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세계의 음악을 대표하는 것이 아르헨티나의 탱고나 포르투갈의 파두가 전부가 아님을 알기 위해서 궂이 전 세계를 보기 위한 여행가방을 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터넷 클릭 하나로 전세계의 가수와 노래들을 모두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도 제 3세계 음악의 영역을 너무 한정해서 보는 함정에 빠지는 것 일 수도 있다. 제 3이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광활한 의미는 권력자 1에 대한 반항과 저항의 의미로서의 2, 그리고 그 격렬한 싸움 가운데서 새롭게 피어나는 가능성으로서의 3이다. 그래서 제 3의 것, 제 3세계의 음악은 언제나 낯설다는 느낌과 새롭다는 느낌이 지닌 독특함 힘을 함께 지니고 있다.
국토의 한 면을 아시아와 다른 한 면을 유럽과 접하고 있는 터키, 그래서 유라시아의 복합적인 문화의 대명사이기도 한 땅. 터키, 그 곳에는 터키를 대표하는 제 3세계 가수로서 인기 절정을 구가하는 뮤지션인 세젠 아쿠스(Sezen Aksu)가 있다.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확 터진 음성은 그 안에 담긴 성량의 무게 만큼이나 상상 이상의 청량감을 전해 주는데 마치 무람을 타 놓은 듯한 터키의 바닷 색깔 같은 그녀의 음색은 터키의 진한 바다 색깔과 함꼐 사막의 간절함을 기억하게 하는 목소리이다. 마치 ‘먼 곳을 향해 이 몸둥이 하나만 들고 떠나니…… 그대 함께 하려 할 때 이미 그대 옆에 있음이오’ "와 같은 어디에나 있음직한 싯구같이 방랑자에게 더 없이 든든한 천군만마같은 믿음직스러움을 전해주는 목소리다.

1954년 터키의 서쪽 해안 도시에서 태어난 세젠 아쿠스는 1979년 터키의 영화에 캐스팅 되면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출연한 영화의 영화음악을 직접 부르게 되면서 가수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주제곡의 폭발적인 인기로 가수로서의 순탄한 활동을 시작한다. 현재까지 열 장이 넘는 앨범을 냈을 정도의 중견 가수에 속하는 그녀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담긴 ‘보이스 칼라’만은 아니다. 자신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노랫말을 붙이는 재능은 진정한 뮤지션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며, 터키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끈 슈퍼스타만은 아님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시완 레코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는 본작 [Dus Bahceleri: 꿈의 정원]는 1996년에 발표된 그녀의 열두 번째 앨범으로 에밀쿠스트리차의 영화 <언더 그라운드 Underground>에서 어렵게 들을 수 있는 “탱고(O Sensin)”에서 보여줬던 활기찬 그녀의 열정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색다른 음반이다.

첫 곡, “Seni Yerler”에서 선보이는 터키식 펑키 음은 황야의 바람처럼 잠자고 있던 마음의 귀를 깨우고, 세번 째 트렉에 위치한 “Bile Bile(함께 함께)”는 그렇게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국내 FM 라디오의 애청곡이기도 한 이 곡은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만한 노래다. 형제의 나라인 우리에게도 낯설게만 들리던 세젠 아쿠스의 노래들은 트렉을 넘어가면서 아주 쉽게 듣는 이들의 마음에 동질감을 만들어간다. 이어 여섯번 째에 자리하고 있는 “고독의 심포니(Yalnizlik Senfonisi)”에서는 절정의 감정을 쏟아낸다. 조용한 피리 소리로 시작되는 전주는 숙연함을, 터져 나오듯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감정의 절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목소리의 절규 속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총 11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지난 월드컵 이후 어느 정도 관심이 고조된 터키에 대한 문화의 동경에 적지 않은 해갈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앨범다. 낯선 도시에서 전해져 온 세젠 아쿠스의 우수 어린 목소리는 시간의 절대적 정지 속에서 같은 제 3세계에 속한 우리들에게 ‘터키 팝의 진수’라는 깊은 감성을 남긴다.
by kinolife 2006. 11. 21. 00:23