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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8분, 중국

감 독 : 첸 카이거(陳凱歌)
         
출 연 : 여명(黎明)        
          장쯔이(章子怡)
          손홍뢰(孫紅雷)
          첸홍(陳紅)
          왕학기(王學圻)
          영달(英達)
          여소군(餘少群)
          안도 마사노부(安藤政信)


중국 경극의 아버지라 불리운다는 매란방..정말 실제의 인물을 보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고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외모만큼 목소리도 아름다웠으니 경극 최고의 배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은 되는데...역시 영화는 경극을 소재(눈요깃거리)로 하는 휴먼 드라마 한편에 머무른다.

우울한 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의 국민들을 위로해준 경극은 정말 '국'이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 만큼 당시 중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살아있는 문화인 것은 여러 자료들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인 것 같다.  영화는 소요하는 시대를 살다간 예술인의 삶을 바탕으로 우여곡절 많은 한 인간사를 따라 가는데 꽤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당시 시대상에 맞물려 어지럽게 느껴진다. 정리된 듯 혼돈된 이 느낌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속의  인간의 관계도로 영화의 기본 축이 된다. 첸 카이게의 비슷한 소재의 작품 <패왕별희>보다는 조금 시큰둥하게 영화를 봤는데 그 이유가 경극이라는 소재 자체가 이젠 진부하게 느껴진 것 인지(이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인데..잘 모르면서 질려하는 그런 상태 인것이다.) 영화의 실제 인물이 패왕별희 속의 만들어진 인물들에 비해 생동감을 덜 느껴서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거 전혀 새롭지도 않고 조금 지루하게도 느껴지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언가 빠진듯한 이 느낌은 머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이래저래 별의 별 생각을 다하다가 혹시 영화가 너무 길어서 국내용으로 재편집되어서 그런가..이른바 감독의 생각과는 다른 시장의 논리에 맞게 재조된 불완전한 작품인가..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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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감독의 같은 소재의 영화를 놓고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 [패왕별희]가 꽉 짜여진 이야기 안에서 꽤 타이트하게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가 하면 [매란방]은 전쟁, 경극, 사랑이라는 큰 이야기 틀 안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타이트한 맛을 전해 주지를 못한다. 특히 흥행의 포인트가 될지도 모를 장쯔이 역시도 꽤 작고 귀여운 소품 정도에 지나지 않게 그려져 있어 안타깝다. 시대를 주무른 남자의 진정한 사랑의 대상이지만, 너무 이성적인 모습에다가 여명 역시도 너무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모습으로 비쳐져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도 버린...이라는 주인공의 불운을 이야기 하기에는 몰입도가 떨어지게 느껴졌다. 개인 적으로는 그런 담담하면서도 그리움을 남긴 사랑의 모습들을 좋아하지만, 영화속에서 그리고자 하는 것이 동료와 애인 사이 정도는 아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둘의 관계에 대한 설득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경극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장쯔이의 용기는 높이 살만 하지만...어느 배우라도 저 정도는 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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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쯔이 보다 더 심각한 건 여명이다. 자신을 장국영과 비교하지 말라는데..비교가 되야 비교를 하지..장국영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그가 죽고 없어서가 아니라 이 둘은 비교대상이 돌 수 없다고 보는데..둘 다 여린 남성의 대상으로 본다면 비슷하게 볼 수 있겠지만 그게 다다. 여명이 절대 장국영이 될 수는 없다. 같은 경극 옷을 입은 배우로써도 비교는 금물...여명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데 경극 옷을 입고 화장을 한 배우 매란방 보다 화장을 지운 인간 매란방을 보여주고 표현해서 그 인물으 보여주는 데 실패 한 이상 패왕별희의 장국영과는 다른 것이 확실하다. 덜 슬퍼 보이고 인간적인 애잔함 역시 많이 떨어진다. 그냥 옷 입고 춤 출때는 무희이고 맨 얼굴일 땐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느낄 수가 없다는 게 답답하다. 전쟁 중의 배란방이 아니라 현재의 여명이 연기하는 매란방이 너무 분명하게 다가온다. 매란방의 경우는 여명 보다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연기한 여소군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 더 여성적이고 프로 같은 모습으로 비쳐줘 적지 않게 여명의 모습과 비교된다. 여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잰틀하고 여린 이미지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매란방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다 물색이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는 중국의 경극 아이콘이라지 않은가!!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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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내가 알게 된 매란방은 전쟁에 휩싸인 패전국의 무희 정도로만 각인되는게 이상하다. 당시 시대를 위로 했을 법한 나라의 대표 예술가로 인식이 되어야 하는데..그냥 굴곡 많았던 무희 정도로만 기억되는 건 영화가 너무 축약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소재가 너무 많이 인물의 캐릭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무용가로서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좀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살아 있는 인물을 좀 더 타이트하게 쫒아가서 영화에 녹이고 영화의 말미에는 현재 실존한 매란방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져야 하는데 그러한 디테일이 약하다. 어릴적 출생과정이라든가 수련과정 같은 인간적인 면모가 조금 더 궁금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것도 아님 실제적으로 꽤 가까운 주변의 인물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그 인물의 면면이 더 궁금해 지는 것 역시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매란방 보다 매란방에 반해 점점 더 변해 간 신진 지식인의 삶이 더 흥미로웠던 것 역시도 그런 이유가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시대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캐릭터는 매란방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곁에서 삶을 산 구여백이었으니...그건 여명의 문제라긴 보다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감독의 시선이 시대의 비극과 예술 속이 한 인간이 아니라 그런 시대 속에서 사랑도 못한 찌질한 인간에 촛점을 맞춰 흥행에 기대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기사들을 보니 매란방의 부인 역할을 맡은 배우 펜홍이 첸 카이거의 부인이던데..그녀가 제작자이기도 하니 머 꼭 아닌건 아닐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추측이야 말로 정말 위험한 것이지만, 영화는 역사와 예술보다는 사랑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덕분에 조금 지루한 그저그런 경극영화로 보여졌다.

중국의 대표예술이라는 경극을 항상 이런 류의 영화로 접하게 되는 건 좀 많이 아쉽다. 예전에 중국 여행을 갔을 때 비슷한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당시 3살이던 딸이 울어서 나만 그 경극을 보질 못했다. 이래 저래 정통과는 비껴 가고 있는 셈이다. 잘 모르니 적게 보이고 적게 보이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이래저래 겉돌고 있는 나 같은 관객처럼 표류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내가 영화를 통해 이해하고 있는 매란방이 실제 매란방과는 엄청 갭이 있겠구나라는 확신만이 자꾸 드는 것은 무엇인지.. 첸 카이게....그의 이름에도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 건지..이래저래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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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life 2009. 6.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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