌나 중노동인지 모른다...

나의 18번 노래..."내게도 사랑이" 내게 있어서는 사랑에 관한 최고의 찬가다. 이만한 진솔함..찾기 힘들다. 죽기 전에 부산 어딘가에서 여전히 노래를 하고 있다는 함중아의 살아있는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음...아마 그런 날을 만난다면 죽기 전에 남을 기억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by kinolife 2007. 12.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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